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동생에게.
오늘 오후엔 비가 내리기 시작하는군.
남들은 초겨울이니 뭐니 올추위가 올거라느니 금년 겨울은 추위가 장난이 아닐
거라는둥 입방아를 찧어 대지만 아직은 가을이 끝마무리를 덜 하였는지 질질 꼬리를
끌며 겨울을 달래고 있는것 같구먼.
동생, 별일없이 잘 지내고 있지?
처제도 잘있고 우진이는 학교 다니느라 정신 없을 테고, 쫑말이 지영이는 서울생활
재미에 젖어 있을 테고......
여기 대전도 모두 잘 지내고 있어.
우리는 여전하고, 영아네는 영아 떠나보낼 마음의 준비를 하는 것 같은데, 그게 영
떠나보내기가 싫은 눈치거든. 뭐 내년 봄에 한다더니 이 핑게 저 핑게 대가면서 뭐
내년 가을이 참 좋다나 뭐라나 해가며 아 글쎄 내년 가을로 미루려고 작전을 짜고
있는 것 같은데, 영아는 저 결혼 기다리다 눈 빠지는거 아닌지......
승엽이네는 혜영이가 수능을 봤잖아, 절대 물어보지도 못하고 물어봐서도 안되고
그런거 물으면 절대 실례라며 모두 합하며 눈치만 보고 있는데 그 눈치로는 ......
참 장모님은 그런대로 건강하셔, 지금은 서울에 가서 계시고
동생, 지난 주말에 우리는 대천에 가서 하루밤을 보냈어.
장모님 생신을 집보다는 바닷가에서 보내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그 한씨 효자들의 정
성에 모두들 동의하고, 큰 처남이 배재대학교 콘도를 빌려서 편히 지내고 왔어.
그런데 우리 큰 처남 역시 발 넓드라, 대천에 가서 생신모임을 하려고 작정한게
불과 5,6 일전이라 콘도가 있어야지. 그런데 그 처남 어떻게 어떻게 해서였는지 그
생각지도 않았던 배재대 콘도를 구해놓드군. 대단하지?
그 날 대천에서의 저녁은 1킬로에 0 만원이나 하는 회를 먹었어. 25,6명이 그 횟집의
반을 차지하고 앉아서 세상얘기, 바다얘기, 애들얘기 등등해가면서 모두 즐겁게 저녘
을 먹는데...... 아 글쌔 그 날의 주연인 장모님께서는 회도 못드시고 누워만 계신
거야. 점심을 뭘 잘못 드셨는지 한켠에 누워서 자식 손자손녀들 먹는 입만 바라보시
는 거야. 허기야 그 연세 되면 자식 손자들 먹는 입만 바라봐도 행복하다지만......
저녁을 먹으면서 동생 생각을 했어.
저녁을 먹고 횟집을 나서며 그냥 숙소로 들어갈 수 있겠어? 어떻게 잡은 기회인데..
그래 노래방을 가기로 하고 노래방을 찾는데, 아 역시 젊은 사람 눈이 훨씬 좋드군.
막내 처남이 저녁을 회로 먹으면 그 집에서 지하에 있는 노래방을 무료로 제공한다는
거야. 역시 젊다는 것은 생각의 전환이 빠르다는 거드군. 그래 막내처남 덕분에 그
집 노래방에서 끝도 없이 놀고 있는데, 처제들과 처남댁들이 뒤늦게 합세해서 또 부
부 노래 대항을 벌렸는데...... 잘들 놀드군. 역시 한국 사람은 판만 벌려주면 알아
서 논다고 하더니, 노래도 잘들하는데,
민종이 엄마는 노래보다는 인사를 매력있게 잘하드군, 인사를 잘해서 박수 받으니
그게 어디야, 그런데 그 노래방 기계 웃기는거 있지. 인사 잘하는 것도 지가 지 멋대
로 점수에 반영하는지 아 글쎄 100점이지 뭐야, 내 참 웃겨서. 그래서 만원 받고,
큰 처남 내외도 노래 실력 많이 늘었던데, 두분이 노래를 맞추려는 노력이 가상해서
였는지 또 100점,만원받고( 100점 나오면 만원) 둘째 처남은 처남댁이 감기중이라
지가 혼자서 아무리 애써본들이지 그냥 애만 쓰다가 말았고, 평택 동생내외도 그 사
는 금슬 만큼이나 역시 둘의 노래 실력도 만만찮드군. 세째 처남 내외도 그 야무진
살림 솜씨만큼이나 부부 호흡이 척척 맛드군, 노래도 노래지만 어디서도 절대 기죽
지 않을 당당함이 너무 좋아 보였어.
그런데 동생, 미인은 노래 절대 못한다는 말 그거 정말 다 헛소리였어.
막내 처남댁 노래 기가막히던데, 언제 한번 들어보라구. 막내 처남도 그냥 노래좀
하는데다 처남댁이 가세하니 어떠했겠나 생각해보게, 아마 그 날 막내 처남 돈좀 나
갔을 껄. 물론 우리는 맨 처음에 만원 얼른 냈어.
노래방을 나오면서 또 동생 생각을 했어, 언젠가 막내처남 집들이 하는 날에도 산
본에서 남자들끼리만 신나게 논 적이 있는데, 그때 큰 처남이 노래방을 나오면서 언
제 부산 동생도 불러서 같이 한판 벌려 보자고 했는데, 이 번에도 동생이 빠져서
모두가 서운해하며 한편으로는 미안하기도 했어. 그래서 큰 동생이 그러더군, 부산
에 한화 콘도가 있으니 언제 한번 부산에서 콘도를 빌려서 우리가 내려가면 동생도
반갑게 만나서 놀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야. 그래서 그래보자고 했어.
콘도에 돌아와서는 어머님 생신을 축하하는 케익을 자르는 의식을 했어.
케익에 불을 켜고 노래를 불러야하는데, 내가 모두 다 일어서서 같이 부르자고 했어.
모두들 축하노래를 열심히 부르더군. 그냥 그러고 싶었고 그러는게 좋다고 생각했어.
먹을 것을 많이 준비해서 이것 저것 많이 먹고 자리에 들었어.
아침 5시 20 분쯤이 되니 무슨 해돋이를 보러 간다고 처남들은 서천면 마량리라는
곳으로 떠나고, 우리 각성받이 세 사람은 한잠 더 자고 7시쯤 일어나서 운동복으로
갈아 입고 아침운동을 하러 나갔어. 대전에서 떠날때부터 아침에 백사장을 한번 달
려 보자고 마음 먹고 있었거든. 그런데 운동복만 챙겼지 진짜 챙겨야할 운동화는 빼
먹은거야. 나 원참......
그래서 랜드로바를 그냥 신고 달리기로 했어.
마침 밀물이었는지 바닷물이 빠져나간 자리는 발이 빠지지도 않고 알맞게 쿳션역활
을 해 주어서 아주 편안하게 그 긴 모래사장을 달렸어. 꽤 멀드군. 오는 길에 큰 동
생 얘기로는 그 길이가 3.7킬로미터라는 거야. 그 걸 왕복해서 뛰었으니 7킬로미터
정도는 뛴거 같아. 대단하지? 막내 동생도 잘 뛰던데. 한 번도 연습을 안했을 텐데
도 아주 잘 따라 뒤던걸.
아침을 먹고는 서울로 대전으로 모두 헤어지기로 했어.
큰 처남은 무창포해수욕장에 가서 쭈꾸미를 먹고 헤어지자고했는데, 어머님이 서울
세째처남 차를 타고 떠나고 나니까, 모두 그냥 헤어지기로 했어.
동생 내 61번째 생일에 신경써줘서 너무 고마워. 절대 아무에게도 얘기 없이 그
냥 넘어간다는 것이 또 모두에게 큰 폐만 끼친 것 같아서 너무 미안 하구먼.
동생과 처제 너무 고마워. 다시 한번 감사할께.
동생 이제 그 즐겨하던 술, 멀리해야겠구먼.
그래 그 동안 많이 마셨으니까 이젠 좀 쉬라는 하나님의 뜻 아닐까,
먹어서 좋다는 것은 열심히 먹고, 하면 좋다는 것들 열심히 하면 괜찮아질거야.
동생은 아주 건강하고 의지력 또한 대단하잖아. 그래서 언젠가 부산서 만나면 또
한판 벌려야지. 그 때는 동생도 꼭 끼워줄테니까 준비를 하고 있으라고.
사실은 기운내라는 말과 고맙다는 말과 미안하다는 말을 한다는 것이 너무 길어졌
지? 원래 무슨 말을 하려면 그 말만 딱하고 나면 너무 무료하고 재미도 하나 없잖아.
요즘 건강이 많이 좋아졌다는 소식 반갑고.
첫댓글 1법 성님 고생했어요, 감기 조심하구, 사스도 조심하구, 년말 몸도 마음도 바쁠텐데, 건강 챙기자구요. 문서방, 처제, 힘내세요.화이팅
큰형부 글솜씨가 대단하신건가요? 제가 맛갈나게 읽어서인가요? 부산 형부, 건강하세요. 형부 노래솜씨도 만원으로는 안되실것 같은데......모두 모두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