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골목
-유은하-
엿 공장 달디 단 냄새가 자욱했던
골목 끄트머리 자취방에서
소월의 시를 읽던 학창시절
얼키설키 늘어진 전선들이
허름한 담장을 건너다니며
마주보던 쪽창에 등을 밝히고
책장 넘기는 소리 바스락거리던 틈새
짝사랑 발소리 살금거리던 골목
밤마다 돋아난 비밀들이 속닥거리던 곳
검은 교복을 입은 까까머리들과
하얀 카라 눈부시던 단발머리들이
수줍은 사랑과 꿈으로 구부려 놓은 거기
낯익은 얼굴이 불쑥 뛰어나올 것 같은
정겨웠던 골목을 찾아가며
드문드문 떠오르는 이름을 들먹인다.
골목어귀 풀빵집 막네딸 0숙이
엿 공장 큰딸 1숙이
고물상집 조카 2숙이....
온대간데 없이 사리진 골목의 흔적에서
낡은 추억은 두리번거리고
이방의 거리에 쫓겨난 아이처럼 서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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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 시
사라진 골목
청목 유은하
추천 0
조회 27
23.08.07 09:11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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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어제 저녁
학창 시절 자취했던 그 골목을 찾아가는
산책을 하고 와서 적어본 시입니다.
문우님들 모두 건필하십시오.
추억은 항상 아름답고 퇴색하지않는 동영상입니다♡더위 물렸거라
퇴색하지 않는 동영상 한 컷을 보고 왔습니다.
시원한 추억 한 토막 내놓으십시오
더위 잘버티세요 선배님
두분 이야기속에 세상 이야기속 한편의 영화를 맛보기로 본것 같아요.
추억을 먹고사는 사람들처럼 멋있네요. 좋은밤 되세요.
젊어서는 꿈을 먹고 살고 늙으면 추억을 먹고 산답니다.
흑백영화 한편 보았지요?
오늘도 화이팅! 총무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