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처녀의 맞선 [24]
점점 부풀어오르는 배 때문에 가끔은 숨쉬기조차도 힘들다.
엄마말로는 너무 많이 쳐먹은 탓이라한다.
내가 뭘 많이 먹었다는건지..
겨우 한끼에 밥두공기에 누룽지 한그릇을 먹었을뿐인데...
그리고 간식으로 새우깡한봉다리랑 치킨한마리
그리고 피자한판정도를 먹었을뿐인데...
"세쌍둥이냐?"
"엄마는... 아이를 위해 일부러 배를 부풀려준걸 가지고..."
'어쩜 저리 말빨도 좋은쥐...'
새록새록 나에 대해 매력을 느낀다.
그래도 그렇지... 세쌍둥이라니...변태고추소녀야! 미얀...
사랑하는 딸륑이 오랜만에 데이트를 하자한다.
아마도 배가 더 불러오면 힘들 것 같아 그런 것 같다.
오늘은 그이를 위해 멋지게 한번 놀아주리라...
고추소녀! 홧팅!!!!
차에 올라타는데 차가 푹 꺼져버린다.
요새 차는 당최 힘알테기가 없어서 큰일이다.
안전벨트를 매주려던 그의 손이 파릇파릇 떨린다.
남산만한 내 배가 양껏 부끄러블따름이다.
그와 함께 패밀리 레스토랑에 갔다.
스테이크라고 시켜놓은 것이 딸랑 고기한덩어리뿐이다.
칼질을 세 번하고나니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린다.
줴길...
그가 자신의 고기를 나의 접시에 올려놓는다.
접시에 올려진 고기를 다시 그의 접시에 올려놓았다.
"난 됐어요... 당신 많이 먹어요"
"아냐!아냐!..우리 이쁜아가 배고프면 내가 맘이 아프잖아.."
"아냐아냐! 난 당신이 배고프면 더 맘이 아픈걸.."
지나가던 웨이터가 힐끔 쳐다보더니 화장실쪽으로 급하게 달려간다.
알 수 없는 녀석이다. 곱게 늙을것이지...
손님들앞에서 오두방정 뜀박질이라니...
갑자기 그가 그윽한 눈으로 나를 쳐다본다.
아씨.. 양껏 부끄럽다.
'왜 그럴까? 혹시 여기서? 안돼!안돼!'
그가 점점 가까이 다가온다.
'아씨.. 부끄러워...그렇지만 당신이 정 원한다면..... 자아.. 우~~~'
그가 냅킨으로 내 주둥이를 사정없이 문질러댄다.
"소스가 묻었어. 이쁜 당신얼굴에 그런 발찍한 것이 묻으면 안돼지.."
"어머! 당신도...."
볼에 잔뜩 힘을 주어 얼굴을 붉혔다.
"당신 알아?"
"뭘요?"
"당신... 그 빨갛게 물든 볼을 보면 콱 깨물어주고 싶은거... "
"호호호.. 당신두..."
'혹시.. 진짜로 콱 깨무는거 아냐?'
뜀박질하던 웨이터가 눈물을 글썽이며 우리를 쳐다본다.
도대체 저자쉭은 왜 저러지?
"여그요잉? 좀 치워주쇼.."
그가 사투리를 맛깔스럽게 구사하며 웨이터를 부른다.
어쩜 사투리도 저렇게 깜찍하게 쓰는지...
우리 남편처럼 사투리 잘쓰는 남자있음 나와봐...
어라? 있다구? 이리와.. 똥꼬를 콱 막아버릴테다...
"네.. 손님.. 후식은?"
"자기는 뭐 먹을꺼야? 당신한테 딱 어울리게 달콤한 아이스크림으로 먹어"
"그럴께요.."
주문을 받은 웨이트는 울먹거리며 주방으로 뛰쳐간다.
쪼다새끼...
아이스크림과 커피를 내려놓는 쪼다웨이터의 손이 파르를 떨린다.
저자식! 수전증 아냐?
"쟈가! 채하지않게 조심히 먹어...우리아가도 많이 먹어..."
웨이터는 더 이상의 표정도 제스쳐도 없다.
단지 이를 부드득갈며 고추소녀가 들어있는 내 배를 힐끔 쬐려보고 갈뿐...
"자갸자갸! 웨이터가 우리 아가를 노려봤쪄..."
"그래? 저 자식이?"
"아냐아냐! 아마도 우리 사랑을 질투했나봐.. 우리가 참자..."
그는 당장이라도 쪼다웨이터의 멱살이라도 잡을듯한 기세더니 이내 소파로 고꾸라져버린다.
소심하긴.....
쪼다웨이터를 뒤로한채 우리는 레스토랑을 나왔다.
웨이터는 "안녕히가십쇼"를 크게 외치며 십년묵은 체증이라도 내려간 것 마냥 여유있는 미소를 띄우며 우리를 배웅했다.
'짜쉭... 팁이라도 주고올 껄...'
그와 팔짱을 끼고 시내를 활보했다.
그는 마냥 행복한표정을 짓고 있다가도 누군가 나의 어깨를 칠라치면
"조심하세요!"
라며 길거리에 대고 한마디를 뱉고나서는
"자기가 너무 약해서 내가 걱정이 돼! 업어줄까?"
라며 울먹거리곤 했다.
70kg를 육박하는 나의 몸매를 보고는...지나가던 10대 깻잎머리 소년들은 우리를 더러운똥 쳐다보듯이 힐끔 쳐다보고는 멀찌감치 거리를 두고 우리를 비켜갔다.
'아무래도 우리사이를 질투하나보다.'
그와 시내를 활보하며 신혼의 기쁨에 양껏 빠져들 쯔음..
그의 친구들에게서 전화가 왔다.
모처럼만에 부부동반으로 만나자며 우리부부를 불러냈다.
우린 친구부부들이 모여있는 호프집으로 향했다.
그곳엔 올해 22살 먹은 처녀와 결혼한다던 K씨가 자신의 여자친구옆에 꼭 붙어서는 싱글벙글 지랄생쑈를 하고 있다.
그에 뒤질 우리가 절대로 아니다.
의자를 꺼내주며
"조심히 앉아! 아기 놀라지않게"
라는 말이 끝나기도 전에 친구들의 똥씹은 표정이란.....
맥주를 마시고 있는지라 혼자서 안주발을 세우며 그들의 얘기를 듣고 있었다.
"우리 자갸 심심하지 않아? 우리 이쁜아기 때문에 술도 못먹고..."
"괜찮아요.. 우리 아가를 위해서라면...이정도쯤이야.."
친구들은 갑자기 맥주잔을 들더니 원샷노브레이크로 잔을 말끔히 비워버렸다.
"여보! 우리가 뭐 잘못한거에요?"
"아냐아냐... 신경쓰지마...근데 자기 피곤하지 않아?"
"아뇨! 괜찮아요.. 당신하고 함께 있는데..."
22살의 앳된 처녀는 잔뜩 겁먹은 표정으로 우리를 쳐다봤다.
"근데 K씨는 어떻게 이렇게 이쁜 아가씨를 만났어요?"
"헤헤... 어떻게 인연이 닿으니까 그렇게 됐어요..제수씨도 이쁜데요 뭐.."
"그렇지? 우리 와이프가 이쁘긴 하지...내가 보자마자 뻑 갔다는거 아니냐?"
"어머! 당신도...."
친구들은 더 이상 말이 없었다.
화장실을 가려고 일어서자 그도 따라 일어섰다.
"왜요?"
"혹시나 당신 길잃어버릴까봐... 내가 같이가줄게... "
쭈~욱 내숭만 까고 있던 22살의 앳된 처녀는 더 이상 참을수 없었던지 술을 벌컥벌컥 마시기 시작했다.
그와 화장실을 다녀온 후..
22살의 앳된 처녀는 K씨의 품에 안겨 고이 잠들어 있었다.
"자갸! 우리도 일어나자...자기 피곤해서 안되겠다."
"괜찮은데..."
"아냐! 자기도 피곤하고 이쁜아가도 피곤하고..내가 집에가서 안마해줄게.. 가자.."
"그럼... 먼저 일어날께요...재밌게들 노세요.. 담에 또 뵈요.."
"우리 간다.. 담에 또 보자.."
"됐어! 다음에는 나오지마...아! 저자식.... 얼른꺼져..."
"어머! L씨! 꺼지라뇨? 애 아빠한테..그러시면 안돼죠? 당신 괜찮아요?"
"괜찮아! 잘했어.. 우리간다...적당히 먹고 들어가라..재수씨들도 조심히 들어가세요.."
그들을 뒤로 한 채 우리는 호프집을 유유히 빠져나왔다.
왠지 모를 야유와 비아냥거림이 우리의 뒷통수를 후려칠뿐..
우리는 무사히 집으로 돌아왔다.
"당신 피곤했쥐이? 얼른 누워...내가 안마해줄게..."
"당신두 괜찮아요.."
"싫어싫어.. 이쁜자갸 안마해줄꺼야.."
"당신두... 오늘따라 유난스레..."
"싫어? 난 자갸한테 애교있는 남편이 되고 싶어....자갸한테 사랑받고 싶어... 사랑해줘.... 징징징..."
"당신두... 느끼했쓰으..."
사랑받고 싶다는 그를 가슴팍에 꼭 안아주었다.
사랑하는 마음을 듬뿍 담아 꼬~옥 안아줬을뿐인데...
그는 어느새 고른숨을 쉬며 기절해있었다.
아내를 위해 어설픈 애교를 부리며 친구들한테까지 몹쓸놈소리를 듣던..
어쩜 친구들과의 인연이 끊길지도 모르는 위급한 상황에서도 아내를 위해 애쓰는 그이가 오늘따라 유독 사랑스러워보인다.
기절해있는 그를 향해 이렇게 외쳤다.
"싸랑해.... 자갸자갸 사랑해..자갸자갸.. 나도 진짜진짜 사랑해.."
꼬끼오~~~~ 꼬꼬꼬....
..
-계속...-
25편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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