“가짜뉴스” vs “최악 카르텔”…김건희 여사 특혜 의혹 놓고 정면충돌 [양평 고속道 사업 전면 백지화]
조병욱별 스토리 • 2시간 전
지역주민의 숙원 사업이던 서울∼양평 고속도로가 전면 백지화되면서 파장이 일고 있다. 여당에서는 야당의 정치 공세로 지역민들이 피해를 보게 생겼다고 비판했고, 야당은 진상규명이 필요하다며 태스크포스(TF)까지 꾸리며 공세를 벌이고 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6일 국회에서 열린 양평 고속도로 관련 긴급 당정협의회 후 기자간담회에서 “양평 고속도로 노선을 갖고 (민주당은) 상임위 때부터 김(건희) 여사 특혜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며 “아무리 얘기해도 민주당은 진실이나 양평군민들과 도로 이용자의 혜택에 관심이 있는 것이 아니라 자기들의 정치공세 대상을 건수 잡는 데만 관심이 있는 게 며칠간의 행태를 통해 명백하다”고 비판했다. 원 장관은 이어 “가짜뉴스로 있지도 않은 악마를 만들려는 시도를 국민들이 심판할 수 있도록 강력한 방안을 제시하겠다”며 전면 백지화를 선언했다. 또 그는 “주민 피해를 염려하는 집단은 이런 식으로 사태를 몰고 가지 않는다”고 야당을 직격하기도 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서울~양평 고속도로 관련 긴급 당정협의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제공: 세계일보
국민의힘은 이날 윤석열 대통령이 부인 김건희 여사 일가에 특혜를 주기 위해 서울·양평 고속도로 노선을 변경했다고 주장한 이해찬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을 경찰에 고발했다. 원영섭 국민의힘 미디어법률단장은 이날 오전 서울 영등포경찰서를 찾아 이 전 대표 등을 허위사실 유포에 따른 명예훼손(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고발하는 고발장을 제출했다. 이 전 대표의 발언 내용을 콘텐츠로 제작해 게시한 유튜브 채널 ‘이재명은 합니다’ 운영자도 함께 고발했다.
이번 고속도로가 논란이 된 것은 지난 5월 공개된 노선안에서 종점이 변경되면서부터다. 야권에서는 국토부가 김 여사 일가의 땅이 있는 강상면으로 종점을 일부러 옮겨 특혜를 주고자 했던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양평군이 노선 협의 과정에서 3가지 노선을 제안했고, 이를 반영해 환경부 전략환경영향평가 과정에서 양서면안과 강상면안을 복수안으로 공개한 뒤 주민설명회를 개최할 예정이었다고 설명했다. 강상면안이 당초 안보다 교통량이 40%가량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는 등 교통여건 개선 효과가 크고, 한강 횡단과 상수원 보호구역, 철새도래지 통과 등 환경성에서도 유리하다고 판단됐다는 것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아직 노선이 확정되거나 착공을 시작한 단계가 아니라 타당성조사·전략환경영향평가 과정에서 사업이 중단된 것이라 지금 당장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을 것”이라면서도 “사업이 다시 추진되더라도 당초 목표였던 2031년보다 훨씬 늦은 시점에나 개통이 가능할 것이기 때문에 교통편의 개선을 기대했던 경기 하남시나 양평군 등을 비롯한 수도권 해당지역 주민들의 입장에선 아쉬운 부분이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고속도로 종점 건설이 예정됐던 강상면을 찾아 이번 의혹을 ‘게이트’로 규정하고 진상조사 의지를 드러냈다.
“진상규명” 더불어민주당 서울-양평 고속도로 특혜 의혹 진상규명 TF 소속 의원들이 6일 경기 양평군 강상면 고속도로 종점 인근 현장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세계일보
민주당 ‘서울-양평 고속도로 특혜 의혹 진상규명TF’ 소속 의원들은 이날 현장을 찾았다. 국회 국토교통위 민주당 간사인 최인호 의원은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통과된 종점 노선이 왜 전략환경영향평가에서 바뀌었는지 과정에 대해 많은 국민들이 의혹을 갖고 있다”며 “어떤 과정을 거쳤기에 전혀 상식적이지도 않고 선례 없는 게이트성 의혹이 제기됐는지 끝까지 추적할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 동영상: '김 여사 일가' 고속도로 특혜 공방..."거짓 의혹" vs "이권 카르텔" / YTN (Dailymotion)
김의겸 의원은 “만일 이 의문들이 모두 사실이라면 이건 단군 이래 최악의 이권 카르텔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고속도로 건설 계획은 제기된 특혜 의혹 속에 백지화됐지만 민주당은 당 차원 조사를 넘어 국정조사 및 수사 필요성을 주장 중이다.
원희룡 “가짜뉴스로 악마화 시도”… 野 “최악 카르텔·국조 추진” [양평 고속道 사업 전면 백지화]© 제공: 세계일보
◆서울-양평 고속도로 특혜 의혹은?
원래 이 고속도로는 서울 송파구 오금동에서 경기 양평군 강상면을 연결하는 도로로 총 연장 27㎞로 예정됐었다. 주말이면 극심한 교통정체를 빚는 경기 양평의 교통난을 해결하기 위해 2008년 경기도 등이 처음 제안한 뒤 2017년 국토교통부의 고속도로 5개년 계획에 반영됐다. 2021년 당시 종점은 양평군 양서면으로 기획재정부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했다. 윤석열정부 취임 이후인 2023년 5월8일 발표된 변경 노선안(29㎞)이 김건희 여사 일가의 선산이 있는 양평군 강상면으로 나오면서 민주당에서는 특혜가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KBS는 이날 김 여사 일가가 이 인근에 실제 보유한 땅이 재산공개 때(12개 필지)보다 더 많은 29개 필지라고 보도했다.
◆양평군민들 “정치권 싸움에 희생양” 반발
“양평 군민들을 우습게 보는 것이냐.”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이 전격 백지화된 6일 경기 양평군 주민들은 “지역민들 우습게 보는 처사”라며 거세게 비판했다. 이번 프로젝트는 15년간 이어진 양평군의 숙원이다. 군은 지난달 28일 예정대로 개통된 이후 청사진을 주제로 정책세미나까지 개최하며 한층 밝은 미래를 그리고 있었다.
백원국 국토교통부 제2차관이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서울~양평 고속도로에 대한 가짜뉴스 관련 논의를 위한 실무 당정협의회의를 마치고 고속도로 노선안을 보며 설명하고 있다. 뉴시스© 제공: 세계일보
양평읍의 한 주민은 “불신과 선동을 조장하는 부류 때문에 왜 우리들이 피해를 봐야 하는지 어처구니가 없다”면서 “예비타당성조사까지 통과된 밑그림을 완전히 없던 일로 만드는 것은 정부의 횡포”라고 날 선 반응을 보였다. 지역사회에서는 일제히 정치권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강상면에 거주하는 60대는 “군민 길들이기를 하는 건가. 그동안 행정 절차에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렸는데 기껏 일주일 만에 일을 중단시켰다”며 “비정상적이다. 당초대로 양평에 들어와야 한다”고 호소했다.
주말에 빚어지는 국도 교통지옥에서 벗어날 것을 기대했던 이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모양새다. 50대 주민은 “향후 고속도로가 열려 시골마을의 삶이 조금이나마 나아질 것으로 봤다. 노선 변경을 포함한 백지화는 그들만의 싸움에 희생양이 된 것”이라고 반발했다.
강하면 주민들 역시 “처음으로 관내에 고속도로 IC 시설이 생겨 휴일이면 꽉 막히던 도로에 숨통이 트일 거라 생각했다”면서 “지역발전을 위해 반드시 정상적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간절한 바람을 전했다.
지역의 정계에서도 답답한 노릇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한 정치인은 “주민들 간에 이견이 있다면 충분히 이해하지만 전혀 관련없는 국회의원들의 갑론을박에 휘둘려 무척 안타깝다”며 “전적으로 군민의 뜻에 따라야 한다. 애궂은 피해를 봐서는 절대 안 된다”고 말했다.
사태 파악에 분주한 양평군은 대책 마련과 대규모 군민 집회 등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군 관계자는 “고속도로 건설이 거의 눈앞에 왔었다. 정치판의 다툼으로 인한 피해가 고스란히 군민들에게 전가됐다”면서 “지금의 상황은 절대 납득할 수 없다. 지역의 활기찬 앞날을 그리는 구성원들에게 찬물을 끼얹은 격”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