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서울에 위치한 한 특성화 고등학교에서 근무했던 후기를 적어보려 합니다.
제 짧지만 강렬했던 개인적 경험이 여러 선생님께서 더욱 좋은 선택 하시는 데에 작은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제 기억과 sns 기록 등을 바탕으로 작성되는 글이며 정확한 일시 등은 다소 차이날 수 있으나, 제가 보고 들은 사실만을 기록하겠습니다.
학교 운영상 기밀 사항과 관련된 부분은 일체 언급하지 않을 것이며, 보안상 문제가 될 수 있는 부분에 대한 질문은 받지 않겠습니다.
추후 근무하실 선생님들께서 알아두면 적응하시는 데에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는 교내 분위기에 대한 간략한 설명입니다.
기간제 선생님 모두의 현명한 선택을 위하여 공익적 목적으로 작성함을 밝힙니다. 전국 기간제 선생님들 모두 파이팅입니다. ^^
0. 채용과정 - 면접
수업 시연 주제는 당일 주어집니다. 준비할 시간 10분가량 주어집니다. 전자칠판 사용하셔서 시연합니다.
제가 수업 시연을 시작한 직후 누군가께서 다른 관리자분들께 "준비를 이딴 식으로 하냐. 뭘 보고 평가하라는 거냐." 소리치셨고 잠깐 시연이 중단되었습니다.
이후 한 관리자께서 프린트 해오겠다며 나가시려 했지만 누군가께서 "아, 됐어요!" 하시며 상황 마무리되어 다시 시연 시작했습니다.
- 이후 당일 이어진 면접 후 합격 통보 받았습니다.
- 다음날 다시 관리자와 2차 면담 가진 후 계약서 작성했습니다.
'부모님은 뭐 하시냐, 집은 어디냐' 등 간단한 인적 사항 여쭤보셨습니다.
- 개학 전 또 한 차례 신규 선생님들과 관리자와 3차 면담을 가졌습니다.
학교의 역사와 초대 이사장님의 학력 관련해 5번 정도 반복하셔서 말씀하셨습니다.
1. 신학기 준비기간
신학기 준비기간은 개학 직전 3일간이었고, 다른 학교에 비해 매우 늦은 편입니다.
3월 4일 개학 당일까지 업무 분담 안 된 상태였습니다.
저는 제가 한 관리자께 전화하여서 소속 부서만 겨우 확인했습니다.
담임/비담임 해당 사항 전해 듣지 못한 상태였고,
개학 직전 첫 관리자 면담 때 한 분께서 "누구누구 선생님이 담임이시고, ~~" 하셨습니다.
이어서 다른 분께서 "아이고, 도망가실까봐 비밀로 하려고 했는데. 허허. 도망가시면 안됩니다~" 하셨습니다. 그러니까 원래는 3월 4일 개학날 담임 여부를 알 수 있던 상황이었습니다.
2. 출근 시간 (변경됨)
교육청에 등록되는 공식적인 업무시간은 8시 30분 - 16시 30분이었지만
8시가 학교 공식 출근시간이라고 하셨습니다.
8시가 출근 시간이기 때문에 여유 있게 40-50분쯤 도착하라고 하셨습니다.
그러나 40분쯤 버스를 타면 학생들과 많이 겹치기 때문에 편하게 오려면 7시 30분 이전에 오면 좋을 거라고 '권유'하셨습니다.
이에 이곳 학교 업무시간은 8시간 아닌지 여쭤봤고, 한 분께서 그냥 융통성 있게 오시라고 8시 10분에 와도 아무도 뭐라고 안 한다고 하셨으나, 사실이 아니었습니다.
매주 월요일 8시가 전체 교직원 회의였습니다.
제가 첫 회의 날 8시 5분까지(25분 일찍) 출근했었고, 회의 끝난 직후 누군가께서 교무실 한 가운데로 부르셨습니다.
출근 시간 모르냐고 질문하시고, "무슨 그런 것도 모르냐. 앞으로 7시 50분 전에 오라"고 하셨습니다.
업무시간 외의 회의 참석 강요 말아달라 전체 톡방에 건의했고, 한 관리자께서 복무 관련 장학사께 문의하는 등 부단히 노력하셔서 8시 10분 – 16시 10분으로 공식 근무 시간이 바뀌고, 8시 10분 회의로 변경되었습니다. (출근 시간은 동일 하나, 퇴근이 빨라진 격)
(참고로 교내 메신저 사용 안하고, 카카오톡으로 모든 업무상 연락하며 제가 속한 단톡이 7개가량 되었습니다.)
이 사건 이후 누군가께 오며 가며 들은 말입니다.
"온 지 얼마나 됐다고 설치고 다니냐. 설치지 말아라."
"50년 전통의 학교를 선생님이 뭔데 바꾸려 하시냐. 마음에 안 들면 나가시라."
"건강이 매우 좋지 않아 보이니 3월 31일자로 퇴직하셔라. 월급은 챙겨주겠다."
"많이 모자라서 많이 배우셔야 된다."
(주변 선생님에게 저를 가리키며) "이 선생님 많이 모자라니 많이 좀 가르쳐라."
"(소리치며) 이 사람 안되겠네!!!“
누군가께서 이런 말씀을 하실 때마다 제가 무언가 대답하려 하면 바로 옆에 계시는 다른 관리자께서 손가락을 입에 가져다 대며 ‘조용히 하라’는 제스처를 취하셨습니다.
저는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고, 어느 날은 해당 관리자께
‘누군가께서 부당하게 저에게 소리 지를 때마다 입 다물고 들으라고 하지 마십시오.’라고 하였으나, 훗날 이 발언이 문제가 됩니다.
3. 이사장실 위치
이사장실은 교무실 안쪽으로 문 바로 앞 통유리로 된 작은 별실에 위치합니다. 이사장님은 항상 학교에 상주하시고 학교 이곳저곳 자주 순회 다니십니다. 학교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많으십니다.
출퇴근 시 이사장님께 인사는 필수입니다. (규정은 아니며, 관례상^^)
알아두시면 도움이 되겠습니다.
4. 복장 규정
관리자께서는 학교 차원의 규정이 아니라 모든 선생님이 자발적으로 하는 거라 강조하십니다.
참고하시면 근무하실 때 도움이 되리라 믿습니다.
‘금지’는 법적-제도적 규제를 받는다는 의미는 아니며, 교내 분위기상 그러하다고 해석해 주시면 됩니다.
청바지 금지
니트류 상의 금지
캐주얼 의류 금지 (맨투맨, 후드티 등 본 적 없습니다.)
(한 선생님께서는 정장 자켓 하나를 교무실에 두고, 누군가가 지나갈 때마다 입으라고 조언하셨습니다.)
여름철 묶은 머리(일명 똥머리) 금지
머리 높게 올려 묶기 금지
너무 긴 머리 금지 (실제로 한 선생님께서는 머리 길이 지적을 자주 받아, 자르고 오셨습니다.)
단발 상태에서 묶기 금지 (누군가가 ‘개 꼬랑지’같다고 좋아하지 않으십니다.)
또각거리는 구두 금지
발이 보이는 샌들류 금지
기억나는 대로 수정하며 추가하겠습니다.
5. 책상 정리
책상을 항상 매우 깨끗하게 정리해 두셔야 합니다.
실제로 개학 전 작년까지 근무하셨던 선생님께 개인적으로 연락을 받은 바 있습니다.
학교의 누군가께서 책상이 지저분한 것을 정말 싫어하며, 매우 유의하셔야 한다고 전해들었습니다.
6. 인사위원회
저는 5분, 7분 지각 2회로 복무 태만과 위 2번에서 언급했던 ‘입 다물고 들으라’는 말, ‘그냥 제가 때려치겠습니다.’라는 말을 사유로 하여 당일 통보로 인사위원회가 열렸고, 당일 결과가 나왔습니다.
‘입 다물고 들으라’고는 한 적 없고, ‘저에게 입 다물고 들으라고 하지 마십시오.’라고 하였으나 품위유지위반사유에는 앞뒤 문장이 통으로 잘려있었습니다.
24.4.15.에 해고 예고 받았습니다. 계약해지가 이력에 남으면 앞으로 다른 곳 계약이 어려울 거라고 하시며 여러 차례 ‘권고사직’ 제안 받았으나 거절하고, 24.4.16.일자로 해고(계약해지) 통보받았습니다.
참고로 제 인사위원회 안건이 외부 비공개이나 교직원 전체 열람으로 올라간 사실을 발견하였고, 제 이름, 생년월일, 주소, 징계 사유 등이 교내 전체공개 되었으나 건의하여 비공개로 수정하겠다고 전달받은 상태입니다.
아래는 사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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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소회
세상은 넓고, 다양한 학교들이 있더군요.
점점 수위 낮은 말들에는 무뎌지고, 이 정도면 괜찮은가 싶어질 때마다,
‘내가 그동안 이상한 삶을 살아온 것인가. 내가 너무 ‘mz’스러운건가.’ 스스로에 대한 의문이 들 때마다,
누군가의 눈을 피해 몰래 간식을 전해주시던 선생님들, 제 이전 학교에서의 동료 선생님들, 그리고 사범대학 동기들 덕분에 가스라이팅 당하지 않고 정신줄을 붙잡을 수 있었습니다.
저도 미련 없이 원래 같았으면 속으로 참았을 말도 다 하기는 했습니다. 제가 가진 능력을 믿기 때문에.
학교명은 말씀 못 드립니다만, 첫 학교로는 더 나은 선택지가 많아보입니다. 이 곳에서는 더 다양한 학교 경험을 하고 근무하셔야만 할 것 같습니다. 무시하셔도 되는 제 개인적인 의견입니다.
외부 유출 절대 금지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첫댓글 와....,..ㄷㄷㄷ
고생하셨네요.. 황당해서 헛웃음이 납니다 ㅋㅋㅋ;;;;.... 좀 많이 이상한데요.. ㅋㅋ;; 지금 공고난 것을 보니.. 대충 알겠네요.
감사합니다.ㅠㅠ 이동 중에 급하게 작성한 게 이 정도이고 앞으로 생각나는대로 더 추가할 예정입니다.
와 샘 진짜 ...... 최악이네요 너무고생많으셨네요..... 하루하루가 지옥이었을것같습니다......
네 학교만 생각하면 과호흡이 올 지경이었습니다.. ㅠㅠ 감사합니다
와 진짜 역대급 미친 학교네요..
그동안 정말 수고많으셨어요 정서 잘 회복하시길 바래요 ㅜㅜ 뭐든 잘 되실거에요 쌤
감사합니다♥︎♥︎
위 글에 있는 학교인가보네요ㅎ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24.04.19 09:10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24.04.19 12:39
와....ㅠㅠ 진짜....글 처음에 면접 보러 가신 날...상황만 봐도 저는 도망갔을 것 같아요.......ㅠㅠ 한 달이 길다면 정말 길던 3월 첫 달인데ㅠㅠ 진짜 너무 고생 많으셨습니다ㅠㅠ
고생많으셨어요 선생님ㅠㅠ
사립 단어만 들어도 피곤함이 오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