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바보똥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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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명 : 제 1회 해양경찰청배 전국 트라이애슬론대회

장   소 : 인천 송도

종   목 : 올림픽코스

기   록 :  최종기록 : 2시간 58분 25초

             S: 33분 55초

             B: 1시간 28분 41초,

             R: 55분 50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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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어제 분당철인클럽 형님들의 조바심을 샀던 스물아홉살 청년 이규원입니다.

3달전쯤 철인3종경기를 나가야겠다고 다짐하고 바로 가입했습니다. 찾아보니 짤막한 가입인사를 남겼었네요.

가까운 곳에서 늘 함께 훈련해보고 싶었는데 매주 수요일마다 달리기 훈련하는게 있어서 함께 하지 못한점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하지만 3달전 사이클을 타본적도 없는 풋내기가 다행히 3시간 이내의 생각보다 좋은 기록으로 완주하게 되어 걱정해주시고 도움주신 분당철인클럽 형님들에게 기분좋게 후기를 남깁니다.

매년 여름 2~3개월정도 수영을 배우다 추위가 찾아오면 그만두곤 했습니다.

그런데 올해 수영을 배울때 유난히 재미가 있고 실력도 느는것 같아서 배운지 3개월째, 철인3종경기를 나가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6개월동안 강습도 받고 끝나면 자유수영으로 꽤 열심히 훈련해서 대회를 보름앞두고서 1km이상의 장거리수영을 쉬지않고 해낼수 있었습니다. 대회 3일전쯤 수영장에서 우연히 웻슈트를 입고계신 박영호 형님을 만나게 된건, 무턱대고 철인의 길에 입문하려는 초심자에게 찾아오는 작은 행운이었던 것 같습니다.

대회 전날 송도 센트럴파크에서 박영호형님을 만나 맥주마시기대회에 참가했습니다.

본경기에선 순위권과는 거리가 먼 제가 맥주마시기로는 3위에 입상하며 오픈워터용 수경을 받았습니다.

철인3종경기에 나가겠다고 동네방네 떠든것도 어찌보면 스스로에게 거듭 약속을 하여 반드시 제한시간내에 완주를 하려던 것이었는데, 대회전날 맥주1500cc를 마신건 영호형님이 만나자마자 스스럼없이 편하게 대해주신 탓이었겠지요. 일단 혹시나 모를 중도탈락의 변명거리로 하나 챙겨두었습니다.^^

경기 당일 새벽에 일어나서 육개장으로 아침을 먹고 경기장을 둘러보면서 어느정도 몸이 풀어봅니다.

사진사를 보면 이렇게 이렇게 포즈를 취하는거야 조언해주시는 영호형님의 말에 여유가 생깁니다.

호텔에 다시 들렸다 가느라 준비가 조금 늦은탓에 부랴부랴 서두른 결과, 바꿈터에 싸이클을 거치하는 순간!

아뿔싸! 내 기록칩! 호텔에 두고왔다! 으악!

수험장에 수험표를 두고온 학생마냥 멘붕이 옵니다.

"영호형님! 형님! 형님! 혀~엉!!!"

이미 시간은 여덟시. 심판은 나가면 못들어온다고 겁을 줍니다.

경기복만 입고 맨발로 경기장밖으로 뛰쳐나갑니다.

이미 응원오셨다는 아버지에게는 인사할 틈조차 없습니다.

머리속에는 온통 오늘 경기 망쳤다는 생각으로 가득합니다.

다행히 오토바이를 탄 경기진행요원분이 허둥지둥하는 이 어리숙한 풋내기를 호텔까지 태워줬습니다. 기록칩을 발목에 묶고 후다닥 비누칠을 하고 웻슈트를 입고 뛰어나옵니다. 하마터면 비누물이 뚝뚝 떨어지는 웻슈트를 입고 호텔로비에서 자빠질뻔한 절 본 외국인들이 낄낄대는 소리가 들립니다.

무사히 대회장으로 돌아오니 이미 워밍업이 시작되었네요.

분당철인클럽의 형님들이 수영에 대한 조언을 해주셨습니다. 같이 수영워밍업을 하면서 잘한다고 칭찬도 해주시고, 뒤에서 천천히 가도 충분히 제한시간내 완주할수 있다고 용기를 북돋아 주십니다. 재영형님이 싸이클과 런을 함께 페이스메이커를 해줄테니 수영끝나고 아까 그자리에서 기다리라고 하십니다. 형님만 따라다니면 완주는 문제없을 거라 생각하니 마음이 든든해집니다.

이제 출발입니다.

시작소리와 맞춰 앞쪽에서 힘차게 나아갑니다.

뒤에서 천천히 가도 된다는 조언은 이미 머리속에서 지워졌습니다.

비켜라 비켜! 난 탄천종합운동장 수영연수반이란 말이다! 아까 형님들이 수영잘한다고 칭찬도 해주셨단 말이다!

오잉? 아무리 힘을 빼고 스트록을 하려고 해도 느낌이 이상합니다. 몸이 잔뜩 굳어있는 느낌입니다.

설상가상 누군가 얼굴을 때리고 내 등위로 올라탑니다.

물에 빠진 사람마냥 난생 처음 해보는 폼으로 수영을 하고있는 절 발견합니다.

수영종목을 가장 열심히 훈련해왔다고 자부했는데..

결국 섰다 가다 섰다 가다를 반복하고, 검정모자를 쓴 참가자들에게까지 역전을 허용하고..

오늘 완주는 물건너 갔다는 생각이 두번째로 들었습니다.

어떻게 수영이 끝났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한바퀴 돌고나와서 엉덩이부터 첨벙하고 들어가서 다시 허우적허우적을 반복하다보니 끝날것 같지 않았던 수영이 끝났네요. 300명 가량 역전을 허용하고 기분상 한시간은 지난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나오자마자 웻슈트를 벗으면서 뛰어나오는데 다리는 휘청휘청, 다시 또 물로 빠지는 코미디를 연출할뻔 했습니다.

발을 닦고 신발을 신고 재영형님을 기다려봅니다.

앗차! 내가 한시간만에 나왔으니 형님이 부처님이 아닌이상 없는게 당연하잖아!

에너지젤을 빨면서 형님 싸이클 거치대로 가니 이미 싸이클은 사라졌습니다.

으악! 난 망했다!

싸이클을 타자마자 시간을 보니 웬일인지 시간이 더디게 갔네요.

수영을 40분안쪽으로 온걸까? 의아해하며 페달을 밟습니다.

평소에 훈련을 평속 25정도로 35~40km를 쉼없이 달리는걸로 해왔는데 제한시간이 1시간 반임을 감안하면 훈련이 한참 모자랐던 것 같습니다. 속도계가 없는 탓에 시계를 자주 쳐다보면서 페이스를 계산했는데 오오 웬일인지 평소보다 조금 빠른 느낌입니다. 내 싸이클이 제일 후졌지만 모터만큼은 뒤질수 없다고 되뇌여봅니다. 아마 100명정도는 절 추월해간것 같습니다. 탠덤싸이클을 탄 박병훈 코치와 박성수군도 제 눈앞에서 순식간에 사라져갑니다.

두바퀴를 돌때쯤 어디선가 "이규원 화이팅!" 소리가 들립니다.

어디선가 낮잠을 자고 계신줄로만 생각했던 아버지입니다. 속으로 너무 큰 고마움을 느꼈지만 갑자기 할말이 생각나지 않아, 손가락으로 V자를 그려서 화이팅을 표시합니다. 아버지의 응원을 받으면서 먼 미래를 상상했습니다. 나중에 내 아들이 이 코스를 달리고, 내 아버지가 그랬듯이 내가 아들의 완주를 응원하며 지켜보는 미래를 그려봅니다. 내가 이 대회의 1회 참가자라고 자랑도 하고 싶습니다.

엉덩이의 통증과 맞바꿔 평소보다 조금 빠른 페이스로 싸이클을 마친것 같습니다.

시간이 촉박해서 턱끈을 풀고 바꿈터로 뛰어갑니다.

갑자기 심판이 절 잡습니다.

"턱끈! 턱끈!"

뭐요? 정신이 하나도 없어서 무슨말을 하는지, 왜 날 잡았는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두세명이 싸이클을 끌고 바꿈터로 들어와서 절 지나쳐갑니다. 뭐야! 뭐가 잘못된거야?

심판이 손으로 턱끈을 잡아서 다시한번 소리칩니다. "턱끈! 턱끈!"

"아니 바로 앞에서 풀었는데요?"

어이가 없었지만 제가 규칙을 제대로 숙지하지 못한 탓이라고 생각하고 다시 턱끈을 채우고 바꿈터로 들어갑니다.

마라톤은 가장 자신없는 종목이면서도 가장 절실한 종목입니다.

예전에 준비운동없이 마라톤대회에 나갔다가 장경인대염에 걸려 한동한 고생한 경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다시 무릎이 아파온다면.. 걸으면서 완주해내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근전환운동에 소홀해서인지 첫 2km가 고비였지만 중간에 지나치는 형님들과, 완주만으로 감동과 용기를 준 몸이 불편한 참가자들을 보면서 끝까지 완주할 수 있었습니다. 1km 5분 30초정도의 페이스로 달리다가 마지막 300m 막판스퍼트로 피니쉬라인을 통과합니다. 막판스퍼트하며 미친듯이 뛰어오는데 정신팔렸더니 아까전 피니쉬라인에서 구상했던 포즈를 못했네요. 누가 보면 완주와 성취감이 목적이 아닌 기록에 매달리는 선수처럼 보였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내년부터는 일이 바빠지는지라 처음이자 마지막 대회가 되겠구나 생각하면서 준비했었는데 메달을 걸고 마사지를 받으면서 벌써 몇년뒤의 두번째 대회가 기다려집니다.

지금 돌이켜보면 철인들의 대회후기를 읽고, 인터넷에서 정보를 얻으면서 홀로 훈련했던 탓에 무모했던 점도 많지만 무척이나 좋은 경험이 되었습니다. 수영장에서 처음으로 1.5km를 쉬지않고 갔을때의 희열, 평속 26.3km로 한강을 달리며 밤공기를 가를때 샘솟았던 용기, 희망서울레이스 10km 마라톤에서 스스로의 기록을 갱신해냈을때의 뿌듯함까지.. 대회 뿐만 아니라 준비과정 모두 잊지못할 추억으로 남을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경기의 처음부터 끝까지를 함께한 영호형님, 조언과 격려로 안심시켜주신 종달형님,

그리고 어리숙한 저 때문에 경기중 30분을 기꺼이 허비해주신 재영형님, 정말 감사합니다.

[왕꼼꼼]

재미난 후기 잘 읽었어요. 무모하리만큼 주변을 걱정시킨 것에 비해서 역시 젊은 피라 우수한 기록이네요.
첫 완주 축하합니다. 매번 경기때마다 놀라운 성장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합니다. 사진 구하면 좀 올려보시고 오프 모임에 나오셔서 기쁨을 함께 나누세요.

[로닝]

지대로 추억하나 만드셨네요. 첫완주 축하합니다..^^

[쟁이]

ㅋㅋ 재미나게 글을 잘 쓰셨구만 ^^; 나도 첫 경험때 우리 분철 형님이 날 보고 그러시더군..."너무 긴장해서 꼭 사고칠것같았었다구" 자네가 꼭 그때의 나를 닮았구려 ㅋㅋ 좋은 경험 하셨으니 이제 즐길일만 남았네..다시 얼굴한번 보자구..한잔 사지

[로버]

첫완주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덕분에 난 바꿈터 디렉터에게 많이 혼났다네. 수영님 덕분에 한번 님때문에 또 한번 ㅋㅋㅋ
난 기록칩을 전날 발목에 차고 잠자리에 들어 ㅋㅋ 충청도 우수겟 소리에 "바쁘면 어제 오지 그랬슈!~" ㅋㅋㅋ
글도 잘쓰고 얼굴도 잘생기고 운동도 잘하고 거기에다 의사 선상님이 되실껀데 아쉽게도 의무복무 마치면
우리클럽과 멀어진다니 아쉽군. 그래도 전문의 되서 대회때 보세나.
이번 정모때 꼭 나오셔서 마지막 20대를 멋지게 장식하구려 다시한번 축하하네

[경나리(김경열)]

수고하셨습니다. 첫대회에 좋은 기록 !! 야~~~ !! 조만간 ... 분철에이스가 바뀔듯 .. 쟁이형님!! 긴장좀 하셔야할것 같아요 ㅎㅎㅎ , 빠른회복 하시고 11월 정모때 뵙겠습니다. ^^

[회춘박두]

후기도 잘쓰시네....반갑습니다...

[벅지(훈파)]

수고많았네요. 무사완주 축하합니다.

[수영이(소수영)]

정말 많은 일이 있었네요~ 나중에 보면 리얼한 상황 다시 예기 해주세요~ 완주 축하 합니다.

[레아]

돌아보면 결과보다 과정이 더 추억으로 남는것 같아요.
첫완주를 축하드립니다 ^^

[박영호(분당농부)]

화이팅, 첫완주 축하해.. 대단하네... 나이는 못속이나? ㅎㅎㅎ

[제이제이(윤진찬)]

첫 완주 축하합니다. 분철 선배님들이 있기에...또한 뜨거운 열정이 있기에..여기 우리가 모인것 같습니다...^^
좋은 추억으로 간직하실것같아...좋네요!!!

[9회말2아웃]

후기 잘 읽었습니다...
첫 완주 추카합니다...저도 열심히 노력해서 멋찌게 첫완주하고 멋진 후기 쓰고싶네요
고생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