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레마
어느 한 쪽을 선택해도 곤란한 생각이 들어 합리적 판단이 어려운 진퇴양난의 상황에 이르렀을 때를 흔히 딜레마에 빠졌다. 라고 한다.
논리학에서는 이를 양도(兩刀) 논법이라고도 한다. 양도(兩刀) 논법에서는 어떤 결론에 도달하든 답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이럴 경우 어떤 행동을 선택 하더라도 불만족스러운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사람들은 대부분 딜레마에 빠졌을 경우 그것을 해결해 가는 선택지를 이성적 시스템과 정서적 시스템 사이에서 고민하다가 우세한 쪽을 선택하는 경향을 갖는다.
요 근래 나는 내가 설정해 둔 삶의 준칙과 다른 사람들이 나에게 행동해 주기를 바라는 기대 수준과의 간극에서 딜레마에 빠진 적이 있다.
나는 나 자신을 평가할 때 이젠 나이가 들어서 남을 계도할 위치에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간혹 강의 요청이 있어도 정중하게 그것을 사양해 왔다. 그런데 지난해에 진주 삼락회가 경남교육청으로부터 위임받아 실시하는 초. 중. 고등학교 인성교육에 마지못해 참여하게 되었다. 참여하게 된 계기는 회원 중에 유고가 생겨 그 친구를 대신해 보충 수업을 한 시간 한 것이 동기가 되어 끝까지 참여하게 되었던 것이다.
이 업무를 책임지고 수행하는 사람이 나의 대학 동기다. 연수를 마칠 무렵 그 친구에게 이후로는 나는 이러한 연수 강사를 하지 않겠다. 고 이야기를 했었다.
그러면서 이러한 이유를 들었다. 나의 손녀가 유치원에 다니는데 나와 전화 통화를 하면 피하지만 할머니와 통화를 하면 잘 피하지 않는다. 같이 생활을 해도 나 보다는 할머니에게 더 자주 간다. 나이가 들어 얼굴이 추해지면 가족인 손녀도 좋아하지 않는 경향이 있는데 다른 집 자녀에 있어서야 더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내가 아무리 좋은 주제를 선정하여 강의를 위해 많은 준비를 했더라도 그들의 눈높이에서 교감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효과가 반감되는 것이다.
교육은 상호교호 작용에서 이루어지는 창의물이다. 지도자가 문제에 대한 단서를 제공하면 학습자가 그것을 대뇌에서 인지하여 문제에 대해 사고하고, 분석하고, 판단하여 언어로 표출한다. 그러면 교사는 그것을 듣고 처방을 내려 또 다른 학습과 연계되도록 이끌어 가는 연속의 과정이다.
그런데 여기에는 중요한 연결고리가 있다. 그것은 교사와 학생 사이의 신뢰다. 자라나는 학생들은 나이가 많은 사람에 대해서는 신뢰를 하지 않는 경향이있다. 그러기에 한 살이라도 젊은 후배들을 참여시키는 것이 좋겠다. 고했다.
금년에 또 멤버에 소속시켜 배정을 했기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통보했다. 그랬더니 이미 보고까지 끝난 상황인데 금년에만 같이 해 줄 것을 요청해도 끝까지 고사를 했다. 그 동기가 서운해 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또, 진주 문화원 교육문화 분과 위원장이 대학 동기다. 얼마 전에 나에게 전화로 남명학당에서 해마다 학생들을 대상으로 남명사상 교육을 하고 있는데 금년에는 진주 문화원에서 위탁을 받아 교육을 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내가 강사로 동참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나는 내가 그런 자질을 갖지 못했다. 고 사양을 하는데도 그 친구가 내가 적임자라고 계속 동참해 줄 것을 설득하기에 ‘나는 이젠 편하게 살다가 죽으려고 한다.’했더니 더는 권하지 않았다. 역시 그 친구도 서운해 하는 눈치였다.
두 친구 모두 가깝게 지내는 동기인데 냉정하게 거절을 하고 나니 마음이 무겁다. 젊었을 때야 아무렇지도 않을 일이지만 나이가 드니 마음이 약해져서 그렇게 거절한 것도 마음이 무겁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내가 퇴직할 때 정한 규준에 충실할 수밖에...
앞으로도 계속 외부의 발걸음은 차츰 줄이고 나와 가족과 일가친척과의 교분은 더 넓혀 갈 작정이다.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딜레마를 겪게 될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