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대기 그어가며 여행갈 날들을 손꼽아 기다렸다.
마치 어릴적 소풍갈때처럼 설레는 마음이었다.
눈이 많고 춥다고 하니 털신과 기모청바지도 하나 마련했다.
어디 한번 가려면 뭐가 이리 복잡한지
코로나 시국이다보니 접종확인 등 절차가 보통 복잡한게 아니다.
피땀 흘려(?) 일하고 조금씩 모아둔 용돈을 반강제로 보태다 보니
빈털터리가 됐다.
난 어쩌지? 점심은 당분간 굶어야지 뭐.
그래도 여행간다는데 땡깡부릴 수는 없고, 개 목걸이 차고 따라 다녀야지.
선뜻 내키지 않는 이웃나라지만 대마도 이후 일본 본토의 여행은
처음이라 결정했다.
이번에도 머슴 3명과 마님 3명이 출동했다.
첫쨋날 광주에서 새벽 4시에 출발해서 인천공항에 도착하니 수많은
여행객들로 인산인해였다. 여기에 우리도 동조했으니 할말 없다.
3시간정도 비행해서 치토세 공항에 도착했다.
투어버스를 타고 비에이 숙소로 향했다.
눈의 도시답게 가는 길에 눈이 엉청나게 많이 쌓여 있었다.
숙소로 가고 있는 중에도 눈이 펑펑 내렸다.
평소에 워낙 눈이 많이 오는 지역이라 비교적 제설작업을 잘 해놓았지만
2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를 3시간 만에 도착했다.
도착하자마자 저녁식사 가능 시간이 1시간 밖에 남아 있지 않아 곧바로
식당으로 향했다. 넓은 식당에는 먼저 온 관광객들이 이미 식사중이었고
우리는 시간에 쫓겨서 음식을 한번에 몽땅 가져왔다.
늦은 시간이라 배도 고프고 새로운 일본 음식들을 맛보기도 했다.
그중 번데기 같은 시오빵이 맛있었다.
식사 후 온천욕장으로 갔다. 야외 온천탕도 있고, 눈이 쌓인 바깥 풍경은
장관이었다. 깊은 산속, 그림같은 풍경의 온천은 시간이 멈추고 있듯
무릉도원이 따로 없는 듯했다. 피로도 풀리고 여유롭다.
온천 경험 중 특이한 점은 남탕 관리를 여자분이 아무렇지 않게 하고 있다는
것이다.
노천탕에서 사진 한 장이라도 남겼으면 좋았을텐데.....
숙소에서 가볍게 맥주 한잔씩 하고 첫날밤을 살며시 보냈다.
이틀째 아침이 밝았다.
밖에 눈이 있어서인지 빨리 날이 밝은 느낌이다.
아오이이케호수는 온통 눈으로 덮여 있어 호수 같아 보이지 않았다.
조금 아래로 내려와 흘러내리는 폭포수가 마치 하얀 수염과 같다 하여
붙여진 흰수염폭포는 용암분출을 따라 내려오는 하얀 폭포수가 수염처럼 갈라져 석회암이 녹아든 푸른빛의 강물과 만나 신비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이어서 후라노로 이동하여 닝구르테라스에 오니 요정들이 살아 숨쉬는 듯한
통나무집에 전설의 공예품들이 있는 카페와 엉청나게 쌓인 눈 터널속에서
금방이라도 작은 요정들이 튀어나올 듯 했다.
드넓은 눈길을 헤치고 삿포로에 도착했는데 저녁식사 시간이 되었다.
자유식이라 인터넷을 통해 알아보고 가이드의 조언을 받아 일행 한명을 더해
그곳을 찾았다. 찬바람 속에서 사람들이 줄을 서 있는데 2시간 정도 기다리면
보통이라고 해서 합류했는데, 한국 사람들이 많고 줄의 길이로 보아 1시간이면 들어갈 수 있겠다 싶었는데 무려 3시간이나 기다렸다.(두사람이 다른 매장에도 가보고 왔었다)
이곳의 양고기요리는 1930년경 홋가이도 지방에서 시작되었는데 몽골 기마민족의 식량인 양고기를 징기즈칸의 투구모양을 연상케하는 불판이에 구워먹으면서 ‘징기즈칸’이라고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누린 냄새도 나지 않고, 하지만 양이 많지 않아 각 1인분씩 추가했는데 양파와 대파를 함께 구워주고, 밥과 김치를 맛있게 먹었다.
삿포로의 명물이라는 이유가 있을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행의 하이라이트는 먹는 즐거움이라는데 2차는 포기할 수 없어 다루마에서
정종과 간단한 회와 꼬치구이로 마무리했다.
세쨋날은 호텔식으로 아침을 먹고 도야로 향했다.
화산이 분출하여 생긴 칼데라호에 다시 한번 화산이 분출하여 도너츠모양으로
만들어진 호수인데 설산과 호수의 조화가 아름답고 신비스런 자연의 풍광을
연출해 냈다. 멀리 보이는 산에는 마치 하얀 설탕을 부어 놓은 듯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조금 이동해서 지금도 화산 연기가 매케한 유황냄새를 내뿜고 있는 쇼와신산에 도착했다.
1943년에 지진에 의해 지각변동으로 일대가 융기하여 새로 생겨난 산이라고 했다.
산봉우리 둘레로 수증기가 계속 올라오고 있어 마치 시골에서 두엄을 쌓아 놓으면 그 속에서 열에 의해 수증기가 올라오는 것 같았다.
정말 신기하고 처음 보는 광경이었다.
산 아래쪽 언덕에 눈이 많이 쌓여 썰매장처럼 만들어진 곳이 있었다.
면세점 비닐을 이어받아 비닐썰매를 탓는데 내가 내려오는 속도가 너무 빨라
내려오는걸 사진 찍느라 보지 못한 친구 와이프를 덮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다행히 크게 다치지 않아 친구에게 맞아 죽는 일은 생기지 않았다.
주차장옆에서 점심을 먹고 오타루로 향했다.
현대적인 건물들과 엔티크한 건물들이 도심 풍경을 예쁘고 멋지게 보이게했다.
연인의 도시라는 오타루는 러브레터 영화촬영지이기도 하고 아담하고 깔끔한
도시풍경이 유럽의 베네치아를 연상케 했다.
오타루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오르골에 도착하자
아치형 건물이 인상적이었고 입구에 증기 시계탑이 눈길을 사로 잡았다.
멋지고 예쁜 오르골들이 정말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로 많이 진열되어 있어서
동심으로 돌아온 듯 했다. 인파들 속에서 한바퀴 돌고 나니 큰 감흥은 내려
놓은 듯했다. 거리를 지나는 길에 아이스크림 하나씩 먹고 오징어도 하나...
운하 주변을 잘 보존하여 멋진 모습을 연출해 놓았는데 야경을 보지 못해 아쉬웠다.
저녁에 다시 삿포로에 돌아와 저녁식사 장소에 도착했다.
대게와 함께 소고기, 돼지고기를 같이 먹을 수 있는 샤브샤브였다.
술만 제외하고 60분 동안 무한리필이 가능해서 오랜만에 대게를 실컷 뜯느라
이빨 빠질뻔했다.
저녁식사를 마치고 오도리공원 눈축제를 구경했다. 많은 인파들로 넘쳤는데
기대했던 만큼은 아니었다.
네쨋날 아침을 먹고 공항가는 길에 북해도 신전에 들렸다.
우리에겐 별 관심이 없었지만 오래된 삼나무와 고목으로 정돈된 정원과
길 양옆으로 쌍아둔 눈으로 눈싸움도 한번하고, 모찌 사러간 두사람을 기다리느라 시간이 좀 지체됐다.
공항에 도착해 비행기에 올라 밤이 되어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공항에서 저녁을 먹고 짧은 여정을 마무리 했다.
조금의 아쉬움도 남기고, 어디든 갈 수 있을 때 또 가자는 명언을 남기며
새로운 여행지를 머릿속에 남겼다.
삿포로는 짧은 여정이었지만 겨울의 진수를 맛볼 수 있는 곳이었다.
귀찮은 눈으로 관광상품을 만든 이들이 한편 부럽기도 했다.
평생 한번 볼까 말까한 눈의 풍경에 감탄이 절로 났다.
버섯처럼 나무를 붙들고 있는 눈들이 놀라운 대자연 속에서 만들어내 풍경은
추억으로 오랫동안 못 잊을 것 같다.
신기한 세상,
바람을 온몸으로 맞은 고단한 몸뚱이를 안아줄 따뜻한 집으로 향합니다.
오늘 우리가 무사하게 함께함을 축복하며...
“오겡끼 데스까?”
첫댓글 하하님들 안녕하십니까?
봄을 알리는 산수유와 매화꽃이 피기 시작했네요.
그동안 편지 알림 수고 많으신 숙자님 감사합니다.
하하의 새로운 움툼이 향긋합니다.
반갑습니다.
myfrend님.
가와바타 야스나리 설국의 첫 문장이 생각 나네요.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눈의 고장이었다.밤의 밑바닥이 하얘졌다.
정말 가보고 싶은 삿포로 여행~
myfrend님의 여행 후기 감사합니다.
어디든 갈 수 있을 때 또 가자!도
명언 이시구요.
오뎅끼 데스까?
러브레터 영화의 마지막 장면~^
다시 보고싶게 만듭니다.
myfrend님의 겨울여행 이야기 감사합니다~ 하얀 설국. 떠나면 좋고 돌아오면
더욱 좋은 여행. 가고싶네요^^
글을 통해 雪의 고장을 眼으로 그려봅니다.
북해도의 유명한 음식을 음미합니다.
부부동반으로 행복하고 즐거운 여행하셨네요.
축복입니다.
예쁜 지명의 '삿포로'.
남겨놨습니다. my frend 님 여행기 읽으니
바로 가고 싶네요.
하하특별기행 위원회!!
계획 세워야겠습니다.
눈雪으로 관광 상품
삿포로 가고싶은 충동,, 재밌습니다. 특별기행 ?
언제 발족합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