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복 선언
지금부터는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가르쳐 주신 여덟 개의 참된 행복, 곧 행복 선언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마태오복음서를 보면 “회개하여라. 하늘 나라가 가까이 왔다.”(마태 4,17) 그리고 병마에 시달리는 사람을 고쳐주신 다음(4,23-25 참조), 산으로 올라가 제자들에게 산상설교를 하십니다.(5-7장 참조) 그 설교의 첫째 내용이 행복 선언입니다.(5,3-12 참조)
행복 선언이 ‘행복하여라’ 또는 ‘복되어라’로 시작되는 것은 참으로 의미가 깊습니다. 우리는 너나없이 모두 ‘복’을 좋아합니다. 그래서 새해가 되면 “복 많이 받으세요” 하고 인사하며 서로서로 복을 빌어줍니다. 또 일상에서도 ‘복이 들어온다’, ‘복이 나간다’, ‘굴러 들어온 복을 차버린다’, ‘복을 타고났다’, ‘복 터진다’, ‘참 복스럽게 생겼다’라는 말을 많이 합니다.
예전에 이름을 지을 때도 ‘복’자를 많이 넣었습니다. 복돌이, 복순이 등. 이렇게 복 받기를 간절히 원하지만 실상 그 복을 지속적으로 누리지는 못합니다. “심한 감기에서 이제 나았으니 나는 행복해”라고 말한 것이 불과 며칠 전인데 이번에는 치통 죽을 맛이고, 맑은 바람을 온 몸으로 맞으면서 “아, 행복해!”라고 말한 것이 5분 전인데, 방금 걸려온 전화 한 통으로 온통 마음이 어둡습니다. “저 회사에만 들어갈 수 있다면 정말 행복할 거야” 하다가 막상 입사한 지 며칠 지나지도 않아 힘들게 하는 상사 때문에 회사를 그만둘까 고민합니다.
“내 집만 마련할 수 있으면 그보다 더 행복한 일은 없을 거야”라고 했는데, 집을 잘못 샀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속이 시커멓게 타서 못 살 것 같습니다. 장수하는 것이 복이라 생각했는데, 아내와 자식을 차례로 저세상으로 보내면서 오래 사는 것이 복이 아니라 저주처럼 느껴집니다. 이렇게 우리가 경험하는 행복은 요동을 칩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우리에게 참행복이 무엇인지를 알려주십니다.
행복하여라,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
하늘 나라가 그들의 것이다.
행복하여라, 슬퍼하는 사람들!
그들은 위로를 받을 것이다.
행복하여라, 온유한 사람들!
그들은 위로를 받을 것이다.
행복하여라, 의로움에 주리고 목마른 사람들!
그들은 흡족해질 것이다.
행복하여라, 자비로운 사람들!
그들은 자비를 입을 것이다.
행복하여라, 마음이 깨끗한 사람들!
그들은 하느님을 볼 것이다.
행복하여라, 평화를 이루는 사람들!
그들은 하느님의 자녀라 불릴 것이다.
행복하여라, 의로움 때문에 박해를 받는 사람들!
하늘 나라가 그들의 것이다.
사람들이 나 때문에 너희를 모욕하고 박해하며, 너희를 거슬러 거짓으로 온갖 사악한 말을 하면, 너희는 행복하다. 기뻐하고 즐거워하여라. 너희가 하늘에서 받을 상이 크다. 사실 너희에 앞서 예언자들도 그렇게 박해를 받았다.(마태 5,3-12)
*** 참된 행복의 의미
우리말로 ‘행복하여라’라고 옮긴 그리스어는 ‘마카리오스’이며, 영어로는 ‘blessed’입니다. 주목할 점은 happy로 번역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Happy’는 ‘우연한 기회에 발생하다’를 의미하는 ‘happen’에서 유래한 것이고, ‘Blessed’는 하느님께서 주시는 복을 가리키는 ‘blessing’에서 유래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그리스어가 아니라 아람어를 사용하셨습니다. 아람어에서 “행복하여라”는 ‘아슈레’입니다. 이 말은 구약성경에서 45번 나오는데, 모두 “행복하여라, …한 사람(들)”으로 시작됩니다. 그 내용을 보면 크게 두 그룹으로 나눠집니다. 하나는 하느님의 백성으로서 그분께 충성을 다해 살아가는 이들을 칭찬하며 그들이 행복하다고 합니다.(시편 1,1; 32,2; 33,12 참조)
다른 하나는 고난 중에서 인내하도록 백성들을 격려하며 미래에 받을 상급을 약속하며 행복하다고 합니다.(시편 2,12; 이사 30,18; 다니 12,12 참조) 구약성경에 나오는 이 두 가지 의미가 예수님의 행복 선언에서도 발견됩니다. 주님께서는 그리스도인들이 마땅히 가져야 할 성품을 지니고 행동할 때, 당신 때문에 박해를 겪을 때, 미래에 받을 상급을 약속하시며 그들을 행복하다고 말씀하십니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여덟 개의 참된 복은 모두 하느님의 관점에서 행복하다는 말입니다. 인간이 자신이 처한 상태와 환경에 대해 스스로 복되다 또는 복되지 않다고 말하는 그런 식의 행복이 아닙니다. 이 참행복은 주님과의 관계에서 누리는 행복이요, 주님과 일치됨으로써 누리는 참행복입니다.
첫댓글 아멘. 아멘.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