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부지는 올해 74세가 되셨는데,
여전히 멋 부리는거 좋아하고, 좋은 옷 입고 다니시기를 좋아하십니다.
엄마는 그 많은 옷 어떻게 하려 하냐고,
한번도 안 입은 옷들도 많으니 "죽을때까지 다 입고 죽으라" 고 성화를 합니다만
아부지는 아랑곳없이
맘에 드는 옷이 있으면 사 입으십니다.
뒤늦게 팔자에도 없는 가사노동에 스트레스 받을법도 한데,
즐겁게 하고 계시니,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서, 우리 자매는 왠만하면 비유를 맞춰드리려 합니다.
아부지가 힘들어 못하겠다고 살림 안 한다고 해 버리면
젤 골치아픈건 언니니까요.
지난 18년도에도
아부지 옷 여러개 사셨습니다.
제가 설 연휴 끝자락에 갔을때, 엄마의 발병을 모르고...일찍 돌아갈 요량으로 우리 쑨동과 시아버지 옷을 몇벌 사니
아부지가 나도 사 달라고 해서, 바지랑 티셔츠 울시라는 브랜드꺼 사 드리고
1월에 언니가 라스베가스 출장가서 아울렛 가서 이것저것 언니네 물건과 제가 부탁한 물건 사면서
제가 아부지꺼도 꼭 사라 했는데
아부지꺼가 살 만한게 없다고, 그냥 아부지꺼는 안 사고
한국에 돌아와서 내가(언니가) 모시고 가서, 아부지 원하는거 사 드리면 안되냐고 하길래, 안된다고 했지요.
아부지 삐짐니다.
입던 안 입던, 신던 안 신던...일단 사다줘야지...아무것도 안 사오면 삐쳐요.
그래서 안 입고 안 신으면, 우리 쑨동 입히고 신기고 하면 되니깐 사 오라고 해서
제이린드버그 골프웨어 에서 나오는 고어텍스 바람막이 잠바랑(40% 세일했는데도 300불 가까이 한듯요), 에코에서 맹꽁이 스니커즈(슬립온이라고 불러요) 한 켤레, 그리고 마이클코어스에서 티셔츠 하나...이렇게 세개를 언니가 머리를 갸우뚱 하며 사 들고 왔습니다.
제이린드버그 고어텍스 점퍼는
언니가 같이 간 라스베가스에 사는 육촌동생 입혀보니 너무 이쁘다고,
형부 입히면 좋을거 같다 해서, 저도 우리 쑨동 입히게 하나 사라고 했는데...
사위들은 똑같은 잠바 사 온거 같은데, 내껀 없나 하고 심히 섭섭해 할께 뻔해서
색상을 물으니...검정과 파랑색 두 가지라 하는데, 검정이 이쁜데..70넘은 노인이 검정입으면 그렇고, 그렇다고 파랑이 안 이쁜 파랑이라고....언니가 자꾸 그러는걸
쑨동과 형부는 검정...아부지는 파랑...사 오라고 해서 사 왔는데요.
왠걸요..
안 사다 줬으면 큰일났을 뻔요..
내내 아주 좋아서 잘 입고 다니셨어요.
친구들이 좋아보인다고 들 하면 , 니네가 제이 린드버그를 아냐고...자랑하고,
우리 딸이 라스베가스에서 사 온거라고....골프칠때도 입고 가고, 외출할때도 입고 다니고...했습니다.
신발도 아주 잘 신으십니다.
그거 신으니 발이 편하다고.....
제가 왜 그러냐면
원래 아빠 성향이 그러신데다가, 저번에는 저한테 투덜투덜 거리셨어요.
"니 언니는 외국 출장만 가면, 지꺼랑 지 아들꺼만 사오지, 내꺼는 안 사 온다"고 투덜거리셔서..
아부지 그런 소리 하지 마시라고,
언니가 엄마,아빠한테 쓰는 돈이 얼마나 많은데...그러냐고...아무 말 하지 말라고 했었지요.
그 담부터는 언니보고 뭐 하나라도 아부지꺼는 꼭 사 오게 해서,
면세점에서 로션이라도 사 들고 오긴 합니다...
한 이주전쯤 언니가 아침에 카톡이 왔습니다.
"아빠가 아침에 잠바 하나 사 달라 하시는데, 슈페리어 매장에 수선 맡기러 가셨다가 보셨다는데...이월상품이라 50% 할인해서 40만원 좀 안된다 하는데...
내가 3월이면 회사에서 옷 바꿀수 있는 상품권이 나오니, 헤지스는 다운패딩이 별로라 코오롱꺼(코오롱꺼 비싸요) 도 가능해서, 코오롱 패딩으로 사 드리겠다 하니, 싫으신지 서운한 표정을 지어서...그냥 오늘 가서 사시라 하니 좋아하시네" 라고 하길래
그냥 사고 싶을때, 사고 싶다는거 사시게 하고
옷이 많긴 한데...아부지가 일당백 하는데, 뭐 사 달라고 하는거 있으면, 적당한 선에서 사 드리자..내가 반 낼께...라고 했고
오후늦게 전화를 걸어서, 가서 옷 사 입고 오셨냐고 하니
맥아더(아빠랑 친한 친구분, 별명이 맥아더) 랑 같이 갔는데...마침 점장이 신상품을 정리하는데, 맥아더가 점장이 들고있는 거위털 점퍼를 보더니, 이쁘다고 나한테 입어보라고 해서...
입어봤는데
맥아더가 그거 사지 말고, 이거 사라고 이쁘다고 해서...
그건 신상이라 30% 밖에 세일 안하고, 점장이 점장할인 10% 해줘도 60만원대라...일단 그냥 와서
엄마랑 의논하니,
엄마가 나머지 잔액 보태주겠다 해서, 내일 가서 그거로 살려고..
네 언니한테는 미안해서 그거 사겠다고 말 못하니, 그냥 먼저 보고 온거 샀다고 그럴려고..
엄마를 어떻게 구워삶았길래
옷 그만 사고 죽을때까지 다 입고 죽으라고 하는 엄마한테 30여만원 가까이 뜯어내는데 성공을 하신건지...
아부지는 경제권을 잃었다.
연금들어오는거는 엄마가 다 압수해서 한푼도 못 쓰고, 집판 돈은 언니한테 엄마가 맡겨버려서 그것도 하나도 못 건드리고
오롯이 생활비 언니가 한달에 한번 통장으로 넣어주는 돈으로
그 돈 안에서 자유롭게 쓰고,
언니가 카드 한장, 제가 카드 한장 줘서...골프갈때마다 이번엔 언니카드로 샥 긁고, 그 담번엔 제 카드로 샥 긁고...
뭐 먹고 하는것도, 한번씩 번갈아 가며 카드를 긁는다.
그래도 딸들 카드니깐 자랑스럽게 써서
동창친구들이 엄청 부러워 한다고, 동창들 사이에서 우리 아부지가 "딸 들 잘 둬서 호강하고 산다" 고 소문이 낫다고...
아부지 말씀으로는
동창분들 중에는 자식이 사업한다 해서 다 없애서, 동창회비도 못내서 동창회도 못 오시는 분들도 많다고...
여튼 엄마가 보태주기로 하고 내일 다시 잠바를 사러 간다 하시길래
벼룩에 간을 빼 먹으시라고.. 하고는...잠바 제가 반 보태기로 했으니, 그냥 엄마한테 돈 뜯지 마시고, 언니한테 이야기 할테니 걍 가서 60여만원짜리로 사 입고 오시라고 했고
다음날 신이나서 그 잠바를 사 입고 오셨고
언니가 저녁에 카톡으로 "아빠 잠바 고급스럽고 가볍고 아주 이쁘다, 잘 사셨다...이야기 들었는데, 내가 잘 하셨다 했어, 잠바 아주 이쁘네" 라고 만족을 해서...둘이 그냥 반씩 내기로...
아부지는 창피하게
카드 두 장 가져가서, 두 장으로 반 나눠 결제하려고 하니, 매장에서 하나로 하셔야 한다고 한다고
전화가 와서, 어떤 카드로 긁냐? 고 하면서...니 언니 카드로 긁으면 육십몇만원 긁었다고 당장 전화올텐데...하길래(그때까지는 언니는 40여만원으로 알고 있으니) 그냥 제꺼로 긁으세요, 할부 말고 일시불로요!!
라고 해서,
일시불로 시원하게 긁고 오셨다.
카드 할부를 하면 매달 갚아야 하고,
가만보니 제가 카드 무이자 할부 재미에, 비싼 물건도 나눠 내면 되니, 돈 없어도 척척 사 버리던 소비습관으로 인해, 무절제한 소비를 해서 힘들었던 경험을 교훈삼고, 이제는 아무리 비싼 물건을 사도 절때 카드 할부로 안 사거든요.
그러다 보니
분수에 맞게 구매를 하게 되었어요.
그래서 지금은 모든 구매를 아무리 무이자 할부가 유혹을 해도, 지금 내 수중에 저거를 구매할수 있는 여유 현금이 없으면 안 사는거로 하고, 무이자 할부 없이 일시불로 구매를 하니, 매달 카드값도 적게 나오고(무이자 할부때문에, 매달 무이자로 구매하다 보니, 카드값이 줄어들지 않고 늘 많이 나와서요) 카드값에 시달리지 않아 아주 좋더라구요.
얼마전 어느 글을 보니,
어느 부자의 글을 봤는데, 그분이 운영하는 회사의 부채도 제로, 그분의 자산 모두 부채제로(집,차,부동산 등등의 재산) 그리고 그분이나 부인이나 신용카드 한장 없이 살고 있어서
내일 죽는다 해도
내가 갚을건 전기세, 물세 같은 공과금 밖에 없다고....하는 글을 보고는
아 ...저건데....하며 무릎을 쳤습니다.
그런데 신용카드를 없애기에는
신용카드가 주는 혜택이 너무 많고(한국은 신용카드 혜택이 너무 많지요, 각종 식당,베이커리, 영화관,놀이동산 등등 할인)
아쉬울때 써야 하는데 싶은데...
우리 쑨동은 가능합니다.
신용카드 없고, 부채 하나 없습니다...주택담보대출, 차량할부...이런거 없거든요.
그런데 언니가 그 점퍼 사시고 며칠 지나서, 카톡이 왔습니다.
아부지 너무하는거 아니냐고
저번월요일에 치유집회 가서도 자꾸 나한테 핸드폰 보여주면서 "사진이 자꾸 흐리게 나온다" 고 봐 보라고...
아부지가 사진 찍을 일이 얼마나 있다고,
그 폰 80만원 주고 사 드린지 1년 반인데...조금 더 쓰시라고 하니, 아부지가 자꾸 사진이 흐리다고 한다고...
오늘 바쁘다 그래도,
유플러스 대리점에 왔는데, 요금제를 7만원짜리로 바꾸면, 핸드폰 공짜로 바꿔준다고 그런다고 해서
아빠꺼 요즘제 3만원 짜리라고...하고, 일단 나중에 이야기 하자 하고 끊었는데, 바꾸고 싶은거지...
바꿀때 되면 내가 알아서 바꿔드리는데
새 옷 사 드린지 며칠 되지도 않았는데...이달 말까지 에반이 축구부 전지훈련비 300만원에, 축구부 회비 80만원 내야 하는데...
에반이 고등학교 들어가서, 축구부 회비랑 지방시합 간거, 전지훈련 간거...형부가 어제 엑셀로 정리했는데, 딱 3천만원 썼거든.
이달말에 380만원 해 주면...축구부에 들어간 돈만 3400만원 돈인데...김정윤이 아니고 돈정윤이야, 돈정윤...
그럼 내가 사지 말라고 뭐라 그럴까?? 라고 하니
아냐...내가 이따 집에가서 6개월만 더 쓰시라고 할께...그래도 말 안 들으시면, 니가 뭐라 그래...ㅋㅋㅋ
핸드폰을 바꿨는지 안 바꿨는지는 모르겠지만
조용합니다...
아부지가 무보수로 가사 노동을 하시니...사실 핸드폰 사 달라는거 사 드려도 됩니다.
아부지가 가사노동 하시고 집안 돌봐주시는 것을 비용을 환산하면...훨씬 더 많지요.
작년엔지 동창들이 태국인지 베트남인지 겨울에 골프치러 간다길래, 가시라 하니
엄마 때문에 안 가시겠다고도 했고요..
엄마 돌보고, 집안일 하고....손주까지 돌보고 하면...스트레스 받는데, 돈이라도 나가서 쓰는 재미를 줘야, 즐겁게 가사노동도 하시니...
설날 지나 한국가서 보고 핸드폰 안 바꿨으면, 하나 사 드려야겠습니다..
첫댓글 아버지가 건강하셔서 다행이고
또 집안 살림을 전적으로 해 주시고
엄마 돌보아 드리고
에반이 뒷바라지도 하시니
아버지 하시는 일이 참 크네요
미녀님과 언니가 아버님께 감사하고
잘 해 드리니 보기가 좋아요
또 아버지 성격이 좋으셔서
옷 사드리면
좋아 하시고
잘 입고 다니시니
그것도 좋은 일이에요
좋은 아버지와
착한 딸들 입니다
새옷 사드리면 좋아하시고
입고 다니시고
친구들과 즐겁게 지내시는
지금이 좋은 때입니다
우리 엄마도
모시고 쇼핑을 나가면
"이것 사달라", "저것 사달라" 하셔서
"엄마 그런건 많이 있는데.."
"필요 없는걸 왜 사세요"
했었는데
지금은 그때가 그립네요
무조건 다 사드리고 즐겁게 해 드릴껄...
하구요
미녀님 아버님 친구분들께서
효녀딸이 둘을 두신 미녀님 아버님을 부러워 하실만 하네요.
저희 친정도, 제남편도 아이들도 옷에 관심이 없기에 (돈때문인지도),
남자들은 다 그런줄 알았는데, 옷에 유난히 관심이 많은 분들도 있더군요.
아무튼 미녀님 자매 둘다 능력이 있어셔서 좋으시겠습니다.
운동선수로 키우려면 돈이 많이 든다고 하더니
정말 그렇네요. 자녀가 운동에 소질이 있더라도 돈없는 부모는
자식들 뒤바라지 못하겠군요.
아버님이 멋있는 인생관을 가진신거 같아요 따님댁살림도 잘하시고 본인관리도 잘하시네요 글속에서 아버지사랑하는딸들의 정이 철철 넘쳐보입니다 그래서 딸이 최고입니다 ~~
저도 연로하신 아버지가 지금 병원내에 소재한 양노원에 계시는데,
건강하셔서 하시고 싶은 것이 있다면 빚을 내서라도 해 드리고 싶은 마음입니다.
기회가 있을 때에 사정이 허락하는대로 해 드리면, 저처럼 후회하지 않을 것 같아요.
늦었지만, 미녀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