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는 문장의 맥락을 파헤치고 이해하는 것. 한줄귀 글귀들이 가르키는 뜻을 알아차리는 것. 무언가 이야기가 존재한다면 그 안에 담긴 깊은 뜻을 이해하고서 즐거워하는 것이 독자의 모습이다. 이런 작은 이해가 쌓여 지혜가 되고, 지혜는 삶을 살아가는데 사용되는 창이된다. 자신이 아는 만큼 세상을 이해할 수 있고, 알고자 하는 부분만을 읽어낼 수 있다. 그러나 독자가 이해한 이야기 속의 깊은 뜻은 직접 살아내는 것과는 다른 성질을 띈다. 내가 이해한 것과, 그것을 경험하는 것. 그 사이에는 어떠한 간극이 존재하는가. 사실, 간극같은건 없는걸지돋 모른다. 그저 몇줄귀의 글귀만을 바탕에 둔 이해라 할지라도, 그것은 자체로서 경험이라 부를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직접 살아낸 것과 다르다 말 하는 이유는, 어쩌면 안다는 착각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지 않을까. 무언가를 많이 이해한 사람일 수록, 더 깊은 지혜를 품은 사람일수록, 자신이 안다는 자만심과 착각에서 쉽게 빠져나오지 못 하는게 아닐까. 내가 가지고 있는 가치가 깊을 수록, 그 가치에 매달려 눈앞의 진리를 마주보지 못 하는게 아닐까. 사실 모든 사람들은, 독자들은, 배움을 추구하는 학생들은. 새로운 것 앞에서 하나같이 무의 자리로 되돌아간다. 세상 새로운 것을 마딱트렸을 때, 그것이 무엇인지 내가 어떠헤 알 수 있겠느냔 말이다.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지난 나의 삶에서 가져온 지혜를 통하여 그것을 해석하고서 받아들이는 것 밖에는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단지 그뿐, 내가 아무리 위대한 의식과 신비로운 몸과 고귀한 영혼으로 그 순간을 마주한다 할지라도, 나는 내가 가지고 있는 모든 것들을 동원하여 그 진리를 이해하려는 시도밖에 할 수가 없다. 즉, 나는 아무것도 알 수 있는게 없다. 나는 매 순간 내가 알지 못 하는 세상에 던져지는 것이며, 이곳에 내가 들고 들어온 것이라고는 비루한 몸뚱이 하나 뿐이다. 그러니 맨날 조금만 힘들어지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망망대해에 혼자 떨어진 거 같다고 떠드는 건 사실 멍청하다고 할만한 일이다. 애초에 나는 단 한순간도 독자가 아닌 적이 없었다. 그저 언제나 항상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마주하는게 두려워, 외면하고, 도피처를 찾고, 자꾸만 상념에 매달린 것이다. 그래, 사실 나는 아는게 아무것도 없다. 애초에 아는게 없는 주제에 무지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자꾸만 안다는 착각 속으로 몸을 돌린 거다. 내가 뭐라도 되는양, 내가 어떠한 의무를 가지고서 제 갈 길을 가는 수행자인양. 잘난 사람 코스프레를 하고 있던 것이다. 정작 그 잘난 사람이 뭔지도 모르면서. 어쩌면 내가 가질 수 있는, 내가 알아챌 수 있는 가장 큰 지혜는 바로 무지에 대한 인정이지 않을까. 나는 그 어떠한 자아조차 아닌, 그저 독자일 뿐이라는 사실. 어쩌면 시작은 바로 이 자리에서 출발하는지도 모른다. 지금 이 순간에도 완전히 놔버리지 못 하는 이 자아에 대한 집착. 이 집착을 내려놓지 못 한다면 나는 평생동안 그 무엇조차도 온전히 마주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자꾸만 아까 현곡이 하셨던 말이 아른거린다. 나에게 글 쓰는 재주가 없다는 말. 솔직히 듣고서 치기가 솟았다. 자존심에 금이 갔다. 왜냐하면 찔리기 때문이지 않았을까. 말로는 맨날 위대한 행선지로 향하는 듯한 말을 하지만, 내적으로는 이런 작은 자존심 하나 내려놓지 못 하는 나를 알아서 그랬던게 아니었을까. 모르겠다. 사실, 어떤 이야기를 써야할지 모르겠다. 내가 있는 바로 이 지점에서, 무슨 말을 해야할지 잘 모르겠다. 나는 분명 훌륭한 글이 쓰고싶지만, 당장 이 자리에 무슨 단어를 써 넣어야 하는지, 말 하는게 좋을지, 내가 잘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그래서 더욱더 나의 선각자들이 동경스럽다. 비록 서투른 한 점이었다 할지라도, 온전히 한 걸음을 내디딘 사람들. 다른 어떠한 의미에서가 아니라, 어떤 거창하고도 원대한, 위대한 의식의 대변인으로서가 아니라. 그저 내가 내딛는 한 걸음. 그 걸음을 내딛은 위대한 인물들의 선택이 존경스럽다. 이후에도 그들은 첫 걸음을 내딛을 때 처럼. 혹은 이러한 생각에 휩쓸리다가도 문득 알아채고서. 다시 한 번 걸음을 내디뎠었다. 그 발자취를 따라 가보며 나는 문득 다시 이 글을 쓰고 있는 자리로 되돌아 온다. 사실 이 글의 마지막 또한 어떻게 맺을지 잘 모르겠다. 종종 현곡이 생각과 행동 사이에 틈을 주지 말라 하셨는데, 그것이 무아를 마주하는데 어떠한 관념도 갖지 말라는 속삭임으로 들려온다. 글쎄, 도대체 나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 주저리 주저리 말 많은 내 인생. 어수룩 하지만 조심스럽게 나도 고요한 자리에 되돌아가 본다.
첫댓글 얼마나 다행인가!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글 재주가 없다는 것!
이 말을
깊이 성찰하고
깊이 절망하라!
그래야 비로소
살아있는 글을 쓸 수있다.
설명하고
설득하는 글이 아니라
감동을 주는 글!^^
글은 재주로 쓰는게 아니다.
그렇다면 글은 무엇으로 쓰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