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먹거리가 가장 풍성한 계절 이른 봄 먹거리 여행
꽃샘추위가 기다리는 3월에는 봄기운을 느낄만한 여행지를 찾기가 쉽지 않다.
이럴 때 미각을 돋우는 먹거리 여행은 어떨까. 3월은 특히 해산물이 풍성한 계절이다.
글 문유선 여행작가
통영시장 전경
3월은 겨울도 아니고 봄도 아니다. 벚꽃이 피고 신록이 우거지는 4월 중순 이전까지 우리나라 풍경은 사실 별 볼 것이 없다. 여행 목적지가 애매하다면 목적을 좁혀보자.
눈으로 즐기는 것을 버리고 미각에 집중하면 실패가 없다. 해산물을 좋아한다면 3월만한 계절이 또 없다. 겨울 별미로 꼽히는 생선들은 마지막 피날레를 장식하듯 절정의 맛을 낸다. 봄이 제철인 것들도 맛이 막 여물기 시작하는 시기다.
통영 도다리쑥국에 매물도 풍광 즐기기경상도를 제법 다녀 봤지만 통영 사투리는 정말 알아듣기 힘들다.
“성태 어무이를 찾아 가면 됩니더, 010-0000-XXXX로 아침나절 전화해 보소”
성게를 맛보고 싶다고 하니 멍게비빔밥으로 유명한 ‘통영 맛집’ 사장님이 서호시장에 성게를 취급하는 분을 소개시켜 준다. 아침 일찍 찾아간 서호시장에는 바다냄새가 진동했다. 할매들이 시장 한구석에서 힘들게 쭈그리고 앉아 전복을 손질하고 있었다.
시장 골목안 ‘만성복집’에서 호사스런 아침상을 받았다. 졸복국을 시키니 온갖 반찬들에 통통한 굴무침과 병어회가 올라왔다. 건너편 식당에는 시락국으로 해장을 하는 사람들이 가득하다. 시장은 활기에 넘쳤고 일본 도쿄의 츠키지 어시장 부럽지 않다.
겨울이 제철인 굴은 이동네에서는 ‘꿀’이라고 부른다. 큼지막한 석화를 만원짜리 한장이면 박스로 사먹을 수 있다. 통영 시내는 해산물 말고도 먹을것 천지다.
우동과 짜장을 섞은 ‘우짜’, 고구마를 말린 것에 팥, 강낭콩, 조, 찹쌀을 넣고 끓인 ‘빼때기죽’과 달달한 꿀빵에 충무김밥 까지 온갖 먹거리들이 기다리고 있어 입이 심심할 걱정은 없는 동네다.
봄날의 통영을 대표하는 메뉴는 도다리쑥국이다. 도다리는 원래 가을이 제철이지만 도다리쑥국은 지금부터다. 해풍을 맞고 자란 섬의 해쑥을 넣고 끓여야 하는 까닭이다. 대보름 무렵부터 먹는다.
일정이 넉넉하다면 걷기 여행 명소인 매물도까지 건너 가보자. 매물도는 소매물도의 명성에 가린 감이 없지 않지만 소매물도와는 또 다른 매력을 간직한 멋진 섬이다. 남쪽의 푸른 바다와 매물도의 풍광을 함께 즐길 수 있고, 거리도 적당해 가벼운 등산 기분도 낼 수 있다.
통영 매물도
도다리쑥국
통영명물 꿀빵
한우 산지 장흥의 삼합과 보림사 걷기 여행
홍어와 돼지고기, 묵은 김치를 함께 먹는 것이 삼합이다.
그런데 장흥에서 삼합을 시키면 전혀 다른 음식이 나온다. 한우와 키조개 관자를 표고버섯과 함께 구워먹는 것이 장흥식 삼합이다. 장흥은 전라남도에서 한우 산지로 명성을 날리던 곳이다.
장흥산 키조개는 예전에는 전량 수출되어 일반인은 구경도 못할 정도로 귀한 음식이었다. 표고버섯 역시 생산량과 품질 모두 장흥산이 이름 높다. 이것을 불판이나 숯불에 구워서 한입에 집어넣으면 고단백질의 녹진한 맛이 향긋한 표고향과 함께 입안 가득 퍼진다.
삼합과 함께 장흥을 대표하는 먹거리는 매생이와 낙지가 있다. 매생이는 전국 제일의 생산량과 품질을 자랑하며 낙지 역시 득량만에서 잡힌 것을 알아준다. 넓은 갯벌이 있어 꼬막, 바지락 등 온갖 조개류가 풍성하다.
여행지에서 잘 먹으려면 일단 많이 걷자. 해발 510m의 가지산 깊은 산자락에 있는 장흥 보림사는 ‘보물숲’이라는 이름답게 사찰 경내에는 국보로 지정된 석탑과 석등, 철조비로자나불좌상, 보물로 지정된 동부도, 서부도, 보조선사 창성탑 및 창성탑비 등이 있다. 보림사 뒤편에는 400년생 비자나무 600여 그루가 군락을 형성하고 있는 비자림이 있다.
장흥 삼합한쌈
장흥 보림사
홍성 새조개 태안 게국지 먹고 안흥성 오르기
조개는 겨울부터 봄에 맛이 제대로 들어 가장 값지다. 바지락, 백합, 개조개(대합) 등은 물론 귀한 새조개, 갈미조개(개량조개) 모두 3월까지 즐기기 가장 좋다. 단단하고 탱글탱글한 맛이 일품이다.
홍성 남당항 주변에는 새조개 전문점이 즐비하다. 새조개는 쫄깃하고 담백한 감칠맛이 특징이며, 단백질과 철분, 타우린과 필수아미노산 등 영양소가 풍부하며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태안은 꽃게 요리의 성지다.
알이 꽉 차있는 간장게장을 사시사철 판다. 전통 가정식인 게국지는 간장게장이 있어야 만들 수 있는 음식이다. 남은 게장 국물에 묵은 김장김치나 푸성귀(채소) 등을 넣고 팔팔 끓여 먹는다. 짭조름하고 새콤한 맛이 침샘을 누른다. 태안 안면읍에 위치한 ‘솔밭가든’이 잘한다.
태안 근흥면 정죽리에 위치한 안흥성에 오르면 태안 봄 바다가 보인다. 안흥성은 군사 요새였지만 지금은 바다 전망대로서 수백 년 세월 동안 제 역할을 하고 있다. 정죽리 안흥성은 조선 17대 효종 6년(1655년)에 왜구를 막기 위해 축성한 석성이다.
성곽 일부와 성문 네 개만이 남아 있는데 북문으로는 마을과 농지, 호국사찰 태국사 쪽에선 인근 관장목부터 먼바다까지 보인다. 천혜의 요새이자 관광 전망대다.
태안 안흥성
게국지
새조개
울진 후포항 대게 맛보고 온천욕
대게는 별다른 요리법이 없다. 찜통이나 무쇠솥에 쪄먹는다. 속살의 맛이 워낙에 강렬하고 바닷물이 간을 해주니 대게찜은 그 자체로 ‘완전체’다. 대게는 겨울 제철 음식이며 봄의 별미다.
12월부터 시작하는 대게 잡이는 4월까지 이어진다.
대게를 영덕게로 알고 있는 사람도 있는데, 교통이 불편하던 시절 경북 영덕이 동해안 대게의 집산지 역할을 하며 유명세를 탔다. 사실 동해안 북쪽 속초부터 남쪽 끝자락 기장까지 어항에 가면 거의 대게를 구경할 수 있다.
울진에는 대게로 유명한 항구가 둘 있다. 북쪽 죽변과 남쪽 후포다. 죽변은 아름다운 등대가 있어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다.
울진 최남단 후포항은 국내 최대의 대게잡이 항구다. 대게가 살이 오르는 대게철, 후포항 어판장에선 아침마다 연근해에서 잡아온 울진대게를 경매하는 풍경으로 늘 활기가 넘친다. 후포항 주변에는 대게를 쪄주는 음식점이 즐비하다.
등딱지 세로 지름이 9cm정도 대게를 ‘치수’라고 해서 기준으로 삼는데 크기가 커질 수록 가격은 급격히 비싸진다. 치수 아래 대게나 암컷 대게는 어획이 엄격히 제한된다.
흔히 홍게로 알려진 붉은 대게는 짠맛이 강해 대게의 절반 가격이지만, 산지에서 바로 쪄 먹으면 대게 부럽지 않은 맛이다. 외관이 대게와 확연히 구분되는데 뒷면이 흰색이면 대게, 오렌지 빛이면 붉은 대게다. 붉은 대게는 대게 어획 장소보다 더 깊은 수심 400m 이상 심해에서 통발로 잡아 올린다.
먹는 순서는 간단하다. 대게와 붉은 대게가 함께 나왔다면 대게를 먼저 먹어야 하고 맛있는 부분 먼저 먹는다. 일행 중 대게 맛을 아는 사람이 있다면 귀신같이 대게만 골라서 집어먹기 때문이다. 관절 부위가 아닌 중간쯤을 부러뜨려 살을 빼먹는 것이 요령이다.
울진에는 유명한 온천이 두개나 있어 여행의 즐거움을 더해준다. 백암온천은 무색무취한 53℃의 온천수로 온천욕을 즐기기에 적당할 뿐만 아니라 나트륨, 불소, 칼슘 등 몸에 유익한 각종 성분이 함유되어 만성피부염, 자궁내막염, 부인병, 중풍, 동맥경화 등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
덕구온천은 울진의 북쪽 끝이다. 구멍을 뚫지 않고 자연적으로 용출되는 온천으로 무미 · 무색 · 무취의 철천(鐵泉)이다. 43℃의 온천수는 피부병 · 신경통 · 당뇨병 · 소화불량 · 빈혈 등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대게경매장 풍경
후포항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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