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재 동시집 ‘초승달과 봄비’ 를 읽고
고통을 극복한 처절함에서 밝고 명랑한 세계로 바꾼 즐거운 시 최춘해
이은재 시인은 월간문학 시 부문에 신인 작품상으로 등단하고 시집 『나무의 유적』을 펴냈습니다. 그 뒤 동시집 세 권 분량의 동시를 써 놓았습니다. 그 중에서 이 동시집이 첫 번째 동시집입니다. 어떤 동시일까 궁금해서 차근차근 읽었습니다.
대부분의 작품들이 동요입니다. 밝고 명랑한 내용입니다. 가난의 고통을 지혜와 용기로 극복한 끝에 이룬 값진 열매입니다. 가난을 극복하는 처절한 시는 두 편뿐이지만 이 두 편의 시가 마음속에 오래 남아 있습니다. 이 가난을 거울로 삼아 어린이들에게는 밝고 명랑한 세계를 그렸습니다. 먼저 소리 내어 읽으면 저절로 흥얼흥얼 흥얼거리고 싶은 작품을 들어 보겠습니다.
1. 동요
아침 이슬은
개미들도 사로잡고
메뚜기도 사로잡는다
아침 해가 다가오면
감쪽같이 사라진다
밤이슬은
별님도 사로잡고
달님도 사로잡다
아침 해가 다가오면
천리만리 달아난다.
(‘이슬‧1’ 전문)
은행나무가 그늘 옷을 깁습니다
초록 은행잎을 하나하나 잇대어
시원한 그늘 옷을 만들어
매미에게 건네줍니다.
매미는 그늘 옷이 시원하다고
매암매암 감사 말을 전합니다.
은행나무가 금빛 옷을 깁습니다.
노랑 은행잎을 하나하나 잇대어
눈부신 황금 옷을 만들어
귀뚜리에게 건네줍니다.
귀뚜리는 제 몸에 잘 어울린다고
귀뚤귀뚤 감사 말을 전합니다.
(‘옷 깁는 은행나무’ 전문)
들새들이 재잘대는
들깨 밭에는
들깨 알이 익어가고
귓속까지 고소하다.
참새들이 재잘대는
참깨 밭에는
참깨 알이 익어가고
맘속까지 고소하다.
(‘들깨 밭에서’ 전문)
첫 번째 시 ‘이슬‧1’은 이슬을 찬양한 노래입니다. 1절은 아침 이슬이고 2절은 밤이슬입니다. 해 뜨기 전에 풀잎에 맺힌 이슬을 보면 무척 아름답습니다. 그 이슬의 힘으로 개미들도 메뚜기도 꼼짝 못 합니다. 이슬이 사로잡은 것입니다. 밤에 풀잎에 맺힌 이슬을 쪼그리고 않아 들여다보면 고 작은 이슬 속에 별님도 보이고 달님도 보입니다. 밤이슬이 사로잡은 것입니다. 저절로 마음이 즐거워집니다. 그 즐거움을 노래 말로 나타냈습니다.
두 번째 작품 ‘옷 깁는 은행나무’는 2절로 된 동요입니다. 1절은 은행나무가 시원한 그늘 옷을 만들어 매미에게 주고, 2절은 눈부신 황금 옷을 만들어 귀뚜라미에게 줍니다. 그늘 옷을 받은 매미와 황금 옷을 받은 귀뚜라미는 은행나무에게 감사 말을 한다는 정겹고 즐거운 내용입니다.
세 번째 작품 ‘들깨 밭에서’에서도 2절로 된 노래입니다. ‘들새들이 재잘대는/들깨 밭에는/들깨 알이 익어가고// 귓속까지 고소하다.’ 소리 내서 읽으면 들새들이 재잘대는 소리가 들리고 들깨가 익어가는 걸 생각하니 고소한 냄새가 납니다. 고소한 냄새가 진해서 귓속까지 고소하다고 했습니다. 2절은 들새 대신에 참새로, 들깨 대신에 참깨로, 귓속 대신에 맘속으로 나타냈습니다. 조금도 어렵지 않고 즐거워집니다.
이 책속에는 동요가 많습니다. 곡을 붙였으면 좋겠다는 작품을 들어 보면, ‘이슬‧2’ ‘갈바람’ ‘가시오이’ ‘덩굴손’ ‘봄물 소리’ ‘쑥밭에서’ ‘수박씨’ ‘빗발’ ‘호박꽃과 호박벌’ ‘맴맴 맴 자로’ ‘보슬비’ ‘강아지풀’ ‘박꽃’ ‘봄눈’ ‘빗방울과 토란잎’ ‘그믐달’ ‘반달’ 등입니다.
2. 더 읽고 싶은 시
입 꼬리를 올리며
살짝 웃어 보이는
초승달
첫나들이를 하는
기분이 좋은가 보다
(‘초승달’ 전문)
매실나무 잔가지마다
빗방울 매달리다
쪼르르 미끄럼 타다
청개구기처럼
폴짝 뛰어내리다
필까말까 망설이는
꽃가지마다
꼬마꽃등 달아주는
봄비
(‘봄비’ 전문)
첫 번째 시 ‘초승달’은 ‘봄비’와 함께 이 시집의 주제 시입니다. 아주 짧은 시이지만 많은 뜻을 담고 있습니다. ‘입 꼬리를 올리며/살짝 웃어 보이는/초승달’ 웃는 얼굴의 모습이 보입니다. 웃는 얼굴은 보는 사람 마음을 즐겁게 합니다. 자꾸 보고 싶습니다. 백제의 미소 석상을 보러 천여 년의 긴 세월이 흘러도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웃는 얼굴은 세계의 모든 사람들이 다 좋아합니다. ‘첫나들이를 하는/기분이 좋은가 보다’라고 했습니다. 초승달이므로 첫나들이입니다. 여행을 출발할 때가 연상됩니다. 어떤 모습을 보게 될지 마음이 설렙니다. 앞으로 만나게 될 새 세상에 대한 꿈이 있습니다.
두 번째 시 ‘봄비’도 이 책의 주제입니다. 봄비를 의인화했습니다. 의인화하는 자체가 동심입니다. 봄비를 나와 같이 생각을 하고 말을 하고 즐거워하고 좋아할 줄 아는 인격체로 본 것입니다. ‘매실나무 잔가지마다/빗방울 매달리다/쪼르르 미끄럼 타다’ 봄비의 움직이는 모습이 선하게 떠오릅니다. 잠시도 가만히 못 있는 어린이들의 모습입니다. ‘필까말까 망설이는/꽃가지마다/꼬마꽃등 달아주는/봄비’ 봄비가 꽃가지마다 꼬마꽃등을 달아준다고 했습니다. 꼬마꽃등은 이제 막 피기 시작하는 꽃봉오리이지요. 가장 아름다운 모습입니다. ‘초승달’에서는 사람의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그렸고, ‘보비’에서는 매실나무의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나타냈습니다. 또 첫나들이이므로 처음 시작이라는 것이 봄비에서 느껴지는 새 출발이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두 편 다 아름답고 따뜻한 정겨움이 있습니다. 이 동시집의 표제로 적당하다고 생각됩니다.
그밖에 ‘단산지’ ‘가을나무 신호등 놀이’ ‘금호강’ ‘울며 나는 새’ ‘호박씨’ ‘뭉게구름’ ‘눈보라’ ‘실바람과 강아지풀’ ‘코뿔소’ ‘뿔’ ‘샛별’ ‘폭포수’ ‘올챙이’ ‘낮은 곳으로’ ‘민들레꽃씨’ ‘병아리와 개나리꽃’ 등입니다. 모두 감각 시입니다. 감각 시가 많다는 것은 감성이 풍부함을 나타낸 것입니다.
3. 마음으로 보는 세상
봄 가로수는
분수다
홀쭉한 가지마다
쏴아
쏴아
물오르는
소리
봄 가로수는
초록 분수다
(‘봄 가로수’ 전문)
금호강에서 겨울을 보낸
기러기 형제들이
하늘 강을 건너간다.
가다가 멀리 가다가
어둠이 몰려오면
달빛 외등 따라가고
가다가 아주 멀리 가다가
날갯죽지 힘이 달리면
구름밭에서 자고 간다.
(‘기러기 형제’ 전문)
제비꽃 피었던
그 자리
다시 피어나는
제비꽃
제비꽃 앞에서
귀 기이울이면
지지배배
지지배배
강남제비
부르는 듯
귓속이
간질간질하다
(‘제비꽃’ 전문)
첫 번째 시 ‘봄 가로수’는 눈으로 보는 가로수가 아니고 마음으로 보는 가로수입니다. 가로수에서 초록 잎이 피는 것을 본 시적 화자는 생각에 잠깁니다. ‘봄 가로수는/분수다//홀쭉한 가지마다// 쏴아/쏴아//물오르는/소리’ 나무줄기로 물이 올라갈 것이라고 생각하니, 쏴아 물오르는 소리가 듣깁니다. 그래서 봄 가로수는 초록 분수라고 했습니다. 봄 가로수를 마음으로 보니 초록 분수가 되었습니다.
두 번째 시 ‘기러기 형제’는 시적 화자가 금호강에서 겨울을 보낸 기러기 형제들이 공중에 높이 떠서 멀리 날아가는 것을 보고 상상을 합니다. 즉 마음의 눈으로 봅니다. ‘가다가 멀리 가다가/어둠이 몰려오면/달빛 외등 따라가고//가다가 아주 멀리 가다가/날갯죽지 힘이 달리면/구름밭에서 자고 간다.’ 어두우면 달빛 외등을 따라가고 날갯죽지 힘이 달리면 구름밭에서 자고 간다고 했습니다. 마음으로 보는 세상은 불가능이 없습니다.
세 번째 시 ‘제비꽃’은 ‘제비꽃 피었던/그 자리//다시 피어나는/제비꽃’까지는 눈으로 본 것이고, 그 다음부터는 마음으로 본 것입니다. ‘제비꽃 앞에서/귀 기이울이면//지지배배/지지배배//강남제비/부르는 듯//귓속이/간질간질하다.’ 제비꽃이 “지지배배”하고 제비 부르는 소리가 나서 귀가 간질간질하다고 했습니다. 눈으로 볼 수 없고 귀로 들을 수 없는 것도 마음으로는 보고 들을 수 있습니다.
4. 독자를 즐겁게 해 주는 시
밤새 눈이 내리고
하얀 세상 속으로
한 무리
참새들이 몰려왔다
배가 고프다고
먹을 것 좀 달라고
입을 모아 짹짹거릴 때
아침밥을 지우려던
엄마가
한줌 쌀을
휘휘 뿌려 주자
소란을 피우던
참새들이
금세 종용해지며
고개를 주억거린다.
(‘그 겨울 아침’ 전문)
가로수가
땀 흘리는 사람에게
그늘 한 자리 내어 드리면
실바람도 손부채를
살랑살랑
부쳐 드리고
가로수가
노점상 할머니에게
등의자 하나 내어 드리면
매미들도 시원하게
자장가를
불러 드려요
(‘여름 가로수’ 전문)
첫 번째 시 ‘그 겨울 아침’ 시 속 화자가 지난날에 겪었던 일을 떠올립니다. 오래 전 일인 것 같습니다. 지금은 곡식이 남아돌아 쌀이 귀하지 않게 생각하지만 시 속 화자가 어린 시절에는 양식이 모자랄 때였습니다. 그럴 때 ‘아침밥을 지우려던/엄마가/한줌 쌀을/휘휘 뿌려 주’는 것을 보고, 감격을 했을 것입니다. 그 감격이 얼마나 컸기에 긴 세월 동안 가슴속에 남아 있다가 다시 떠올랐을까요? 엄마의 아름다운 시심이 이 시가 되었을 것입니다. 엄마의 시심이 시 속 화자에게 전해진 감동적인 내용입니다. 실제 겪었던 모습이 선하게 그려집니다.
두 번째 시 ‘여름 가로수’는 ‘가로수’ ‘실바람’ ‘매미’를 의인화했습니다. 땀 흘리는 할머니를 위해서 가로수가 그늘 한 자리 내어 드리면 실바람도 손부채를 살랑살랑 부쳐 드립니다. 또 가로수가 할머니께 등의자 하나 내어 드리면 매미들은 자장가를 불러 드린다고 했습니다. 할머니가 가로수에 등을 대고 앉은 것을 등의자라고 했습니다. 생물이든 무생물이든 자연은 우리 사람들을 알게 모르게 도우고 있다는 내용입니다.
두 편 다 주제는 배려입니다. 앞의 시는 자연이 사람을 돕는 내용이고 뒤의 시는 자연이 사람을 돕는 내용입니다. 세상 만물이 서로 돕고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내 둘레의 자연이나 사람들이 나를 돕고 있다고 생각하니 여간 고맙지 않습니다. 즐겁습니다. 이 시집 전체의 작품들이 즐겁게 읽히는 시들입니다. 더욱 즐겁게 읽히는 시는 ‘물놀이’ ‘우산’ ‘엄마 얼굴’ ‘털장갑’ ‘눈사람’ 등입니다.
5. 슬기로운 말 맛
짝꿍하고 괜한 일로
말다툼을 하고
마음 깊이 뉘우칠 때
달래무침 먹고 나면
아픈 마음이
조금이나마 달래질까
교실에서 소란 피우다
꾸지람을 듣고
마음 깊이 뉘우칠 때
달래무침 먹고 나면
아픈 마음이
속 시원하게 달래질까
(‘달래무침’ 전문)
오랜만에 텃밭에 가면
기다렸다는 듯이
오이들이 입을 모아
“어서 오이소”한다.
일을 마치고 돌아서면
섭섭하다는 듯이
가지들이 입을 모아
“가지 마이소” 한다.
가지도 오이도 어느새
나하고 정이 들었나 봐!
(‘텃밭에서’ 전문)
‘달래무침’은 ‘달래’라는 나물 이름과 ‘달래다’라는 용언이 같다는 걸 발견한 시 속의 화자가 재미있게 시로 구성한 내용입니다. 짝꿍하고 다툰 것이 몹시 후회가 됩니다. 아픈 마음을 달래고 싶습니다. 그 방법으로 달래무침 먹고 아픈 마음을 달래려는 내용입니다. 그 다음 대목은 선생님께 꾸중을 듣고 선생님을 원망하는 것이 아니라 깊이 뉘우친다는 것입니다. 착한 마음씨에 감동이 되면서 ‘달래무침 먹고 나면/ 아픈 마음이/ 속 시원하게 / 달래질까’ 하는 재미있는 표현이 독자들에게 즐겁게 느껴집니다.
둘째 시 ‘텃밭에서’는 채소 ‘오이’라는 이름과 ‘오이소’경상도 사투리의 같은 발음을 발견한 것과 ‘가지’라는 채소 이름과 ‘가지 마이소’라고 할 때의 같은 발음을 발견한 것이 이 시를 쓰게 된 동기입니다. 일상생활에서 쓰는 말 가운데서 같은 발음을 발견한다는 것이 쉽지는 않습니다. 말에 대한 깊은 관심에서 발견된 것입니다. 이런 시는 재미있다는 것 외에 그 자리에 딱 맞는 말을 찾았다는 것이 느껴집니다.
6. 오래 마음속에 남는 시
해마다 생일상에 오르는 아이스크림은 나를 아주 먼 과거의 세계로 들려놓곤 한다.
공부할 목적으로 정든 고향 땅을 아주 멀리 떠나왔지만 낯선 땅은 나를 순순히 받아 주지 않았다 눈을 씻고 바라보아도 아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었으니까 일할 사람을 구하는 사업체도 어디에 있는지 모르고 일자리를 부탁할 사람 또한 한 사람도 없었으니까 모르는 것이 약이란 말은 나하고는 통하지 않는 말장난에 불과하다는 것을 비로소 깨닫게 되었다.
(‘아이스크림’ 일부)
나는 한 때 장사치였다
비가 주룩주룩 내리던 날
또래들은 학교에서 공부할 때
나는 대전역 광장에서
주룩주룩 내리는 빗속을 헤매며
우산을 팔고 거스름돈 내주기에 바빴다
우산을 파는 나도 즐거웠지만
우산을 사는 사람도 웃음꽃이 피었다.
내가 없었으면 비를 맞을 뻔했다며
내가 있어 고맙다고 했다
나를 고마운 사람으로 살게 하신 하느님도 고맙고
나를 낳아 길러주신 늙으신 부모님은 더 고마웠다.
(‘우산 장수’ 전문)
첫 번째 작품 ‘아이스크림’은 산문시입니다. 실감나게 서술하기 위해서 산문시로 나타낸 듯합니다. ‘해마다 생일상에 오르는 아이스크림은 나를 아주 먼 과거의 세계로 들여놓곤 한다.’ 해마다 생일상에 아이스크림이 오른다는 말에서 처참했던 지난날을 거울로 삼아 살고자 하는 다짐과 더불어 가족들에게 이어지기를 바라는 것이 아닐까. 가난하게 사는 사람들의 처지를 생각하면서 사려는 마음과 가난해서 공부를 못 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잊지 않으려는 뜻일 것 같습니다. ‘세상 사람들이 나를 모르고 있는데 누구한테 야박하게 대한다고 탓할 수 있으랴.’ 이 대목에서는 보통 사람이면 하늘을 원망하고 세상을 원망하고 낳아 준 부모를 원망하기 쉬운데, 한 발 물러서서 이 위기를 극복할 방법을 결단합니다. ‘꿈을 이루기 위하여 살아남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삼았다.’ 공부를 해서 이루려는 찬란한 꿈은 나중 일이고, 살아남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삼았다고 했습니다. 먹을 것이 없어서 배가 고파 죽을 것 같은 절박한 사정이 연상됩니다.
‘아이스크림 통을 어깨에 울러 메고 나니까 대전역 광장이 우리 집 황토 마당처럼 좁게 보였다. 주변의 높다란 빌딩들도 나를 압도하지 못했다.’ 아이스크림 통을 어깨에 울러 메었을 때는 이미 굳게 결단한 다음이기 때문에, 이 세상에 아무도 나를 아는 사람이 없다고 자신을 못난 사람이라고 생각할 때와는 딴 판으로 세상이 하찮게 보이고 높다란 빌딩도 눈 아래로 보일 만큼 기가 펄펄 솟아납니다. 그래서 ‘대전역 광장이 떠나가도록 “아이스깨끼가 왔어요.”를 힘껏 외치’게 됩니다. 얼마나 대단한 용기입니까. 살아야겠다는 굳은 결단으로 생긴 용기입니다. 큰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노동회관 구내식당에서 오원짜리 칼국수를 함께 먹던 그때 그 꼬맹이 넝마들은 지금 어디에서 무얼 하고 지낼까.’ 6·25전쟁에서 가족을 잃고 일시에 고아가 된 아이들이 헌옷이나 폐지를 주어서 근근이 목숨을 이어가던 아이들을 넝마주이라고 했습니다. 지금은 폐지를 줍는 노인들을 폐지를 줍는다고 하지 넝마주이라는 말을 안 씁니다. 넝마라는 말에는 쓰라린 우리나라 역사가 담겨 있습니다. 절박하게 살았던 그 시절을 잊지 않으려는 내용이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두 번째 시 ‘우산 장수’ 내용을 보면, ‘나는 한 때 장사치였다 / 비가 주룩주룩 내리던 날 / 또래들은 학교에서 공부할 때 / 나는 대전역 광장에서 / 주룩주룩 내리는 빗속을 헤매며 / 우산을 팔고 거스름돈 내주기에 바빴다’ 하고 전반부는 남들은 학교에서 공부할 때 나는 빗속을 헤매며 우산을 판다고 불만입니다. 세상을 원망하고 부모를 원망하고 하늘을 원망할 것 같은데, 후반부에서는 ‘우산을 파는 나도 즐거웠지만 / 우산을 사는 사람도 웃음꽃이 피었다. / 내가 없었으면 비를 맞을 뻔했다며 / 내가 있어 고맙다고 했다 / 나를 고마운 사람으로 살게 하신 하느님도 고맙고 / 나를 낳아 길러주신 늙으신 부모님은 더 고마웠다.’ 하고 하느님과 부모님께 고맙다고 했습니다. 불만과 고통을 즐거움으로 바꿨습니다. 이처럼 대단하고 거룩한 마음을 읽고 독자들은 감탄을 할 것 같습니다.
7. 나가면서
작품을 읽는 동안 내 즐거웠습니다. 동요로 된 작품이 많아서 동요시집이라고 하면 작곡가들이 작곡을 많이 할 것 같습니다. 이 시집의 주제인 ‘초승달’과 ‘봄비’에서는 백제의 미소, 신라의 미소가 연상되었습니다. 마음으로 보니 눈으로는 볼 수 없었던 것도 볼 수 있고 마음으로 보는 세상은 불가능이 없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같은 발음에 두 가지 뜻이 있는 말로 지혜롭게 만든 말맛에 감동이 되었습니다. 가난을 극복한 처절한 시가 오래 가슴속에 남습니다.
2023년 6월 3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