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기분이 들었고 그래서 검색을 했다.
이미 실종일부터 2년이 지난 상황이지만 인터넷에는 의외로 박수진 실종에 관한 자료가 많았다. 대학교수인 아버지는 수진이를 찾기 위한 사이트까지 만들었고 KBS TV의 실종자 찾기 프로그램에도 이 사건은 방송이 되었다. 인터넷에 이 프로그램이 동영상으로 있어서 보았고 기사나 다른 텍스트로 이루어진 자료보다도 영상 자료에서 더 많은 정황을 알아낼 수 있었다.

고지서의 사진보다 더 하얗고 예쁘장한 아이이다.
2004년 10월 9일.
그날은 토요일이었고 복자여고에서는 그날 CA를 진행하였다 한다. 수진이는 1, 2교시는 영화를 보고 3, 4교시는 글짓기를 하였다. 1, 2 교시에 본 영화는 <가타카>. 이 영화를 보지는 못했지만 인간의 정체성에 관한 SF라 한다. 12시가 되어 수업은 파하였지만 학교 경비의 증언에 의하면 오후 2시반경까지 학교 운동장에서 서성거렸다고 한다. 그리고 3시쯤 복자여고 앞에 있는 서점에 들른다. 그곳에 있던 강아지와 놀던 수진이는 한동안 학교 주위를 배회했던 것 같다.
저녁에 야우리 쇼핑몰-학교에서 지척에 있는 거리이다- 앞에서 친구들이 혼자 걷고 있던 그녀를 봤다고 했다.
그리고 귀가를 하지 않은 채 연락두절이 되었다.
평소에 늦는 법이 없던 아이가 연락도 없이 집에 돌아오지 않자 수진의 부모는 저녁에 경찰에 실종신고를 한다. 하지만 경찰은 이를 단순 가출로 추정하고 별 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다음날 수진의 실종에 대한 경찰의 생각을 바꾸게 되는 일이 벌어진다.
복자여고에서 500여 미터 떨어진 성정동 주택가 골목에서 수진이가 몸에 지니고 있던 옷가지와 소지품들이 발견된 것이다. 심지어 속옷들도 발견되는데 물에 한 번 헹궈져 꼭 짜진 상태였다고 한다. 그리고 신발 안에서는 모래흙이 발견되는데 분석을 해보니 그 일대의 것이 아니었다고 한다.
그리고 마치 제사상에 올리는 과일처럼 감 몇 개가 수진이의 유류품 근처에 놓여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전혀 수진이에 관련된 신빙성있는 제보나 증거가 발견되지 않았다.
수사의 방향에 영향을 줄 만한 두 개의 사건(수진과 인상착의가 비슷한 여학생을 승객으로 태웠다는 택시기사의 제보와 수진이를 데리고 있다는 노숙자의 횡설수설)이 있긴 했지만 모두 사실이 아님이 밝혀졌다.

수진의 유류품은 철도를 경계로 거의 선대칭된 장소인 성정동에서 발견된다
자료를 더 모으고 이 사건에 집중을 하고 있다가 내친 김에 천안에 내려가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방송과 기사에 나온 것을 토대로 수진이가 사라진 당일의 행적을 밟아보기로 했다.
아침 일찍 석관동 집에서 나와 지하철을 타고 천안까지 갔다. 천안에 간 것은 인하대 재학시절 대중문화 세미나때문에 간 것 이후로 처음이었다. 게다가 지하철로... 세시간이나 걸렸다.
아무튼 천안역에 도착하여 서부쪽으로 갈지 동부로 갈지 고민했다. 서부에는 수진이의 유류품이 발견된 성정동이 있었고, 동부에는 그녀가 다니던 복자여고와 그녀가 마지막으로 목격된 야우리 쇼핑몰이 있었다. 일단 성정동 일대를 둘러보기로 했다.

천안역의 서쪽은 황량하다.
성정동은 누구에게 묻지 않더라도 금방 찾을 수 있었다. 다리 하나만 건너면 되는 역사 바로 앞 동네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유류품이 왜 이 동네에 버려져 있었는지 금방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한시간 정도를 돌아다녔는데 골목에 사람들이 보이질 않았다. 이따금 노인분들만 보일 뿐 젊은 사람들은 한 명도 못봤다고 해도 동네가 조용했다. 범인이 주택가 골목에 유류품을 버리고 달아났지만 목격자가 한 명도 없다는 것이 당연했다. 그리고 성정동 주택가의 특징은 동네에 감나무가 굉장히 많다는 것이다. 방송에서 나온 이야기 중 범인이 제사상에 올리는 과일처럼 감을 쌓아 놓았다고 한 것은 우연이거나 범행과는 무관한 일일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성정동의 또 다른 특징은 조용하고 얕은 높이의 주택가 바로 옆에 모텔과 술집이 밀집해 있다는 것이다. 그것이 또 고급스러운 것들이 아니었기에 이 일대는 거의 읍내 분위기였다. 한시간 남짓 성정동을 돌아보고 이 곳은 왠지 (이 실종 사건이 강간을 목적으로 한 납치사건이라면) 범행장소는 이 곳이 아닐 것이라는 생각을 하며 철로를 넘었다.

야우리를 지나던 중에 1,2분 정도 소나기가 내렸다
천안의 동부 지역은 서부보다 번화했다. 일단 건물의 높이부터 달랐다.
애초에 머리 속에 그리고 간 코스를 잊은데다가 길을 헤매는 바람에 실종 당일에 마지막으로 목격된 곳인 야우리에 먼저 도착했다. 쇼핑몰 이름 자체가 세련된 이름이 아니기에 인천의 삼미쇼핑이나 순천의 황금백화점 같은 과거의 영광만이 남아있는 쇠락한 쇼핑몰일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다. 그리고 터미널과 쇼핑몰은 붙어있다고 해도 좋을 정도로 근처에 있었다. 일대는 인천 관교동 신세계 정도의 번화가였고 다른 곳은 가보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천안에서 가장 큰 중심지인 것 같았다.
그냥 이 일대의 분위기를 보고 바로 든 생각은 마지막 친구의 목격은 시간 외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야우리를 지나서 복자여고 쪽으로 왔다. 야우리와 몇 백미터 떨어지지 않은 곳임에도 불구하고 복자여고 주변은 너무나도 한산했다. 여고이기에 학교 안으로는 들어가지 못했는데 대신 학교 정문 앞에 있는 (실종 당일 하교길에 들렀다는) 한림서적을 둘러보고 정문을 통해 학교 안을 기웃거리기만 했다.
서점은 일반적으로 중고교 앞에 있는 수험서 위주의 서점이 아니라 기술서적을 파는 서점이었다. 물론 고등학교 참고서도 팔긴 했지만...
실종후에 수진이를 목격했다고 했던 장소인 신계리는 동선과 맞지 않고 워낙 멀리 있어서 가지 않고 다시 서울로 돌아왔다. 그리고 이 사건은 점점 내 관심 밖으로 밀려났다.
첫댓글 신발에서 발견된 모래흙이 그곳 일대의 것이 아니라면 대체 어떤 곳에 있었던 흙이었을까요.. 그리고 성정동에서 왜 유류품이 발견되었는지 필자는 알수 있을것 같다고 하였는데.. 사람이 없는 한적한 곳이었기 때문인지.. 어떤 의미로 말씀하신건지 궁금해지는군요..
참.. 이 글은 바로보기님께서 필히 보셔야 할 것 같은데요..
사건을 흐트리게 하기 위해 범인이 갖다 놓았다는 생각이 얼핏드네요
버려고간 유품들에 옷이 다 물에 적셔서 짜진 상태라면(성범죄가 목적이라면) 자신에 흔적을 없애기위한 범인에 행동일거라고도 보지만 생각해보면 범죄가 들통나느것이 무서운 범인이 굳이 옷을 골목길에 보란듯이 버리고 갔을가도 의문입니다 참..
cctv를 사각지대 없이 전국에 설치해야 될듯 ㅋㅋ 예산 엄청날듯;
범행장소는 성정동 주변이 아닌 성정동 일대에서 떨어진 곳에서 하고 유류품을 성정동에 처리한게 아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