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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김삼순’ 이라는 드라마가 엄청난 인기를 끈 적이 있다. 김삼순 은 여느 드라마의 여주인공처럼 날씬한 몸매도 예쁜 얼굴도 아닌 통통한 몸매에 평범한 얼굴의 여주인공으로 등장한다. 하지만 페미니즘적시각이 반영되었다는 평가를 받은 이 드라마 역시 김삼순 이 중소기업직원이 아니라 준 재벌2세와의 사랑으로 귀결되는 여느 드라마의 신데렐라 구조의 한계를 완전히 떨쳐버리지 못했다.
최근에는 신데렐라를 넘어 ‘줌데렐라(아줌마 + 신데렐라)’ 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조강지처 클럽, 천하일색 박정금, 내 생애 마지막 스캔들 등이 그 신조어를 만들어낸 주인공이다. " 이 드라마들은 모두 남편에게 버림받거나 고된 생활고에 시달리다 어느 날 백마 탄 왕자를 만나 인생역전을 한다는 게 주된 설정" 이다. 아줌마라고 백마 탄 왕자를 만나지 말라는 법은 없다. 하지만 이런 드라마의 인기는 우리 사회에 얼마나 신데렐라 콤플렉스가잠재되어 있는지, 그리고 얼마나 다양한 연령층에 확산 되어있는지를 알 수 있다.
신데렐라 콤플렉스의 심각성은 여고생도 예외가 아니다. 청주 일신여고 독서신문 동아리가 이 학교 학생 524명을 대상으로 저출산과 결혼관에 대한 설문조사에서 여고생의 32%가 경제력이 뛰어난 남자를 배우자로 선호한다고 대답해, 3%만이 외모가 뛰어난 남자와 결혼하고 싶다고 말한 것과 큰 차이를 보인다. 또한 전업주부 남편에 대해서도 ‘찬성하지만 내 남편이라면 싫다’가 48%, ‘전업주부 남편에 반대한다’ 가 26%로 응답했다. 과거에 비해 비교적 양성평등적 환경에서 자랐고, 성평등 의식이 높다고 여겨져 온 여고생들의 결혼관 조차 가부장적 사고와 신데렐라 콤플렉스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사회전반적으로 확산된 신데렐라 콤플렉스가 심각한 문제인 이유는 남성과 여성 모두에게 성해방의 큰 족쇄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사회는 경제력 있는 남성을 원하고 있다.남성에게는 ‘ 경제력이 뛰어나야 한다’, ‘가족을 책임져야 한다’ 는 가부장사회에서 만들어진 남성성에 빠지게 하고 그로 인한 경제적 중압감을 느끼게 한다.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를 반영해 실제로 남편의 무능력도 이혼 사유에 해당한다는 판례가 있다. ( 전주지법 가사1단독 신명희 판사 ). 하지만 아내의 무능력이 이혼사유가된다는 판결은 찾기 힘들다. 결국 신데렐라 콤플렉스는 가부장적 사회에서 남성에게 경제력이라는 커다란 족쇄를 채워 놓은 꼴이 아닌가.
신데렐라 콤플렉스는 남성뿐만 아니라 여성에게도 역시 무거운 족쇄이다. 경제력만 보고 결혼한 남편이 신데렐라 부인에게 얼만큼 양성평등적으로 대해 줄 것이라고 기대 하고 있는가. 그 예로 국제 결혼의 한 단면을 집어 볼 수 있다. 신데렐라 콤플렉스는 가부장적 남성을 양산하고 여성들 스스로 상품화 시키는데 일조해서 결국 남성들이 여성을 돈으로 살 수 있다는 생각을 갖게끔 만든다. 신데렐라 콤플렉스로 인한 피해는 남성뿐만 아니라 그 남성들로 인해 여성들 또한 고스란히 받게 된다.
신데렐라 콤플렉스는 남성을 ‘현금인출기’, 여성을 ‘성적 액세서리’, 결혼을 ‘매매혼’으로 전락시키는 남녀 모두의 해방을 가로막는 큰 걸림돌이다.
가부장제를 타파하자고 하면서 가부장적 남성을 양산하는 것은 진정 양성평등을 열고자 하는 것인지 의심스럽게 만드는 부분이다. 신데렐라 콤플렉스는 우리 사회에 독이다. 이 점을 여성들이 자각하고 진정 양성평등 사회로 가기 위해서 자신 안의 신데렐라를 몰아내주길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