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배원 / 권삼현 (2014년 머니투데이경제 신춘문예) 그동안 뭐 했냐고 묻지 마라 우체국으로 걸어간 봄은 온통 꽃 필 생각이다 울퉁불퉁 생긴 대로 볼품없는 세월 집배실 옆 차르르르 햇살 엎질러진 모과나무는 안다 향기란 어쩌면 제 몸을 뚫고 나오는 연둣빛 새순 같은 것 오늘도 백오십리길 꽃 소식 앞장세우고 배달 나가는 집배원 빨간 오토바이 휘청이도록 봄바람 분다 풀빛 연애편지는 내가 업어주고 싶은 것들 바람 불고 황사 자욱한 땅에 모과나무는 한 발 내딛을 때마다 꽃 필 생각이다 봄을 찾아 가다가 막막했던 모든 것들이 꽃길이다 번지가 지워진 봄날의 주소를 한 땀 한 땀 기워가며 환한 우표로 들여다보았을 그처럼 제 몸에 감춘 것들은 기다리다가 꽃이 된다 아침 오는 길목 푸른 물길 지피는 봄바람 속에 우리 살아가는 동안 봄날이다 꽃 피는 나무다 ------------------------------------------------ 좋은 하루 되세요 건강한 하루 되세요 . . https://youtu.be/Kh9onPxCC5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