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강명구, ≪유라시아 비단길 아시럽 평화의 길≫, 1-3권, 문사철, 2022.
이젠 세계적 유명인사가 된 저자 평화 마라토너 강명구 선생에 대해 더 이상 소개할 필요 없겠지요. “달리기로 세계 최고의 대서사시를 쓰겠다고 나선 사람이고 인류 최대의 무대에서 전위예술을 하겠다고 나선 사람.” 회갑을 맞은 2017년 9월부터 2018년 10월까지,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기원하고 호소하는 깃발을 단 70kg 넘는 손수레를 밀며, 유라시아/아시럽 대륙 16개국을 뛰어 횡단한 여행기입니다.
“구한말 이준 열사가 이루지 못한 110년 묵은 ‘자주독립’의 꿈을 가슴에 안고 유럽의 땅끝마을 네덜란드 헤이그로 날아가 세상 누구도 시도하지 못한 아시럽 대륙 1만 6천km를 달려서 평양을 거쳐 서울까지 오는 대장정을 시작”했지만, 중국 단둥에서 압록강을 건너지 못하고 달리기를 멈춰야 했던 아쉬움의 기록이기도 합니다.
총과 칼로 세계를 지배했던 유럽을 앞세운 ‘유러시아’는 익숙하지만, 문화와 평화를 내세우는 아시아를 앞세운 ‘아시럽’이란 말은 좀 생소하죠? 우리는 아시아에 속하면서도 ‘유라시아’로 쓰지만 중국인들은 ‘아구 (亞歐)’라 쓰는 사실을 참고하시면 좋겠군요. 미국과 유럽의 세계지도엔 유럽이 가운데 있고 아시아가 오른쪽 끝에 있지만, 한국과 중국은 아시아를 가운데 놓고 유럽을 왼쪽 끝에 두는 세계지도를 사용하는 점도 비교해보시고요.
아무튼 저는 15년 전 50대 초반 마라톤 풀코스 42km를 딱 한 번 완주해보고 평생 자랑거리로 삼아오는데, 친구 강명구는 홀로 14개월 동안 거의 매일 40-50km를 달리면서 지나는 곳의 지리와 풍광 그리고 역사와 문화를 페이스북으로 전했습니다. 그리고 그 기록을 깔끔하게 다듬어 세 권의 책으로 묶어낸 겁니다. 문학과 음악에도 조예가 깊은데다 평양 출신 시인 아버지의 문재를 닮은 듯한 유려한 글솜씨까지 지녀 1,300쪽의 글을 쉽고 재미있게 감동적으로 읽을 수 있군요.
그가 2년 전 뇌경색에 걸려 아직 완치되지 않았는데, 또 다시 아시럽 횡단 마라톤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9월 베트남에서 뛰기 시작해 주로 종교 지도자들을 만나며 바티칸에서 프란치스코 교황과 평화를 얘기하고 싶다는 목표를 갖고요. 반신마비에서 완전히 풀리지 않은 몸으로 어찌 달릴 거냐는 만류 섞인 제 물음에 달려야 치유된다는 그의 대꾸가 재밌고도 대단합니다. 하기야 그는 에필로그에서 “발바닥이 다 닳아 새 살이 돋도록, 숨결이 거칠어져 새 숨결이 열리도록 통일이 오고 평화가 올 때까지” 계속 달리겠다고 다짐했지요.
세계 유일의 2대륙 횡단 마라토너이자 ‘뛰어다니는 백과사전’ 강명구를 응원 삼아 그의 책 많이 읽어주시기 바라며, 감사와 사랑으로 이재봉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