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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三) "맙소사!' 요와는 놀란눈으로 더럽기 그지없는 촌락을 바라보았다. 낡고 삭아서 쓰러지기 일보 직선인 초막 이십여 개, 허물어진 담장, 그 사이로 보이는 궁핍한 얼굴들... 그리고 지겹게 달라 붙는 쇠파리떼들. 한여름으로 다가서는 무렵이라 어느 마을 할 것 없이 쇠파리떼 가 극성이지만 이곳처럼 마을 어귀에까지 날아다니지는 않았 다. 사람들도 한결같이 지저분했다. 일행이 들어서자 희귀한 동물이라도 구경하는 듯이 꾸역꾸역 모여드는 모습이라니. 더군다나 모여드는 사람들 대부분이 노 약자(老弱者)들이라 모양새가 더욱 사나웠다. 마을 주민들은 텁석부리 장한을 잘 아는 듯 고개를 까딱여 인 사를 보내오곤 했다. "나도 가난을 밥 먹듯이 생각하며 살아왔지만 여기는 정말 너 무하군. 확 불이나 싸질렀으면 좋겠다." 이삼재가 성질난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목숨을 부지했으면 됐지 무슨 군소리들이 그리 많으냐? 아직 도 배가 불렀구나. 곽가장 놈... 들이 목덜미를 잡아채야 정신 차리겠어?" 능공십자 학구가 일침을 놓았다. 하지만 그도 곽가장을 적으로 돌리기는 쉽지 않았다. 열 달 전 만해도 무한한 긍지를 가지고 검을 휘두르던 바탕이지 않은가. 그의 말은 옳았다. 아직은 불평불만을 터트릴 때가 아니었다. 곽가장 무인들은 지 칠줄 모르는 투견(鬪犬)처럼 달려든다. 그들이 포기하기를 기 대하느니 차라리 절에 가서 새우젓을 달라고 하리라. 일행은 학구의 말에 부르르 치를 떨었다. 사실 자신들이 쫓기는 입장이라는 사실 자체를 망각해 버린 상 태였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칠 주야 간을 도주하면서 천광탄이 터진다든가, 곽가장 무인들이 길을 가로막는다든가 하는 일이 한번도 없었으니까. 비정상적인 현상이었다. 이래서는 안 된다. 기진맥진하여 잠시 엉덩이라도 붙일 양이면 원수 같은 천광탄이 하늘을 수놓고, 시냇물로 목이라도 축일 양이면 악귀 같은 놈들이 검을 들이대 야 옳다. 일행은 배를 타고 파양호 물살을 헤쳐 오면서, 다시 육로로 들 어서 부지런히 발걸음을 놀리면서 한시도 긴장을 풀지 못했다. 뱃속 편한 사람은 텁석부리 장한과 장주의 장녀 곽사연뿐이었 다. 그들은 아무 근심 걱정이 없는 사람 마냥 잘 잠 다자고, 먹을 것 다 먹었다. 곽가장 무인들은 그림자도 비치지 않았다. 왜? 종적을 찾지 못했단 말인가? 그럴 리가 없다. 아무리 이목(耳 目)을 피해서 움직였다고 하지만 스쳐 지나간 행인(行人)이 한 두 사람이 아니다. 그들은 밀옥 무인들에게 낯선 사람의 등장 을 고변(告變)했을 테고, 곽가장 무인들은 백 번을 헛걸음한다 할지라도 달려 올 인물들이다. 추적은 없었다. 정녕 믿을 수 없게. 일행은 차츰 텁석부리 장한에게 동화되었다. 그가 무사할 수 있다면 자신들도 무사할 것 아니겠는가. 그 후부터 밀옥에서 벗어난 자유를 마음껏 만끽했다. 비록 좋은 음식을 먹지 못하고, 잠자리가 불편할지언정 두 평 남짓한 밀옥과는 비교가 되지 않았다. 이글거리는 햇볕이 있 고, 싱그러운 바람이 있으니 지상낙원이었다. 곽가장무인들이 왜 추적해 오지 않을까? 이미 뇌리 속에서 잊혀진 질문이었다. 그런데 학구가 잔인한 기억을 되살려 놓았다. 그리고 그 기억 은 한시도 잊어서는 안 될 기억이었다. "미치겠네. 하필이면 이럴 때 그런 소리를 하시다니..." "다시 밀옥에 갇히기 싫으면 한시도 긴장을 풀지 마라." 학구는 매정스러울 정도로 차게 말했다. "끄응...!" 이삼재는 아무 소리 하지 못했다. 누가 상관이고 누가 수하라는 개념은 없어진 지 오래였다. 무 녕분타에서 잡히는 순간부터, 밀옥으로 압송되어 온갖 고문을 당하면서부터 이미 곽가장과는 인연이 끊어진 사람들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아직도 전에 남았던 상하관계를 지속시켰다. 고 양이와 개처럼 으르렁거리던 일심각과 비수당의 자존심을 버리 고 하나라는 일체감으로 단단히 결속되었다. 일행은 텁석부리 장한의 일거수 일투족에 온 신경을 곤두세웠 다. 전에도 이런 적이 있었다. 혈단 무리들이 무섭게 쫓아올 적에 그들은 오직 반여량에게만 온 신경을 곤두세웠다. 그가 말하는 대로 움직였고, 그렇게 움직이면 아무런 탈이 없었다. 지금이 그때 상황하고 똑같았다. 텁석부리 장한은 허름한 초막들 중에서도 가장 허름한 초막 안 으로 들어가려다 말고 등을 돌려 세웠다. 그리고 칠 주야만에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이곳이 바로 금산(金山) 흑서채(黑鼠寨)입니다." "뭐, 뭣!" "뭐라고요!" 일행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금산을 주름잡고 있는 산적들 의 마을. 그들의 행동이 하도 신출귀몰하여 무인도, 관부도 전 혀 손을 못 대고 있는 악명 높은 마을이 바로 이곳이라니. 그 럼 주변에 모여든 사람들은 산적들의 가족? "이곳에는 없는 것이 많습니다만 쉽게 구할 수 있는 것도 많습 니다. 병장기는 아주 쉽게 구할 수 있죠. 마을을 돌아다니면서 손에 맞는 병기를 구해 놓으십시오." 말투는 온화했지만 일행은 그 속에 깃든 짙은 살기를 읽었다. "공격이 시작될 겁니다. 바로 등뒤까지 쫓아왔으니까. 이제부 터는 생과사를 점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일순, 일행은 부르르 치를 떨었다. 반여량은 잠시 말을 중단하고 일행을 일일이 쳐다보았다. "여산에서 빠져나와 이곳까지 오는 동안 적어도 하루 두세 차 례씩은 접전을 치렀어야 옳았습니다. 그런데 그들은 줄곧 일정 한 간격을 유지하면서 쫓아왔습니다." "우리를 쫓아왔단 말인가?" 광창조가가 멸문되었다는 소리를 들은 다음부터 말을 잊고 살 았던 조중이 입을 열었다. "단단히 준비를 해야 합니다. 놈들은 신망전을 사용할 테니." "맙소사! 신망전까지!" "그 전에..." "...?" "곽가장과 연통하는 자가 우리들 가운데 있습니다. 후후후!" "이보게 말을 삼가하시게. 아무리 우리를 구해 주었다고 해도 이건 너무하지 않...?" 이삼재가 발끈해서 소리를 지르다 말고 고개를 돌렸다. 화호 요와. 그는 화호 요와를 바라보았다. 일행 중 곽가장과 밀통할 사람 은 요와밖에 없었다. "서두르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분명히 말씀드리죠. 오늘 저녁, 한 사람은 저에게 죽을 겁니다. 여러분은 병장기나 구하십시 오." 반여량은 부러지듯 잘라 말한후 초막 안으로 들어갔다. * * * 고문은 지독했다. 특히 이삼재에게 투여된 산공독은 독성이 유난히 강했다. 내력 이라도 있다면 조금이나마 버릴 수 있을 텐데. 몸이 물먹은 솜 처럼 무거워서는 모진 뭇매를 감당할 수 없었다. "말해라. 사공녀가 네게 무어라고 했느냐? 무엇을 약속했지?" "그, 그런 것 없습니다. 정말..." "그럼 무엇인가 받았겠군. 그렇지 않고서야 콧대가 하늘을 찌 르는 일감각 대원께서 사공녀의 치마폭에 휘감길 리가 있을 까?" "무, 무슨 말인지 나는..." "모르겠다?" 악귀 나찰 같은 독비날검 장목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기 다리고 있던 범 같은 장한 두 명이 들입다 몽둥이질을 해대기 시작했다. 퍼억! 퍼어억...! "아아악...!" 배, 허리, 둥, 허벅지, 머리... 그들은 닥치는 대로 가리지 않 고 때려 댔다. 갈비뼈가 부러졌는지 옆구리가 욱신거리고 머리 가 터져 피가 줄줄 흘러 내렸다. 정녕 참을 수 없는 고통이었 다. 한동안을 두들겨 대던 장한들은 장목의 고갯짓에 다시 뒤로 물 러났다. 윗통을 벗어 던진 상체에서 진한 땀이 가득 흘러 번들 거렸다. "이삼재 나으리. 내가 묻고 있는 것은 일심각 무인들이 사공녀 에게 충성하게 된 배경이올시다. 이제 말귀를 알아들었을 만도 한데...?" "사공녀에게 충성이라니? 정말 나는, 나는..." "뼈마디가 되게 단단하다고 생각하는 모양인데... 후후후! 이 새끼, 정말 사람 피곤하게 하네." 이삼재는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웬만한 고통쯤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이겨낼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은 사실이지만 막상 고문을 받아보니 그게 아니었다. '몸 상태가 나빠서 그래.' 스스로 자위해 보았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았 다. 일심각원이라는 자부심은 밀옥에 갇히는 순간 사라졌고, 마음 속으로는 이미 이들에게 굴복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 았다. 살살 비꼬는 어투가 아무렇지도 않게 들리는 것이 바로 그랬다. 아니, 이새끼 저 새끼 하며 욕하는 것도 괜찮았다. 바 라는 것은 오직 하나, 장목에게 동정심이 생겨 자신을 풀어 주 었으면 하는 것.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으리라. 원하는 대답을 들려주지 않는 이상은. "저, 저는 정말..." 바쁘게 말을 받던 이삼재는 얼굴을 잔뜩 일그러트렸다. 끄떡이 는 고갯짓을 보았기 때문에. 퍼억! 퍼어억...! 다시 매질이 시작되었다. 이번 매질은 아픔이 한결 더했다. 몽둥이에 물을 묻혀서인지 피부에 찰싹 감기는 감촉이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을 안겨 주 었다. :아악! 정말 모릅니다. 정말... 아악! 잠깐 잠깐만! 말하겠습 니다. 말할 테니 제발..." "새끼, 빨리 말할 것이지 어른들 수고는 왜 하게 만들어!" 퍼억! 장한이 욕설을 내뱉으며 마지막 일격을 가했지만 그것만은 아 프지 않았다. 고통이 멎을 테니까. '차라리 혀를 깨물어?' 이삼재는 혀를 이빨 사이로 살며시 들이밀었다. 그러나 그것뿐 이었다. 이빨에 약간 힘을 줘봤지만 도저히 깨물 용기가 나지 않았다. 죽음... 그런 생각은 일지 않았다. 악착같이 살고 싶 었고, 잘만하면 살아서 빠져 나갈 것 같았다. 다른 사람은 모 두 죽더라도 자신만은 살 것 같았다. 윤명도 밀옥을 벗어났지 않은가. "자, 이제 입을 열어 봐. 무엇 때문에 사공녀에게 충성하는 거 야?" 이삼재는 장목이 하는 말뜻을 정말 몰랐다. 사공녀에게 충성이 라니. 그게 무슨 소리인가. 일심각원이 왜 사공녀에게 충성한 단 말인가. "삼, 삼혼검법. 삼혼검법의 진수를 전수해 주신다고 하셔 서..." "그래?" 장목은 입꼬리를 묘하게 뒤틀은 채, 몸을 일으켜 다가왔다. 이삼재는 다시 고문이 시작될 것을 알았다. 그리고 그 고문은 지금까지와는 비교도 안 될 만큼 지독할 것이다. 그는 급히 입 을 열었다. "저, 정말입니다. 삼혼검법의 진수를 말해 주신다고... 또 있 습니다. 사공녀가 하, 하룻밤 같이 자자고..." 입에서 나오는 대로 중얼거렸다. 사공녀 곽무연과 부대주 삼화일지 최신이 은밀한 관계라는 것 은 알만한 사람들은 모두 아는 사실이었다. 그래서 청붕 분타 에서 최신이 감쪽같이 사라졌을 때도 아무 소리 하지 않았다. 각주 윤명에게 살해되었을 것이라고 짐작하면서도. "흐흐흐! 사공녀가 너하고 자자 했단 말이지? 내가 보기에는 아닌것 같은데? 너는 사공녀에게 충성하지 않았어. 너는 아무 것도 몰라 그렇지?" "그. 그렇습니다." 이삼재는 밝은 서광이 비추는 것 같았다. 마음을 알아 주다니. 이제야 진실이 통하는구나. "너는 무공은 강할지 모르지만 심약한 놈이야. 그런 놈은 약간 의 고통에도 있는 소리 없는 소리 다 주절대지. 나 같아도 그 러겠어. 비밀리에 거사(巨事)를 하려면 심약한 놈은 끼여 주지 않아. 후후! 삼재, 너는 외톨이야. 알아? 따돌림 당하고 있었 단 말야, 등신아." 장목은 이삼재의 머리를 움켜쥐고 흔들어 댔다. "그, 그럴 리가...?" 장목의 희미한 조소를 흘렸다. "나으리를 풀어드려라." "옛!" 우렁찬 목소리와 함께 장한 두 명이 결박을 풀어 주었다. "나으리, 용서하십시오. 위에서 시키는 일이라." "괘, 괜찮소." 이삼재는 얼떨결에 대답했다. 장한 두 명이 허리를 깊숙이 숙이며 상전에 대한 예를 표해 주 었다. 장한뿐 아니라 장목까지 일어나 포권지례(抱拳之禮)를 취했다. "여기서 있었던 모든 일을 용서해 주십시오. 저는 윗분의 분부 를 따랐을 뿐입니다." "아, 알았소." 꿈만 같았다. 어찌 이런 일이... 이런 일이 있으리라고는 생각 도 하지 못했는데... 초죽음을 당할 줄 알았는데. "일심각에 반도가 있다. 그자를 찾아내라. 이것이 윗분의 명이 셨습니다. 이공(李公)께는 아무런 죄도 없다는 것을 알았습니 다. 하지만 반도를 가려내기 전에는 석방될 수 없을 겁니다. 이공께서도 저희를 도와 주십시오. 그래서 빨리 본장으로 돌아 가셔야죠." '채찍과 당근이야. 이놈들... 고문을 가하더니 이제는 회유(懷 柔)라? 안 속는다. 이놈들아!' 그런데 참으로 묘했다. '비밀리에 거사(巨事)를 하려면 심약한 놈은 끼여 주지 않아.' 장목이 한 말이 귓전에서 뱅뱅 돌았다. 범도와 황백을 볼 때도 전과는 다른 눈으로 보게 되었다. 그리고 그들끼리 수군거리는 모습을 보게 될 때마다 가슴 속에서 불덩이가 치밀었다. 따돌 림. 자신만 모르는 무엇인가가 그들 사이에 있는 것이 분명했 다. "놈들을 떼어 놓는 게 좋지 않을까?" "아닙니다. 그놈들이 반도라는 것은 확실한데... 원인을 모릅 니다. 왜 사공녀에게 충성을 하는 것일까? 이공께서 알아 봐 주십시오." "부지런히 알아 보고는 있는데..." 이삼재는 범도와 황백이 받지 못하는 대우를 받았다. 그리고 점점 장목이 회유책을 쓰고 있다는 사실을 망각해 버렸다. 이삼재는 서두르지 않았다. "흐흐! 우리 중에 곽가장과 연통하는 놈이 있다는 말이지. 흐 흐! 그러고 보니 요와... 너는 고문을 얼마 당하지 않은 것 같 은데? 계집치고는 밀옥에서 오래 버텼고..." "이놈의 새끼가 무슨 헛소리야! 네가 곽가장 본장 무인이라고 하지만 내 무공도 만만치 않다는 것을 알아 둬. 곽가장에서도 반도로 낙인찍힌 주제에..." 희희낙락하던 표정이 아니었다. 두사람의 눈동자는 번갯불이 튀기는 듯 맞부딪쳤다. 쉬르릉--! 푸악! 하늘 높이 커다란 휘파람 소리를 내며 솟아오르는 향전이 보였 다. '저것은 정대에서 사람을 찾을 때 사용하는 향전. 사공 이상의 사람이 이곳에 와 있다. 누구를 찾기 위해서? 설마 우리 를...?' 이삼재는 곤혹스러웠다. 자신은 밀마를 보내지 않았다. 아니 보낼 틈이 없었다. 그만큼 일행들의, 좀더 정확히 말하자면 텁석부리 장한의 이목을 속이 기가 쉽지 않았다. 그 더러운 밀옥에서 장장 열 달을 버텼다. 그것은 진실로 고역 이었다. 독비날검 장목에게 특별한 대우를 받기는 했지만 다른 놈들을 속이기 위해서는 그들과 똑같이 고문을 받아야 했다. 그리고 그럴때면 저의가 의심스러울 만치 무자비하게 당했다. 다시 그런 생활을 하고 싶지 않았다. 곽가장으로 돌아가 예전 처럼 깨끗한 무복에 일심각 영예를 한 어깨에 걸머진 생활을 하고 싶었다. 조금만 틈을 보이면 밀마를 띄우려 했는데 갑자기 솟은 이 향 전은 무엇이란 말인가? "말이 맞았군요. 곽가장 놈들이 가까이 왔어요." '빌어먹을! 일이 꼬이는군.' "후후후! 오늘 안으로 우리 중 누군가 죽는다고 했지? 곽가장 과 연통한 놈이 누군지 곧 알게 되겠지." 이삼재는 병기가 수북이 쌓여 있는 곳에서 주워든 철검(鐵劍) 을 만지작거렸다. 원래 그는 연검(軟劍)을 사용했다. 그러나 곽가장 무인들에게 잡히면서 가전보검(家傳寶劍)인 연검은 압 수당하고 말았다. 마을에서 그와 유사한 연검을 구할 수가 없 었다. "맞아요. 기다리면 되겠죠. 저는 저 사람을 믿어요. 그는 우리 를 버리지 않을 거예요. 곽가장과 내통한 쥐새끼만 빼고..." 요와 역시 이삼재를 노려보며 맞받아쳤다. "흐음! 옳은 소리... 오늘은 이 운두도(雲頭刀)가 피를 보게 되겠군. 들었는지 모르겠어. 나는 시신을 내버려두지 않는다. 반드시 난도분시(亂刀分屍) 해야 직성이 풀리는 미친놈이다. 후후! 그 소문은... 사실이야." 범도가 중얼거렸다. 일행은 바짝 긴장했다. 곽가장과 연통하는 놈이 있다면 그는 최후의 발악으로 한 명이 라도 죽이고 죽으려 할지 모른다. 텁석부리 장한, 그는 왜 속 시원하게 내통자가 누군지 밝히지 않았단 말인가. 다른 사람을 의심할 수는 없었다. 곽가장을 나서는 순간부터 온갖 험로를 함께 걸어온 사람들이기에 더욱 그랬다. 의심이 가는 사람이라면 오직 한 명. 요와뿐이었다. 또 하나, 그는 자신이 발각되었다는 사실을 어떤 방법을 동원 해서라도 곽가장 무인들에게 전달할 의무가 있을 게다. 그런 짓을 하지 못하게 막아야 한다. 일행은 각기 병장기에 손을 얹고 상대를 뚫어지게 주시했다. 대부분 요와를 흘겨보았지만. '제길! 안 되는데... 천광탄을 터트려야 하는데...' 이삼재의 이마에서는 작은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히기 시작했 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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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결국은 배신자가 이삼재인듯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