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걸을 수 있는 아이
자꾸 업지 마시오
소반다리 되니까...
걸을 수 있는 녀석이
자꾸만 업어달라 하고
밥을 먹으면서도
무시로 엄니 젖을 찾던
막내동생에게
禁乳令을 내린 것도 아버지였다
하여 막내는
졸지에 엄니의 잔등도 잃고
젖꼭지도 잃고 말았다
한꺼번에
'소반다리'
내가 한국말을 어느 정도
알아먹을 나이가 됐으나
아버지가 쓰는 말들 중엔 도시
그 뜻을 몰라 궁금한 것이 많았지만
- 이보시오 아버지
소반다리라
그게 도대체 무슨 말씀이오?
이렇게 묻기엔 좀 버거웠었다
아버지라는 무게가...
그 뜻을 터득하는 것은
오직 나의 몫이고 시간의 몫이었다
막내가 걸음떼기를 하면서
자꾸만 넘어지면
- 괜찮다 동방삭이 될려나 보다
(그러니까 아부지 동방삭이는 또 뭐냐구)
초저녁 잠이 많은 엄니에게
아부지는 거침 없이
- 네 엄마는 소대성 귀신이 들렸나보다
했으니
그 동방삭과 소대성이가 도대체 뭔가
궁금증을 털어내는데에
아버지가 세상 떠나고
한참이나 지난 후 겨우 알아먹었다
그또한 나의 온전한 자력으로 말이지
초등생 누나의 숙제를 점검하던 아버지가
- 이게 글씨냐?
글씨가 바로 그사람의
얼굴이니라
이것은 글씨가 아니고
까마귀가 발가락으로
똥을 휘적거린 거다
이쯤은 무슨 뜻인지
나도 알아 먹을 수 있었다
누나는 울상이 되어
차마 아버지를 쳐다보지 못하고
아버지의 글씨는
어린 내가 보기에도
부러울 정도로 훌륭했다
한글이나 漢字나
얘야
사내는 언제, 어디서건 주인이 되어
살아야해
여벌같은 사람이 되면 안된다
(그런데 여벌은 또 뭐냐구?...)
그렇게 알쏭달쏭,
숙제만 남겨준 아버지는
나와 겨우 십수 년 짧은 인연을 끝으로
떠나갔다
아마도 아버지가 지금 이 글을 읽는다면
- 이놈아 너 지금 뭔 무산내처럼
중언부언 끄적이는 거냐
할 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나는 아직
아버지의 그 '무산내같은 소리'
'무산내'의 어원을
찾지 못했다
아마도 추측컨데 아버지가 읽은
책속에 혹시 '무산내' 라는
푼수 아줌니가 있었던 건 아닌지
지금같으면 당당히 물을 수 있겠는데
- 아부지 무산내가 뭐요?.
.
.
- 어라? 이놈 봐라 많이 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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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둔자배기 털털구니 범벅쿠니
검으튀튀 푸르둥둥 누리끼리
나중에야 국어사전에도 없는 말임을
알았습니다
충청도 방언도 뭣도 아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