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직 한 곡 밖에 연주할 수 없다
가끔 통기타를 훌륭하게 연주하는 사람을 보면 부러운 생각이 듭니다. 동시에 ‘나도 저렇게 기타를 잘 칠 수 있을 뻔했는데’ 하면서 안타까운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지금으로부터 27년 전 대학생 시절에 제가 다니던 성당에 기타를 수준급으로 잘 치던 선배가 있었습니다. 그 선배는 당시 성당에서 기타반 동아리를 만들고 후배들을 지도하고 있었습니다. 그 선배가 즐겨 치던 곡 중 하나가 홍삼트리오의 ‘기도’였습니다. 정말 기가 막히게 잘 치고 잘 불렀습니다. 그의 연주를 듣다가 반한 나머지, “형, 나도 그 곡을 좀 연주하게 가르쳐 주세요.”라고 부탁을 했습니다.
그랬더니 그 선배가 하는 말이, “그러면 너도 우리 동아리에 들어와라. 내가 기초부터 자세히 가르쳐 줄게. 아마 군대를 갈 때쯤이면 기타와 노래를 수준급으로 할 수 있게 될 거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그렇게 오랜 기간을 기다릴 수가 없었습니다. 당장에 그 곡을 연주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 선배에게 부탁하기를, “형, 저는 그 곡 하나만 칠 줄 알면 되니까, 다른 것은 필요 없고 그저 코드 가는 길과 주법만 알려 주세요.” 하고 졸랐습니다.
제 말을 들은 선배는 어이가 없다는 듯이 웃으면서 그 곡의 코드와 주법을 천천히 알려 주었습니다. 저는 그것을 기억하고 일주일 동안 기계적으로 제 손가락을 훈련시켰습니다. 그리고 일주일 후에는 그 곡을 억지로, 겨우 연주하고 노래를 부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저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습니다. 나도 통기타를 칠 줄 아는 사람이 되었구나 하고 뿌듯해 하였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끝이었습니다. 꽤 오랜 세월이 자난 지금도 저는 그 곡 외에는 다른 그 어떠한 곡도 칠 줄 모릅니다. 제가 만일 대학생 시절에 당장에 열매를 딸 생각을 하지 않고 기타 동아리에 들어가서 천천히 기초부터 착실하게 배웠더라면 저는 지금쯤 수많은 곡들을 자유자재로 연주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기본기를 무시하고 처음부터 열매를 얻고자 했던 저는 더 이상의 진보가 없습니다.
지금은 오직 기도밖에 모르는 사람이 어리석어 보일 수도 있습니다. 답답해 보일 수도 있고 무능해 보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1년이 지나고, 5년이 지나고, 10년이 지난 후에도 과연 그럴까요? 기도하며 신앙의 기초를 다지는 사람은 비록 느린 것 같지만 끊임없이 신앙이 성장하게 됩니다. 신앙의 기본기인 기도 생활을 착실하게 쌓아 나갈 때에 우리는 하느님 앞에 무궁한 가능성을 가진 일꾼으로 성장하는 것입니다.
첫댓글 아멘. 아멘. 아멘.~~
기도하며 신앙의 기초를 다지는 사람은 비록 느린 것 같지만 끊임없이 신앙이 성장하게 됩니다.
신앙의 기본기인 기도 생활을 착실하게 쌓아 나갈 때에
우리는 하느님 앞에 무궁한 가능성을 가진 일꾼으로 성장하는 것입니다.
아멘 아멘!
감사합니다 신부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