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명상길에 만난 세상은 온통 분홍입니다. 벚꽃이 휘날려 쌓인 길 가장자리와 논과 밭이 분홍, 분홍, 분홍하네요.
와온바다는 물결로 일렁이고 벚꽃의 연둣빛 나뭇잎들은 바람에 살랑살랑입니다.
은행나무의 잎들도 아가들의 조막만한 손 만큼 자라서 '나도 은행잎이야' 하는군요.
하늘은 낮게 내려옵니다.
걷기 명상길에 줄 풀린 개 한 마리를 만납니다.
태율이는 혼비백산하여 개를 피하러 다니다가 옷이 다 젖고 개를 무서워하는 동무들은 꼼짝도 못한 채 어찌할 바를 모릅니다.
다행히 그 개는 순한 듯 후마의 손짓에 따라 왔다갔다 합니다. 태율이는 신난다집에 가서 옷을 갈아입고 왔네요.
개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는 나도 많이 놀랬습니다.
'어린 나' 에게, 태율이에게, 다른 동무들에게도 괜찮다고 빛 보냅니다.
아침 열기 후 천지인은 애슐리와 영어시간, 5.6학년은 후마와 수학시간, 4학년은 신난다와 수와 셈, 1.2.3학년은 민들레와 형태그리기입니다.
둥글게 모여 서서 콩주머니를 옆 친구에게 건넵니다.
"내 손 친구 손, 내 손 친구 손......" 여섯 개의 콩주머니가 돕니다. 오늘은 열다섯 바퀴에 도전합니다. 서너 번의 시도 끝에 성공!
짝! 짝! 짝!
밥모심 시간입니다.
오늘은 나의 조상님과 함께 밥모심을 합니다. 내가 여기에 있기까지는 엄마, 아빠, 할머니, 할아버지, 그 위의 할머니, 할아버지, 그 위의 할머니, 할아버지.......
수많은 조상들이 잘 살아줘서 내가 여기에 있습니다.
그 분들과 함께 '밥 한알에 깃들어 있는 우주'를 모셔봅니다. 색과 향도 보고 맡으며, 공손히 천천히 꼭꼭 씹어봅니다.
고맙습니다.
오후 수업입니다.
전남매일신문사에서 배움터 이야기를 듣고 싶어 기자분들이 오셨네요.
수업하는 모습들을 보고 가셨네요.
수업은 천지인은 우림과 우주이야기, 4.5.6학년은 고슴도치와 수공예, 1.2.3학년은 힘껏 놀기입니다.
힘껏 놀기하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봅니다.
잡기놀이, 끈으로 동무들 끌어당기기, 그림 그리기, 숨겨 논 물건 찾기, 나무젓가락 들고 따라다니기.
그리고 소꿉놀이입니다.
하늬가 엄마입니다. 아이들은 남자 4명.
하늬엄마가 외출하고 돌아와서 하는 말.
"애들아 뭐해?'
아들 준이 왈 "라면 먹어요."
나 어렸을 때 동무들과 소꿉놀이 했던 기억이 떠오르네요.
그렇게 잘 놀다가 한 동무가 울고......
잠시 쉬어갑니다. 그렇게 함께 어울려 노네요.
마무리를 하고 초등동무들은 집으로 돌아가고 일꾼들은 하루 마무리명상을 합니다.
빛나는 얼굴이 보입니다.
사랑어린마을인생학교 동무들과 순례 중인데 몇 가지 일을 처리해야 되어 잠시 왔다가 이번 주 흙날 다시 순례에 합류한다고 합니다.
얼굴이 밝고 건강해 보입니다.
순례단에게 사랑어린 빛 보냅니다.
이어서 배움지기.일꾼도 학교 순례 이야기를 합니다. 매주 한 번은 만나서 순례에 대한 이야기와 공부를 해 보자 하였지요.
그리고 늦은 저녁에는 관옥나무수도원 도서관에서 '피가레'공연도 펼쳐지겠네요.
지금. 여기에서 자유롭기를.
오늘 하루 마무리합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