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암 최춘해 선생님이 오랫동안 무료로 강의 해오며, 제자를 길러오던 혜암아동문학회 제자(김규학, 김성민,/ 회장 박승우 작품은 2013년 6월호 ‘월간문학’ 월평에 다룸)들의 글을 평하다가, 스승인 혜암선생님의 발표 작품도 한 자리에 모아보았습니다. 혜암아동문학회원들이 시간을 내어 한 번 읽어보시고, 격려와 참고 바랍니다 . 혜암 선생님, 그동안 좋은 제자들 기르시느라 수고 많았습니다. 책을 직접 보실 사람은 격월간 <<아동문예>>9~10월호 참고요.
※ 이달의 동시 ‧ 동시인 (아동문예 2013년 9 ․ 10월호)
꽃보다 아름다운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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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안개’ ‘꽃도’ ‘꽃씨들은’
‘눈물’ ‘흙에는’ ‘봄맞이’
김 진 광
벨이 울린다/ 택배 상자를 받아들고/ 에이, 하고 아내가 말한다/ 또 책이구먼, 한다/ 상자 속에 쌀이 들어있었다/ 원고료로 철원 오대쌀을 보냈다/ 순수문학잡지 가난한 살림살이/ 꾸려나가기도 어려운데/ 가난한 시인들 굶을까봐,/ 어려운 농민들 쌀을 사서 보내준다/ 기름진 철원평야를 잃고 김일성이/ 며칠 배를 앓았다는 철원 쌀이다/ 어둡던 아내의 얼굴이/ 하얀 쌀 빛으로 밝아온다/ 시가 쌀이 되느냐, 하는 아내에게/ 오늘은 시가 쌀이 되었다
- 김진광, 「시가 쌀이 되는 날」전문
금년 여름호에 아동문학 관련 순수잡지에 작품을 두 군데 발표하였다. 원고료로 한 곳은 쌀이 왔고, 한 곳은 미역 마늘 참기름을 보내왔다. 그래서 시 한 편을 얼른 써보았다. 가격으로는 얼마 안 되지만, 어려운 잡지사 형편을 잘 알고 있기에 정기구독을 신청하고, 문자메시지로 감사의 인사를 보냈다. 그래서 그런지 두 잡지에 게재된 글들이 비교적 수준이 높은 글들이 많았다. 본 잡지(아동문예)를 비롯한 오랜 기간 버티고 있는 순수문학잡지들이 원고료 지급과 잡지 발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줄 알고 있다. 우리나라 정부와 사업가들이 새싹이요 기둥이 될 어린이를 위한 순수잡지사에 후원을 많이 해주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이번 호는 ‘꽃보다 아름다운 마음’이라는 주제와 관련된, ⌜꽃⌟(김원석 ), ⌜안개⌟(손광세), ⌜꽃도⌟(정은미), ⌜꽃씨들은⌟(조무근), ⌜눈물」(김규학), ⌜흙에는」(김성민), 「봄맞이」(최춘해) 작품을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꽃은/ 봄에만 피지 않는다// 꽃은/ 꽃밭에만 피지 않는다// “하하하”/ 웃는 얼굴// “고마워”/ “잘했어”// 꽃은/ 마음에서/ 얼굴에서/ 핀다.// 늘……
- 김원석, ⌜꽃⌟전문(<<열린아동문학>>여름 57호)
김원석 시인은 평화방송・평화신문 전무로 근무하다가 금년 봄 퇴직을 하였으며, 그의 대표작 동요 「예솔아」로 유럽방송연맹상, 한국문화예술상, 대한민국동요대상(작사부문) 등을 받은 시인으로 잘 알려져 있다. 동시와 동요 동화를 통해 아동문학 한 곳의 광맥을 파고 있으며, 『소년』잡지 편집 등 우리나라 아동 문학 발전을 위해 뒤에서 묵묵히 애쓰며, 김수환 추기경님을 곁에서 모시다가 돌아가신 후에는 그의 전기집을 발간하여 많은 사람들로부터 좋은 호응을 얻기도 하였다.
위의 작품 ⌜꽃⌟은 열린아동문학 잡지의 그림이 있는 동시(그림 박신애)에 실린 글로, 쉬운 말로 썼지만 깊은 의미가 담긴 좋은 작품이다. 이 시의 주제연인 5연을 위해, 1~ 2연에서는 꽃은 계절과 장소를 꼭 가려 피지 않으며, 3~4연에서 사람의 얼굴과 마음을 주고받는 대화로 시청각적 이미지를 사용하여 시를 형상화하였다. ‘꽃은/ 마음에서/ 얼굴에서/ 핀다.// 늘……’ 은 이 시의 끝부분으로 주제가 되면서 시의 격을 높이고 여운을 준다. 다시 읽어보아도 꽃보다 아름다운 마음을 노래한 참 좋은 동시이다. 함께 발표한 ⌜꽃들이 하는 말⌟도 꽃을 소재로 한 동시로 꽃을 의인화하여 쓴 좋은 작품이다.
산이/ 머리를/ 빗질하나 보다.// 거울 앞에서/ 찡긋/ 눈웃음도 짓나 보다.// 짠!/ 막이 오르길/ 기다리나 보다.// “와,/ 정말 이쁘다!”/ 사랑받고 싶나 보다.// 무대 뒤에서/ 서성거리는/ 산.// 동백처럼 물든/ 빨간 목소리.
위의 시는 2013년 아동문예 7 ․ 8월호에 특선으로 실린 손광세의 ⌜안개⌟ 전문이다. 손광세 시인은 일본에서 출생하여 해방 후 귀국하여 경남 진주에서 성장하였다. 진주교육대학 학예부장 시절에 문집 『하얀 모임』을 발간, 아동문예에 동시 추천, 동아일보에 동시 당선, 월간문학에 시조 추천, 시문학에 시 추천을 받아 활발히 작품 활동을 하여 한국아동문학상, 방정환문학상, 대한아동문학상 등을 수상하였다. 한국교육출판 『교육자료』편집국장, 5차~6차 교육과정 연구위원 및 특수학교 교과서 집필위원으로 활동하였다.
위의 시는 안개에 가려진 산을 소재로 하여 시적자아의 상상력이 무한히 펼쳐진 동시이다. 주인공 산을 의인화하여 쓴 작품으로, 관객인 시적자아는 무대의 막 뒤에서 예쁘게 단장하고 곧 나타날 주인공의 모습을 기대하고 상상해 본다. ‘~보다’라는 보조용언을 1~4연의 말미에 넣어 리듬을 주었고, 끝 연 ‘동백처럼 물든/ 빨간 목소리’에서 동백꽃은 붉은 색깔로 열정이나 정열을 나타낸다고 볼 수 있다. 4연 ‘와, 정말 이쁘다!/ 사랑받고 싶나 보다.’는 청중의 목소리인 청각을 시각화하고 있다. 참신성과 재미성과 작품성에서 돋보이는 좋은 작품이다. 함께 발표한 ⌜창호지 문⌟도 ‘하얀 마음의 꽃’과 관련된 좋은 작품이다.
계간『시와 동화』에 <아동문학가 100인 시인 손광세>라는 특집으로 꼿꼿하고 의지적인 시인(권영상), 오솔길에 핀 쑥부쟁이(한명순), 그리고 일기장 외 5편의 신작동시가 게재되었다. 신작동시 중에 꽃의 마음과 관련된 한 편을 감상해 보자. <뭉게구름/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여름 날.// 미루나무 늘어선/ 언덕길로/ 아이가 간다.// 징금다리 건너다/ 시냇물에/ 손을 담가 본다.// 졸졸졸/ 손가락 사이로/ 빠져 나가는/ 하얀 물소리……// 개울 건너/ 풀밭에/ 책가방 던져 두고,// 클로버 꽃시계를/ 만드는 아이.// “민호야!”/ 부르면/ 쪼르르 달려올 것 같은/ 어린 나를 만난다. ⌜일기장⌟(전문)> -일기장의 어릴 적 이야기를 소재로 하여, 설명이 아닌 표현 방법이 뛰어난, 군더더기 하나 없이 깔끔하고 투명한 이미지, 시간 순서에 의한 치밀한 구성의 ‘꽃보다 아름다운 마음’을 다룬 좋은 서정시이다.
쳐다 봐 주는 사람/ 한 명도 없다면/ 꽃은 꽃 피우는 걸/ 그만 둘지 몰라/ “와, 예쁘다!”/ 눈 마주치고 웃어주고/ 손뼉쳐 주면/ 더 많이/ 더 탐스럽게/ 더 향기롭게.// 내 마음의 꽃도 그래.
위의 시는 아동문예 7 ․ 8월호에 특선으로 실린 정은미의 ⌜꽃도⌟ 전문이다. 제목 설정이 새롭고 괜찮다. 이 시를 읽으면서 김소월의 시 ⌜산유화⌟가 생각났다. 산유화의 ‘꽃’을 ‘사람’으로 바꾸면 인생 이야기가 된다. 이 시도 ‘꽃’을 ‘여자’로 바꾸어 사람들 앞에서 낭독 하면 재미있을 것 같다. 사람은 물론이고, 동물도, 꽃도 박수를 쳐주면 좋아하고 더 싱싱하게 활짝 피어난다. 연을 가르지 않다가 마지막 행을 갈라놓았는데, 그 효과가 크다. 마지막 연의 내용이 이 작품을 살린 절창이다. 다만, 옥에 티가 있다면 ‘더 많이/ 더 탐스럽게/ 더 향기롭게’는 수식어인 부사로 뒤에 받아줄 서술어인 동사가 필요하다. 그 뒤에 말숨김표(…), 말줄임표(……)나 ‘피어날 거야!’ 등을 더 붙이면 어떨지 연구해 보길 바란다. 그러면 정말 좋은 작품이 될 것 같다.
함께 발표한 「긴장」도 제목 설정이 좋고, 태풍이 몰려온다는 두려움과 무서움을 사물인 선착장의 크고 작은 배들을 통해 이겨내는 모습을 시로 재미있게 잘 형상화한 좋은 작품이다. 감상해 보자. <바닷가 선착장에 모인/ 크고 작은 배들// 태풍이 온다는 말에/ 가까이가까이/ 붙어 있다.// -아무리 센 파도가 우릴 뒤흔들어도/ 절대 떨어지면 안돼!// 단단히 몸 붙이고/ 숨고르기 한다.⌜일기장⌟(전문)> 언젠가 『오늘의 동시문학』에 정은미 시인의 ‘이 작가를 주목한다’에 게재되는 작품 평을 써 준 일이 있는데, 그 동안 열심히 공부하여 당시와는 정말 많은 발전을 하였다. 좋은 작품을 쓰는 작가로 거듭 태어나서 필자도 평을 쓰면서 즐겁다.
우리 집 마당가에 날아온 꽃씨들은// 봄비가 흙 속까지 촉촉이 적셔주면// 땅 속에 뿌리내린 튼실한 꽃모종들// 꽃씨들은 연둣빛으로 몰라보게 변해요// 우리 집 마당가에 작은 꽃밭 싹들에게// 봄바람 입김으로 골고루 쐬어주면// 꽃봉오리 벌어져 벌 나비 불러 모아// 어느새 꽃씨들은 밝은 웃음 나눠줘요.
- 조무근,「꽃씨들은」전문(창작동시‧노랫말동요집<<생명 발견>>)
근래에 발간한 조무근의 동시‧동요집 『생명의 발견』에 실린 작품의 일부(19편)는 이문주(동요작곡가)가 기작곡한 작품이 실렸는데, 「꽃씨들은」은 그 중 한 작품이다. 조무근은 1941년 함북 성진에서 출생하여 강릉에서 성장하였으며, 매일신춘문예당선, 아동문학평론 동시 천료(1979년), 월간문학신인상, 한국아동문학작가상, 한정동아동문학상, 한국동요음악대상 작사부문(2012), 등을 수상하였다. 동시집은『하늘을 도는 굴렁쇠』(1979년) 외 7권, 노랫말 동요시집 『엉덩방아 찧는 빗방울』(2009), 노랫말 동요곡집『예쁘게 숨지요』(2012년), 영역 동시집 『이슬의 비밀』(2011년) 등의 작품집이 있다.
위의 작품 「꽃씨들은」은 작곡이 쉽게 1, 2절로 된 내용이 이어지며 발전된 동요이다. 동요는 노래를 부르거나 들으면서 이해할 수 있게 쉽게 써야지 너무 내용이 어렵거나 함축되면 안 된다. 물론 이해가 쉬우면서 시적인 아름다운 내용이나 의미가 담기면 금상첨화이다. 2절의 마지막 부분 ‘어느새 꽃씨들은 밝은 웃음 나눠줘요.’ 는 꽃의 마음이요, 시적자아의 꽃보다 아름다운 마음이 아닐까. 이러한 작곡된 작품들은 꽃씨 하나 쯤, 꿈나무, 오분전 여섯시, 무지개야, 이슬 방울은 등이 있다. 조무근은 경상도에서 교직을 마치고 자신이 자란 강릉에 돌아와 신체장애 2급장애인임에도 불구하고 동요를 중심으로 열심히 창작활동을 하고 있다. 오래전에 고 김원기, 엄성기, 김교현 등과 필자가 창립한 ‘솔바람동요문학회’의 회장을 맡아 현재 솔바람동요문학회를 이끌어가고 있다. 꽃의 마음과 관련된 작곡된 「꽃씨하나 쯤」은 작은 꽃씨지만 딱딱한 흙덩이를 뚫고 나오고, 가뭄과 장마를 이기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작은 꽃씨 예찬을 통하여 어린이들이 그 정신을 배워야 함을 암시한 교육성이 담긴 좋은 노랫말이다.
훔치는 거/ 훔치다/ 들켜도// 도둑 소리 안 듣는 거// 내 꺼,/ 내가 훔치면서도/ 누가 볼까 봐// 슬며시 감추는 거// 죽었다/ 깨어나도/ 남의 것은 절대// 훔치지 못하는 거!
- 김규학, ⌜눈물⌟전문(<<새싹문학>>여름 치 124호)
김규학은 1959년 경북 안동에서 출생하여, 대구에서 혜암아동문학회로 활동하며, 천강문학상, 불교문학상, 문화예술위원회 창작지원금을 받았고, 동시집 『털실뭉치』를 펴낸, 참신한 시를 빚는 기대가 되는 시인이다. 앞의 동시는 ‘훔치다’라는 낱말의 동음이의어를 가지고 재미있고, 의미 있게 시로 형상화한 작품이다. 새롭고 낯선 형식과 방법으로 시를 빚어놓았다. 어찌 보면 다의성을 가진 낱말 하나를 가지고 말놀이를 하고 있지는 않나 오해를 할 수도 있지만, 진실성을 의미하는‘눈물’을 소재로 하고 문학적인 장치를 통하여 좋은 동시로 성공할 수 있었다. 살다가 너무 슬픈 일이 있을 때, 울면서 눈물을 훔친 기억이 있으리라. 그걸 소재로 하여 글을 썼고, 눈물을 한 번이라도 흘려본 사람은 ‘그래!’ 하고 발견의 재미에 공감을 느낄 것이다. 이 시의 문학적 장치는 연의 나눔, 역설 혹은 반어의 미라고 생각된다. -훔치다 들켜도 도둑소리 안 듣고, 내꺼 내가 훔치면서 슬며시 감추는 행위, 죽었다 깨어나도 남의 것은 절대 훔치지 못 하는 거. 의미상 각 연으로 이어지는 마지막 행을 독립시킨 시적 장치 또한 시의 효과를 더 높인, 꽃보다 마음을 아름답게 하는 좋은 동시이다.
흙에는/ 왜 받침이 ‘리을’과 ‘기역’ 둘일까?/ 받아쓰기 시험에서/ 또 틀려버렸다.// 아, 그랬구나!// 흙에는 물이 있어야/나무와 풀이 마시고 자라지./ 흙에는 공기가 있어야/ 땅 속 벌레들이 숨 쉬고 자라지.// 그래서 흙에는/ 물의 ‘리을’과/ 공기의 ‘기역’이 든든하게 받침으로/들어 있었던 것이다.
-김성민,「흙에는」전문(<<한국동시문학회 회보>>2013.07. 제32호)
김성민은 1969년 대구에서 출생하여, 1996년 『대구문학』신인상을 수상하고, 2012년 『창비어린이』신인문학상을 받아 등단하였으며, 대구의 혜암아동문학회에 회원으로 글쓰기 작업을 활발히 하고 있는 기대되는 신인이다.
위의 작품 「흙에는」은 한국동시문학회 회보에 ‘새 얼굴 새 작품’으로 게재 된 것으로, 흙의 의미를 단어의 받침을 통하여 꽃보다 아름다운 흙의 마음을 형상화 하였다. 1연에서 ‘흙에는/ 왜 받침이 ‘리을’과 ‘기역’ 둘일까?’ 의문을 제시하며 독자의 관심을 끈다. 그리고는 소리와 다른 두개의 받침 때문에 받아쓰기에서 틀린 기억을 독자들과 공감한다. 2년에서는 ‘아, 그랬구나!’하고 깨닫는다. 3~4년은 깨달음의 내용을 깊은 생각과 상상력을 동원하여 튼튼한 시의 집 한 채를 짓는다. 마지막 연 ‘그래서 흙에는/ 물의 ‘리을’과/ 공기의 ‘기역’이 든든하게 받침으로/들어 있었던 것이다.’에서는 모든 일이나 삶이 기초가 든든해야함을 넌지시 암시해준 좋은 작품이다. 건물이 종래에 많이 보던 비슷비슷한 것이 아니라 새롭고 참신하다. 전원범은 금년 8월에 열린 한국동시문학회 세미나에서 ‘90년대에 와서는 해체적 실험이 더 활발하게 시도되면서 가벼운 진술체의 동시가 많아졌고, 절제・함축・리듬의 조건을 벗어나 산문 토막 같은 동시도 우려 속에 늘어났다.’ 고 하였는데(토론자는 필자), 김성민은 신인으로 우려스러운 동시인으로서의 범주를 벗어나면서 나름대로의 존재의 집을 짓는데 노력하는 장래에 기대되는 시인이라는 생각이 든다.
봄님이/ 겨울 삼동 긴 잠을 자고/ 기지개 뿌둑뿌둑 켜고/ 하품 크게 하고 일어난다./ 몸이 개운하다./ 목련이 맑은 얼굴을 내민다./ 무엇이든지 뜻대로 될 것 같다.// 눈 딱 감고/ 입 굳게 다물고/ 아예 말도 말자던 나무들이/ 부드러운 몸짓을 한다./ 말이 하고 싶은 얼굴들이다.// 겨울 탱자나무는 가시를/ 빳빳하게 세우고/ 누구든 덤비면/ 찌를 듯 날카롭더니/ 봄을 맞은 탱자나무는/ 손발이 나긋나긋해졌다.// 바위도 말을 하고 싶은 얼굴이다.
- 최춘해,「봄맞이」전문
위에 소개한 시는 한국동시문학회 회보에 게재 된 작품이다. 최춘해 시인은 1967년 매일신춘문예에 당선, 동시집『흙의 향기』등 많은 동시집을 발간하였으며, 한국아동문학상, 세종아동문학상 등을 수상한 원로 동시인으로, 아직도 활발하게 작품 활동을 해오고 있다.
위의 시 「봄맞이」는 인생 경험이 풍부한 원로 시인이 봄을 맞이하면서 부드러운 음성으로 사물과 대화를 하듯 사유한 좋은 동시이다. 봄을 맞아 겨우내 입 굳게 다물었던 나무도 무언가 말하고 싶은 얼굴이고, 가시를 세우고 찌를 듯 날카롭던 탱자나무도 손발이 나긋나긋해지고, 바위조차 말이 하고 싶은 얼굴이라고 시인은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나이가 들면서 마음이나 눈이 아이들처럼 순해진다. 그래서 같은 사물을 바라보면서 젊은 시인이 못 보는 이러한 현상을 찾을 수 있다. 가시를 세운 탱자나무 손발조차 나긋나긋해지는 발견의 재미를 독자들에게 안겨준다. 그리고 의인화 작업을 통하여 어린이처럼 나무들도 무생물인 바위도 말을 하고 싶은 얼굴을 본다. 원로의 완숙한 사유의 경지에 이른 동시며, 시로 읽혀도 좋은 작품이다.
서울이 아닌 지방 대구에서 무료로 강의하고 토론하며 10여년 제자를 양성해온 노고에 박수를 보낸다. 이제 팔십대로 들어서서 10기를 끝으로 후배들에게 강의를 맡길 예정이라 한다. ‘혜암’은 최춘해 시인의 호이며, ‘혜암아동문학회’ 카페에 들어가면 모임의 내용을 알 수 있다. 혜암아동문학회 회장은 박승우(2013년 6월호 ‘월간문학’ 월평에 다룸), 총무가 김승민이다. 훌륭한 스승이 있어 좋은 작품을 쓰는 제자들이 있는 것이 아닐까. 이번에 제자 중 김규학과 김승민 2명의 글을 소개하면서 스승인 혜암 선생을 함께 모셔 작품 평의 자리를 마련하였다.
좋은 작품이었으나 본 주제와 관련이 없거나 지면관계로 다루지 못하여 아쉬운 작품은 다음과 같다. 엄기원의 ‘우리 가족 대화는’, 박정식의 ‘밤은 충전기다’, 최신영의 ‘엄마젓가락’, 정공량의 ‘비둘기야’, 오늘의 동시문학에 실린 문성란과 추필숙의 작품들, 그리고 등단 50주년 기념 문삼석 자선동시집 『그냥』, 김춘남 동시집 『앗, 앗, 앗』 발간을 축하드린다. 두 시집이 아름답고, 내용이 너무 재미있고 알차다.
첫댓글 김진광 시인님, 혜암 선생님과 혜암아동문학회 회원의 작품을 조명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삼척도 무지 덥지요? 대구는 연일 폭염입니다.
어느 날, 삼척에 한번 들러서 인사 여쭙도록 하겠습니다. 건강하십시오.
김진광 선생님, 안녕하시지요^^
더운 날씨에 건강 조심하십시오.
한국동시문학회 회보에 1996년 대구문학 신인상 당선은 2011년으로 고쳐 봐 주십시오^^;
선생님, 제 졸작을 이렇게도 크게 칭찬을 해 주셔서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모레 한국동시문학회 세미나 때 술 한 잔 가득 부어 올리겠습니다.
우리 혜암 식구들의 작품이 좋게 평가 받아서 흐뭇합니다. 축하드려요!!
여기척이나 강릉도 더워요. 대구는 더 덥겠지요 내일 한국동시문학 쎄미나 때 만나, 춘천 소양강과 여름을 모두 마셔 비워버립시다. 차 조심해서 오세요.
혜암식구들이 칭찬을 받았군요 축하합니다 안영선
좋아요, 좋아요...어디서나 인정 받는 혜암 식구들입니다. 모두 우리 혜암 선생님 은덕입니다. 건강하십시요^^
김진광 선 생님, 우리 혜암아동문학회를 곱게 봐 주셔서 고맙습니다. 늘 건강하시고 관심 가져 주시기를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