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두는 병원에 없다
범옥순 (마리아)
‘구두 병원’을 도로에서 본적이 있다. 구두를 찾는다. 구두가 보이지 않는다.
여기는 대학병원, 커다랗게 눈 뜰 기력이나 있겠는가,
요즘은 구두를 신고 다니는 사람을 찾아보기 어렵다. 그래도 그렇지, 구두가 보이지 않다니, 사람이 이렇게나 많은데 온전한 구두를 신은 사람이 없다. 반듯한 구두를 신고 올 수 없는 곳이긴 하다. 라운지는 100평은 넘어 보인다. 10cm 킬힐 구두에 건강한 이가 올 곳이 아니지. 정장 구두 신고 서성거릴 곳도 아니다. 대기실에 하릴없이 나는 번호표와 전광판을 확인한다. 시선은 신발 구경이다. 신발들 유심히 보니 내 오래된 신발처럼 새 신발들이 드나드는 곳이 아니다. 휠체어 환자는 붕대를 감아 일회용 신발을, 간병인은 슬리퍼를 신고 있다. 의사도 간호사도 모두 슬리퍼를 신고 있다. 느리지 않은 걸음의 의사 간호사 선생님은 종일 구두를 신고 일 하기는 힘이든가 보다.
혼자 병원에 올 수 있고, 119도 아니고, 누구의 부축 없이 왔으니 감사하다.
시간이 지나면 나을 골절, 함께 오래 같이 갈 병환도 이쯤에서 감사하다.
반듯한 새 구두를 신는다는 것은 잔칫날 이었다는 생각을 한다. 건강해야 잔치에 갈 것이니 축복이었구나, 날마다 일상이 축제이듯 낡은 구두도 윤나게 닦아 신는 게 축복인 것을 놓치고 살았다.
오빠의 혼배에 여동생은 사돈댁에 걸맞은 구두를 사기 위해 백화점을 배회한다. 즐거움 보다 가성비였다. 또 다른 오빠는 말한다. 시간 낭비이니 명품 ㅍ을 사고 장학금 받으면 된단다. 다르지만 틀린 말이 아니다, 시간과 돈, 발의 건강이 구두 선택을 좌우한다. ‘예의’를 구두로 대변할지도 모른다. 수년을 신은 신발도 있고, 몇 번 신지 않은 소장용 신발도 있다. 구두가 표출해 내는 게 몇 가지나 될지 가늠해 본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300 켤레 주인은 분토된 지 오래되었다 . 그녀도 구두를 결정하고 치마, 바지를 선택 했을까?
시각의 변화에 치마와 넥타이에도 어울리는 운동화가 대세이다. 구두를 보면 얼굴만큼 다양 하며 그 사람의 손을 보듯 삶이 조금씩 보인다. 전부를 알아차릴 순 없지만 나의 신발부터 유심히 볼 일 이다.
나는 인색한 사람이다. 다양한 신발이 없다. 하이브리드(hybrid)로 해결 한다. 그래도 충분하다. 걸을 수 있어 충분하다. 이미 뛸 수 없음에 이르렀다.
수선해 신을 신발을 자동차에 오랫동안 두는 내 분망함을 본다. 신지 않은 구두를 어떻게든 내 손으로 치울 일이다.
상표 붙은 새 등산화가 헌 구두들 틈에 대문 앞에 쌓여 있었다.
정원이 좁지 않은 잔디가 넓은 그 댁은 장례 치룬 후다. 무상을 볼 수 있었다.
첫댓글 공교롭게 '구두'에 대해서 입니다.
구두를 , 소재로 ㅡ 입니다
빈센트 반고흐 구두 수업을 하고
구두에 단상을 써봤네요.
상표붙은 새 등산화는 팩트입니다.
맞습니다. 요즘 어느 의상에나 운동화가 대세입니다. 종류별로 아주 다양하구요. 구두보다 더 멋스러워 보여요. 편하기도 건강상에도 좋지요
재미가 있는 글입니다
구두에 대해 이런 생각을 하시다니
훌륭하시네요
구두 저는 가끔만 신어요
신발장에 늘어나는 신발의 종류는 단연 운동화입니다
학창시절, 끈 달린 까만 구두. 처녀 적 뒷굽 펌프스? 주황빛 가까운 빨간 단화 구두가 기억납니다. 예뻤어요. 그 외에는 싸구러 시장 구두. 뒷축이 보존안되는..키가 작으니 다리 아퍼도 조금 굽 높은 거 신는데.
세상에...하하님들 운동화 굽이 다 높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