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_구수영/시인
디카시_서경만/시인
억지 화합
아껴둔 두릅을 넣어 끓여봤어요
라면은 두릅 탓을 하며
화가 나 불어 터지고
두릅은 국물에 물들기 싫다며 겉돈다
마음을 주고받아야 진짜 맛이지
_서경만
음식에도 궁합이 있다.
서로 잘 어울리는 식재료끼리 만나야 시너지를 만들어 영향이 풍부한 음식이 된다.
반대로 어울리지 않는 식재료끼리 만나면 서로 가지고 있는 좋은 영양소를 파괴하는 것도 모자라
독소를 만들어 소화불량까지 일으킨다.
궁합이 안 맞는 대표적인 식재료 중 하나가 오이와 당근이다.
김밥이나 샐러드 그리고 오이소박이를 만들 때 이 둘의 색 조합이 예뻐서 함께 쓰는데
영양소의 흡수적인 면에서는 좋지 않다고 한다.
음식을 먹을 때 이처럼 서로 영양소를 방해하지 않고
잘 흡수가 되게 하는 것끼리 먹어야 하는데 이것이 음식궁합이다.
요즘 젊은 사람들 사이에 MBTI(성격유형검사)가 유행이다.
자신의 성격유형을 검사해 그 결과로 자신과 어울리는 친구 또는 배우자 등 인간관계를 판단한다.
이 성격유형검사에는 옳고 그름이 없다
지나치게 의지하는 것은 무리지만 적절하게 참고하여 직업선택이나 인간관계 선택 시 활용하면 도움이 된다고 한다.
궁합이든 성격유형검사든 나하고 잘 어울리느냐가 관건이다.
두릅과 라면, 각각 좋은 식재료지만 둘이 만났을 때 어떤 맛이 날까?
오늘 제목처럼 '억지 화합'이다
시인은 맛이 겉도는 두릅 라면을 보며 자신의 허물은 돌아보지 않고 네 탓만 하는 우리들 모습을 언술하고 있다.
내 마음에 꼭 맞는 사람만 소통하고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좋아하는 사람과 좋은 일만 하고 살기도 시간이 부족한데
굳이 만나면 스트레스를 받는 인간관계를 계속 유지해야 할까?
딱 잘라낼 수도 없고 억지 화합을 하자니 두릅 라면이다.
각자 판단이 다르겠지만 나와 잘 맞지 않는 상대를 만나면 피해 보는 것도 한 방법이 아닐까?
나는 종종 인맥 다이어트도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이다.
서경만 시인 이력
* 시사모,한국디카시인모임 동인
* 전문산악인
구수영 시인 이력
* 2018년 계간 ‘시와편견’에 신달자 시인 추천 등단
* 시집 ‘나무는 하느님이다’, ‘흙의 연대기’
* 동인지 ‘베라, 나는 아직도 울지 않네’ 외 다수
* 시사모, 한국디카시인모임 운영위원
* 시편 작가회 회원
* 제1회‘한국자유시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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