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 style="text-align: left;">가을비/김해정<br><br><br>허리를 훌쩍 넘어 자라버린<br>보랏빛 꽃잎의 가지 나무<br>툴툴대는 빗방울에<br>어느 순간 여름을 밀치고<br>차가운 단비에 입술을 적신다<br><br>여름 동안 진초록 옷을 입고<br>바람의 투덕거림에 허밍을 하던<br>나뭇잎은 나풀나풀 춤을 추다가<br>소소한 걱정거리 안에서도<br>진한 고동색 가을의 낭만을 채우고<br><br>동네 어귀<br>이끼 푸릇한<br>낮은 담벼락 아래<br>옛 시절 하얀 기억에<br>속절없이 내리는 빗방울<br>그리움의 옷 촉촉이 적실 때<br><br>떠나간 여름 바람이 이별을 통보하듯<br>인생의 고독이 가져다주는<br>풍요로운 세상의 중심에 서서<br>지난날 화창했던 기억을 잊은 채<br>하늘은 가을비를 수놓는다.<br></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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