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초
정의
조상의 묘에 자란 풀이나 나무를 베어내고 묘를 깨끗하게 하는 일.
내용
벌초는 한식寒食이나 추석 성묘 이전에 조상의 묘에 자란 풀이나 나무를 베어 깨끗이 하는 일이다. 대개 백중百中(음력 7월 15일) 이후부터 추석 전에 모두 이루어진다. 설과 한식에는 성묘는 하지만, 벌초는 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설에는 벨 풀이 없고 한식에는 풀이 막 자라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다만 한식에는 겨우내 묘에 생긴 구덩이나 부족한 떼(잔디)를 다시 입혀주는 개사초改莎草를 하기도 한다. 개사초를 할 때는 ‘손이 없는 날’(무방수날)을 택일하는데, 한식은 손이 없는날이라고 한다. 개사초를 하기 전에는 몇 가지 제물을 마련하여 산신, 토지신, 묘의 주인(조상)에게 먼저 고한 다음 진행하고, 개사초가 끝나면 묘의 주인에게 고하여 평안을 알린다. 개사초 전에 산신과 묘의 주인에게 고한 다음, 개사초가 끝나고 산신과 묘의 주인에게 다시 고하기도 한다. 장례를 치른 이듬해 봄에 떼를 입히기도 한다.
백중 이후에는 풀의 성장이 멈추기 때문에 추석전에 벌초해 두면 비교적 오랜 시간 동안 깔끔하게 손질된 묘가 유지된다. 추석에 성묘를 가기 위해 추석 전에는 반드시 벌초해둔다. 그렇지 않으면 보기도 흉하며, 자손이 없는 묘로 여기기도 하였다. 또한 자손이 있음에도 벌초를 하지 않는 행위는 불효로 간주되었다.
한국인은 죽은 조상도 살아있는 사람처럼 예우하였기에, 조상의 묘를 살피고 돌보는 일은 효행이자 후손들의 책무였다. 그러므로 오늘날에도 추석 성묘 전 벌초를 중요하게 여겨, 추석 전 한 달은 성묘하는 차로 도로가 붐비는 현상을 자주 목격할 수 있다. 혹여 벌초할 시간과 사정이 여의치 않으면, 대행업체를 이용하여 벌초하기도 한다. 1990년대 초반부터 예초기의 보급과 함께 벌초대행업이 성행하기 시작하여, 더욱 편리하게 벌초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런 대행업의 성행도 벌초를 하는 풍속이 계속 전승되고 있는 이유 가운데 하나이다.
지역사례
경상남도 지역에서는 추석 전에 벌초를 해두지 않으면 큰 불효로 여겼다. 벌초하러 갈 때에는 집안의 여러 친척이 모여 날짜를 정했다. 벌초의 순서는 웃어른의 묘부터 먼저 시작했으며, 벌초하기 전에는 조상의 묘를 둘러본 다음 술과 음식을 간단히 차려놓고 재배를 했다. 이 지역의 벌초 풍속은 일반적으로 행해지는 전승 양상이다.
경기도 양주 지역에서는 입추 전후, 7월 초승, 7월 보름에 벌초하였는데, 최근에 와서는 음력 8월 중 공휴일에 맞춰 벌초한다. 공휴일에 벌초하면 많은 사람이 참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제주도에서는 벌초를 ‘소분掃墳’이라고도 한다. 음력 8월부터 추석 전날까지 벌초를 모두 마치도록 한다. 8월 초하룻날은 묘제
특징 및 의의
유교사회에서 조상을 잘 섬기는 것은 중요한 덕목이다. 조상제사를 비롯하여 조상의 육신이 있는 묘를 살피고 보존하는 일은 살아있는 부모를 모시는 것처럼 효행으로 인식되었고, 이런 효행을 하는 것이 후손들의 책무라고 인식되었다. 특히 묘와 주변에 자란 풀을 베고 다듬으며 떼(잔디)를 잘입히는 일이 중요했다. 벌초 풍속은 1990년대 초 대행업체의 등장과 함께 많이 변화되었지만, 여전히 지속하고 있다.
참고문헌
- 동국세시기(정승모, 풀빛, 2009), 세시풍속(국립문화재연구소, 2001~2003), 주자가례(임민혁 역, 예문서원, 1999), 매일경제(1993년 9월 28일 자료).
집필자
- 배영동(裵永東)
갱신일
- 2019.0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