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격자를 찾습니다
/ 김별
한주 맞교대 야간 일을 끝내고
두통약을 사러 나온 늦은 휴일 아침
눈이 부시고 다리가 휘청거려 넘어질 뻔 하는데
중앙로 네거리에서
페인트통을 가득 실은 트럭과
닭장차가 충돌을 했다
도로에 쏟아져 터져버린 색색의 페인트통
박살이 난 닭장차에서 튕겨져 나온 놀란 닭들은
온통 물감을 뒤집어 쓴 채 천지사방으로 흩어지고
거리며 가로수 건물과 사람들까지
뒤범벅이 되어 그야말로 난리굿도 아니다
겁에 질린 기사는 줄행랑을 치고
검은 색조이던 나무며 집이며 사람이며 먼 산까지
도시 전체가 갑자기 총천연색이다
며칠 뒤 꽃비를 맞으며
현수막이 내걸렸다
[목격자를 찾습니다 후사하겠음]
그 후 현수막이 너덜너덜 해질 때까지
머리카락이며 얼굴 온몸 구석구석까지 남아있던
얼룩이며 냄새가 오래도록 지워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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