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동시문학> 신인상 심사평
의인화는 원초적인 동심이다
모든 일은 기본이 중요하다. 피아노를 잘 연주하려면 기본인 운지법을 정확하게 익혀야 한다. 문학도 예외가 아니다. 아동문학의 기본은 동심이 바탕이다. 물활론의 눈으로 볼 수 있는 마음이다. 어린이가 아닌 어른이 동심을 가진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혀짜래기소리를 내는 것이 동심이 아니다. 동심은 인간의 원초적인 마음이다. 동심은 천심이다. 순수한 마음이다. 순수한 마음의 표현은 의인법, 활유법으로 나타내는 것이다. 의인화함으로써 고정관념이 깨어져서 딴 세상으로 바뀌게 된다. 의인화가 원초적인 동심이란 뜻이지, 모든 아동문학 작품은 다 의인화해야 된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
말이 정확해야 한다. 보기를 들면 ‘안절부절’이란 말은 없다. ‘안절부절’에는 ‘못하다’가 붙어서 ‘안절부절못하다’가 한 낱말이다. 그런데 어느 작품에 ‘안절부절’이라고 써 놓은 것을 봤다. 맞춤법을 정확하게 쓰려면 늘 사전을 보고 확인하는 버릇을 가져야 한다. 일반 시에서는 의도적으로 띄어쓰기를 안 하고 글자를 모두 붙여 쓰기도 하지만, 동시에서는 그래서는 안 된다. 문장부호를 생략하는 것을 허용할 뿐이다. 문장부호 규정에 없는 기호는 써서는 안 된다. 보기를 들면 (^^ ???? !!!! ... … 척-)
동시에서는 이미지가 독자에게 그려져야 한다. 모호해서는 안 된다. 또 억지스럽거나 무리한 내용이어서는 안 된다.
아동문학에서는 예술성과 교육성이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예술성만 지향하는 일반문학과는 다르다.
우점임은 20편을 응모한 가운데 ‘바람 리모컨’, ‘체온계’, ‘무게’, ‘농부 졸업’ 네 편을 뽑았다. ‘바람 리모컨’은 바람, 새싹, 꽃, 봄 등을 의인화했다. 리모컨으로 멀리서 T.V를 조종하듯이 바람이 초록 단추를 눌러서 새싹이 나오게 하고, 알록 단추를 눌러서 꽃들이 나오게 하고, 봄도 나오게 했다. 봄바람이 불어서 새싹이 돋고, 꽃이 피고, 봄이 온 것을 이렇게 의인화함으로써 더 정겹고 아름다운 세상이 되었다. 의인화한다는 것은 원초적인 동심의 표현이다. 창작이란 이 세상에 없던 것을 처음으로 만들어내는 것이다. 사실을 사실대로만 나타낸 것은 창작이 아니다. 이 작품에서 바람이 단추를 누르고, 새싹, 꽃들, 봄이 “네에.” 대답하며 나왔다는 것은 지은이가 새로 만들어 낸 세상이다. 새로운 발상이라서 신선한 느낌이 든다. ‘체온계’도 해님과 벼 이삭을 의인화했다. 내가 뭐를 한 가지 만들거나 이룰 때 힘이 들었듯이 벼도 이삭을 피어 올리자면 얼마나 힘이 들었을까? 하고 생각하니 벼 이삭 목덜미에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힌 것이 보인다. 해님이 걱정해 주는 마음도 읽어 냈다. 남을 배려해 주는 따뜻한 마음을 담았다. ‘무게’에서는 마음의 무게를 나타냈다. 내가 혼났을 때와 칭찬 받았을 때를 생각해 보니, 몸집이 작은 개미도 혼났을 땐 코끼리만큼 무거웠을 것 같고, 코끼리도 칭찬 받았을 땐 개미만큼 가벼웠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비유가 적절하다.
‘농부 졸업’은 농촌의 실상과 노년의 모습을 산문시로 그렸다. 아흔 살까지 농사를 지어서 서울, 부산 자식들에 곡식을 보내고 병이 들어 막내딸이 병원에 입원을 시키지만 할아버지는 농촌 걱정을 한다. ‘내 발자국 소리 듣고, 마을도 일어나고, 해도 일어나고, 앞산 뒷산 논밭들도 일어났는데…….’라고 하는 할아버지의 말씀이 감동적이다. 외할아버지와 할아버지를 구분하지 않는 것은 잘못이다. 우정임은 기본이 튼튼하고 역량을 보여 주었다. 2005년 가을 호로 1회 추천을 받았으므로 당선작에 올린다.
이정인은 10편을 응모했는데, 그 가운데 3편을 당선작으로 올린다. ‘척’, ‘몸짱 씨앗’, ‘콩새’ 등이다. 세 편 다 의인화했다. ‘척’은 못 본 척 눈감아 준다는 내용이다. 자벌레는 새 눈에 띄면 먹이가 되고, 사람한테 띄면 채소나 곡식을 해친다고 죽음을 당할지 모른다. 풀밭 위로 기어가는 자벌레도 나한테 들킬까봐 걱정이 태산 같을 거라고 짐작한다. 기어가던 자벌레가 나뭇가지인 척 구부린 허리를 쭈욱 편다. 그걸 보고 생각을 했다. 내가 엄마 모르게 사서 숨겨 두었던 게임기를 벌써 엄마는 다 알고 있지만 못 본 척 눈감아 주었다. 그래서 나도 엄마처럼 자벌레를 못 본 척 눈감아 주었다는 내용이다. 자세한 관찰도 돋보이고 배려하는 마음을 감동력 있게 잘 형상화했다.
‘몸짱 씨앗’은 씨앗에서 새싹이 야문 흙덩이를 뚫고 올라오는 모습이다. 씨앗을 의인화해서 보았기 때문에 씨앗이 땅속에서 팔운동, 다리운동, 숨쉬기운동을 했다는 걸 마음의 눈으로 볼 수 있는 것이다. 남이 못 본 것을 본 독창적인 세계이다.
‘콩새’는 그냥 지나칠 수도 있는 것을 뜻을 두고 유심히 관찰한 내용이다. 콩깍지 쌓아 둔 텃밭에, 처음에는 콩새 한 마리가, 한나절 뒤에는 세 마리가, 다음날은 동네 콩새 다가 왔다. 눈에 보이는 것은 처음에는 한 마리였던 것이 세 마리, 온 동네 콩새 다로 불어난 것뿐인데, 데리고 왔다는 것은 시적 화자가 만든 세계이다. 데리고 왔다는 표현에서 시가 살았다. 욕심이 많은 사람은 혼자만 차지하려고 하겠지만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콩새는 함께 나누어 먹고 있다. 이정인은 역량이 충분히 인정되므로 당선으로 올리면서 개성 있는 시인이 되기를 바란다.
하지혜는 14편을 응모한 가운데, ‘소리 전화’, ‘우째 이런 일이’, ‘과일’, ‘숟가락 젓가락’ 4편을 1회 추천으로 올린다. ‘소리 전화’는 위층에서 세탁기 소리가 들릴 때, 아래층 우리 집에서도 세탁기 소리가 들리고, 위층에서 아기가 콩콩콩 뛰는 소리를, 아래층에 사는 내가 듣고, 나도 뛰고 싶어서 콩콩콩 뛴다. 세탁기는 세탁기끼리, 콩콩콩 뛰는 소리는 콩콩콩 뛰는 소리끼리 전화를 한다고 했다. 새로운 발상은 좋으나 좀 억지스런 느낌이 든다.
‘우째 이런 일이’는 자연은 자연 속에서 사는 생물들이 서로 나누어 먹으라고 하느님이 마련해 놓은 것인데, 사람들이 값을 매겨서 팔고 있는 것이 부당하다는 내용이다. 물질문명으로 자연이 훼손되었다. 훼손되기 전에는 사람도 짐승도 맘껏 맛볼 수 있었는데, 사람이 훼손시켜서 누구나 맘껏 맛볼 수 없게 만든 것을 고발하고 있다. 물, 공기, 햇볕 등 자연은 지구에 사는 생물들이 하느님으로부터 받은 소중한 것이고, 그것을 고루 나누어 차지하라는 하느님의 뜻을 거역했다는 주제다. 스케일이 크다. 물은 돈을 주고 사지만 산소, 햇볕은 수긍이 가지 않는다. 덜 자연스럽다.
‘과일’은 과일을 먹으면서 발견한 생각이다. 밥을 먹자면 반찬이 있어야 하고, 빵을 먹을 때도 물이나 다른 것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과일은 다른 것 없어도 맛있게 먹을 수 있다.이런 생각이 들자, 하늘 농부와 땅 농부가 미리 요리해 놨다는 생각에 미치게 된다. 자연의 오묘한 섭리를 발견했다.
‘숟가락 젓가락’은 일상생활 속에서 발견된 이미지다. 숟가락과 젓가락을 의인화했다. 숟가락은 젓가락이 하는 일을 못 하고, 젓가락은 숟가락이 하는 일을 못 한다. 그래서 서로 부러워한다. 그러면서도 나란히 다닌다. 사람이 살아가는 이치를 비유해서 나타냈다. 한 사람이 모든 것을 다 잘할 수는 없다. 내가 못 하는 것은 남이 도와주고, 남이 못 하는 것은 내가 도와가며 살아간다.
하지혜 씨는 자연이나 일상생활 속에서 시의 씨를 발견해내는 슬기가 놀랍다. 압축해서 나타내는 솜씨도 있다. 독자 누구나 수긍이 가도록 자연스럽게 나타내는 데 주의를 하면 앞으로 좋은 작품을 쓰리라 믿는다. 다음 작품을 기다려 보자는 뜻에서 1회 추천으로 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