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구를 출발한 KTX 열차가 김천을 지날 무렵부터 희끗희끗 눈발이 휘날리기 시작하더니
대전을 지나고부터는 차창밖이 온통 은빛 세상으로 변했다.
2시간이 채 안걸려 도착한 서울에는 눈이 내리지 않았다.
대구 보다는 좀 더 북극(?)에 가까워서 그런지 피부에 와 닿는 공기가 무척이나 차가웠다.
UFC 한국대회가 열리는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 주변에는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무수히 쌓여있는 낙엽 때문에 눈에 보이는 모습은 겨울이 아닌 늦가을의 어느날 같은 모솝이었다.
내 삶의 짜여진 시간표에서 예정에 없이 2박3일씩이나 할애해서 상경한 것은 종합격투기를 좋아하는
아들 녀석의 간곡한 부탁으로 UFC 한국대회를 관람하러 왔기 때문이다.
UFC 경기는 내일 오후에 시작되지만 하루 일찍 상경한 것은
오늘 오후에 UFC의 살아있는 전설 '노게이라'와 '마크헌트'의 펀치 마사지 행사가 있기 때문이다.
아들의 우상은 UFC헤비급 챔피언 출신으로 주짓수의 마술사로 불리우는 '안토니우 호드리고 노게이라'이다.
평소 노게이라를 실제로 한 번 보기만 해도 소원이 없겠다는 녀석의 바램이 이루어질 수 있을까.
'펀치 마사지'는 샌드백에 하얀 티셔츠를 두르고 UFC선수들이 잉크 묻은 글러브로 샌드백을 두들겨서
선수들의 주먹 도장이 찍힌 티셔츠를 받는 것이다.
추운 날씨에 오랫동안 줄서서 기다린 끝에 펀치 마사지 행사가 시작되었고, '노게이라'가 등장하자
아들 녀석은 '내가 실제로 눈 앞에서 노게이라를 보게 될 줄이야' 하고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노게이라의 얼굴을 보고 감격해서 어쩔 줄 모르는 아들 녀석에게 두번 다시 이런 기회가 잘 없을테니
그냥 단순하게 펀치 사인만 받고 나오지 말고 무작정 포옹부터 하고 친필 사인도 받으라고 시켰다.
많은 사람들이 펀치 사인을 받기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고
또 보디가드들이 선수들에게 접근을 못하게 하기 때문에 사인 받기가 쉽지 않았다.
사진 찍지말고 빨리 나가라고 보디가드가 떠미는 바람에 내가 찍은 사진이 흔들렸다.
그렇지만, 아들의 우상인 펀치 도장과 사인을 받고 포옹도 했으니 녀석은 이날을 오래도록 잊지 못할 것이다.
자신의 우상에게 사인도 받고 또 포옹한 사진도 찍었으니
느긋한 마음으로 UFC 체급별 현재 챔피언 사진 앞에서 기념촬영.
마치 성난 염소가 뿔로 받을 것 같은 표정의 상대방과 다르게
노게이라 충격에 얼어 붙은 아들 녀석의 표정은 아직도 해동되지 않은 것 같다.
펀치 마사지 행사를 마치고 찾은 서울 성곽 둘레길.
앞에 보이는 기와집 건물은 흥인지문(동대문).
서울 성곽길이라는 이름의 한양도성은 조선왕조가 한양을 도읍으로 선정한 후
도성 한양을 방어하기 위해서 태조 5년(1395)부터 만들기 시작했다고 한다.
한양 도성 박물관에 전시중인 사진 중의 하나.
낮선 거리를 한참 동안 걷다 보니 춥고 배고파서 무작정 눈 앞에 보이는 식당에 들어갔다.
제법 규모가 큰 식당인데 손님은 별로 없다.
'시장이 반찬이다' 라는 속담이 있지만 음식이 그렇게 마음에 들지 않았는데,
이렇게 밥그릇을 깔끔히 비우기는 처음이다.
사실 얼마나 배가 고팠는지 까딱 했으면 사람이라도 잡아 먹을 뻔 했다ㅎㅎ
옆도 돌아보지 않고 허급지급 민생고를 해결하고 나니 식당에 붙여 놓은 글을 읽어볼 여유가~
앞서 식당은 배가 고파서 무작정 들어간 것이고 이곳은 지나가는 행인에게 물어서 찾아온 맛집이다.
역시 이름난 맛집에는 식사 시간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손님들이 가득하다.
평소 육식을 좋아하지 않지만 가끔씩은 특히 오늘같이 으스스 추운 날에는
고생하는 몸을 위하여 국물맛도 진한 따끈한 갈비탕을 먹어 두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다.
40년 경력의 한방 삼계탕집.
자고로 자신의 몸에게 효도해야 남은 인생을 건강하게 보낸다는 전설이~^^
호박씨(?)와 채 썬 대추등 여러가지 고명과 함께 돌솥 용기에서 보글보글 끓는, 이름하여 '한방 삼계탕'.
전문가가 아니라서 무슨 한약 재료가 들어갔는지 알 수 없었지만 우선 국물이 죽처럼 걸죽하고 진해서 좋았다.
낮선 곳에서 특별한 용무가 없을 때는 이곳저곳 기웃거리며
시장 구경하는 것에도 또 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다.
그러다 거리 모퉁이에 작은 찻집이 보이면 주인 아줌마와 쓸데없는 농담 따먹기도 하고
또 길거리에 서서 군것질도 하면서~
간판에 표시한 것처럼 생활의 달인이 맞는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음식을 다루는 손놀림은 예사롭지 않았다.
잠시 구경하다 하나 먹어 봤는데 먹음직하게 보이는 것과 다르게 내 입맛에는 글쎄~ㅎ
우리나라 수도 한복판에 물고기가 헤엄치는 맑은 시냇물이 흐르고 있다는 사실~
날씨가 차가워서 그런지 거리는 비교적 한산하다.
길거리 상점에는 X-MAS 트리가 가득하지만 캐롤도 들리지 않고 인파도 없어 연말 분위기는 가라 앉아 보인다.
무슨 음식점 상호가 닭 한마리 ???
닭 한마리는 글자 그대로 양푼이에 닭 한마리를 떡가래와 함께 끓여 먹는 것이다.
취향에 따라 사리를 추가해서 끓여 먹어도 되고~
식성이 대중적이 못한 내 입맛에는 별로인 것 같고
막걸리와도 궁합이 잘 맞지 않았다.
좁은 골목 안에는 자욱한 연기와 함께 생선 굽는 냄새가 진동을 한다.
생선구이 백반을 시켰는데 연탄 화덕에 노릇노릇하게 구은 갈치와 임연수가 나왔다.
갈치구이를 김치와 함께 먹으니 막걸리와도 비교적 궁합이 잘 맞는 것 같았다.
손님이 많아서 모르는 사람과의 합석도 전혀 부자연스럽지 않았다.
다음에 찾은 맛집은 이태원역 앞에 위치한 'Ankara Picnic'이라는 케밥집.
쇠꼬챙이에 꽂혀 빙빙 돌고 있는 고기가 참 먹음직스럽게 보인다.
앉아서 음식 먹기가 부담스러울 정도로 작은 가게 안에는 터키 사람인 듯 두건을 쓴 외국인 두 사람이
주문도 받고 요리도 하는데 앉아서 먹는 사람보다 테이크아웃 하는 손님들이 더 많은 것 같다.
드디어 UFC 한국대회가 시작되는 체조경기장에 도착했다.
관객들의 함성은 그야말로 열광의 도가니다.
한국에서 처음 개최되는 경기라서 그런지 좌석이 1만 5천석 가까이 된다는 경기장 안에는 수 많은 인파가~
몹시 추운 바깥 날씨와 다르게 경기장 안에는 관중들의 열기로 더워서 겉옷을 벗어야 했다.
경기 중간중간에 폭탄이 터지는 듯 울리는 대형 스피커 소리는 마치 심장을 주먹으로 강타하는 것 같았다.
그 음파의 충격이 얼마나 큰지 까딱하면 경기를 보다가 심장마비로 세상을 뜰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코리아 파이터 김동현과 최두호는 완벽한 승리였고, 선수들을 응원하는 관중들의 함성은 대단했다.
우리나라 사람이 우리나라 선수를 응원하는 것은 당연하겠지만, 경기의 내용에 상관없이 외국 선수들에게는 야유를 보내고
한국선수들만 일방적으로 응원하는 관중들의 매너는 별로 좋지않게 보인다.
추성훈과 브라질 선수 '알베르토 미나'(Alberto Mlna)와의 경기도 그랬다.
모두가 일방적으로 추성훈을 응원했지만, 그는 결코 '미나'의 상대가 못되었다.
그리고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은 추성훈은 한국 사람이 아니다.
그는 일본으로 귀화한 '아끼야마'란 이름의 일본인이다.
일본인 부인과 어린 딸까지 동원해서 예능 프로그램에서 우리나라 돈을 쓸어 모으는 쪽바리~
경기장 안을 뜨겁게 달구는 것은 선수들의 경기 뿐만이 아니다.
매 회전마다 옥타곤걸의 멋진 몸매를 감상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구경거리이다.
전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옥타곤걸은 미국 국적의 모델 '아리아니 셀레스티'이다.
이번 대회에는 '아리아니'와 함께 한국인 옥타곤걸 '유승옥'도 관중들의 뜨거운 환호를 받았다.
드디어 메인 이벤트 마지막 5회전 경기가 시작되었다.
예상했던 대로 한국인 어머니와 미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나 '김치 파이터'로 불리는
한국계 미국인 '벤 헨드슨'이 관중들의 열광적인 응원속에 판정으로 승리했다.
경기는 자정이 다 되어서 끝났다.
관중들이 썰물처럼 모두 빠져나간 경기장 안에는 관중들의 함성도,
심장을 강타하던 대형 스피커의 소리도 모두가 잦아 들었다.
차분한 마음으로 일상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 된 것이다.
그리고 우리의 2박3일 대장정도 끝이 난 것이다.
첫댓글 ㅎㅎㅎㅎㅎㅎㅎ
오랜만이시네요~~~~~~
얼마전
민간인이 된
막둥이녀석과
풀풀거리는 점심을 먹다가~ㅎ
반가운 지난여름님의 글을 읽으며~
킼킼대고 웃으니!(계속~ 고기 잡숫는 모습이
안스러워~^^)
아들녀석이~뭐냐고~
같이 보다가~ㅎ
UFC얘기를 공유했네요 ㅋㅋ
유승옥얘기까지~ㅋㅋ 어쩜그래~@...@~~~
아들넘이 재미있어 하네요 ㅎ
시대공감인가요?
감성공감인가요~ㅎㅎ
암튼~~~^^.
아드님과
좋은 여행하셨음이
절절하게 보여유~!!!
좋습니다~^^.
훈남이군요~
아드님~♡
근데~
아들녀석보구~~~!
사진촛점줌!
잘 맞추라구 허세요~>...<
아무리~
줌 시켜봐두!
지난여름님~훈남아빠님의 얼굴이 잘 안보이시네유~쳇!
ㅎㅎㅎㅎㅎㅎㅎ
정말 오랫만에 뵙는것 같습니다~~~~~
계절탓인지
게으름 탓인지
별로 바쁘지도 않은데~
매사에 의욕이 없네요~~ㅎ
그렇지만
또
글을 올리지 않으면
뵙고싶은 님들을 볼수가 없으니~ㅎㅎ
근데 고기먹는 모습이 안스럽다는 말씀이네요~ㅎ
워째서(어째서가 아님 ㅎ) 그렇게 보일지~~~??
그러고 보니
먹은 음식은 모두가 육류~ㅎㅎ
그렇지만
평소 좋아하고
즐겨먹는 음식은
잡곡밥에 된장국인데~~^^
만약에~
아들 녀석이
자기 아빠를 조금이라도
닮았다면
키도~ㅎ
여자 친구도~ㅎㅎ
격투기도~~ㅎㅎㅎ
근데~
만약에
사진 촛점이 잘 맞았더라면
절대로~
사진을 올리지 않았을 거라는~~~ㅎㅎ
@지난여름(대구) ㅎㅎㅎ
다음번엔
세수안한 얼굴이셔도
캔츈허니!!!
꼬옥~
쌩얼을 올려보세여~~~ㅋ
대구방가시기전에유~
봐드릴게유~흐흐
오 재미있으셨겠어요 ㅎ 왠지 오랜만에 뵙는것 같아요. 지난여름님 얼굴공개하셨네요. 희밋하지만요. 반갑습니다 ㅎ즐건주말되세요^^
안녕하세요 ㅎ 제가 글을 올리지 않으면 뵐수가 없네요~한종나 대구방 회원이면서 아직 한번도 정모에 참석하지 않았습니다. 언젠가는 참석해야할 것이고 그래서 양아치 모습의 충격파를 줄이기 위해 미리 조금 공개하는 것입니다.ㅎ건강하세요.
@지난여름(대구) 지난여름님
글을 현장감잇게 하두
잘 쓰셔서
늦은밤 정신업시 읽엇네요
오프라인 모임에도
용기내서
함 오시어요
@수잔(대구) 안녕하세요.
봄이 왔지안 아직은 날씨가 고르지 못하네요.
머잖은 날에 회원 여러분들과 만나 뵙기를 희망합니다.
고맙습니다.
제가 여자임이 아싑습니다.
남자였고 아빠였다면 지난여름님처럼 아들이랑 멋진추억 만들건데~
제가 조금만 더 젊었다면
남의 경기 구경하지 않고
직접 참가 해보고 싶었습니다.
젊지 않은 것이 아쉬웠습니다.
그 ufc 경기에 열광하는 사람들 많던데. 무엇이 그렇게 사람들을 끌어 당길까요?
자기가 못하는 것을 다른 사람을 통해서 하는 대리만족일 것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