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로 숨을 쉬는 생도 있다
척박한 땅에 난생의 몸으로 떨어져 망망한 대해를 떠돌다 다다른 지표면
붙잡을 피붙이 하나 없는 물컹한 진흙 바닥에 그래도 단단히 뿌리 내렸다
눈물보다 짠 바닷물이 푸른 혈관의 통로를 지나 두꺼운 손가락 마디 끝
꽃잎으로 빠져나오는 수변
성성한 자식들 뭍으로 내보내고 맨몸으로 파도를 견뎌온 나무
밀물과 썰물이 수시로 드나드는 간석지에서
나무로 살아가는 일이 속내를 숨기고 혀를 깨무는 여정이라지만
얼마나 숨쉬기 버거웠으면
혀를 뿌리처럼 물 밖으로 밀어 올려
가쁜 숨을 내 뱉았을까
울먹이는 누이의 손을 잡고
어둑한 맹그로브 숲으로 들어가는 저녁
요양원의 긴 복도를 따라
수면 위로 뿌리를 드러내고 가쁜 숨을 이어가는
맹그로브 뿌리같이 수척한 아버지
이불 같은 밀물이 밀려와
머리끝까지 아버지를 덮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