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날의 고뇌 청초 이용분
미장원에 가면 온갖 종류의 사람들이 찾아 든다. 머리도 안하면서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마치 정견장을 방불케 제 혼자 떠드는 사람. 시끄러워도 그도 잠재 고객이라 말리지 못하는 주인 마담... 누가 이를 말리랴.
좁아터져 앉을 자리도 없는데 먼저 자리를 턱 차지하고 앉아 떠들어 대는사람들... 머리를 손질 하려고 온 손님의 입장에서는 듣고 있자니 괴롭기 짝이 없다. 진짜 머리를 하려고 새로 온 사람은 문을 열고 자리를 잔뜩 메우고 앉은 손님을 보는 순간 '언제 자기 차례가 올지 모르겠구나'하고 들떠드는 분위기에 지례 겁을 먹고 도망가 버린다.
그런 패들이 빠져 나가자 일순 미장원은 조용해 졌다. 어떤 50대 여인이 머리를 손질하러 왔다. 한 무리의 손님이 빠져 나간 뒤라 그녀는 쉽게 머리를 하는 의자에 앉았다. 나는 파마를 하니 3시간 쯤 걸려 그 모든 정황을 보게 되었다. 무료하게 앉았으려니 자연히 이야기가 오가게 되었다.
.“저 좀 고견을 좀 듣고 싶어서 무얼 좀 여쭐께요.” 무슨 소리를 하려는지 의아한 내가 그를 쳐다보았다. 그녀는 반백은 안됐지만 제법 흰머리가 석인 단발 컷트 머리다. 언듯 오십 줄은 넘긴 듯 지적이고 고운 자태다. 얌전하니 집에서 살림만 한 듯 좀 분위기가 착 갈아 앉았다.
집안에만 있어서 좀 쳐진 사람인가?
“요즘은 집안에서 살림만하고 들어 앉았으면 자연히 사회에서 쳐지게 되어요. 무어라도 배우러 다니세요."
내 예측이 조금 빗나갔다.
“집에만 들어 앉아 아이들 장래 문제에만 골몰하다 보니 진짜 고민이 많아요. 두 아이를 키우고 있는 데 아들이 의대에 다녀요.“
“자손들이 공부를 잘 하는군요. 기쁘시겠습니다.” 별로 자랑도 아니라는 듯 담담하게 말을 한다.
"요즘 무슨 과를 택할지가 한참 고민이랍니다. '문외한인 내가 섯불리 무어라 도와 줄 말이 없다.'
"근데 정말 고민은 딸아이랍니다. 지금 나이가 30살인데 미국 유학을 다녀오더니 아이가 확 변했어요. 외국인과 결혼을 하겠다고 해서 큰 고민입니다. 10년 전 국비 장학생으로 비행기 삯까지 나와서 유학을 보냈어요. 그 때만 해도 얼마나 자랑스럽고 기뻤는데...“
“아유 자손들이 정말 공부를 잘 하는군요.^^ 좋으시겠습니다. 무얼 전공 하였나요?”
“경제학이요. 석사를 받고 돌아 왔어요. 지금 취직을 하여 직장엘 잘 다니고 있지요. 이제 결혼 적령기에 들었는데 글쎄 한국 남자들과는 결혼을 하기 싫다네요. 결혼을 한 후엔 군림을 하고 계속 자기를 떠받들라고 하는 한국 남자는 싫대요.”
"영국출신 원어민영어 학원강사와 눈이 맞아서 그 애와 결혼을 하겠다고 난리에요. 내팔자가 왜 이런지 모르겠어요."
"거기에 본인 팔자가 왜 들어가나요?." 좀 뜸을 들였다가 되물었다.
“몇 년간 새겼는데요.?"
"한 2년 되었어요.안된다고 말려도 말을 안 들어요. 딸애 아버지는 영국인은 해적의 후예라고 아주 질색입니다."
'바이킹'을 일컫는 말인것 같다. “에그. 자꾸 말리면 더 불이 붙지요. 그냥 좀 관망을 하세요.”
영어 강사라면 대학만 나와도 가능한 일, 뭐 특별한 기술은 없는 셈이다. 한국에서 자리를 잡으려면 외국인으로써 얼마나 사회적 장벽이 높을 텐데... 사람이 콩깍지가 씌면 눈에 보이는 것이 없다. 아무리 이치에 닿는 말을 해도 귀에 들리지 않는다.
그게 사랑의 특성이라 한다. 그 콩깍지가 벗겨질 시간은 불과 얼마 되지 않는다. 사랑의 콩깍지의 기간은 평균 길어야 1년6개월이라 한다. 결혼식을 치루고 난 뒤에 바로 현실에 부딪히게 되어 술 깨듯이 확 현실로 돌아 오기도 하나 이미 때는 늦다.
“요즘은 많은 사람이 국제 결혼을 하던데요. 시대적 상황이 뭐 그리 큰 흉이 되지는 않는 것 같아요. 다만 남자가 조금 더 자격요건을 갖추었다면 좋기는 하겠네요.”
"집에 찾아 온적은 있나요?"
"예 한번 와서 만나 보았어요, 사람은 착해 보여요. 딸아이를 무척 위한다는군요. 아무리 그래도 착한게 무어 밥 먹여줍니까?”
“그러면 공부를 더 해서 석 박사를 하라면 되겠네요.”
“글세 딸아이가 그 공부 뒷바라지를 하겠대요. 될 소리를 해야지 정말 기가 막혀서 휴... 여자는 남편 그늘에 있어야 편하지 않습니까?”
거기까지 듣고 나는 머리를 다 마치고 그곳을 나왔다.나는 누구 편을 들었어야 현명했을까...
사랑이 무조건 일때 석류알처럼 큰 기쁨들이 알알이 잉태하지만 조건을 따질 때 시들고 슬픔은 싹이 튼다.
전에 '이창'을 쓸때 앞 주차장에서 밤에 보았던 그 커풀인가?
승용차에서 내려서 뽀뽀를 하면서 애뜻하게 이별을 하던 그 커풀? 그들은 그렇게 남모르게 사랑을 키워 왔었나 보다.
'일순 아릿한 이 내 마음은 무슨 의미일까' 고금을 막론하고 그 사랑이란 게 대체 무엇인지...
첫댓글 이렇게 여러사람들이 모인곳에서의
이런저런 이야기 듣는것 저 좋아해요.
듣는편이죠.
제가는 미장원은 나이드신 분들이 많은편
그래서인지라 건강이야기
약드시는 이야기
식품이야기도 많이하더러고요.
아래 사진이 머위나물
많이 해먹습니다.
몇년전에 쓴 작품입니다.
그 당시만 해도 국제결혼을 백안시 하고
경원하는 성향이 짙었었지요.
요즘은 장모가 서투른 한국말로 애교를 떠는 외국인 사위를 더 좋아 하는
장면을 T.V. 화면에서 종종 봅니다.
코로나가 만연된후 저는 집에서 머리를 컷트 합니다.
씩뚝 깍뚝 고르지는 않지만 쌩머리가 요즘 추세인지라
그런대로 볼만합니다
여러 사람이 있는 곳에 가는 것을 꺼려서 나온
궁여지책임니다.
머위가 맞습니다.
이파리와 줄기를 쩌서 먹는 나물인데
비가 온후 그 모양세가 보기 좋아서
카메라에 담아왔어요.
새벽님
그후로 건강은 나아지셨겠지요^^
늘 행복한 날만 있으시기를 바랍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