솜 이불이 그립다.
딸내미 시집 보내며 사돈 댁에 가장 먼저 한 것이 사돈 댁에 이불 보내기였다. 그런 것들이 난 허례허식이라고 하지 말라고 하여도 행여나 "저 집은 하지 말자 하였는데 정말 하지 않네"하는 소리 들을까 봐 집사람은 주변 분들이 결혼 시킨 사람들 이야기를 듣고 하지 않으면 안된다 생각에 보내었다.
우리 조상들도 전쟁이 나서 피난을 가도 꼭 솥단지와 이불을 지고 갈 정도로 이불은 중요하게 생각했다.
요즈음이야 모든 집들이 난방이 잘되어서 두꺼운 이불이 대부분 사라 졌지만 어린 시절 한겨울 방안에도 물 그릇에 얼음이 얼 정도로 외풍이 센 추운 방에서 지내도 목화 솜 담요와 이불만 있으면 거뜬히 겨울을 넘길 수 있었다.
그런 솜 이불이 어느 날 없어졌다. 우리 집에도 집사람이 결혼할 해온 두꺼운 솜 이불을 장모님이 해준 이 이불이라고 한 십 년 간직하더니 장롱이 비좁다며 버린 지 오래되었다.
모친 역시 솜 이불이 숨이 죽으면 몇 년에 한 번 씩 솜 타는 집에서 솜을 다시 타서 이불 꾸는 것을 하더니 장롱 속에만 자리만 차지하는 솜 이불을 어느 날 보니 전부 정리하고 없었다.
이제는 모든 사람들이 침대 생활을 해서, 누구는 너무 무겁고 두꺼운 이불이 거추장 스러워 솜 이불을 덥지 않고 있다.
난 아직도 기억하는 장면이 있다. 6~7살 무렵 초가로 이어진 방앗간 옆 딸린 집에서 호롱불을 끄고 자다가 잠결에 호롱불을 발로 차서 이불에 불이 붙어서 타고 가는 것을 할머니가 일어나서 불을 끈 장면이 아직도 기억에 남아 있다.
만약 요즈음 처럼 나이롱 이불이었다면 아마 난 그때 저세상 사람이 되었을 것이다. 솜이다 보니 불이 붙어도 슬금슬금 타들어 가는 불꽃이 지금도 생각난다.
그때 할머니가 나에게 자다가 몸부림 처서 호롱불이 넘어 졌다고 혼을 내었다. 요즈음 할머니들 같으면 어디 다친 데는 없는지 호들갑을 떨었을 것인데, 그때는 우리는 그런 대접을 받으며 살았다.
난 침대에서는 아주 얕은 여름 이불을 덮고 자는데 천대 받는 솜 이불이 요즈음 다시 주목 받고 있다고 한다.
겨울이 되어서 추워서 그럴 수도 있지만 무거운 이불이 불면증이 좋다는 연구 결과 때문이다.
무거운 이불이 몸에 압박을 가하면 피부 감각 신경을 활성화해 뇌 고립로핵과 뇌하수체를 자극하는데, 이때 두려움, 스트레스, 고통 등이 감소하면서 멜라토닌 분비가 촉진된다고 한다.
아주 어릴때 무서운 이야기를 들었을때 이불 속안으로 숨거나, 그리고 솜이불 속 안으로 들어가면 동굴에 들어간 그런 느낌을 받았다. 아마 본능적으로 맹수에게 쫓기다 동굴 속으로 숨는 행동을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무거운 이불을 덮고 자는 습관은 불면증 줄일 뿐만 아니라, 주간 활동 수준도 향상한다. '카롤린스카 대학병원 연구에서 무거운 이불을 덮었던 참가자들은 피로, 우울증, 불안 증상이 감소해 주간 활동이 많아졌다고 한다.
이불의 무게감과 불안감은 어떤 연관이 있을까? 아직 인과관계는 규명되지 않았지만, 전문가들은 이불에 얽힌 과거 경험 및 느낌이 성인이 된 후까지도 영향을 주는 것으로 보고 있다. 어릴 적 이불을 덮었을 때 느꼈던 포근함, 안정감 등에 대한 기억이 이불의 무게감을 좋아하는 것일 수 있다.
잠을 깊이 자는 것은 우리 건강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 잠이 부족하면 집중력과 생산력이 저하되며 불면증이 지속될 경우 심장마비와 같은 심각한 질병에 노출될 가능성이 커진다.
무거운 이불의 적당한 압박감은 신체적·심리적 긴장감을 풀어주며 이는 포옹을 하는 것과 비슷한 효과를 낸다.
나이가 들어서 인지 나의 주변에도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해서 고생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두꺼운 이불을 덮어서 난방비도 절감하고 어릴 적 솜이불의 추억도 되새겨 보고 싶다.
이제는 아무도 찾지 않은 솜이불은 아주 비쌀 것이다. 그래도 불면증으로 고생하는 독자가 계신다면 두꺼운 이불 덮기를 추천한다.
토요일 오랫동안 애지중지 했는데 헛개나무를 전부 베어 낼 생각이다. 이 나무를 묘목일 때 내가 심어서 15년 정도 우리 집 상징이었지만, 이제는 전부 베어내고 정원을 꾸며 볼 생각이다.
당신은 한파 주의보가 내릴 정도로 상당히 추운 . 이럴 때는 가만히 있는 것이 건강에 좋아요.
당신의 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