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동시란 무엇인가?

[東岩/우정훈]

  동시란 무엇인가?

                                                                                                               -글쓴이 : 권오삼/ 시인

  동시의 개념

   성인시를 알면 동시는 자연히 알게 되어 있는 것처럼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인 생각이 아닐까 한다. 이는 아동문학을 성인문학의 아래 단계 또는 성인문학의 기초단계 쯤으로 잘못 인식한 데서 비롯한 것이라 본다.

  동시를 이해하는데 성인시를 아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는 훨씬 유리하고 빠를 것은 사실이다. 그렇더라도 동시의 특성을 알지 않고는 동시를 제대로 이해한다고 볼 수 없다. 가끔 신춘문예 당선작에서 동시가 아닌 성인시에 해당할 작품을 보게 되는데, 이런 일이 생기는 것은 동시를 시의 잣대로만 보려한 데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하겠다.

   동시가 무엇인가를 알려면 우선 동시에 대한 개념을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 그래야만 어떤 작품이 동시이며 어떤 작품이 동시가 아닌가를 판단할 수 있다.

  이런 뜻에서 동시의 개념, 동시의 특성과 범주, 동시와 동요, 동시와 어린이시와의 차이점을 짚어보고자 한다.

  동시의 정의

  누가 동시란 무엇입니까, 하고 묻는다면 선뜻 대답하기가 쉽지 않다. 그것은  시란 무엇입니까, 라는 질문만큼이나(시의 정의의 역사는 오류의 역사라는 극단적 무용론까지 나오기도 했지만)외연이 큰 것은 아니라고 할 수 있으나 그렇다고 몇 마디로 쉽게 답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먼저 동시가 지닌 특성을 통해 동시의 성립 조건을 알아봄으로써 동시에 대한 정의를 나름대로 내려 볼 수 있지 않을까 한다.

  먼저 동시가 지닌 특성(제약성)을 알아보자.  

  대부분의 사람들은 동시하면, ‘그건 아이들이 쓴 시를 말하는 게 아닙니까?’혹은 ‘아이들이 읽는 시를 말하는 게 아닙니까?’라고 할 것이며, 혹 아동문학에 대해 어느 정도의 지식을 가진 사람일 것 같으면 ‘어른이 아이들을 위해 쓴 시가 아닙니까?’할 것이다.

    그렇다면 아동문학인들의 대답은 어떠할까? 예상되는 답을 적어 보자.

    ➀ 동시는 ‘어린이를 위한 시’이다

    ➁ 동시는 ‘동심을 바탕으로 하여 쓴 시’이다

    ➂ 동시는 ‘어린이를 위한, 어린이에게 주기 위해 쓴 시’이다

라는 답을 예상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답변만으로는 뭔가 미진하다는 느낌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우리나라에선 1908년 최남선의 신체시 <해(海)에게서 소년에게로>가 우리나라 최초의 잡지인 《소년》에 실린 이후 비로소 자유시의 출현이 있었지만, 어린이를독자 대상으로 하는 시의 출현은 없었다. 있었다면 전래동요가 유일했다. 그런데 1923년 3월 20일 소파 방정환이 우리나라 최초의 순수 아동 잡지인 《어린이》를 창간, 여기에 자신의 창작 동요인 〈형제별〉 〈늙은 잠자리〉를 발표하면서부터 많은 동요나 동요시들이 창작되기 시작했으며, 이는 우리 동시문학의 태동을 알리는 신호탄과 같았다고 볼 수 있다. 

   이로부터 우리나라 동시문학은 전래동요에서 →창작동요 →동요시 →동시의 형태를 거쳐 오늘날의 동시문학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동시의 역사로 하여 일반사람들은 동시라면 초창기의 동요나 동요시를 우선 머리에 떠올리게 된다.

   그러면 우리 아동문학의 1세대라  할 수 있는 이원수는 동시에 대해 어떻게 말하고 있는지 알아보자.

    동시란 무엇인가?

    ① 아동의 감정과 생각이 나타나 있는 시

    ② 아동이 느낄 수 있는 시

    ③ 동심으로 씌어진 시

    동시라는 이름은 넓게 생각해서 아동에게 감상되기에 좋은 시를 가리켜 붙인 이름에 불과하다.   (이원수 아동문학전집 29권 ‘동시작법’1969년)

   동시란 어린이들이 즐길 수 있는 시, 어린이들이 맘으로 느낄 수 있는 시이며, 따라서 동시는

    ① 어린 사람의 마음에 감동을 주는 시라야 한다.

    ② 어른이 지었거나 어린이가 지었거나 간에 어린 마음이 스며 있는 것이며, 어린이들이 이해할 수 있는 말로써 씌어진 것이어야 한다.

     (위의 책의‘시작 노우트’에서 )

    동시라는 이름은 결국 아동들이 감상하기 이전의 하나의 안내적 역활을 하기 위한 것이요, 넓게 생각해서 아동에게 감상되기에 좋은 시를 가리켜 붙인 이름에 불과하다. 

      (위의 책의‘시작 노우트’에서)

    여기서 한 가지 오류를 지적한다면 두 번째 ②에서 어른이 지었거나 어린이가 지었거나 간에 라는 말인데, 동시가 어린이 독자를 위해 어른이 쓴 시라고 볼 때, 어린이가 쓴(지은) 시는 동시가 아니라 ‘어린이시’이기 때문이다. 이원수는 이처럼‘동시’와 ‘어린이시’를 같은 개념으로 쓰는 혼동을 일으켰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이원수가 동시작법을 쓴 1969년 당시까지만 해도 우리 아동문단에서는 ‘동시’와 ‘어린이시’를 따로 구분하지 않고 함께 써 왔다. 이는 시문학으로서의 동시와 학교에서 국어교육의 일환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시쓰기를 구분하지 않고 뒤섞어 쓴 결과로 볼 수 있다.

   어린이가 쓴 시는 독자를 염두에 두고 창작한 동시와는 엄연히 다른 것이기에 동시라고 이름 붙일 수 없다. 어린이가 쓴 시는 단지 어린이가 생활하는 가운데 느낀 생활감동을 거짓 없이 솔직하게 자기 말로 표현해 보인 학습결과물일 뿐이다. 따라서 어른이 의도적으로 창작한 ‘동시’와 ‘어린이시’는 확실히 구분이 되어야 하는 데도 이원수가 똑같이 취급한 것은, 앞서 말한 대로 그 글을 쓴 1969년 당시만 해도 우리 아동문학에서는 ‘동시’와 ‘어린이시’에 대한 확고한 개념 정리가 없이 이를 같은 개념으로 썼기 때문이다.    

   즉 작가가 쓴 것도 ‘동시’요, 어린이가 쓴 것도 ‘동시’로 불렀던 탓이다. 이런 잘못된 인식은 오늘까지 남아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동시’와 ‘어린이시’를 동시라는 이름으로 함께 쓰고 있다.      

   다음으로, 한국아동문학에서 본격 비평의 길을 연 평론가 이오덕은 어떻게 말하고 있는가?  

   평론집 《시정신과 유희정신》의 <동시란 무엇인가>를 보면 이원수와는 다르게 창작의 주체자에 대해 분명하게 밝히고 있다.

     아동문학의 장르로서의 동시는 어른이 쓰는 것이다. 그냥 시인이라 해도 좋다. 혹은 동요시인이라고 하는 문학작품을 창작하는 어른이 쓴다.

     (‘동시란 무엇인가’《시정신과 유희정신》 205쪽)

     그리고 이를 도표로 제시해 보였다.

      ↗ 어른이 쓴 시 →    일반시

    시                      동시 ․ 동요

       ↘ 어린이가 쓴 시→  어린이시 

     아울러 창작 주체자의 규명만이 아닌 독자 대상과 동시의 본질에 대해서도 말하고 있다.

     동시는 아동을 위해 쓰는 것이다. 그렇다면 아동을 위해서, 혹은 아동에게 읽히기 위해서 쓴 시란? 시인 자신이 반드시 어떤 성장 과정에 있는 아이의 심리 상태가 되어 쓴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왜냐하면 어린애의 마음이 된다는 것은 엄밀히 따지면 있을 수 없고, 또 그것은 아무런 뜻이 없으며 속임수가 되기 쉽다. 따라서

      바람직한 동시란?

      어른인 시인 자신의 세계를 온몸으로 쓴 것이-물론 아동에게 주는 시란 것을 의식할 수도 있고 전혀 의식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대로 아동에게 이해되고 받아들여지는 시로 되는 것이다.

      이런 동시가 되기 위해선?

      ① 아동의 세계 (관념적인 동심이 아니라 살아가고 있는 아동의 현실 세계)에 대한 깊은 관심과 이해가 있어야 한다.

      ② 시인으로서의 자각과 특질, 곧 높은 지성을 밑받침으로 한 시정신을 가져야 한다.        (앞의 책 ‘동시란 무엇인가’에서)   

      이처럼 이오덕은 이원수보다 한 걸음 나아가 동시에 대한 개념을 명확히 밝히고 있으며 동시의 성립 조건에까지 말하고 있다.

     세 번째로, 아동문학 연구로 한국아동문학사상 최초로 아동문학박사가 된  이재철은 어떻게 말하고 있는가?

     동시는 어린이다운 심리와 감정을 제재로 하여 성인이 어린이를 위해 쓴 시를 말한다. 동시가 성인시와 다른 점은 어린이답다는 점에 있다. 그러므로 동시는 그것이 반드시 어린이만을 대상으로 하여 쓴 것은 아니라 하더라도, 아동문학 본래의 갖가지 조건을 갖추기 위해서는 어린이가 이해할 수 있는 언어와 소박하고 단순한 사상 ․ 감정을 담아야 되는 것이다.

         (‘동시론’《아동문학계론》, 서문당, 1983년 개고판에서)

     이재철도 이오덕과 마찬가지로 ‘동시’는 어른이 어린이를 위해 쓴 시라고 하며, 어린이가 쓴 ‘어린이시’와 구별하고 있고 또 성인시와의 차이, ‘동시’가 가져야 할 요건, 즉 특성에 대해 밝히고 있다.   

     이 세 사람이 내린, 동시란 무엇인가를 동시의 정의로 본다면 어느 정도 답을 얻으리라 본다. 그렇다면 여기서 좀더 명확한 답을 얻기 위해 세 사람이 말한 내용 중 중복되는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을 요약 정리해 볼 필요가 있다.

     동시란?

    -이원수

     ① 어린이들이 즐길 수 있는, 어린이들이 마음으로 느낄 수 있는 시.  

     ② 어린 마음이 스며 있는 시 (동심으로 씌어진 시).

     ③ 어린이들이 이해할 수 있는 말로 씌어진 시(아동에게 감상되기에 좋은 시).

    -이오덕 

     ④ 어린이를 위해서, 어린이에게 읽히기 위해서 쓴 시다. (어른인 시인 자신의 세계를 온몸으로 쓴 것이 -물론 아동에게 주는 시란 것을 의식할 수도 있고 전혀 의식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대로 아동에게 이해되고 받아들여지는 시로 되는 것이다.)

    -이재철

     ⑤ 어린이다운 심리와 감정을 제재로 하여 성인이 어린이를 위해 쓴 시다.

     ⑥ 어린이가 이해할 수 있는 언어와 소박하고 단순한 사상 ․ 감정을 담은 시다.

     위의 정의들을 다시 뭉뚱그려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고 할 수 있다.

     동시란?

     ① 어른이 어린이를 위해 쓴 시다. (창작의 주체자)

     ② 어린이를 일차적인 독자 대상으로 삼아 쓴 시다. (독자의 제약)

     ③ 어린 마음(동심)이 스며 있는 시다. (동심을 바탕)

     ④ 어린이들의 감정과 생각을 나타내는 시다. (소재, 주제의 제약)

     ⑤ 어린이들이 이해할 수 있는 말로 쓴 시다. (표현, 언어의 제약)

     이를 또 압축하여 본다면

     『동시란 ㉠어른이 어린이 마음으로 어린이다운 감동과 생각, 심리에 바탕 하여 쓴 시인 동시에 ㉡어린이를 위해 쓴 시』 라고 할 수 있으며 이것이 곧 동시에 대한 정의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이 동시의 정의가 동시를 성인시와 구분 짓는 ‘동시의 특성’이자, 동시가 숙명적으로 지녀야 할 ‘제약성’이라고 볼 수 있다.

     이처럼‘동시’라는 말에는 두 가지 의미가 함축되어 있다. 하나는 동시의 본질적인 면을 가리키는 뜻에서 ㉠처럼 ‘동심을 바탕으로 하는 시’라는 것과 또 하나는 효용적인 면을 가리키는 뜻에서 ㉡처럼 ‘어린이에게 주는, 혹은 위한 시’라는 것이다.

    따라서 어느 한쪽 면만을 주장하는 것은 동시를 한 쪽 방향으로만 끌고 갈 우려가 있다. 그러므로 동시는 이 두 가지를 모두 포함하는 것이라고 보면 되겠다.  

    한 가지 덧붙일 것은 위의 세 사람 가운데 이오덕만 동시에 대해 의미 깊은 말을 한 마디 더 붙이고 있다.

    동시는‘시인 자신이 반드시 어떤 성장 과정에 있는 아이의 심리 상태가 되어 쓴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왜냐하면 어린애의 마음이 된다는 것은 엄밀히 따지면 있을 수 없고, 또 그것은 아무런 뜻이 없으며 속임수가 되기 쉽다’며 동시가 ‘동심을 바탕으로 한 시’라는 것에 부정적인데, 그 이유는 유아들의 말 재롱이나 심리 상태만을 동심으로 잘못 인식, 유치한 동시들을 무턱대고 써온 동시인들에 대한 비판에서 나온 것으로 보면 될 것이다. 

    그밖에 다른 많은 동시인들의 생각이나 주장도 표현에 차이는 있겠으나 내용에선 거의 엇비슷하여 더 이상 추론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그러나 이런 여러 주장은 결국 다음 네 가지로 귀결된다고 보고, 내 나름대로 동시의 개념을 다시 정리해 보았다.

   -동시란 무엇인가?

   ①첫째로, 어린이를 첫 번째 독자로 어른을 두 번째 독자로 하는 시라는 것.

   ②둘째로, 어린이의 마음 상태에서 어린이다운 생각이나 눈으로 어린이를 둘러싸고 있는 사물이나 세계를 표현하는 시라는 것.(외부 세계 표현)   

   ③셋째로, 어린이의 마음, 감정, 생각, 삶, 그 자체를 표현하는 시라는 것. (시인이 어린이의 삶이나 내면세계를 표현하는 것.)   

   ④넷째로, 어린이를 위해 어린이에게 주는 시라는 것.(공리성을 띤 교훈적, 계몽적, 시사적인 메시지시들이 여기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끝에 사족처럼 ‘시’라고 붙인 것은 어린이들이 읽는 시라 해도 ‘시’가 되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다.

   여기서 앞에 든 ①은 동시만이 아니라 아동문학이 필연적으로 갖게 마련인 독자 문제를 규정한 것이며 나머지 ②③④는 동시의 특성과 한계성을 말한 것으로 보면 되겠다. 또 하나 덧붙여 말해 두고 싶은 것은

   ①의 독자 문제인데, 이를 부정한다면 동시 장르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 되겠기에 다른 견해가 있을 수 없다고 보겠다. 아무리 동시가 어린이와 어른을 위한 것일지라도 어른 독자는 주독자가 아닌 제 2의 독자일 뿐이기 때문이다.

   ②는 동시의 본질을 말한 것으로 이를 부정한다면 동시의 효용성만 주장하는 꼴이 되고 말 것이다. 물론 반론이 나올 수 있다. 이오덕의 주장대로 성인인 시인이 ‘어린애의 마음이 된다는 것은 엄밀히 따지면 있을 수 없고, 또 그것은 아무런 뜻이 없으며 속임수가 되기’ 쉬울 수도 있다. 그러나 이원수의 주장대로 ‘어린 마음이 스며 있는 시’가 될 수 있게는 가능한 것이다. 문제는 ‘어린 마음’이 아닌 ‘유치한 심리 상태’나 ‘혀짤배기 말’또는 ‘재롱’을 ‘어린 마음’으로 착각하는 것이다. 하지만‘유치한 심리 상태’나 ‘혀짤배기 말’을 너무 경계한 나머지 시인이 ‘어린이의 눈과 마음’으로 사물이나 세계를 보는 것까지 배척해버린다면, 동시 존립 문제가 논의될 수  있다고 본다. 이는 빈대 잡기 위해 초가삼간 태우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본다.

    ③은 동시의 본질에도 해당하면서 또한 동시의 효용성에도 해당된다고 보는데, 이는 어린이의 세계 -즉 마음, 감정, 생각, 삶을 표현하는 가운데 어린이의 눈으로 본 사물이나 세계에 대한 표현도 포함될 수도 있겠지만, 다른 한편으론 그러한 표현을 통해 시인이 의도하는 것 -어린이를 위해 어린이에게 주고자 하는 그 무엇을 은연중 드러내 보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④는 동시의 효용성으로 이오덕의 주장이 이에 해당한다고 본다. 즉 ‘어른인 시인 자신의 세계를 온몸으로 쓴 것이 -물론 아동에게 주는 시란 것을 의식할 수도 있고 전혀 의식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대로 아동에게 이해되고 받아들여지는 시로 되는 것’으로‘아동의 세계 (관념적인 동심이 아니라 살아가고 있는 아동의 현실 세계)에 대한 깊은 관심과 이해가 있어야 하며’ 동시에 ‘시인으로서의 자각과 특질, 곧 높은 지성을 밑받침으로 한 시정신’을 바탕으로 하는 것을 뜻한다. 이는 다분히 어린이 독자에게 ‘시인의 시정신이 담긴 시’를 줌으로써 어린이들이 참된 생각으로 바르게 살아 갈 수 있도록 생각을 깨쳐 주고 이끌어주자는 데에 목적을 두는 것으로 보면 될 것이다.

    이상으로‘동시란 무엇인가’즉 동시의 개념과 정의에 대해 알아보았다.

    동시의 범주

    동시에서 그 범주를 독자의 나이를 기준으로 하여 잡는다면 상한선을 어디에 둘 것인가?

    중학생이나 그 이상으로 잡아 볼 수도 있다. 이렇게 넓게 잡았을 때 장점은 무엇일까? 동시라면 코흘리개 아이들이나 읽는 짝짜꿍 동요라는 잘못된 인식에서 벗어나게 할 수 있다. 그리고 어린이들이 쓴 어린이시와 확실하게 구분 지을 수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 성인시와의 한계가 모호해질 우려가 있고 시가 어려워져 중심독자층인 초등학교 어린이들로부터 외면당할 우려가 있다. 이는 중학생 이상의 독자를 확보하려다가 동시의 가장 중심 독자인 초등학교 어린이를 잃는 꼴이다.

   그러므로 동시의 상한선을 낮추어 잡아 초등학교 고학년을 상한선으로 잡음이 마땅하다고 보며 중학생 이상에 해당할 작품은 동시가 아닌 청소년시로 분류함이 타당하다고 본다.   

   이를 도표로 표시하면 다음과 같다.

   (어른이 쓴 시)

   성 인 시-━------독자 대상 : 일차적인 독자 -어른 / 이차적인 독자 -청소년 

   청소년시─-------독자 대상 : 일차적인 독자 -청소년 / 이차적인 독자 -어른

   동    시---------독자 대상 : 일차적인 독자 -초등학생 /이차적인 독자- 어른

   *학년에 대비시켜 본 시의 형태     

    4, 5, 6학년──동시

    3, 2학년 ─----동시나 동요시

    1학년 이하──-동요시나 동요

    따라서 동시(동요)를 감상시킨다면

    4, 5, 6학년은 동시 ➙ 3, 2학년은 동시 혹은 동요시 ➙1학년 이하는 동요시나 동요가 적당하다고 본다  

    (어린이가 쓴 시) 

    어린이시 ━━━━━학습의 일환, 혹은 결과로 씌어진 시. 독자를 염두에 두고

                         의도적으로 쓴 것이 아니다.  

   동요와 동시

   동요와 동시의 차이를 표로 보면 다음과 같다. 

동       요

동      시

1. 시작 - 노래, 민요라는 큰 줄기 속에 자리를 잡아 온 구전 동요에서 시작됨. 작자가 알려지지 않은 4 ․ 4조를 기본으로 한다. 구전에서 정착(기록)의 과정을 밟아 1920년대에 들어서 신문학의 대두와 함께 7 ․ 5조의 율조를 가진 창작 동요로 바뀜. 2. 발전 - 1920년대의 민족주의적 아동문화운동 시대에 크게 각광을 입어 나라를 잃어버린 어린이에게 모국어의 노래를 부르게 함으로써, 한때 동요 황금시대를 가져 왔다. 1930년대에 들어서 시적, 문학적 가치가 문제되어 동시운동으로 바턴을 넘김.    *동요 - 가사 구실, 그 자체로서도 노래 부르려는 성격을 강하게 지녔기 때문에 비시적인 요소가 많음.    *동요시 - 요적 동시, 시적 동요로 방향 전환 - 동요 쇠퇴를 가져 옴. 3. 주제 사상의 표현에 제한, 외형률, 노래 - 시의 생명, 정서가 밖으로 표출됨. 4. 음악적 미 : 정형 동시     청각적 리듬 중시     음악적, 평면적-운문적 정조

1. 자유시 운동에서 탄생 정형 동시, 자유 동시, 산문 동시의 순서로 진전. 외형률 중심에서 내재율 중심으로 바뀜 2. 시가 가요에서 발생 시는 노래에서 음악적 요소를 떨어버린 것. 가요 - 시가 - 시로 바뀜. 또 시의 변천이 가요 - 정형시 - 자유시 - 산문시라고 한다면   정형 동시 ➛ 가요나 정형시에   자유 동시 ➛ 자유시나 산문시에 해당 3. 주제 , 사상의 표현이 활달(내재율) - 시의 음악성, 공간성, 조형성까지 수반하여 읽음으로 - 시의 생명, 정서를 안으로 궁글게 함으로 생각하고 뜯어보게 하는 새로운 이미지 형성. 4. 회화적미    자유 동시 - 시각적 이미지 중시    회화적, 입체적, 영상적 시적 미    사유적 이미지, 논리적 미.

(*이재철. ‘아동문학개론’의 ‘동요론’ 참조)

● 동요

  -노래적인 동요

  반달

  푸른 하늘 은하수  7

  하얀 쪽배엔       5

  계수나무 한 나무  7

  토끼 한 마리.      5

  (후략)

  (윤극영, 1924, 6)

  고향의 봄

  나의 살던 고향은 꽃 피는 산골   7 / 5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 진달래     7 / 5

  울긋불긋 꽃대궐 차린 동네       7 / 5  

  그 속에서 놀던 때가 그립습니다.  8 / 5

  (후략)

   (이원수, <어린이> 1924)

   조지훈은 ‘노래와 시의 관계’에서 〈반달〉이나 〈고향의 봄〉은 노래적인 동요, 즉 가창동요로 규정했으며 이런 가창동요는 요적(搖的) 형식에 수사(修辭)를 갖춘 것으로 동심의 가요라 했다. 여기에 속하는 작품으로는 유지영의 〈고드름〉, 목일신의 〈누가 누가 잠자나〉, 최옥란의 〈햇빛은 쨍쨍〉등을 꼽았다. (1) 이재철의 아동문학개론의 아동문학각론 109쪽 참조)

     이런 가창동요는 대부분이 7 ․ 5조의 자수율을 갖추고 있다.

    그리고 이 7 ․ 5조에서 7을 4와 3으로 나누면 4 ․ 3 ․ 5가 된다. 4 ․ 3은 우리 시의 전통이고, 여기에 다만 5가 하나 더 붙었을 뿐이다.  이런 7 ․ 5조 의 동요나 4 ․ 3조의 동요는 시적인 요소보다 스스로 노래 부르려는 성질이 있다. 따라서 노래 가사로서 더 적격이라 할 수 있다.

● 동요시

     -시적인 동요

  형제별

  날 저무는 하늘에   7

  별이 삼형제      5

  반짝반짝 정답게    7

  지내더니         4

  웬일인지 별 하나   7

  보이지 않고      5

  남은 별만 둘이서   7

  눈물 흘린다.     5

  (방정환 <어린이> 8호, 1923, 9)

  봄 편지

  연못가에 새로 핀  4 ․ 3

  버들잎을 따서요   4 ․ 3

  우표 한 장 붙여서 4 ․ 3

  강남으로 보내면   4 ․ 3

  작년에 간 제비가  4 ․ 3

  푸른 편지 보고요  4 ․ 3

  조선 봄이 그리워  4 ․ 3

  다시 찾아옵니다.   4 ․ 3

  (서덕출 <어린이> 1925, 4)

  조지훈은 앞서 〈반달〉과 〈고향의 봄〉이 노래적인 동요라면 〈형제별〉〈봄편지〉는 시적인 동요, 즉 형상동요로 규정했으며 윤석중의 〈키대 보기〉도 포함시켰다.

   이런 시적인 동요는 비록 7 ․ 5조의 외형률을 띄고 있다 하나 노래 속에 시성(詩性)을 담고 있어 시적인 동요, 형상(形象)동요라 할 수 있으며 동요시로 규정할 수 있다. 

   -정형동시    

   조지훈은 앞서의 ‘노래와 시의 관계’에서 동시를 정형동시(노래적인 동시) 와 자유동시(시적인 동시)로 분류해 보였는데, 정형동시(노래적인 동시)는 형상동요(시적인 동요)와 함께 ‘동요시’로 규정했다.

   정형동시의 또 다른 예로로 한정동의 〈소금쟁이〉이원수의 〈빨강열매〉등을 들었다.

    청포 밭 못 가운데 소금쟁이는

    ㄱ ㄴ ㄷ을 쓰고 익힌다.

    바람은 심술쟁이 가끔 지우네,

    그래도 소금쟁이 싫단 말없이

    ㄹ ㅁ ㅂ 과  ㅅ ㅇ을

    쓰고 또 쓰고 쓰고 , 쓰고 익힌다.

    (한정동 <소금쟁이>)

빨간 열매

빨간 열매

다닥다닥 열렸네.

파란 잎은 다 지고

맨 열매만 달렸네.

바람아, 조심해라.

빨간 열매 떨어질라.

함박눈아, 사뿐사뿐

빨간 열매 떨어질라.

산에 산에 예쁜

새빨간 열매는

작은 새가 밥 없을 때

와서 한 개 따 먹고

비둘기도 배고프면

와서 한 개 따 먹고,

올겨울 내내

두고 먹는다.

(이원수 <빨간 열매>)

    두 편 모두 외형률을 가지고 있으며 스스로 노래하려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내부에는 형상동요보다도 강한 시성을 띠고 있기에 정형동시이나 넓게는 동요시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정형동시를 권태응의 많은 작품에서도 볼 수 있다.

     북쪽동무들

     북쪽의 동무들아     6

     어찌 지내니?        5

     겨울도 한 발 먼저    7

     찾아왔겠지.          5

     먹고 입는 걱정들은   8

     하지 않니?          4

     즐겁게 공부하고      6

     잘들 노니?          4

     느네들도 우리가      7

     궁금할 테지.         5

     삼팔선 그놈 땜에     7

     갑갑하구나.          5

      (권태응 <감자꽃> 1948 ) 

    일정한 자수율은 갖추고 있지는 않으나 전체적으로 7 ․ 5조의 변형된 자수율을 띄고 있기에 정형동시의 범주에 들어간다고 할 수 있다. 노래 부르려는 성질도 있지만 내용에서 시적인 의미를 강하게 띄고 있어 정형동시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넓게는 동요시라 할 수 있다. 형식은 동요 형식이나 그 안에 담긴 내용은 시이기에 그렇다.

    ●동시

        -정형동시

    물 한 모금 입에 물고  4

    하늘 한 번 쳐다보고,   4

    또 한 모금 입에 물고  4

    구름 한 번 쳐다보고.   4

    (강소천 <닭>)

    시적인 요소를 갖추고 있으나 4 ․ 4 조의 외형률을 갖추고 있기에 조지훈은 동시지만 정형동시로 규정했다. 정형동시는 동시이면서 동시에 동요적 성질을 가지고 있어 동요시로도 볼 수 있다.         

       -자유동시

       호수

오리 모가지는  

호수를 감는다. 

오리 모가지는

자꼬 간지러워.

     (정지용 <시문학> 1930, 5)

     음률을 외형률에 두기보다 시가 지닌 내재율에 두고 있으며, 얼핏 자수로 보면 동요시로 보이나 읊조려 보면 청각적 리듬보다는 사물의 이미지를 먼저 떠올리게 하기에 자유동시(동시)이다. 따라서 자유동시는 조지훈의 말대로 시적 구성과 발현이라는 의미에서 시적인 동시로 규정할 수 있다.     

     씨감자

감자 씨는 묵은 감자,

칼로 썰어 심는다.

토막토막 자른 자리

재를 묻혀 심는다.

밭 가득 심고 나면

날 저물어 달밤.

감자는 아픈 몸

흙을 덮고 자네.

오다가 돌아보면

훤한 밭골에

달빛이 내려와서

입을 맟춰 주고 있네.

(이원수 동시집, 《빨간열매》, 1960) 

    음률을 내재율에 두고 있는 자유동시. 즉 일반적으로 말하는 ‘동시’라 할 수 있다.   

  동시와 어린이시  

  동시와 어린이시는 분명히 다른데도 그 개념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여 아직까지도 어린이시를 동시라는 이름으로 함께 쓰고 있는 이들이 있다. 이런 현상은 초등학교 선생님들, 아동문학을 전공한 이들한테서도 볼 수 있지만, 잡지 편집인들, 독서지도사들, 학부모들한테서는 흔히 보는 현상이고 국어사전에서조차 구분이 되어 있지 않다.

   -동시와 어린이시의 차이점

  ① 누가 쓰는가?

      어  른 - 성인시, 동시(동요)

      어린이 - 어린이시

  ② 누구를 위해 쓰는가?

      동시 - 어른이 어린이에게 주기 위해 쓴 시이다.(어린이를 주된 독자 대상으로 삼아 쓰되, 어린이에 대해 관심을 가진 어른들도 독자로 한다는 것.)

      어린이시 - 독자 대상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어린이 자신이 글쓰기의 한 형식으로써 자신의 감정이나 느낌을 표현한 것. 즉 ‘어린이가 어린이 자신을 위해 어린이 자신의 삶을 소재로 해서 쓴 시라는 것이다.’*(*김녹촌의 ‘어린이시 쓰기 지도법’에서 )            

   ③ 내용과 표현의 차이

      동시 - 어른이 어린이에게 주기 위하여 쓰는 것인 만큼 그 만큼 의도적이다. 쓰는 이가 어린이다운 감동과 심리, 생각에 바탕 하여 어린이가 이해할 수 있는 말로 그 생각이나 느낌, 감정을 단순소박하게 표현한 것이다. 그리고 어린이시는 순간적인 감동을 바탕으로 하여 말을 토해 내듯이 쓴 것이라면, 동시는 어른이 순간적인 감동으로 쓰기 보다는 순간적인 감동을 묵히고 삭혀서 빚어 낸 것이라 할 수 있다.     

      어린이시 - 어린이가 살아가는 가운데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자연이나 사물, 사회, 사람에 대해  보고 느낀 감동(생활감동)을 말로 토해 내듯이 표현한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동시나 어린이시가 자신의 생활 체험에 의한 내적 감동을 바탕으로 한다는 것은 같으나, 감동의 내용과 질, 발상, 주제, 언어 선택, 표현 방법 등이 다르다. 이는 어른과 어린이와는 사물을 보고 느끼고 생각하는 것과 인식 능력, 지식, 어휘력, 사상, 감정, 가치관 등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린이시는 어린이와 함께 성장하는 시라고 할 수 있으며(나이를 먹어 감에 따라 시의 내용과 표현방법에 차이가 난다) 굳이 형식에 매이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동시는 시문학으로서의 그 형식을 가벼이 할 수 없다.(*김녹촌.‘어린이시 쓰기와 시감상지도는 이렇게’참조. 온누리출판사. 1998년)  

   -몇 가지 의문점

   ➀ 동시는 ‘동심의 시’라고 하는 말에 대해

   먼저 진정한 ‘동심’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규명이 전제되어야 하고, 또 동시를 막연하게 ‘동심의 시’로 말할 것이 아니라 ‘어린이의 눈과 마음으로 어린이다운 감동과 생각, 심리에 바탕하여 쓴 시’라고 해야 할 것이다. 그냥 편리하게 ‘동심의 시’라고 하니까 문제가 발생한다. 

   ➁ 어린이들에 의해 창작되는 시는 어떤 범주에 드나?

   ‘창작’되는 이라는 말이 아주 잘못되었다. 어린이들은 ‘동시를 창작하는’ 게 아니라 그냥 ‘시를 쓰는’ 것이다. 그래서 어린이들에게 ‘동시를 지어(창작) 봅시다’라고 시켜서는 안 된다고 본다. 또 시인들이 동시를 창작하듯 어린이들에게 시 짓는 법(창작법)을 가르쳐서도 안 된다고 본다. 어린이들에게는 그냥 ‘시를 써 봅시다, 라고 하여 어린이들이 살아가면서 가슴으로 느끼고, 온몸으로 겪은 것을 쓰게 해야 한다. 교과서에서는 동시를 흉내 내어 짓게 하는데 잘못되어도 크게 잘못되었다. 교과서에 실린 동시는 어디까지나 감상용이라고 보면 된다.

    ➂ 동시와 어린이시의 감동 문제

    어린이는 타고 날 때부터 시인이라고 했다. 어린이는 시를 쓸 때 자기가 느낀 것을 토해 내듯이 자기 말로 내뱉어 쓴다. 그래서 시인이 쓴 동시보다 훨씬 감동을 줄 수 있다. 실제로 그런 예가 많다. 그렇다고 하여 그 작품을 동시로 부를 수는 없다. 그냥 ‘좋은 어린이시’일 뿐이다. 그리고 ‘좋은 어린이시’는 시인이 쓴 동시와 마찬가지로 가치에서 중요하다. 어떤 이는 어린이가 쓴 시 중에서는 동시 이상으로 ‘완성도가 높은 시’가 되기도 한다며, 어린이가 쓴 시도 ‘동시’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하는데 이는 특수한 경우일 뿐, 이를 일반적인 경우로 적용하려는 것은 잘못이다. 어린이들은 처음부터 어떤 의도를 가지고 시를 창작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기에 이 말은 ‘완성도가 높은 시’가 아니라, 아주 ‘감동 높은 시로’ 바꿔 말해야 할 것이다.    

    ➃ 아주 뛰어난 시적 기술을 이미 습득한 어린이도 있다.

    어린이들이 쓴 시 중에는 시인이 쓴 동시보다 훨씬 감동을 주는 시가 많다. 예를 들면 《엄마의 런닝구》(1999. 보리출판사) 같은 시집에 나오는 시들인데, 그러나 여기에 나오는 어린이시들은 ‘시적 기술에 의해 씌어진 시’가 아니다. 거듭 말하자만 어린이들이 살아가면서 가슴으로 느끼고, 온몸으로 겪은 것을 자기 말로 거짓 없이 쓰게 한 결과이지 기술 습득에 의한 결과는 아니라고 본다. 백일장이나 신문에서 뽑은 어린이시 중에는 정말 ‘기술 습득에 의한 재주로 쓴’ 작품이 보이는데, 감동이라곤 없고 오로지 말재주 피웠다는 느낌만 있다. 이는 바로 어른들이 어린이들에게 ‘동시를 지어 봅시다’ 한 결과이다. 이런 일이 나타나는 것은 어린이시에 대한 개념도, 어린이시를 볼 줄도 모르는 아동문학가나 지도교사들의 안목 부족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다.      

    ➄ 결론

    어린이시든 동시든 뛰어난 것은 그냥 ㉠ ‘좋은 어린이시’ ‘좋은 동시’로 구분해서 불러야 한다 ㉡ 동시와 어린이시는 시의 내용과 주는 감동이 다르다 ㉢ 어린이시라고 하여 동시보다 가치가 낮은 것은 아니다, 즉 어린이시는 어린이시로서  갖는 가치가 있고, 동시는 동시로서 갖는 가치가 있다.

    따라서 동시인들은 동시를 창작할 때에 동심을 바탕으로 한다고 하여 어린이시를 흉내 내서도 안되겠지만, 어린이들도 시를 쓸 때는 결코 동시를 흉내 내서는 안 된다. 또 그렇게 가르쳐서도 안 된다. 특히 동시 가운데서도 ‘어린이의 마음, 감정, 생각, 삶을 표현하는 시(삶의 동시 혹은 생활 동시)’를 쓰려는 이들은 어린이들의 마음 세계와 생활을 알아 둘 필요가 있기에 어린이들이 쓴 시나 글을 많이 읽어 볼 필요가 있다. 어린이시나 글을 읽어야 한다는 것은 곧 어린이의 마음과 세계를 제대로 알고 그런 동시를 써야 한다는 뜻이다. 동시를 오로지‘동심의 시’로만 규정하려는 동시인들이 특히 그러하다고 본다. 그런데 교과서가 잘못되어 동시와 어린이시를, 그것도 좋지 않는 것으로만 잔뜩 편성, 수록하여 뒤죽박죽으로 가르치고 있기에 문제가 심각하고 아직까지도 혼란이 계속되고 있다.

   손가락 가족    

   든든한 우리아빠                

   엄지손가락

   자상하신 우리엄마                

   검지손가락

   멋있는 우리오빠             

   중지 손가락                   

   천방지축인 난

   약지손가락

   우리 집 귀염둥이 아기 

   새끼손가락

   이 시는 동시인가? 어린이시인가? 이 시는 누가 썼든 동시로도 어린이시로도 좋지 않은 시라고 할 수 있다.

   아버지

      밀양상동초등교 ○년 최호철

   우리 아버지는

   일 하고 집에 오면

   담배 입에 물고

   다리를 쫙 펴고

   텔레비전을 본다.

   힘들어서 그렇나 보다.

   아버지에게 이 시간이

   가장 행복한 시간이다.

   이 어린이시를 읽으면 그냥 머리로 지어낸 개념시가 아니라, 어린이가 본 대로 느낀 대로 진솔하게 마음속에서 토해 내듯이 쓴, 생활 느낌이 생생하게 살아있는 시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어린이 나름대로 아버지의 모습을 직감적으로 붙잡아 시속에 담았기 때문이다. 이런 시가 진정한 어린이시라 할 것이다. 이런 어린이시는 어른들이 쓴 성인시나, 동시에서 볼 수 없는 또 다른 감동을 읽는 이에게 준다.

  백 로

      -일본 소학교 2학년 야마구찌 야스오

  아침에 백로가 다섯 마리

  늦잠을 잔 것일까?

  “너, 빨리 달려라, 학교 늦을라.”

  새하얀 종이 붙인 것처럼

  날개 반짝이며 날았다.

  빛의 나라 학교의

  빛의 숙제

  손에 들고 날았다.

  일본 어린이시의 대표적인 명작으로 어린이시의 모든 구성 요소를 다 갖춘 시다. 시의 주제는 물론 사실, 상상, 연상, 직유, 비약적인 비유, 운율, 표현기교, 응축, 세련된 시어, 의인화, 대화문 등 모든 시적 요소가 거의 완벽하게 조화되고 통일되어 굉장한 시적 감동과 시적 환상과 시적 여운을 불러 일으켜 주고 있다. 

(*김녹촌, 앞의 책 참조)

달팽이

       울산 온남초 2학년 박선영

달팽이가 집을 판다.

"집 사세요, 집 사세요"

달팽이는 땀 흘리며

장사하는데

사러오는 사람이 하나도 없다.

  어린이다운 생각과 연상으로 쓴 어린이시다. 시에 관념(의미)이 담기지 않은  순수시다. 달팽이를 직관적으로 보고 쓴 상상력이 리얼하게 느껴진다.

달팽이 3

        권정생

달팽이 마을에

전쟁이 났다.

아기 잃은 어머니가

보퉁이 등에 지고 허둥지둥 간다.

아기 찾아간다.

목이 메어 소리도 안 나오고

기운이 다해 뛰지도 못하고

아기 찾아간다.

달팽이가 지나간 뒤에

눈물 자국이

길게 길게 남았다.

상징성을 띤 메시지 동시라고 할 수 있다. 시인의 관념(사상)이 의인화된 대상을 통해 표출되고 있다. 전쟁의 참상을 알리는 데에 목적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동시는 ‘어린이에게 주기 위해’ 쓴 메시지 동시, 전언(傳言)동시라 할 수 있다.  @

*출처-『어린이와 문학』, 2006, 4월호

*가져온 곳-http://cafe.daum.net/kbm55997   한국불교청소년문화진흥회

[바우이훈식]

아주 공부 많이 하고 갑니다 고맙습니다...^^* 유익한 시간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