初九 曳其輪 濡其尾 无咎 象曰 曳其輪 義无咎也(초구 예기륜 윤기미 무구 상왈 예기륜 의무구야)
초구는 수레바퀴를 (뒤로) 끌어당기며 꼬리를 적시면 허물이 없을 것이다. 상전에 이르기를 ‘수레바퀴를 끌어당김’은 의리에 허물이 없는 것이다.【周易(역경, 주역), 旣濟卦第六十三(기제괘제육십삼), 旣濟卦04~05(기제괘04~05)】
※ 해설 : 초효는 양이 양자리에 있으나[正(정)], 중용에 이르지 못하고[不中(부중)], 4효와는 음양이 상응한다. 물불로 이루어진 기제괘 초효는 빨리 위로 타오르려는 불(離(리) 같은 성급한 성질을 지녔다. 하지만 지금은 물을 건너려는 출발점이기 때문에 그다지 서두를 필요가 없다. '曳(예)'는 당기다, 끌다는 글자로서 여기서는 수레바퀴가 앞으로 나가지 못하도록 브레이크를 작동시킨다는 의미이다. '濡(유)'는 적시다는 뜻이다. 주자는 미제괘 괘사에 여우가 나오므로 꼬리[尾(미)]를 여우의 꼬리로 풀이했다. 여우는 꼬리로 조화를 부리는 꾀보 동물로 알려져 있다. 여우는 강이 깊고 얕은 지를 꼬리에 물을 적셔보고서 판단하는 영리한 동물이다. 여우가 강물을 건널 때는 꼬리를 몸통 위로 들고 건너기 때문에 꼬리로 물만 적셔본다는 것은 건널 의사가 없다는 뜻이다. 수레를 뒤에서 끌어당기거나 여우가 꼬리를 적시는 것은 꽁무니를 빼는 동작과 흡사하다. 꾀많은 여우는 꼬리를 적셔 본 다음 강을 건널 지를 헤아린다. 깊으면 포기하고, 얕으면 꼬리를 들고 건넌다. 여우는 나아갈 때와 머무를 때를 직감으로 느껴 영리한 결단을 내린다. 짐승인 여우조차도 무모한 짓은 저지르지 않는다는 뜻이다. 주역은 교활하거나 아둔한 인간보다는 여우처럼 번뜩이는 예지력을 갖춘 사람을 높이 평가한다. 유종의 미를 거두기는 쉽지 않다. 대체로 시작은 거창하지만, 끝마무리를 시원하게 잘 처리하는 사람은 매우 드물다. 지금은 바깥세상으로 진출할 때가 아니라는 신중한 판단이 섰다. '수레바퀴를 뒤로 끌어당기듯, 꼬리를 적시듯' 조심스럽게 처신하면 허물은 아예 생기지 않는다. 그렇다고 마냥 '동작 그만'의 게으름에 빠져서는 안 된다. 편안할 때 도리어 미래의 위험을 예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曳 끌다 예 濡 적실 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