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나기 기다린 날
소나기 온다는 일기예보 믿고
우산 챙겨 등교했는데
비는커녕 오전 내내
햇빛만 쨍쨍했다.
일기예보에 속은 게 속상해서
심드렁해 있는데
오후 되자 거짓말 같이
검은 구름 몰려와
소나기가 쏟아졌다.
하느님 아시면
벌 받을 일이지만
우산 없는 친구들은
발 동동 걱정인데
나는 쏟아지는 소나기가
기다리던 상장처럼 반가웠다.
★ 세로야, 힘내
어린이대공원에서
어린 얼룩말 세로가
엄마가 보고 싶어
탈출했다는 뉴스에
마음이 아프다
찾아가서 내가
내가 세로를
안아 주고 싶다
세로야,
응원해 줄게
네가 좋아하는
당근 많이 먹고
힘내
공원 속의 진달래
공원에 옮겨 심은 진달래
서울 온 시골 아이처럼
풀이 죽어 있다
고향인 산에서는
참나무, 소나무, 싸리나무……
친구가 많았는데
밋밋한 나무와는
어색해 목이 타나보다.
어쩌다가
죄 없이 끌려 와
낯선 도시 속 전입생이 되어
답답한 마음을
묵묵히 저렇게
새득새득 견디고 있다
지각한 매화
겨울의 깊은 잠에서 깨어나
앞 다투어 피고 있는
교실 앞 화단의
연분홍 매화
같은 땅
같은 나무에서도
함께 피지 않고
늦게 피는 꽃이 있네요
늦게 피는 그 꽃
지각을 하고도
밝게 웃는걸 보면
꽃은 지각을 해도
벌을 받지 않나 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