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팝나무
이영미
5월, 눈부신 그 봄날에
누군가의 기다림이 닿았을까?
앞산길 눈부시게 또,
흰 눈이 함박 내려앉았다.
무엇이 그리 깊었을까?
나무마다 긴 아픔들이 들어앉은 듯
그 흰 속살 부끄러이 드러내 보이며
하얗게 그 그리움들을 피우고 있다
제 기다림도 그리 닿을까
또, 누군가는 그의 앞에 서서
설레이며 설레이며
흰 눈송이 하나에 손을 뻗는다.
오늘도, 앞산길 이팝나무엔
그렇게 흰 눈이 내리고 있다.
이영미 시인의 시, 「이팝나무」를 앍습니다. 그 옛날 가난하던 시절 ‘이팝꽃’을 보고 하얀 쌀밥(이팝)을 연상하였다지요. 그래서 ‘이팝나무’, ‘이팝꽃’이라 불리게 되었다지요. 시인은 이런 ‘이팝나무’에서 ‘흰 눈’을 연상합니다. ‘흰 눈’은 ‘그리움’에 젖게 합니다. 아마도 ‘그 사람’과의 인연이 흰 눈 내리는 겨울이었던가 봐요. 그 겨울의 추억을 잊을 수 없는가 봐요. 사랑은 그리움을 낳고 그리움은 기다림을 낳지요. 5월에 떠올리는 ‘흰 눈’이기에 독자의 시선을 끌게 됩니다. “5월, 눈부신 그 봄날에/누군가의 기다림이 닿았을까?//앞산길 눈부시게 또,/흰 눈이 함박 내려앉았다.”고 노래했습니다. 흰 눈으로 보였던 ‘이팝꽃’이 ‘그리움’이 됩니다. “나무마다 긴 아픔들이 들어앉은 듯”에서는 못다 이룬 사랑의 아픔을 암시하고 있습니다. 이어서 “그 흰 속살 부끄러이 드러내 보이며/하얗게 그 그리움들을 피우고 있다”고 했습니다. 이 부분에서 ‘흰 속살, 하얗게’라는 시어가 강렬하게 다가오네요. 사랑의 순수함과 순결성을 암시하고 있습니다. 시인의 그리움이 ‘이팝꽃’에 잘 녹아 들어 있습니다.
그리움은 사랑이고 아픔이지만 지나고 나면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지요. 그래서 우리들 가슴에 있는 그리움은 언제나 꽃으로 피어나고 ㅇ꽃으로 남아 있습니다. 그리움을 가슴 한 쪽에 묻고 사는 우리는 시인입니다.
첫댓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지나간 봄을 다시 연상 하게 하네요
가슴 한쪽 모퉁이에는 아직도 흰 눈이 내려 이더위를 조금이나마 식혀 줄지도ᆢ
겨울 이팝꽃이 그리움을 낳았군요~
보슬 보슬 하얀이밥
후 불어 봄이왔나
뜸 들이든 봄
모락모락 하얀 꽃 피웠네
교수님
고운 글과 해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