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복이 엄마가 바람난 동거남을 찾아
헤매고 다니느라
그 집구석은 들고 난 집 같고
본인 꼬락서니도 귀신형상을 방불케 하고 있다
집에 남은 오누이 둘은
밥을 먹는지 학교를 가는지 걱정 하긴 커녕
날 버리고
젊은 여자 품으로 날아간 남자 도로 데려 오려고
하루 한 번씩 택시 대절해서 옆 지역에 사는 남자를 찾아갔다
그 망할 놈은
염치도 없는 아주 표리부동한 놈이다
누굴 약 올리는 것도 아니고
바로 옆 20분 거리에 있는 작은 마을에 혼자 사는 여자 집으로
냉큼 보금자리를 옮겨 앉다니 말이다
영복이 엄마
나이는 50초반
일찍 홀로 되어 두 아이 키우며
나물장사와 노가다로 억척같이 살았는데
사십 중반에
오가다 만난 노총각과 눈이 맞은 게 이사단의 시작이다
과부와
노총각의 만남
상상만 해도
그 불길에 화상이라도 입을까 겁난다 암!
퉁퉁하고 시커멓고 중키에서 아깝게 살짝 빠져
결과적으론 작달막해 보이던 사내
일 년 정도는
몸 정으로 머물렀던 사내
다음 해부터는
제 몸 거둬주는 맛에 머물렀던 사내
혼자서 먹니 굶니 궁상으로 살던 생각하니 나갈 생각 없으렷다
삼 년 되던 해
그새 땟국을 홀딱 벗은 사내는
꼴에 사내라고 허풍과 배짱이 늘고 변죽 넉살이 도가 지나쳐 갔다
사고무친 인생이
사내가 되고부터는
늘 아쉽고 귀하고 허기지던 육욕을
물고 빨고 맛보고 뜯고 맘껏 해봤으니 슬슬 진력이 나던 차
그제야 눈꺼풀이 벗겨져
지금껏 탐하던 여자의 행색에 눈이 갔다
여자는 나이도 많고
그간의 노동으로
뼈는 대나무같이 단단하나
뼈를 감싸고 있는 살결은 차마 여자의 살결이라 할 수 없이 거칠고 흉했다
여자야 말로
땡볕아래 종일 미나리꽝에서
미나리 뽑아 장에 나가서 팔고 오가느라
원수 놈의 햇볕에게
보들보들 매끈한 지방질은 다 빼앗기고
시퍼런 심줄만 도드라진 뱀 껍질 같은 살 거죽만 붙어있는
꼴이나
그런 자신은 전혀 돌보지 않고
부끄러워하지도 않은 무심한 천성의 소유자인 것이다
사내,
그간 먹여주고 거둬 주고
밤에는
종일 미나리 임 이고 걷느라 녹초가 된 몸까지 살뜰히
내 줬는데
이제 욕정을 맘껏 채운 사내는
이도 저도 다 싫고 역정만 난다
궁리 끝에
옆 지역으로 드나들며
젊기도 하고 아직 노동으로 육신이 덜 상한
토실한 육체로 옮겨 앉은 것이다
아주 쉽고 가뿐하게..
영복이 엄마의
탄식과 저주 분노와 허탈은
보는 우리를 애타게 했고
우리 모두를 저주와 증오에 동참케 했다
영복이 엄마는
미나리 장사고 뭐고 다 집어 치우고
낮엔 우리들이 노는 화투 방에 와서
미친 듯이 장사밑천을 쓰기 시작했다
자신의 몸에는 사시사철 몸 빼와
늘어진 티 쪼가리
싸구려 블라우스 하나 걸치면서
사내 손가락엔
굵은 금반지 끼워 줬다고 자랑하던
그때 그 도화색 돌던 그녀의 눈웃음은 먼 옛날 이야기 같았다
낮엔
어찌 어찌 우리들의 위로와
동참하는 의미의 악담과 저주로 마음을 잡는가 싶다가
밤이 되어 우리와 헤어지면
어김없이 택시를 불러 타고
사내가 얹혀사는 여자 집으로 찾아 가는 것이다
가본들 뭐 하는가
둘이 합세해서 때리니 맞고
대들다가 맞고
파출소에 신고해봐도
할 일 없는 것들의 치정싸움이라 순경들도 귀찮아하니
딱 미치기 일보라
남의 일이라 무심한 이웃들
언젠가부터
나조차도 그 사내처럼
그녀를 세심히 보고 있다
철수세미 같이
거칠게 엉킨 머리칼
살이 쪽 빠져 길게 내려온 얼굴
코도 길고 눈은 코까지 처졌고
입은 늙은 말처럼 앞으로 내밀어져
연신 가쁜 숨을 쉬고 있다
늘어진 티 쪼가리 위로 납작한 젖가슴
새까맣게 그을린 뼈만 남은 긴 팔
더위로
무릎까지 걷어 올라간 몸빼 밖으로 나온
불에 그슬린 개다리 마냥 길고 검은 앙상한 다리와 납작한 허벅지
저 여자에게
어느 사내가 입맞춤할까?
저 입
저 가슴
저 뼈만 남은 거친 육체 어느 곳에 사랑을
느끼게 하라고
어떻게 저 육체를 보고
사랑이 돌아오리라 생각할까?
너무도 소용없는 짓거리를 ...
왜 저렇게 죽을 만큼
악을 써대고 괴로움과 고통에 몸부림쳐대는가
내가 사내라도
절대 돌아오지 않을 것 같다
나를 버리고 떠난 내 남편이란 작자도
지금 내가 보고 있는 눈길로 나를 봤을 것이다
여성적 성적 매력이
벼룩이 간만큼도 남아 있지 않아
평생 보고 싶기는커녕
곁에 지나다니는 것조차 싫다고 하던 작자였으니 말이다
저것도 여자라고!
너 같은 것도 여자라고!
단지 여자가 싫다는 마음만으로 저런 말을
여과 이 마구 내뱉던 작자 남편이란 작자
지금
이 근처에 사는 데
확! 성질대로 퍼붓고
한 대 쥐어박고 싶지만 참는다
내 글감으로 두고두고 우려먹으니
그걸로 복수는 다 하고도 남았다
....
영복이 엄마는 죽었다
비가
찌질, 찌질, 오던 날 저녁
두 남녀 살 던 집 문 앞에서
겁박용으로 가져간 농약을
그날 내리는 빗줄기 마냥 찔끔찔끔 마셔대다가
엎어졌는데
이미 만정이 떨어진 사내는
그 꼴도 보기 싫어 경찰에 신고해서
싣고 가게 했다는 소문이다
영복이 엄마는
삼일 만에 병원에서 숨졌다
죽기 이틀 전에 영복이 더러
미나리 외상 준 식당 몇 군데 유언했다는데
곁에서 들은 그 파렴치한 사내놈
바로 식당들에 가서 외상값 받아 갔다는
후문까지 ..
인생이 후지면
사랑도 후질까?
사랑은
멋진 외모를 지닌 사람들만의 전유물인가
사랑
예찬론자들의 스토리들은
모두가 아름답고
서글프고 아쉽고 애잔한 그리움으로
평생을 풀어먹고 뜯어 먹고 삶아먹고
종내는 뼈까지 다 먹어 버리던데 ..
휴!...
비천한 인간들이 하고 난 사랑 부스러기들은
들과 산에 뿌려져
날아 다니거나 땅에 떨어져 썩어
나무나 풀의 거름으로나마 쓰인다면 그나마 ....
첫댓글 영복 엄니가 결국 저리 돌아가셨군여,,,
본시 본인 것은 아니었으니 굴러왔다 굴러간 넘 원망한 들,,,죽기는 왜 죽어!! ㅡ.,ㅡ
양심적이니까 죽음을 택하죠ᆢ
양심이 없는 인간들은 잘 살아가요ᆢ잘^^
나도 비슷한 생각.. 함께 사는 동안 행복했으면 된거지..ㅋ
@김그림 양심,,,의 기준이 모호 하게 와 닿아서여,,,
서류 내밀고 도장 찍고~라도 뒤 늦은 만남이 효력을 갖게 했던가,,,도 아니구
영복이 엄니가 세상을 떠났으니, 남은 오누이들은
누가 키웠을꼬..... 애들이 안됬네요....ㅠㅠ
그 놈의 사랑이란게 뭔지......
눈물이나는 그림이네요
전 선생님 글을 보다보면 그림으로 보여요ᆢ
참ᆢㅜㅜ
그 사내 곧 중풍걸리겠네요ᆢ
암ᆢ그럴거에요 전 여럿봤어요ᆢ그런사람들ᆢ
그러고도 양심쪼가리조차 없으면 바로 저승행ᆢ
귀로에서서 마지막 잘 살아야죠ᆢ
죄를 지으면 반드시 돌아오더군요ᆢ 그래야 영복이 엄마 한이 없죠ᆢ
에이씨ᆢ십장생들ㅜㅜ
개나리 십장생같은것들ᆢ
선생님 책 내실때 꼭 제가 그림그려드릴께요ᆢ
그냥 재능기부이니 부담갗지마세요^^
그림님 말씀만으로도
감사~해요 ㅎㅎ 이쁜 그림으로 보는 것 만으로도
제가 얼마나 행복 한데 뭘 또,..
@운선 진심입니다^^
전 선생님 글마다 이미 그림이 가슴속에 그려져서ᆢ금방그릴겁니다^^::
@운선 글도 좋아야 그림 삘도 받거든요ᆢ^^;;
제가 음악듣고 혼술하다가 눈물을 바가지로 흘렸네유~^^;;
정말 억지로 짜낸 글이 아니라 감동적이에요^^
@김그림 아! 어쩌나
제 어설픈 삶이 님의 가슴에 닿았다니 ..
고맙습니다
전 님의 그림에서 감동하고 내가 못 닿는 영역이라
한탄 한 적도 많았는데요 그리고 그건 당연한 것이고 제 글은... 너무 부족해서 그냥..
@운선 가슴을 울리는데요?^^
이런글이 최고아닌가요?^^
그림이든 ᆢ글이든ᆢ
전 소신있게 그리 믿고 말씀드리는거에요^^;;
@김그림 두분이 합작하면 멋진 책이 되겠네요
응원합니다~
가슴을 울리는 글들이나 그림들을 볼수있는 독자들이 많은 세상이 왔으면 좋겠어요ㅎㅎ
겉멋으로 쓴 글이 아닌ᆢ남의 시선을 생각해서 그린 그림이 아닌ᆢ그런거ᆢ^^;;
선생님 글이 많은 사람들에게 읽혀지기를 바랍니다^^
이런 인간이 널부러져 있다.. 그래도 죽기까지야.... 미천한 육정의 끝이 한심하게 끝나고.... 별 꼬락서니 같은 놈팽이에 그리 할 수밖에 없었나.... 상담과 치료가 필요한 사람들.... 영 기분이 더럽네 ㅆㅃ
그런데 말이에요ᆢ그런 나쁜 넘들이 영복이 엄마같은 순수한 여자의 삶을 끊게 만드니ᆢ안타깝죠ᆢ
상담같은건 영복이 엄마같은 여자한테는 삶의 바탕이 달랐던거죠ᆢ
사랑은 영원하지 않다는 것을 영복이 엄마는 몰랐을까요.. 정이 얼마나 깊었기에 저리 모질게.. 아님 오기로? 난 이해할수 없어요..ㅋ
ㅋᆢ영복이엄마같은 사랑을 안해보셨나봐요?^^
@김그림 난 이과생이라..ㅋ
@제이에스 그러니까요ᆢ
금성과 화성같아요ᆢ
그래서 저자는 그러잖아요
후진사람의 사랑은 후진건가? 뭐ᆢ맞나모르것네요
술마셔서리ᆢㅋ
@김그림 누가 감히 저여인의 사랑을
후지다 평할수있을지...
저여인에겐 인간쓰레기같은 저사내가
세상전부였을거에요...
영복엄마에게는 힘든 삶을 위로 받을 수 있었던 사랑이었을텐데
그 사랑의 마지막이 아프네요...
그토록.... 목숨마져 놓아버릴 정도로 사랑했으니....
다음생이 있다면...
영복 엄마는 사랑 가득한 삶으로 다시 태어 날겁니다...
진짜 인지 알 수는 없지만...
전생..이생..내생..이 다 인과응보 라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