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흐 - 자화상 이달균 그날은 늘 보던 태양이 아니었다 환청인 듯 들려오는 집시들의 광시곡 조용히 귀를 잘랐다 하늘이 흔들렸다 밀밭엔 까마귀와 불타는 측백나무 캔버스엔 흩뿌려진 물감이며 핏자국 가만히 나를 앉혀놓고 자화상을 그렸다 평균율 이달균 비를 뿌리고도 하늘은 그대로다 비에 얻어맞고도 바다는 그대로다 태풍이 몰아친 날의 무게는 얼마인가 전조등의 넓이만큼 낮을 늘여 보아도 두터운 밤의 폭은 줄어들지 않는다 구름이 내려앉아도 저울은 늘 수평이다 - 이달균 시조집 『열도列島의 등뼈』 2019. 작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