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 위반.
첫 번째 가구 배달할 집이 공교롭게도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이다. 고속도로 통행 시간이 출근 시간과 맞물리는 바람에 막히는 길을 뚫고 오느라 예상보다 훨씬 늦은 열 한 시에 도착했다. 내비게이션이 깃발을 꽂자 매의 눈으로 주차할 곳을 찾는다. 무슨 날인지는 모르겠으나 경찰 기동대 버스들이 온통 도로를 차지하고 있다. 내가 내려야 할 건물을 중심으로 두 바퀴를 돌아도 주차할 곳이 없다. 건물 지하 주차장의 높이는 2.3m 내 차의 높이는 3.3m 건물 주차장에 들어간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할 수 없이 자전거 도로에 비상등을 켜고 물건을 내리기 시작한다. 대형 책꽂이 두 개 12층 사무실 목표를 확인하고 손수레에 책장을 싣고 목적지를 향한다.
바람이 세다. 맞바람에 책장을 실은 손수레가 제멋대로 방향을 꺾는다. 바람이 잠잠해지자 건물을 가득 에워싸고 있는 경찰들에게 묻는다.
“오늘 무슨 날이에요?”
“00 단체 집회 있는 날이에요.”
경찰이 대답한다.
“아!”
그 한마디로 지금의 상황을 이해한다. 이 와중에도 새로운 기동대 버스들이 속속들이 도착하고 기동경찰들이 무리를 지어 어디론가 이동 한다.
아직 집회는 없어서인지 눈에 보이는 거라곤 온통 기동대 버스와 경찰들뿐이다.
그들이야 어떻든 나는 물건을 배달하기 위해 건물에 들어선다. 엘리베이터에 물건을 싣고 12층에서 내린 다음 사무실에 물건을 옮기고 박스를 벗긴 후 수평을 맞춰주고 비닐 포장지와 박스를 회수하고 다시 1층으로 내려오는데 걸리는 시간은 채 20분이 되지 않는다.
1층에 내려와 보니 눈앞에 화장실이 보인다. 물류회사에서 출발할 때부터 꿀렁거리던 속을 풀 기회다. 들어가 보니 화장지도 예쁘게 걸려 있다. 횡재다.
휴지를 손에 쥐고 엉덩이에 힘을 주고 있노라니 옆 화장실 칸에서도 밀어내기가 한판인 모양이다. 끙끙대는 옆 칸으로 경찰들의 이야기 소리가 들린다.
“00아 기다리고 있을게……. 어쩌고저쩌고”
동기간의 대화가 정겹다. 시원하게 한판 때리고 나니 꿀렁거리던 속이 조금은 잠잠해진다. 기분 좋게 화장실을 나와 내 차에 올라타려는데…….
이, 이런 제길!
내 차 앞 유리에 떡하니 붙어 있는 주차 위반 고지서와 견인예고장!
아! 이런 수박씨 발라서 쌈 싸 먹을 인간들 같으니라고…….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욕설들이 머릿속을 헤집고 다닌다. 그러나 어쩌랴! 난 이미 범법자 아니 범칙자인걸.…….
고지서를 자세히 살핀다. 뒤 페이지에 예외조항이 나온다.
긴급자동차, 장애인 보조, 도로보수 공사…. 등등 그러나 아무리 눈을 씻고 찾아봐도 화물배송을 위한 상하차 작업은 눈에 띄지 않는다.
주차 위반 고지서 사무실에 전화를 건다. 중년 남자의 목소리가 들린다.
“저기요, 제가 주차 위반 고지서를 받았는데요.”
지금까지의 경황에 대해 열심히 설명해 보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원론적인 얘기뿐이다. 정 그러시다면 진술서를 제출해 보란다. 제출한다고 해서 과태료가 취소될지 안 될지는 자기도 모르겠단다.
전화를 끊고 부글거리는 속을 달래며 다음 집을 향한다. 이미 한방 맞은 상태라 이면 도로에 주차하기가 겁난다. 다음 집도 지상 주차장 자체가 없다. 건물 앞, 이면 도로에 공영주차장이 보인다.
“주차비 얼마에요?”
“10분당 이천 원요.”
아이고!
내가 내려야 할 물건이 배송비 만 원, 수수료 30%와 세금 10% 평균 경비 20%를 공제하고 나면 인건비로 떨어지는 돈은 고작해야 4천 원 정도다. 주차비 이천 원은 무조건 내야 하고 10분에서 1분만 더 소요하면 그냥 무료봉사라고 해야겠다.
그래도 앞집서 이미 한 방 크게 맞았으니 공영주차장에 차를 들이민다.
물건을 내리고 건물 입구를 찾아 헤매는데 아뿔싸! 건물 입구는 건물을 한 바퀴 돌아 보행자 거리 딱 한가운데다. 주차를 반대쪽에 했으니 거리가 장난이 아니다. 다시 물건을 차에 싣고 반대쪽을 향한다. 아무런 소득도 없이 애꿎은 주차비 이천 원만 날렸다. 반대쪽에도 이렇다 할 주차장이 없어 ‘에라 모르겠다’라며 안전지대에 차를 세운다. 안전지대도 엄연히 주차금지 구역이다. 혹시나 또 딱지를 뗄까 봐 앞 유리창에 조금 전 고지서를 올려놓는다.
‘그래 주차 위반 딱지 떼라, 떼, 이 빌어먹을 놈들아,’
속으론 이렇게 욕을 하면서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물건을 들고 뛴다. 목적지는 8층 4호, 엘리베이터 대기 시간이 길다. 불안과 초조가 엄습해 발을 동동 구른다.
엘리베이터 문에 발을 걸어놓고 804호 문 앞에 물건을 던지다시피 내려놓고 1층 버튼을 꾹 누른다. 손수레를 옆구리에 끼고 차를 향해 달린다. 차 문을 여는데 다행히 딱지는 떼지 않았다.
어찌어찌 배달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보니 삭신이 쑤시고 만사가 귀찮다. 진술서를 써야 하는데 진술서건 뭐건 그냥 방바닥과 혼연일체 되어 기진맥진하다.
‘진술서를 써야 하는데…….’
‘에이, 귀찮아, 진술서 쓴다고 해도 봐줄지 안 봐줄지도 모르잖아. 4만 원 그냥 물고 말지 뭐.’
귀차니즘에 압도된 나는 결국 한 줄의 글도 못 쓰고 잠의 요정과 만난다.
그리고 아침.
과태료 4만 원, 진술서 써야 하나 말아야 하나…….
동료들에게 묻는다. 어제 이런 일이 있었는데….
“야, 그런 걸 딱지 떼면 어떡 하냐?”
“말도 안 되는데…….”
동료들이 말도 안 되는 일이라며 하나같이 입을 모은다.
‘그래, 결심했어. 그래도 명색이 글쟁이인데 그깟 진술서쯤이야,’
진술서를 쓴다. 최대한 예의 있게, 최대한 비굴하게, 최대한 불쌍하게…. 에효~
진술서를 쓰고 사무실 직원에게 팩스 좀 보내 달라고 부탁한다.
진술서를 보내지 일주일이 지난 지금까지 아직 답변은 오지 않고 있다.
첫댓글 양희은의 목소리로 잘 들었던 글 잘 읽었습니다. 방송 채택이 되어 과태료 4만원이 조금 아깝지 않겠네요.
과태료 4만원 사연채택 30만원 상당의 선물
개 이득이죠 ㅎㅎ
주차위반은 곤란 할것 같아요
.
https://youtu.be/tI-RRV2Ob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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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또 당선~~ 형님 거기 귀신 되십시오 ㅋㅋ 이제 명예 심사직 하나 주라 하세요 ^^ 간만에 잔치 판이네요 ~~ 렇게 열심히 사시면서 글까지 쓰시고 대단하십니다... 저는 이제 엄두가 안나네요... 한 시간 쓰는 것도 힘듭니다... 그냥 피곤이 ~~ 쉬는 날은 무조건 10시간 이상 퍼질러 자는 것 같아요^^ 다롱아 제발 짓지좀 마라 또 쫓겨 난다 제발~~
고마워 ~~
방송된거 생각해 보았어
1.내인생의 성공담 토야
2.소림족구 ㅡ 주간베스트로 선정되서 2회방송
3.가구택배기사의 하루
4. 새 네비게이션
5. 잃어버린 손수레 ㅡ 전빈기 최고사연으로 추석특집에 재방송 및 인터뷰 방송
6. 유령부대 ㅡ 단필충 특선행사에 최고 사
연으로 드럼세탁기 받음
7. 어머니
8. 개명신청 하던 날
9. 설날 선물 ㅡ 설 특집으로 인터뷰 방송으로 2회 방송
10. 두시만세 희망 수기공모전 당선
11. 두시만세 그 겨울의 풍경으로 산문시 장원
12. 가을편지쇼 어머니와 조기 후보작 당선
13. 신춘편지쇼 두번째 인연 가작 당선
14. 신춘편지쇼 후기
15. 손편지 주차위반
16. 점심 한끼
중복방송까지 하면 총 19회인 것 같은데 기억 못하는 것도 한두개 쯤 있지 않을까 싶다.
자랑질임 ㅋㅋㅋ
@우리윤아 대박 확실히 귀신 틀림없네요 이제 하나 남으셨네요 대상타고 졸업하세요^^
@우리윤아
응원합니다 .
https://youtu.be/K5re9zMQA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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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호 감사합니다
@우리윤아 행복한 4월 입니다
동천에서 배를 타고 순천만 국제정원 박람회장으로 갑니다
그래서 4월은 동천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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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pBwJJc7KMV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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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으로 가득한 봄입니다
꽃구경 다녀 오세요
보기 좋아요
응원합니다
파이팅 입니다
https://youtu.be/kGMz0bhiQM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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