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의 율격에 대한 연구
백 승 수 (문학박사, 시조시인)
Ⅰ. 연구의 목적
시조는 과연 정형시인가? 처음 시조를 대할 때 느끼는 소감은, 왜 이렇게 복잡한가? 글자 수가 딱 떨어지게 맞지도 않고, 6구에 해당하는 구의 맨 앞 글자에 강세가 느껴지기는 하되, 뒤의 약세가 흐릿하여, 영·미 정형시처럼 강약도 없다. 그래서 단순율도 아니고 강약율도 구성되지 못한다. 정형시 같지 않다. 나라마다 전통시는 거의 전부 정형시이고 시조도 오랜 역사를 지녀 정형시라고 배워왔기에 처음부터 난감하다.
율격은 하나의 언어 현상, 관습적 산물, 추상적 실체, 규범체계, 주기적 반복 구조이다. 본 연구에서는 시조의 형식 중 가장 근간이 되는 시조의 율격을 다루어 앞의 의문을 풀어 정형성을 증명하고자 한다.
율격 연구에 대한 연구 역사는 대개 3기로 나눈다. 제1기는 1920년-40년 사이로 음수론이라 규정된 율격 연구의 시발점이며, 제2기는 1950년-70년 사이로 정병욱 님의 음보론 시대이며, 제3기는 1970년-그 이후인데, 제3기는 제2기의 시대를 거부하고 제1기로 환원하는 시대지만 음보의 등장성에 대한 명제는 수용한 상태이다. 사실 우리 시가의 율격은 이제까지 그 정체성을 뚜렷하게 밝히지 못한 형편이다. 이런 형편에서 시조의 율격을 다루는 자체가 무리일지도 모른다.
시조의 율격은 까다롭다. 마치 희랍의 ‘희드라’에 대한 신화처럼 이쪽을 좀 설명하고 나면 저쪽에서 문제가 생기고, 그쪽을 또 설명하다 보면 이쪽이 다시 문제가 되어 엉킨 실타래를 간추리는 그와 같은 귀찮은 작업을 해야 하거나 어떤 경우는 억지로 끼워 맞추어 재구성해야 할 여지도 생긴다. 그 이유는 어려운 율격 연구에 시조의 역사 즉, 근대시조 현대시조에 이르기까지 묵고 묵어 이미 지나간 많은 기존의 저서나 연구물들은 좋은 점도 더러 있지만, 세월에 따라 연구 과정을 거치는 동안 절로 드러난 잘못된 것들이 많아 율격 연구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오히려 방해가 되고, 기존의 유명 연구자분들의 글에서도 종종 오류가 발견되기도 한다. 이러한 사실은 시조가 가지는 오랜 역사성에서 오는 적층성(積層性) 문제 때문에, 좋은 것과 나쁜 것 옳은 것과 그른 것이 혼재하는 현상이기도 하고, 시조문학의 근대화, 현대화 과정에서 겪은 일이지만, 문예사조 및 비평에 대한 이해의 부족에서 오는 한계성 등에서 생긴 것이다. 시조 율격에 대한 총체적인 이해를 하는 사람이 극히 적은 것은 당연한 일이다.
시조문학은 일종의‘국민문학’이므로 누구나 짓고 읽는 터라, 지금 시조를 쓰고 공부하는 사람은 물론, 앞으로 더 많이 초보자로서 쓰고 공부할 사람이 있을 텐데, 잘 못 지도하여 과오가 과오를 낳지 않도록 하기 위하여 이런 율격 문제에 대한 최소한의 기준을 마련하는 일은 일종의 시무책이 아닐 수 없다.
본인은 그동안 나름대로 논문을 쓰기도 하고 남의 연구물 등을 살펴보기도 하였는데, 모두 일면의 만족은 있을지언정 완전하진 않았다. 그러나 1930년대 조윤제 님의 이론을 비롯한 수 많은 연구자들의 업적을 두루 살피는 중에 무엇인가 하나의 작은 해결을 보았는데, 이는 기존의 많은 연구자들의 연구를 토대로 한 분의 뚜렷한 연구자의 업적에서부터였다. 바로 성기옥 님이신데, 성기옥 님은 소위 정병욱 님의 음보율의 모순과, 시조 한 수에 있어 강세가 오직 구 부분의 앞 글자에 나타난다 치더라도 강약율 구성이라기 어렵고, 우리 시가와 프랑스 정형시가 서로 비슷하다는 점과 우리 시가의 율격이 고대 인도에 존재했다는 율격과 비슷하다는 점.1) 그리고 정병욱님의 음보를 이름은 그대로 쓰되, 「디· 존즈」의 견해를 리듬으로 상정하면 그런대로 12음보라는 정형성이 살려진다는 가능성을 제시하여 연구 방법에 도움을 주셨다.
Ⅱ. 연구의 방법
앞의 성기옥 님의 견해에 본인의 의견을 더해 이를 간추리면 이런 모습이 된다.
시조를 자수율로 보거나 음수율로 보거나 산만하다. 글자 수가 일정하지도 않다. 정병욱 님의 음보론은 획기적인 발상이지만 강약성이 증명되지 못하고 그 뒤 많은 이들이 이를 보완하고자 하였으나 다 한계에 달하고 말았다. 더 나아가서 시조의 6구에 첫 자에 나타나는 강세는 어째서 다음에 이어지는 말들이 약세가 못 되느냐? 그러니 시조는 엄밀하게 따져 정형시라 할 수 없다. 정형시다운 면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버려야 하느냐? 그렇지는 않다. 이런 경우에도 정형시라 하는 예가 있는데 이는 바로 프랑스 정형시다. 그들도 우리처럼 산만한데 그래도 다들 정형시라 한다. 이는 그 나라의 풍습에 따라야 하는 불문율이 있기 때문이다. 시조도 산만한 음수율도 단순율로 치고, 산만한 6구 강세도 강세라는 말을 살리면, 비록 껍데기 뿐이지만 가칭이나마 복합율이 된다. 그래서 앞의 단순율, 뒤의 복합율을 합치면 프랑스처럼 혼성율이 되고, 모순이 있는 음보는 리듬으로 상정하면 쓸모있는 한국적 정형시가 된다.
본고에서는 그동안 있었던 율격 문제 그 과정을 다루고 이에 대한 해결책 등을 제시하는 구체적인 증거를 통하여 하나씩 열거하여 시조의 정형성을 밝히면서 결론에 도달하고자 한다.
Ⅲ. 한 수의 시조의 형식에 대한 기본적인 문제로서의 외형율
1. 음수율에 대한 문제
시조의 율격을 설명하자면 과거로 돌아가 가람 노산같은 분들의 업적을 먼저 설명하여야 하겠으나, 우리 피부에 가장 먼저 닿는 조윤제 님의 기준표와 덧붙임 말을 중심으로 시작함이 간편하다. “시조는 3장 6구 12음보가 1수를 이루며, 1수의 규모가 45자 내외의 형식을 가진다. 초장(3.4/4(3).4) 중장(3.4/4(3).4) 종장(3.5/4.3) 혹은, 초장(3.4/3.4) 중장(3.4/3.4) 종장(3.5/4.3)의 글자 수를 기준으로 음보마다 1-2자의 가감이 허용된다. 종장은 첫 음보가 반드시 3자이라야 하고 제 2음보는 5자 이상 8자이어야 한다. 총 글자 수는 대개 40-50자 범위다.”2)
이는 우리가 소위 음수율을 기준으로 하여 처음 시조를 익히는 초등학교 어린이들의 수준에 맞는 시조의 형식에 대한 설명이다. 교과서나 기타 시조 공부에 교재가 될 만한 자료에는 늘 맨 처음 앞에 붙어 있는 이야기로서, 이것만 알아도 시조 창작 혹은 감상에 적어도 상식적인 형식 이해에 그다지 어려움이 없다. 편의상 초보자가 이해하기 쉽도록 설명한 것으로 유용한 일면이 있다.
그러나 앞의 도남의 설명은 음수율인데, 이 음수율의 약점은 통계적 허구성과 왜 한국 시가의 율격이 음절수에 근거하여 파악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실증적 검증이나 이론적 통찰이 없이 선험적으로 받아들여, 그 당시(1930년대) 성행한 정형적 규칙성을 가진, 가사, 창가, 음송민요 등을 연구대상으로 삼았기에 결국 스스로의 모순을 드러내는 자가당착의 결과를 초래하였다. 쉽게 말하면 고시조의 90% 이상이 이 기준표에 어긋나기에 도남 자신도 글자 수의 가감이 허용된다는 말과 함께 몇 가지 사항을 덧붙이기도 한다. 이 덧붙임은 시조의 율격을 이해하는데 직접 혹은 간접적으로 도움이 된다.
가. 시조의 형식을 앞처럼 상정한 기준표는 우연으로 이룬 것이며 절대적이 아니다.
나. 시조는 초 중장을 합하여 하나로 하고, 종장은 따로 또 하나로 하여 나누어야 하나 음악상 3장 이라서 어쩔 수 없이 3장으로 할 수 밖에 없다.
다. 종장의 첫 음보는 반드시 3자라야 한다.
라. 고시조 작품 중 어떤 것은 이 기준표에 어긋나도 정당한 이유가 있었으며 어떤 것은 이유 없이 기준에 어긋나 있었다. 3)
이 중에서 ‘나’와 ‘다’는 나중에 최동원 님의 종장의 ‘감탄사 잔형’에 대한 이해와 가람의 3장 8구설에 대한 이해를 돕는 일도 되고, 요즘 현대시조 시인들이 이유 없이 글자 수를 늘이거나 줄여 쓰는 것에 대한 경계가 되기도 한다.
2. 음수율의 단점을 극복하고자 하는 문제로서의 음보율
앞에서 지적한 것처럼 음수율의 단점은 보완되어야 마땅한 일이었다. 그러기에 1950년대에 정병욱 선생님이 우리 시가의 율격의 기층단위는 음절이 아니라 음보이며, 율격의 구성이 등시성의 원리에 의한다는 관점을 확보하였다. 그리하여 운율이란 계속하는 순간의 시간적 등장성이고, 리듬은 그 등장성을 역학적으로 부동하게 하는 힘이라는 「파울ㆍ피어슨」의 이론을 적용하여, 한국시가의 기본율도 음보에서 찾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정병욱 님의 음보론은 하나의 음보 안에 강약성과 등시성이 존재한다는 주장이었는데, 이 두 가지 다 모두 증명되지 못하였다. 이를 보충하여 위하여 1970년대 조동일, 예창해, 김대행 님 등의 연구가들은 다음과 같은 기준을 마련하였다.
가. 한국 시가의 율격은 기저자질의 선형대비(음절의 등가적 대비)에 의한 단순율격 유형이다. 나. 율격의 정형성을 측정할 수 있는 기층단위는 음보다.
다. 음보의 구성은 등시성에 의하여 구성된다.
보기와 같은 기준에 조동일 예창해 님은 율격 형성을 율격적 예기감과 통사적 휴지를, 김대행 님은 음절의 음지속량을 음보가 응집되는 내적구성의 자질 중심으로 설정한다. 이들의 업적은 율격적 정형성을 측정할 최소한의 근거를 확보하는데 큰 업적을 이루었지만, 강약이나 등시성의 객관적 해명은 이루지 못하였다.4) 강약성 등시성의 확보는 쉬운 일이 아니다. 본인은 이를 새롭게 극복하고자 리듬이라는 중요성과 유효성을 다시 따져보고자 한다.
1). 율격은 리듬에서 온다. 다시 말하면 리듬 즉 율동이 대개 실용적이면서도 일반적이고 형식적인 의견(gewöhnliche und metaphorine Ausdrucks weise)으로 받아들여지고, 율동이 시간과 관련이 있기는 하나, 음의 진행 혹은 음운동의 쪼갬에 있어, 중요한 부분과 덜 중요한 부분으로 나뉘고, 이 둘은 어떤 방식으로 근사치를 이루어 동일조직에 예속되는(wichtige und unwichtige Teile müssen sich sondern, und danüber hinaus müssen die wichtige und unwichtige unter einander irgend wie ähnlich sein, sie müssen zu einem und demselben system gehören) 의 모양새를 갖는 것이다.5)
2). 리듬(율동)은 발화자의 마음에 따른 부동성(浮動性)이나 임의성, 무정형성이나 수동성 등이 특징 으로, 미적인 현상으로 볼 수 있다. 율격은 이와 상반되게 고정성, 항상성, 능동성, 관념성 등을 가 지고 있으나 미적인 것과는 거리가 멀다. 그러나 율격은 음성을 자원으로 사회적 승인에 의하여 이루어진 리듬체계이고, 구체적이 아닌 의식 작용에 의해서만 지각되는 추상적인 실체이며, 강제 적이고 규범적인 체계로 일상용어에 부과된 조직적인 폭력성(organized violence)6)을 가지며, 주로 주기적인 반복구조를 갖는 등시성을 그 특성으로 한다.
3). 2)의 등시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앞의 정병욱 님은 주로 강약율에 관심을 가졌는데, 이능우 님 도 이에 동조하였고, 김석연과 황희영, 정연차 님은 이와 다르게 고저율에 관한 연구 업적을 남겼 다. 이들의 연구 결과는 강약율만 약간의 유효성이 있고,7) 고저율은 고시조나 현대시조 작품에 적 용하여 보아도 우리 시가와 잘 맞지 않음을 보여주고 있어, 결과적으로 음수율, 장단율, 강약율, 고저율 모두가 우리 시가와 별로 관계가 없음을 알 수 있게 한다.8)
그리하여 결과 앞의 연구는 음수율에 대한 개선책을 세우는 다소의 성과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결과를 잘 정리하여도 강약성과 등시성을 현실화하는 데 미흡함을 보였다.
3. 혼성율격의 성질을 도입한 기층체계의 확립에 대한 문제
그러다가 1980년대에 성기옥 님이 소위 로츠(J·lotz)의 율격유형론을 설명하며, 우리 시가 율격은 단순율격도 아니고 복합율격도 아닌 혼성율격유형이라고 말한다. 이를 시조에 접목하면 시조가 단순율격이라면 음절과 그 수에 의해 결정되어야 하나 적합하지 못하고(음수의 산만), 복합율격이라면 고저, 장단, 강약율이 그 하층부에 유형화 되어야 하는데, 우리 국어에 비록 구 단위의 앞에 강세가 설정되기는 하나, 강약의 짜임이 고정되게 설정되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래도 조금은 유효성은 있기에 단순율과 복합율이 합쳐진 불편한 혼성율격이다.
우리 시가의 율격이 불편한 혼성율격인데다 더하여 우리 시가 율격은 세계 어느 곳과도 다른 특이성을 가지고 있는데 이런 율격은 오직 고대 인도어의 「마트라찬다스」 유형만이 이 유형에 속한다. 이는 우리 말이 한 글자가 두 글자 역할도 한다는 뜻이다. 이 유형의 모형을 만약 4음보의 유형을 설정하면 다음과 같은 5 가지가 된다.9)
단단단단(OOOO)/장-장-(O-O-)/장단단(O-OO)/단단장(OOO-)/단장단(OO-O)
그리하여 우리 시가의 율격이 혼성율격이며 「마트라찬다스」 유형이라는 정체는 밝혀졌지만 그래서 얻어지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그 유형적 특성이나 공유하는 체계는 물론, 그 발전적 해명의 단서가 전혀 없다. 그리하여 마지못해 프랑스 정형시가 강세가 율격의 기저자질에 관여하고 있어도 중심자질은 여전히 음절이라, 단순율격으로 분류되는 것처럼, 우리 시가도 약간의 수정이 필요한데 이는 음수율을 「수」가 아닌, 음량율의 「양」으로 하고, 앞의 표에서 보는 장단의 구별을 적용하면 언어학적 장음의 율격적 표상 형태와 실현 규칙 등 세부적 차이가 있을 뿐, 우리 시가도 프랑스시처럼 동일한 음수율의 예가 되어 그 기층체계가 일반성을 가질 수 있는 근거가 된다.10)
시조는 종장 제2음보만 빼고 나머지 부분은 모두 음보가 합당하다고 보아, 문제가 되는 종장 제 2음보는 종장의 구성상 그 길이가 나머지 음보와 다르기에 나머지 음보를 모두 4박자로 한다면 이 부분만 3박자를 두 번 실행하자는 의견이 최동원 님에 의하여 제시되고 있었고,11) 특히 김석연 님은 종장 제 2음보는 우리 선인들의 꺾이고 휘어지는 변형으로 멋을 사랑한 기지(機智)라고 하면서12) 시조가 가지는 특이성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한 예가 등, 종장 제 2음보에 대한 여러 입장이 있었다.(정병욱 님의 경우 양이 많은 음보는 속독하여 해결하려 함)
그리하여 우리 시가의 음보 중 특히 시조의 종장 제 2음보만 1회적인 특수성을 갖는 특이한 경우로 4음보의 적용이 어렵지 않다고 하나, 이는 개인적인 주장일 뿐 음운론적인 면에서 문제가 된다. 왜냐? 종장 제2음보 5,6,7,8자에 있어 시조의 3자와 제2음보 최대치 글자 8자가 같다는 「3=8」의 말에 음운론적인 면에서 찬성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도 하나의 희망적인 방법이 있다. 이에 대한 설명은 다음 장에서 이어진다.
Ⅲ. 시조의 정형성
본고의 핵심은 시조의 정형성에 대한 연구이다. 한국 시가의 율격은 기저자질의 선형대비(음절의 등가적 대비)에 의한 단순율격 중 음량율이며, 그 정형성을 측정할 수 있는 기층단위는 음보이며, 음보의 구성은 등시성에 의하여 구성한다. 앞에서 말한 디· 존즈의 의견을 기준으로 시조가 정형성을 가지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율격 형성의 기저자질은 경계표지이다. 이의 필수 자질인 율격 휴지, 음절, 그리고 수의적 자질인 장음과 정음 등이다. 이들은 국어에서 국어의 언어학적 자질 내에 있으며 이는 일상어의 언어원칙을 뛰어넘어 형성될 수 있다. 이미 국어학회에서 시조의 구 단위의 어두 강세 현상은 인정하고 있다. 그래도 음운론적 기능은 인정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텍스트 내에서의 강세가 이른바 「디 존즈(D.Jones)」가 말하는 억양(lntonation)의 차원에서의 강도(prominence)와 비숫한 자질이라고 파악하여 시에서의 강세가 율격자질로 설정된 만큼 고정적 현상이 아닌 율동적 자질로 파악한다면13) 종장도 제 2음보가 두 음보의 합이라도 반복의 기준단위로 보면 종장도 장이라 부르는 행이며, 이 행에서 음보는 단지 특정유형의 율격에서 행(장)을 구성하는 기층단위이며 시조라는 정형양식이기에 허용되는 규범적 형식에 속한다, 그리하여 복잡한 종장 제 2음보도 리듬이라는 자질로 보아 한 음보로 묶을 수 있고 초장과 중장과 함께 12음보로 상정이 되는 의미가 되어 시조의 정형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말이 된다.
앞의 설명은 율동강세 현상을 기저자질로 설정한 정병욱 님의 견해는 비판을 많이 받아왔지만 기저자질로 인정하지는 않으나 시에는 시의 독특한 강세 현상이 있다는 견해도 더러 있어 왔는데, 서우석 님의 시와 리듬에 대한 관계 설명과, 음악적 차원에서 이를 뒷받침하는 이혜구 님의 해명도 있어 강세 현상은 시에 강하게 관여하고 있음을 시사한다.14) 이러한 말은 율동 즉 리듬의 중요성은 서구의 시인들 엘리어트, 버지니아 울프, 발레리 등의 시인들도 시를 창작하기 앞서 특정한 리듬이 먼저 영감으로 형성되었다는 점도 밝혀 둔다.
본인은 음수율을 파하여 음보론을 제창하신 정병욱 님이 주장하는 강약성 등시성 중에서 강약성은 존재하지 않지만 등시성은 존재한다고 본다. 그리고 음보라는 말도 음보의 성질 크기나 수에 따른 다양한 구조화로 행의 내에서 다양성이 조성되기에 음보 설정이 필요 없는 프랑스 정형시에서조차 다양성을 보전하는 역할을 한다고 보아, 그대로 써도 아무런 하자가 없다고 본다, 한국 시가를 구성하는 율격 양식은 총 13가지로 모두 음보라는 말을 쓴다.
Ⅵ. 시조 율격의 등시성
앞에서 지적하였듯이 시조 율격의 정형성은 강약성이 아닌 등시성 뿐이다. 등시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정병욱 님이 휴지, 장음화, 속독 같은 것을 이용, 휴지와 장음화는 음수가 적은 곳에, 속독은 종장 제 2음보 같은 곳과 과음수를 갖는 음보에 등시성으로 읽을 수 있다고 하였고, 성기옥 님은 마트라찬다스 유형의 언급과 리듬을 음보에 적용하여 장음, 정음, 모라(mora) 단위를 상정하여, 장음과 정음은 음수가 적은 곳에(1모라씩 확보)와 같은 방법으로 우리 시가의 율격 형성 방법을 보여주셨다.15) 이런 근거로 마트라찬다스 유형과, 「디 존즈(D.Jones)」가 말하는 억양(lntonation)의 차원에서의 강도(prominence)와 비숫한 자질이라고 파악하여 시에서의 강세가 율격자질로 설정된 만큼 고정적 현상이 아닌 율동적 자질로 파악한다는 의미를 실제 시조에 적용하여 보자.
우선 고시조 한 수를「마트라 찬다스」율격으로 재구성하여 보면 다음과 같다.(여기서 단(O)은 편의상 1모라, 장(O-)은 2모라라고 보면 좋다.)
삭풍은/가지끝에 불고/ 명월은 / 눈 속에찬데 OOO-/OOOO/OOO-/OOOO/
만리 / 변성에/ 일장검 / 짚고 서서 O-O-/OOO-/OOO-/OOOO/
긴 바람/ 큰 한 소리에/ 거칠 것이/ 없어라 O-OO/OOOO/OOOO/OOO-/
줄친 부분은 일 모라, ‘만리’와 같은 말도 ‘장-장-(O-O-)’의 원리다. 이 표를 보면 시조는 한 수가 4음보가 됨을 알 수 있음을 본다.
다음은 음악의 음표와 쉼표를 이용하여 등시성을 살펴보자.(악보가 아닌 길이만 적용)
울-며∨ 잡은 소매 떨치고- 가지 마소
(♩§ /♩♩♩♩/♩♩♩§/♩♩♩♩)
초-원∨ 장제에- 해- 다∨ 저물었네
( ♩§/♩♩♩ §/♩§ /♩♩♩♩)
객창에∨잔등 돋우고 새워 보면 알리라.∨
(♩♩♩§/♪♪♩♩♩/♩♩♩♩/♩♩♩§)
*장음- 정음∨ 종장 제2음보 (잔등/돋우고->‘잔등’을 속독함)
장하던∨금전벽우 찬 재 되고 남은 터에
(♩♩♩§/♩♩♩♩/♩♩♩♩/♩♩♩♩/)
이루고∨또 이루어 오늘을∨보이도다
(♩♩♩§/♩♩♩♩/♩♩♩§/♩♩♩♩/)
흥망이∨산중에도 있다하니 더욱 비감하여라.∨
(♩♩♩§/♪♪♪♪♪♪♪♪/♩♩♩♩/♩♩♩/)
*종장 제 2음보는 속독으로‘비감하여라’의 ‘비감’은 편의상 앞에 붙여 읽음16)
신기하게도 앞의 설명 모두를 감싸 시조의 등시성이 증명된다. 그래서 시조를 그냥 음보가 아닌 ‘리듬으로 상정되는 12음보’라 해야 할 근거가 마련되고 있다
그래도 문제가 더 있는데, 그것은 시조의 역사성 때문에 자연 중세 국어 즉, 조선조의 수많은 고시조와 현대시조와의 율격적 차이성이 있느냐 하는 문제인데 이는 성조 액센트가 우리말에 남아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17세기까지의 율격 문제로 이기문, 정연찬, 정광, 김대행, 김완진, 전광현 님 등의 연구물 등이 있으나 성조 자체의 속성인 고조나 저조가 율격형성에 직접 참여하지 않고, 오직 율격의 길이에만 관여한 것으로 보아, 본질적으로 18세기 이후의 국어와 별 다르지 않음을 시사하고 있어 특별한 발견이 없는 한 별 문제가 없음을 시사하고 있다.17)
Ⅴ. 결론 및 제언
완성되지 못한 우리 시가의 율격 속에서도 시조만큼은 정형성을 건져냈으나, 이는 단지 시작일 뿐이고, 좀 더 나은 연구가 있으면 좋겠다. 소박하게 이를 다음과 같이 정리한다.
시조의 율격은 혼성율격 성격을 가진 단순율이며 12음보는 그냥 음보가 아니고 리듬으로 상정되는 음보이며 다음과 같은 구체적인 설명이 따른다.
가. 시조는 혼성율격 성격을 거진 단순율로서 3장 6구 12음보가 1수를 이루며, 1수의 규모 가 45자 내외의 형식을 가진다. 초장(3.4/4(3).4) 중장(3.4/4(3).4) 종장(3.5/4.3) 혹은, 초장 (3.4/3.4) 중장(3.4/3.4) 종장 (3.5/4.3)의 글자 수를 기준으로 음보마다 1-2자의 가감이 허 용된다. 종장은 첫 음보가 반드시 3자이라야 하고 제 2음보는 5자 이상 8자이어야 한다. 총 글자 수는 대개 40-50자 범위다.
나. 시조의 율격은 기저자질의 선형대비(음절의 등가적 대비)에 의한 단순율격 중 음량율이며, 그 정형성을 측정할 수 있는 기층단위는 음보이며, 음보의 구성은 등시성이다.
다. 등시성은 장음, 정음, 모라(mora) 단위 같은 것을 상용하여, 장음과 정음은 음수가 적은 곳에 적용하고 종장 제 2음보 같은 곳이나 과음수를 갖는 음보에는 속독을 사용하여야 하 는데, 이는 리듬으로 상정한 결과이다.
라. 시조의 역사성 때문에 자연 중세 국어 즉, 조선조의 수많은 고시조와 현대시조와의 율 격적 차이성이 있느냐 하는 문제는 성조 액센트가 우리말에 남아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17세기까지의 율격 문제로 몇 몇 연구물 등이 있으나 성조자체의 속성인 고조나 저조가 율격 형성에 직접 참여하지 않고, 오직 율격의 길이에만 관여한 것으로 보아, 본질적으로 18세기 이후의 국어와 지금의 국어는 별로 다르지 않다. 이에 이어 몇 가지 제언을 한다.
1. 시조 종장은 제2음보의 특수성으로 제1,3,4음보는 글자 수를 늘여 쓰지 않았으면 한다.
2. 시조의 한 장에서 글자 수를 늘여 쓰는 경우는 될수록 1회에 그치고 종장 제 2음보처럼 길게 쓰지는 않았으면 한다. ( 간결화된 5자 혹은 6자로 그치고 7자 8자는 삼가)
3. 3장 6구라는 의미를 살려 시조의 행은 가급적 3행 혹은 6행으로 하였으면 한다.
주
1)우리 시가의 율격은「 마트라찬다스」라는 특수 율격이기 때문이다.
2)조윤제, 도남 조윤제 전집3(국문학 개설), 태학사, 1955, P.111. 와 같은 4권(조선시가의 연구), P.178 참조.
3)조윤제, Ibid, p.111, p.179. 이러한 문제의 원인은 도남도 우리말의 첨가어적 특성에서 옴을 시사하고 있다. 첨 가어적 특성(어근+접사/접사는 파생접사-접두사 접요사 접미사/ 굴절접사-굴곡법(풀이씨의 활용) 준굴곡(임자씨 토씨의 활용/우리말의 대부분이 2-3자, 접사의 특성으로 대개 3-4자가 되기 쉬움) 시조를 도남의 기준율에 꼭 맞도록 쓴다면 보기에는 좋을지 모르나 첨가어적 특성을 임의로 조작하게 되어, 꼭 할 말도 못 하는 경직성을 갖 게 된다.
4) 예를 들면 강약과 등시성이 객관적으로 증명되느냐의 문제.
5) Wolfgang Kayser, Das sprachriche Kunstwerk eine Einführung in die literatur Wissenschaft,
Franche verlag, Bern und München, 1978, p.243.
6) R.Welleck and A.Warren, The theory of literature, A penguin book, 1966, p. 171.
7) 그 유효성이라야 겨우 시조의 각 구 첫 글자가 세게 발음된다는 미미한 유효성임.
8) 음수율(일본어, 서반어), 장단율(나전어ㆍ희랍어), 강약율(영어, 독일어), 고저율(중국어).
9) 표를 설명하여 예컨대 밤(夜)은 단음, 밤(栗)은 장음이지만 (군밤타령)에서는 장음이 없어지고 (긴-밤(夜)∨)에서 는 밤(夜)이 길어져 장음과 단음이 자의적이라는 뜻이다.
10) 성기옥, 한국시가 율격의 이론, 새문사, 1986, p.120-125 참조.
11) 최동원, 고시조론, 삼영사, 1986, P.136.
12) 성기옥,op cit. p.128.
13) 김석연, 시조운율의 과학적 연구, 아세아연구32호, 1968, P.26.
14) 성기옥,op cit.,p.127.
15) Ibid, P.P.142-160.
16) 모라는 보통 1, 1.5, 2, 2.5의 4 가지가 있으나 이 경우는 시조의 특수성에 따른 적용으로 해석해야 한다. 0.5 모라는 없다. 그래서 부득불 음표와 쉼표를 사용하였다. 그리고 시조 종장의 제 2음보의 최대치가 8자를 넘어서 는 안 되는 이유도 가설하여 음표로 꾸민 0.5모라보다 더는 쪼갤 수 없기 때문이다.(0.25단위 사용의 곤란성)
17) 성기옥,op cit., 129-130. 고조나 저조가 율격형성에 직접 참여하지 않고 오직 음길이에만 참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