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앗 정 목 일
씨앗은 생명의 궁전이다. 아무도 침범할 수 없다. 누구도 내장된 꿈과 아름다움을 훔쳐갈 수 없다. 지금 당장 뿜어내고 싶은 눈부신 빛깔의 분수이다.
움직이지 않지만, 숨 쉬고 있다. 말이 없지만 싱싱한 말들이 출렁거리고 있다. 빛나는 순금의 언어들을 품고 있다. 침묵 속에 간직하고 있는 생명의 말들을 키워내 세상을 변혁시키려 한다.
무한한 잠재력의 알맹이이다. 꿈과 희망의 집이다. 넘쳐오를 생명과 노래의 산실이다. 세상에 이처럼 유익하고 싱그러운 선물도 없으리라.
하늘과 땅의 만남이다. 바람과 비, 꽃과 나비의 만남이다. 새로움이 움트고 서로 만나서 축복이 되고 강강수월래 춤이 된다. .
누가 무한의 신비와 힘을 씨앗에 담아놓았을까. 겨울에도 얼지 않고, 어둠에도 두려워 하지 않는 용기를 품게 된 것일까. 이 보다 심오하고 아름다운 축복은 없으리라.
씨앗은 출발이고 마무리이다. 처음이고 종결이다. 어떤 고난이나 어려움에서도 언제나 빛을 향해 고개를 들고 치솟으려 한다. 땅 속이 아무리 깊더라도, 자리 잡은 곳이 바위 일지라도, 기어코 싹을 피워낸다. 자신이 있는 곳이 우주의 중심점임을 안다.
위대한 존재이다. 아름다움과 풍요를 품었다. 동물들에게 아낌없이 양식이 돼 준다.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이 되풀이는 뭇 생명체를 먹여 살리는 바탕이고 생태계의 질서를 이룬다.
생명의 어머니이다. 자신을 땅에 눕히고 묻힘으로써 새로운 세상을 품고 미래를 꿈꾼다. 자비, 성장과 도약의 이름이다. 이처럼 찬란하고 성대하고 거룩한 것은 이 세상에 없으리라.
천 년이 넘은 연꽃 씨앗을 심어서, 꽃이 피워난 것을 본 적이 있다. 경남 함안에서 천년 전의 연꽃 씨앗을 발견하여 심었더니 연꽃이 피어났다. 천년을 꽃피울 꿈으로 어둠속에서 버티고 참아낸 씨앗의 신비와 생명력을 본다.
나도 하나의 씨앗으로 여물고 싶다. 세상을 푸르게 만들고, 덕을 베푸는 한 알의 씨앗이 될 수 없을까. 겨울의 삭풍과 침묵을 견디고 봄이면 어떻게 꽃을 피워낼지, 그 빛깔과 향기를 생각하며 한 알의 씨앗을 가슴 속에 간직한다.
첫댓글
짧지만 뭘 말하려는지
쏙쏙 요점 정리를 잘해주는 글
정목일님은 자타가 공인하는
수필의 대가 반열에 오르신 분이지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