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과 결혼한 연애인
정식으로 재벌 총수와 결혼한 이는 1970년대 ‘별들의 고향’으로 일약 스타덤에 올랐던 안인숙 씨와 60년대 최고의 인기 배우였던 문희 씨, 90년대 '모래시계'로 유명한 고현정 씨다. 재혼으로 정식 아내가 되었던 이는 70년대 최고 스타 정윤희 씨와 인기가수 ‘펄시스터즈’ 멤버인 배인순 씨이다. 안인숙 씨는 대농그룹 박용학 창업주의 아들인 박영일 회장과 결혼하면서 은막을 떠났다. 당시만 해도 대농그룹은 섬유와 유통, 기계 업종을 아우르는 국내 굴지의 회사였다. 특히 계열사인 미도파백화점은 젊은이들의 쇼핑장소로 인기가 많았다. 그러나 무리한 사업 확장 등으로 1998년 외환위기의 파고를 넘지 못해 쓰러지고 만다. 그룹이 해체된 뒤 이들 부부는 조용히 교회일에 전념하며 외부 활동을 삼가고 있다. 70년대 최고의 스타였던 정윤희 씨는 중앙산업 조규영 회장과 살림을 차렸다. 당시 조회장은 가정이 있는 유부남이었다. 1984년 간통 혐의로 유치장 신세까지 감수하면서 사랑을 쟁취, 오늘에 이르렀다. 그녀는 결혼과 동시에 연예계와 완전히 발을 끊고 평범한 가정주부로 변신했다. 중앙산업은 일제강점기부터 있었던 회사로 초창기만 해도 삼성그룹보다 사세가 더 컸었다. 서울 태평로 삼성 본관 곁에 있는 태평로 빌딩이 원래 중앙산업의 모태다. 삼성 이병철 회장이 이 빌딩을 사려고 무척 공을 들였으나 팔지 않았다가 IMF 이후 결국 삼성 손에 넘어가고 말았다. 조규영 전 중앙산업 회장과 배우 정윤희 씨 동아그룹 최원석 회장의 안방마님이었던 배인순 씨는 워낙 세간에 많이 알려진 인물이다. 20여 년을 함께 살다가 헤어질 때 폭로전을 하며 구설수를 만들었다. 결혼 직전 최 회장은 동아건설 최준문 창업주의 장남으로 이미 두 번의 결혼 경력이 있는 이혼남이었다. 반면 배인순 씨는 국내에서의 활동을 접고 뉴욕으로 건너가 잠시 쉬고 있을 때였다. 최 회장이 미국까지 찾아와 끈질기게 구애한 끝에 이 둘은 결혼하게 된다. 결혼 후 한동안 잉꼬부부로 소문나 있었다. 그러나 최 회장은 나중에 미스코리아 출신인 아나운서 장은영 씨와 살림을 차렸고 배씨는 최 회장과의 관계를 폭로하는 ‘커피 한 잔’이라는 자전 에세이를 발간, 세인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동아그룹 역시 무리한 사업 확장과 내부 관리 잘못으로 모기업인 동아건설이 부실해지면서 최 회장은 경영에서 손을 떼게 된다.
최원석 전 동아그룹 회장과 배인순 씨 1960년대 톱스타인 문희 씨와 한국일보 창업주의 장남인 장강재 씨와의 결혼도 장안의 화제였다. 그러나 장 회장이 타계하고 한국일보도 최근 장 씨 일가에서 삼화제분 집안으로 넘어가고 말았다. 신세계 그룹 정용진 부회장과 미스코리아 출신 톱스타 고현정과의 결혼도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하지만 1남 1녀를 낳고 짧은 결혼 생활을 청산해야 했다. 정 부회장은 그 뒤 한지희 씨와 재혼, 지난해 이란성 쌍둥이를 낳으면서 새 출발 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과 탤런트 고현정 씨 재벌은 아니지만 잘 알려진 기업주와 결혼했다가 이어 창업주 3남과 결혼했던 탤런트 황신혜 씨와 영화배우 김부선 씨의 경우다. 황 씨의 남편 이 정 씨는 한때 패션구두를 생산 판매하는 등 잘나가는 기업가로 활동했지만 기업도 부도가 나고 결혼마저 실패하고 만다. 김부선 씨는 극장 재벌로 소문난 단성사 장남인 이주호 씨와의 사이에 딸을 하나 뒀다. 당시 유부남이었던 주호 씨는 집안에서도 인정받지 못해 외국을 전전해야 했다. 차남이 운영하던 단성사도 최근 부도를 맞고 말았다. 지난 1990년대 초 잘나가던 재벌 2세의 몰락을 취재한 적이 있다. 70년대 강남개발로 일약 거부가 된 부친의 후광을 업고 백화점을 운영하는 등 한때 젊은 사업가로 이름을 날렸던 K 씨다. 서울대 상대를 나오고 키도 180cm를 넘어 흔히 얘기하는 ‘신언서판’을 다 갖춘 촉망 받는 젊은 사업가였다. 그러나 30대 초반에 큰 사업을 하기에는 무리였는지, 마약과 도박 등에 빠져 사업을 멀리했다. 마지막에는 연예인들과 마약 파티를 벌이다 잡혀 패가망신하고 말았다. 함께 마약을 했던 여자 연예인들은 그 뒤 영원히 브라운관에서 사라진 것은 물론이다. 당시 필자에게 K 씨는 이렇게 고백했다. ‘철없는 나이에 원하는 것은 모두 할 수 있어서 결국 마약에 손을 댈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돈이 있으니까 주변에 채홍사 역할을 하는 친구도 있었을 게 뻔한 일이다. 이렇듯 재벌가와 연예인의 결합은 그렇게 좋은 결실만은 아니다. 창업주들은 본 부인이 아닌 후처로 대부분 들였고, 2, 3세들은 정식 부인으로 삼았지만 회사가 망하거나 이혼하는 등 순탄치 않은 삶을 영위하고 있다. 그래서 재벌가에선 연예인과의 혼사를 그렇게 반기지 않는다. 2, 3세와 혼사가 많을 것 같지만 스캔들로만 이어지는 것은 이와 같은 재벌가의 불문율 같은 것이 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주변에선 연예인의 기가 세서 재벌가와의 혼사는 맞지 않다고 얘기한다. 재벌 총수의 부인은 밖에서 활동하는 것보다 조용히 집안에 머물며 대소사를 처리하는 현모양처형을 요구한다는 지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