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선생님이 애들 사진 안 찍는 이유'… 현직 교사들 공감 터진 글
서울 서이초등학교 교사 사망 사건 이후 학부모 갑질을 경험한 다른 교사들의 폭로가 잇따르고 있다.
20대 교사가 학부모 민원에 시달리다 교내에서 생을 마감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여럿이 동병상련의 아픔을 나눴다.
소풍을 즐기는 학생들을 사진으로 담는 선생님의 모습.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 뉴스1© 제공: 위키트리
학부모 갑질을 경험한 현직 교사들의 폭로 글이 24일 기준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 각종 소셜미디어(SNS)에 줄지어 올라와 사람들 이목을 끌고 있다.
초등학교 교사라고 밝힌 한 익명의 글쓴이는 최근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초등교사가 애들 사진을 안 찍어주는 이유'라는 글을 게재, 학부모의 황당한 민원 탓에 더는 학생들 사진을 찍어 주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직장인 온라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한 초등학교 교사가 올린 글 / 블라인드© 제공: 위키트리
글쓴이는 해당 글을 통해 "작년에 우리 반 애들 견학 가서 보이는 대로 (사진을) 찍었다. 30장 정도를 학급 메신저에 올렸는데 어떤 엄마가 '(사진을) 세어보니 누구는 7번이나 나왔는데 우리 애는 총 4번만 나왔다'고 하더라. '신경 좀 써달라'고 연락해서 따지길래 다시는 안 올린다. 작년 6월에 있었던 실화"라고 전했다.
해당 내용이 인스타그램 등에 공유되자, 다른 현직 교사들도 댓글을 달아 자신이 겪은 일을 털어놨다.
한 초등학교 학생들이 소풍을 나가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 이하 뉴스1© 제공: 위키트리
비슷한 경험이 있는 다른 교사들은 "'왜 우리 애는 뒤에 앉혀놨냐', '(우리 아이) 눈 감은 사진을 왜 올리냐'는 민원을 받은 적 있다", "사진 올리면 우리 애가 표정이 왜 저러냐. 이런 건 일상다반사", "'우리 애를 왜 가운데에 앉히지 않았느냐'고 따지기도 하더라"라고 토로했다.
사정은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교사들도 비슷했다.
댓글 창엔 "유치원이 더 심각하다", "어린이집에서도 흔한 일", "정말 어린이집, 유치원, 학교에서 사진을 왜 찍어야 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 자기 자녀 추억은 집에서 찍어서 남겼으면", "교사가 사진사인 줄 알더라", "엄마들 비위 맞추기 진짜 힘들다. 어린애들 (여럿을 인솔하다 보면) 여차하면 사고 나니 한시도 눈을 뗄 수 없는데 '사진 좀 많이 찍어달라'는 요구가 정말 많다", "생일파티 주인공도 아닌데 (단체) 사진에 얼굴 잘 안 나온다고 앞으로 자리 옮겨서 찍어달라는 부모님도 계셔요..."라는 등 교사들의 하소연이 가득했다.
아이들 사진을 찍는 유치원 교사.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제공: 위키트리
이런 탓에 일부 교사는 "사진 한 번 올릴 때 다 (개수를) 맞춰서 올린다. 누구는 독사진 몇 장, 그룹 사진 몇 장인지 따져서 사진 찍을 때 똑같은 배경에 똑같은 포즈로 찍게 한다", "흔들리거나 눈 감은 사진을 보냈다가는 민원이 들어와 학부모한테 사진 보내기 전에 아이들 얼굴을 하나하나 확대해서 확인하고 보낸다"고 말했다.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 이후 한 초등학교 교사가 트위터에 올린 글 / 트위터© 제공: 위키트리
일련의 상황을 지켜본 한 공립 유치원 교사는 이날 블라인드 글을 통해 학부모 갑질을 끊어내도록 모두가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생각해 보면 유치원에서부터 뭔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든다. 문 늦게 열어줬다고 소리 지른 학부모, '선생님 눈동자가 커진 걸 보니 화난 것 같다', '우리 아이랑 궁합이 안 맞는 것 같다'고 말한 조부모. '우리 아이가 1등 하는 걸 좋아하니 가장 먼저 등원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학부모 등 다 나열하자면 끝도 없다. 이런 유치원 학부모가 초등학생의 학부모가 되고, 중고등학생으로 가는 것"이라며 "무고한 아동학대 신고, 정당한 생활지도를 위한 법 개정에 꼭 유치원이 포함돼야 한다. 유치원이 정책에서 외면받고 순위가 밀리는 이유는 참여율이 저조하기 때문이다. (유치원 교사도) 지역교사 노동조합 등에 가입해서 목소리를 내야 한다. 우리부터 바뀌어야 이 비극이 끝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교육기관이다. 돌봄 기관이 아니다. 우리도 아이들이 스스로 서나가는 연습을 하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라며 "그리고 우리도 누군가의 (소중한) 자녀"라고 호소했다.
21일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외벽에 극단 선택으로 세상을 떠난 23세 교사를 추모하는 국화꽃과 추모의 글이 붙어 있다. / 이하 뉴스1© 제공: 위키트리
앞서 지난 1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이초 1학년 담임교사 A(23·여)씨가 교내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사망 사건 후 A 씨가 학부모의 지나친 항의와 모욕에 시달려 왔다는 동료 교사들의 증언이 나와 논란이 일었다.
서울경찰청은 해당 사건과 관련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하고 있다.
21일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정문 앞 모습. 시민들이 극단적 선택으로 세상을 떠난 교사를 추모하고 있다.© 제공: 위키트리
이와 별개로 교육부와 서울시교육청, 강남서초교육지원청 등도 합동조사단을 꾸려 이날부터 나흘간 학부모 갑질 의혹 등에 대한 사실관계 파악에 나선다.
다음은 학부모 갑질을 경험한 어린이집·유치원·초등학교 교사들의 하소연이 담긴 댓글
학부모 갑질을 경험한 어린이집·유치원·초등학교 교사들이 한 인스타그램 게시물에 남긴 댓글이다. / 이하 인스타그램© 제공: 위키트리
'초등학교 선생님이 애들 사진 안 찍는 이유'… 현직 교사들 공감 터진 글© 제공: 위키트리
'초등학교 선생님이 애들 사진 안 찍는 이유'… 현직 교사들 공감 터진 글© 제공: 위키트리
'초등학교 선생님이 애들 사진 안 찍는 이유'… 현직 교사들 공감 터진 글© 제공: 위키트리
[위키트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