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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二) 향전(響箭)이 솟구친 것은 야숙(野宿)을 하기 위해 장막을 친 지 사흘째를 넘어서려던 저녁 무렵, 세상이 편안한 주홍빛으로 물들었을 때였다. 금산을 중심으로 곽가장 삼 개 분타 무인들이 집결하는 즉시 쏘아올리기로 한 향전이었다. "왔군. 오래 걸릴 줄 알았는데... 놈들은 어디있나?" "흑서채입니다." 대답을 한 사람은 정현 분타주(穽賢分舵主)였다. 분타주와 정대주의 직위를 논하자면 서로 비슷한 처지였지만 본장에서 실권을 장악한 독고광에게 하대를 할 수는 없었다. "이놈의 쥐새끼들... 한꺼번에 잡아 버린다." "그게 좀 곤란합니다. 흑서채는 녹림삼십육채 중 하나라서... 밖으로 끌어내는 것이..."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하고 있는 게야! 녹림삼십육채? 그까짓 놈들 한꺼번에 쓸어 버리면 될 것을..." 정현 분타주는 역시 풋내기라는 생각을 했다. 곽가장이 전력을 다해서 무너트리지 못할 문파는 없었다. 구파일방이라면 혹시 모를까. 하지만 그렇게 하려면 많은 희생이 따른다. 작은 문파 하나를 치고난 다음 재기불능에 빠지는 경우가 왕왕 있지 않은 가. 더군다나 녹림은 작은 문파도 아니다. 독고광은 독고광대로 늙고 쓸모없는 노인들이 득실댄다고 생각 했다. 정대에서 거둬들인 정보 중에는 녹림에 관한 사항도 무 척 많았다. 장강수로십팔채가 어디 있는가 뿐만 아니라 녹림삼 십육채의 근거지까지 이미 모두 파악해 놓은 상태였다. 그런데 겨우 흑서채 하나 가지고 쩔쩔매다니. 강서성 한복판에서 노략 질을 하는데 속이 뒤틀리지도 않는다는 말인가. "모두 준비해라. 지금 당장 쳐들어간다." 독고광은 빨리 일을 끝내고 곽가장에 돌아가 쇄심파 소중분의 콧대를 납작하게 일그러트리고 싶었다. 그때였다. 화르륵....! 석양을 밀어내며 검은 버섯구름이 피어 올랐다. '남자 아홉 여자 둘? 여자 한 명이 죽었단 말인가?' 독고광은 당황했다. 사내들은 모두 죽일 놈들이었다. 한 놈만 죽이고 모두 사로잡 아 오라는 말이 있었지만 말하는 강도로 보아서 죽여도 괜찮을 것 같았다. 하지만 여자는 다르다. '화호 요와가 있다. 솜털 하나 건드리지 말고 데려와라. 네가 직접 금산으로 가야 하는 이유다.' 곽가장을 나서기 전에 장주님으로부터 받은 서신이었다. '두 여인이 있을 게다. 그들이 누군지 아느냐? 바로 내 언니와 동생이다. 목숨을 걸고 무사히 데려와라, 절대 소문내서는 안 된다. 데려오거든 바로 나에게 보고해.' 곽요연 이공녀로부터 직접 하명 받은 말이었다. 세 여인. 그 누구에게라도 무슨 일이 생겨서는 안 된다. 요와 가 다친다면 장주의 힐문을 받을 테고, 그것은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 곽사연과 곽소연은 더욱 그렇다. 그들이 왜 밀옥을 탈 출한 자들 속에 섞여 있는지는 모르지만 솜털 하나라도 이상이 생긴다면 목을 내놔야 한다. 그런데 지금 하늘을 수놓은 천광탄은... 독고랑은 무의식 중에 분타주를 돌아보았다. 이들도 천광탄을 보았다. 그렇다. 자신이 흑서채를 쳐들어가기 전에 이미 여인 한 명은 죽었다. 싸움을 벌이는 와중이라면 모 를까 가만히 앉아 있는데 벌어진 사단을 무슨 수로 막는단 말 인가. '불가항력이었어.' 스스로 자위를 해보지만 꼭 누가 머리 뒷꼭지를 잡아당기는 것 같아 께름직했다. 독고광은 결정을 내렸다. 녹림이건 뭐건 간에 지금은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향전이 솟 구치고 천광탄이 터졌다면 놈들도 눈과 귀가 있는 이상 쥐구멍 이라도 찾아들 것이다. 그 전에 요절을 내야 한다. "가잣!" 독고광은 분타주보다 한 발 앞서 금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조중 일행은 뜻밖에도 많은 무인들이 몰려 있는 것을 보고 잔 뜩 긴장했다. 왼쪽 가슴에 '호방(湖坊)이라는 글씨가 쓰여져 있는 것으로 보아 호방 분타 무인들이었다. "웬 놈의 자식들이 이렇게 많지?" "호방 분타 무인들이야." "계집애야, 잘난 체하지 마. 곽가장 무인이 같은 무인을 못 알 아 볼까봐 씨부렁거리는 거야." "황백... 경고하는데 입 조심해. 더러운 입, 함부로 놀리지 말 란 말이야." "뭐라고? 이 계집애가 갑자기 환장을 했나? 아닌 밤중에 홍두 깨도 유만분수지. 왜 가시눈을 뜨고 지랄이야?" "말조심하라고 했지." 요와의 표정은 표독스러웠다. '이 계집... 여차하면 일전도 불사할 기세인데 이게 미쳤나? 갑자기 왜...? 아! 추풍! 흐흐흐! 이 계집이 추풍에게 완전히 갔군. 그래서 이렇게 여우짓을 했단 말이지? 살랑살랑 꼬리를 흔들면서. 이제 추풍이 없으니 본색을 드러내시겠다?' 황백은 요와의 속마음을 익히 짐작했다. 반여량은 정체를 밝히지 않지만 그가 반여량이라는 사실은 익 히 짐작되었다. '무엇인가 있겠지.' 그렇게 생각하고 넘어갔 다. 그가 밝히지 않는 한 비밀을 지켜 줄 필요가 있었다. '좋아, 셈은 여기를 빠져나간 다음에 치르자. 흐흐! 감히 나에 게 뭐라고? 입 조심하라고?" 황백은 심정이 몹시 좋지 않았다. 일심각원이라는 명예를 지녀 밥을 먹지 않아도 배불렀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지금은 이게 무슨 꼴이란 말인가. 각주 윤명은 혈단 놈들이 무서워 지게를 지지 않나, 동료 무인이었던 이삼 재는 변절을 하지 않나... 일행에게 원망은 하지 않지만 마음 이 불편한 것은 사실이었다. 요와와 황백은 크게 싸울 수도 없었다. 일 장마다 곽가장 무인들이요, 살갗에 와닿으니 살벌한 기세였 다. 그러나 곽가장 무인들은 평범해 보이는 일행을 주목하지 않았다. 추풍 반여량이 직접 분장해 준 모습은 너무 완벽하여 도무지 흠을 잡을 수 없었다. "이게 무슨 일이야? 천광탄이 왜 여기서 터진 거지?" "낸들 아나? 좌우지간 천광탄이 터졌으니 경계를 강화하세. 조 만간 분타주님이 하명을 내려 주시겠지." "남자 아홉, 여자 둘이라. 이놈들 걸리기만 해봐라." 일행은 귀를 곤두새우고 부지런히 발을 놀렸다. 두 눈을 빤히 뜨고도 알아보지 못하는 호방 분타 무인들을 비웃을 만한 여력 도 없었다. 거동이 불편한 산귀와 석수 그리고 세 여인은 마차를 탔다. 밖 에서 안을 들여다볼 수 있도록 휘장을 걷어 버린 채. 곽소연은 마차 안에서 눈에 익은 무복을 태연하게 바라보았다. '그의 손은 부드러웠어. 검을 잡은 손이 아냐. 어디서 누구에 게 무공을 익혔을까? 요와를 치던 솜씨가 범상치 않았는데.' 곽소연은 얼굴을 매만지던 온기가 아직도 남아있는 듯하여 크 게 도리질했다.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 거지? 추풍, 그를 생각하고 있는 건가? 음...! 지금은 안 돼. 지금은 오직..."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진기(眞氣)를 끌어 올렸다. 마음의 평정을 유지하려는 조처였다. 하지만 그로 인해 안광 (眼光)이 날카로워지고, 살을 베는 듯한 예기(銳氣)가 발산된 다는 사실에는 주의하지 못했다. "잠깐!" 독고광은 스쳐지나는 일행을 보면서 목구멍까지 솟구친 외침을 간신히 억눌렀다. 행색을 보면 여염집 부인과 상인, 그리고 일반 평민들이였다. 그러나 그 중 한 여인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기운은 뼛속이 아 릴 정도로 날카로웠다. 무인이었다. 그것도 자신과 필적할 만 한 절정고수였다. '밀옥을 탈출한 자들이다.' 독고광은 자신의 예감을 믿었다. 십 년 가까이 정대원으로 암약하면서 목숨을 구해 주기도 하 고, 결정적인 정보를 취득하게 만들어 준 예감이 아니던가. 그 러나, '남자 일곱, 여자 셋...?' 천광탄이 보내온 숫자와 인원이 틀렸다. 더욱이 마차 안에 탄 여인을 제외하고는 무인인 듯 싶은 사람이 눈에 띄지 않았다. '어차피 이곳에는 천라지망이 펼쳐져 있다. 금산을 빠져나가려 면 다섯 번의 검문을 거쳐야 할 터...' 그는 오로지 여인들에게 신경을 곤두세웠다. 세 명. 세 명이라 면 그가 찾는 일행은 아니다. 독고광은 서둘러서 곁에 있는 노송나무의 껍질을 벗겼다. 그리 고 정대원만이 해독할 수 있는 밀마를 새겨 놓았다. 상방 분타 (上坊分舵), 호방 분타(湖坊分舵), 귀계 분타(貴溪分舵), 그리 고 정대원이 곧 따라올 수 있도록. 조중과 학구, 일심각 무인들을 혼자서 상대한다는 것은 섶을 지고 불 속에 뛰어드는 자살행위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앞서 나온것은 마음이 급했기 때문이었다. 세 여인 중 한 명이 죽었다. 누가 죽었는가? 그것을 확인해야만 한다. 그리고 접전 이 아닌 정탐은 그 누구에게든 자신 있었다. '이제 됐어. 그럼 슬슬 정탐해 볼까? 응...?' 말고삐를 낚아채려던 독고광은 태연스럽게 걸어오는 털보 장한 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알지 못할 현상이었다. 무인이 방산 하는 예기가 느껴진 것도 아니고, 특별히 주목할 만한 부분이 있는 것도 아닌데 이상한 호기심이 눈길을 동여맸다. "누구냐?" "추풍." "뭣!" 독고광은 말등을 박차고 뛰어내렸다. 그의 손에는 어느새 삼척 장검이 날카로운 빛을 토해 냈다. "명궁(命宮:인당, 두 눈썹 사이)에 사마귀라... 거처를 자주 옮기고 부부사이에도 파탄이 생길 상(相)이군. 이마가 좁고 눈 썹이 빽빽하니 하는 일마다 고전(苦戰)하겠어. 파진가재(破盡 家財) 급조종(及祖宗)이라. 가산을 탕진하고 멸문지화를 당하 겠군. 곽가장에 새로 부임했다는 정대주 태인검 독고광과 같은 상... 독고광이 맞나?" "건방진... 으음!" 독고광은 심상치 않은 기운을 감지하고 침음성을 흘렸다. 구렁이처럼 전신을 칭칭 동여오는 올가미. 알지 못할 기운은 전의(戰意)를 갉아먹고, 두려움을 일깨웠다. 마음은 행동을 둔화시키고, 손에 익을 대로 익은 초식들을 새 까맣게 망각시켰다. '이럴 리가! 내가 겁을 먹었단 말인가? 이럴 리... 그래, 요약 한 저 눈... 저 눈빛이야. 놈은 지금 사술(邪術)을 펼치고 있 는 거야.' 모두 이글거리는 눈빛을 접한 다음부터였다. 그 다음부터 몸이 목석처럼 굳어지기 시작했다. '이럴 때는 선제공격이다!' 밀옥주나 여산 분타주는 그가 희한한 사술을 쓴다고 증언했다. 지금 자신이 당하는 느낌. 이런 느낌을 그들도 받았으리라. 그는 반여량이 소매 속에서 꺼내 드는 병기를 보았다. 사검(絲 劍)이었다. 편(鞭)과 연검(軟劍)의 장점을 살린 기형병기였다. 손잡이는 무소뿔로 만들어졌고, 검신(劍身)은 주조하기가 극히 어렵다는 설산(雪山) 한철(寒鐵)이었다. 길이는 여섯 자, 검폭은 실처럼 가늘어 사용하기도 방비하기도 어렵다는 병기였다. "사검... 후후후! 정통병기에 자신없는 인간들이 왕왕 기형병 기를 탐하곤 하지. 어디 사검 맛 좀 볼까? 타앗!" 독고광은 말이 끝나자마자 공격을 가하기 시작했다. 자신이 선 것이다. 이미 잡아 놓은 승기(勝氣)를 놓치지 않겠다는 심산이 었다. 쉬릭! 반여량은 사검을 창대처럼 빳빳이 세운 다음 곧게 찔러냈다. 실처럼 가늘고 흐늘거리는 검신이 곧추세워지리라고는 그 누구 도 생각하지 못하리라. 대체로 기문병기를 사용하는 무공은 병 기의 효용에 덕 입은 바가 컸다. 그러나 이번 공격은 병기의 효용을 빌지 않더라도 막강한 위력을 발휘할 공격이었다. "헉! 네놈이 무공을!" 사검을 창처럼 세우려면 정심한 내공이 필요하다. 그런데 반여 량은 자연스럽게 펼치고 있지 않은가. '내 상대가 아니다.' 독고광은 쳐나가는 신법을 황급히 거둬들이고 몸을 옆으로 굴 렸다. 그리고 최상의 신법을 펼쳐 몸을 빼려 했다. 순간, 파앗! 등을 비집고 들어온 작은 실 한조각이 심장을 파헤쳐 버렸다. "커억! 이, 이렇게 허망하게..." 독고광은 눈을 흠칫 부릅떴다. 이제 죽어야 한다는 것을 도무지 믿지 못하겠다는 눈이었다. 모두 신법을 제대로 전개하지 못한 탓이다. 어떤 위급지경에 처해서도 자유자재로 활용되던 신법이 오늘만은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마치 발이 땅에 박혀 버린 듯한 느낌. 그것이 독고광 을 죽였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 그렇게 빠르지도 않았는데... 피, 피할수 있었는데..." 독고광은 허무하게 무너졌다. 반여량이 중얼거리는 소리도 듣 지 못한 채. "확실히 투월채법은 가공하군." 반여량은 사검을 거둬들였다. 투월채법은 그가 알고 있는 유일한 무공이었다. 호소봉왕 가심에게는 삼십이식을 십팔식으로 정리해 주었지만 기실 반여량은 아홉식으로 줄인 상태였다. 감응이 일어나는 대 로 정리한 무공. 내공은 태극도해를 바탕으로 했다. 거기에 상 단전을 함께 열어 염력으로 상대의 기를 눌렀다. 아직까지는 무적이었다. 그 누구도 자신이 펼치는 무공을 막아내지 못했다. 일 대 일의 싸움에는 자신이 생겼다. 이제 알아 볼 것은 일인 대 다수의 싸움. 인당에서 발산되는 기운이 얼마나 많은 사람 에게 통용될지 아직 그게 미지수였다. 귀계 분타주 적삼장(赤杉杖) 두우(杜羽)는 금산에서 겸령(箝 嶺)으로 빠지는 길목을 차단했다. 밀옥에서 그들이 어떻게 빠져나갔는지 상세하게 들은 터라 처 음부터 신망전을 사용할 생각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정대주 독 고광이 승낙한 일이기도 했다. '미친놈이 아닌 다음에야 이리로 올 리가 없겠지. 오기만 하면 잡아놓은 물고기인데...' 두우는 입맛을 쩍 다셨다. 사전에 예정된 대로 천라지망을 펼치기는 했지만 자신이 펼쳐 놓은 함정 속으로 기어들기를 기대할수는 없었다. '하하하! 좋은 곳을 맡으셨구려.' '사방이 첩첩산중인 데다가 수림까지 우거졌으니... 하하! 이 곳까지 오는 동안 탈진하지 않으면 다행이오. 영감은 그저 땅 위에 올라온 고기를 집어들면 되겠구려.' '그럴 필요도 없지. 이렇게 잡목으로 가득한 산은 길 잃기 딱 알맞지. 한 보름간 편히 지내다가 굶어 죽은 시신이나 거두면 되겠지요. 하하하!' 분타주들이 한 말은 한치도 틀리지 않았다. 적삼장이 맡은 지형은 짐승들조차 보기 드문 험산이었다. 더군 다나 겸령을 넘으면 강이 가로막아 나아갈 곳도 없었다. 일인 이 만인을 상대할 수 있는 천험(天險)의 땅. "뭣들 하느냐? 잡목 틈으로 빠져나갈 수도 있으니 맡은 목을 확실히 지켜라. 놈들이 나타난다면 혼자 상대할 생각하지 말고 즉시 천광탄을 터트리고. 신망전을 사용할 때는 바람의 방향에 유념해라." 두우는 산을 오르기 전에 준비해 두었던 죽엽청(竹葉淸)을 꺼 내 들었다. 산 높은 곳에서 아름다운 풍광을 바라보며 걸치는 한 잔 술은 부드럽기 이를 데 없었다. '교쇄명당(交鎖明堂)이다. 본신교쇄(本身交鎖). 천연의 수림이 있어서 그렇지 틀림없다. 산에서 이는 생기(生氣)가 나를 부르 고 있다. 명혈(名穴)이야.' 반여량은 두 가지 기운을 읽었다. 지기(地氣)와 수기(水氣). 생기가 유독 강한 땅이나 물이 풍기는 기운이었다. 지기의 근원지는 발견했다. 금산에서 겸령으로 넘어가는 길목 을 타다 보니 먼 아래 볼록하게 튀어나온 둔덕이 보였다. 둔덕 을 중심으로 좌우에서 흘러온 물이 둔덕 앞에서 모이더니 산이 굽어진 길을 따라 유유히 흘러간다. 좌로 휘고, 우로 휘고, 또 좌로 휘었다가는 우로 휘어진다. '이상하다. 지기는 발견했는데 수기까지 느껴지다니?' 이런 일은 극히 드물었다. 산과 물이 모여 용혈(龍血)을 만드는 것이 아닌가. 그런 곳에 서는 비록 물이 있다 하더라도 지기에 눌려 수기를 발산하지 못한다. 그런데 본신교쇄 명당에서 발산하는 지기와 맞먹는 수 기가 동시에 느껴진다는 것은... 또 다른 명당이 주위에 있다 는 말이 된다. 반여량은 가부좌를 틀고 앉아 동기감응을 펼쳤다. 천라지망을 빠져나가는 것도 급하지만 이상한 지세를 발견하고 그냥 물러갈수는 없었다. 감여가로서의 본능이. 고오오오...! 수기가 발산되는 곳을 더듬어 갔다. 기운이 점점 강해진다. 두 눈을 대신한 인당은 보이지 않는 기 운을 쫓아 산맥을 넘어갔다. 그리고 푸르른 하늘이 나타났다. "음! 수기는 이 너머에 있다. 산을 넘어가야겠군." 기운을 감지할 수 있는 반여량도 보이지 않는 곳은 볼 수 없었 다. 그는 사검을 꺼내 손잡이를 쥐고 편처럼 축 늘어진 검날은 손 목에 휘감았다. 천라지망을 펼친 일개 분타와 정면 승부를 가늠하려 하는 것이 다. 그래야만 자신의 무공이 얼마만한 위력을 지녔는지 척도를 잴 수 있으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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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반여량은 자신의 무공실력이 어느정도인지를 알지 못하는모양이네요 잘보구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