彖曰 益 損上益下 民說无疆 自上下下 其道大光 利有攸往 中正有慶 利涉大川 木道乃行 益動而巽 日進无疆 天施地生 其益无方 凡益之道 與時偕行(단왈 익 손상익하 민열무강 자상하하 기도대광 이유유왕 중정유경 이섭대천 목도내행 익동이손 일진무강 천시지생 기익무방 범익지도 여시해행)
단전에 이르기를 익은 위를 덜어서 아래에 보탬이니 백성들이 기뻐함이 끝이 없음이요, 위로부터 아래로 내리니 그 도가 크게 빛난다. ‘가는 바를 둠이 이로움’은 적중하고 올바르게 하여 경사가 있음이요, ‘큰 내를 건너는 것이 이로움’은 동방 목의 이치가 행해지는 것이다. 익은 움직이고 공손해서 날마다 나아감이 끝이 없으며, 하늘은 생명을 베풀고 땅은 낳아서 그 유익함이 방소가 없으니, 무릇 익의 도가 때(시간의 정신)와 더불어 함께 실행하는 것이다.【周易(역경, 주역), 益卦第四十二(익괘제사십이), 益卦02(익괘02)】
※ 해설 : 현실에서는 나라의 부강이 먼저인가[國富(국부)], 아니면 백성이 잘 사는 것이 우선인가[民富(민부)]라는 정책의 차이가 있다. 국가는 부자일지언정 국민이 가난에 쪼들리면 정부는 돈을 풀어 민생을 돌보아야 하고, 국민 각자는 저축이 많더라도 나라가 가난하면 국가는 세금을 거둬들여 국고를 튼튼하게 만들어야 한다. 나라 재정을 풀어 민생을 안정시키면 국민의 기쁨은 두 배가 되어 국가의 영광이 돋보인다[自上下下(자상하하), 其道大光(기도대광)]. 국민에게 이로우면 통치자 역시 이롭다. 국민이 배고프면 정치가 안정될 수 없고, 국민이 부유하면 정부도 여유가 생겨 복지에 힘쓸 수 있다. 지혜로운 위정자는 윗 것을 덜어서 아래에 보태는 도리를 실천하여 역사에 길이 빛나는 자취를 남긴다. 이처럼「단전」은 天地否卦(천지비괘)의 4효가 초효로 내려와 변화하면 風雷益卦(풍뇌익괘)가 된다고 괘상의 변화로 설명하고 있는 것이다. 괘사에서 말하는 ‘가는 바를 둠이 이롭다[利有攸往(이유유왕)’와 큰 내를 건너는 것이 이롭다[利涉大川(이섭대천)]‘는 무엇이 어떻게 다른가. 「단전」은 이에 대해 괘와 효의 모습을 중심으로 도덕적으로 풀이했다. 익괘는 5효와 2효가 각각 中正(중정)의 길로 상응하기 때문에 상하가 모두 이익을 얻는 형상이다. 비록 손괘와 익괘는 반대이지만, 손괘의 5효와 2효가 변해서 익괘의 2효와 5효가 되어 가각 中正(중정)의 자리를 차지하는 까닭에 앞으로 나아가면 만사형통하여 이롭다. 그러므로 하는 일마다 경사로운 일이 생기고, 태평양 같이 넓은 바다를 거침없이 건너도 하등 불리할 것이 없다고 하겠다. ’큰 내를 건너는 것이 이롭다‘함은 무엇일까? 기존의 해석들은 한결같이 상괘 巽(손)은 나무를 상징하기 때문에 나무로 만든 배를 타고 건너면 못 건널 것이 없다고 했다. 육로로 다닐 수 없는 길은 수로를 이용하면 쉽게 다닐 수 있는 까닭에 木道(목도)가 유리하다고 풀이했다. 그렇다면 木道(목도)와 益道(익도)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설괘전」은 익괘의 상체 巽(손)을 나무와 바람이라고 했다. 바람을 이용해 나무를 깍아 만든 배나 뗏목을 타고 큰 강을 건너는 수단을 가리킨다. 이것을 잘 대변하는 것이 바로 『주역』 59번 째 風水渙卦(풍수환괘)에 대한 「계사전」의 설명이다. “나무를 뽀개 배를 만들고 나무를 깎아 노를 만들어 배와 노의 이로움으로 교통하지 못하는 데를 건너서 먼 곳에 이르게 하여 천하를 이롭게 하니, 대개 환괘의 원리에서 취한다.” 배타고 ’큰 내를 건너는 것이 이롭다[利涉大川(이섭대천)]‘와 연관된 괘는 세 곳이다. 風水渙卦(풍수환괘)와 風澤中孚卦(풍택중부괘)와 풍뇌익괘가 그것이다. 거기에는 공통적으로 괘의 명칭에 바람과 물과 연못이 등장하고, 곁들여서 나무[木(목)]로 만든 배가 나타난다. 환괘와 중부괘가 바람에 의지해 강을 건너는 배의 역할에 주목했다면, 익괘는 괘의 구조가 증명하듯이 아래에서는 우레로서 움직이고[雷以動之(뇌이동지)] 위로는 바람으로 흩어지개 하는[風以散之(풍이산지)] 신바람[神風(신풍)]을 만들어 새로운 창조적 기능을 산출한다. 그래서 「계사전」은 익괘의 효능을 배의 기능에 국한시키지 않고 “나무를 깍아 보습을 만들고, 나무를 구부려 쟁기를 만들어 밭갈고 김매는 이로움으로써 천하를 가르치니, 대개 익괘의 원리에서 취했다”고 하여 인류와 천하를 가르치는 이익이라고 규정하여 환괘 또는 중부괘의 의미와 차별화시켰던 것이다. 따라서 익괘는 배의 효용성을 가리키는 木道(목도)라기보다는 천지의 무한한 생성력을 찬양하는 내용으로 보는 것이 옳다. 하늘은 생명을 베풀고 땅은 그 은혜를 받아 만물을 낳고 일궈내는[天施地生(천시지생)] 위대한 창조성이 바로 益道(익도)(=木道(목도))이다. 익도의 혜택은 대자연에게 골고루 끼쳐 공간적으로 무한하다. 공간의 지평 위에 존재하는 동식물 모두에게 은혜를 베풀기 때문에 ’익괘의 도‘는 시간과 더불어 진행되는 것이다. 천지의 목적은 부족함을 돕는 것에 있다. 천지가 부족하지 않는데도 보태주는 것은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온다. 보태주는 이치는 때(시간의 정신)에 맞추어 자연스럽게 이루어져야 한다. 천지는 춘하추동이라는 시간의 리듬에 맞추어 만물을 생성화육시킨다. 천지는 씨앗 뿌리는 봄에 열매 맺도록 하지 않으며, 또한 여름에 논을 내리는 법은 시간의 본성에도 어긋난다. 항상 때에 알맞도록 생명을 살리고 죽여 천지의 순환을 유지하는 것이다. 시간과 함께하는 천지의 숨결이야말로 생명의 위대한 작용인 것이다. 『주역』에서 말하는 시간은 죽음과 두려움을 알려주는 파멸의 바이러스가 아니라, 생명의 바다를 새로운 양태로 재창조하는 긍정과 희망의 원천이다. 『주역』의 시간관은 인과율에 구속되지 않는다. 시간은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관통하면서 생명을 열어가는 작용을 본질로 삼는 까닭에 모든 생명체에게 한없이 유익한 존재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