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8cm에 60kg 정도의 스펙, 송태섭이라는 캐릭터는 농구에 적합한 피지컬은 아니다. 근성과 노력으로 만든 실력은 있으나 주어진 한계를 커버할 만큼의 대단한 선수라고는 못할 것이다. 그와 비슷한 포지션에 위치한 해남의 이정환이나 산왕의 이명헌과 비교해도 물리적 차원에서 벽 앞에 서있는 것과 같다. 북산은 산왕의 올 코트 프레스라는 강력한 전술에 힘겨워하고 있다. 이길 수 있을까? 그런 고민이 잠시 들지만 머뭇거릴 여유도 망설일 시간도 없다. 송태섭은 한 번도 자신보다 작은 상대와 싸워 본 적이 없다. 벽은 넘어서는 것이 아니라 돌파하는 것이다. 압박을 뚫고 드리블을 시작할 때 코트는 비로소 무대가 되고 선수로서도 아들로서도 부족하기만 했던 스스로를 넘어서려는 소년의 이야기는 시작된다.
90년대 중반에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던 작품이 다시 극장판으로 나온다는 소식에 그때의 기억을 가진 수많은 팬들은 열광했을 것이다. 그 눈부셨던 여름날의 땀과 영광이 되지 못했던 마지막을 재연한다니 얼마나 감격스러운 일인가? 그러나 원작자이자 연출을 맡은 다케히코 이노우에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새로운 이야기로 관객에게 다가왔다. 원작에서 보여주지 않았던 송태섭의 과거사를 통해 먼저 세상을 등진 형의 짐을 짊어진 모습과 피지컬의 제약으로 선수로써 도 부족한 모습을 보여준다. 안으로는 아쉬운 선수, 밖으로는 못미더운 아들의 모습을 상기 시킴으로써 주제적으로 성장의 동기를 제공하고 연출적으로 산왕이라는 상대가 얼마나 크고 강한 지 보여준다. 즉, 실력과 열할의 불균형을 극복하는 서사를 코트의 안과 밖의 교차 편집을 통해 보여주고 송태섭이라는 인물이 어떻게 현실을 마주보고 실패하고 극복하는 가라는 사실적인 주제를 제시한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송태섭을 통해 현실적인 주제를 관객에게 제시했다. 이러한 주제 전환은 울림을 줬던 슬램덩크의 대사마저 다시 보게 만들었다. 예를 들어 강백호의 그 유명한 “제 영광의 시대는 지금입니다.”는 그의 농구를 향한 순수한 마음과 열정을 그대로 표현한 것으로 생각했다. 이번에 더 퍼스트 슬램덩크에서도 그 대사가 나오지만 어느새 나이가 든 관객에게 강백호의 대사는 바스켓맨이라는 미래가 아닌 지금이라는 현실을 택하겠다는 선언처럼 들인다. 생각해 보면 그는 다른 팀원들처럼 농구인을 꿈꾼 것도 아니고 얼떨결에 농구를 하게 된 한 여름의 반짝이는 도전이었으니까 말이다. 그 말은 곳 슬램덩크가 강백호를 통해 보여줄 이야기는 여기 까지라는 뜻이기도 한 것이다. 터질 것 같던 청춘의 빛나는 순간은 또 다른 성장을 기약하며 마무리되었고 치솟는 열정 대신 좌절하고 넘어져도 다시 일어서는 이야기를 슬램덩크는 하고 싶었을 것이다.
농구는 5명이 1팀을 이루어 시합을 한다. 개별의 포지션은 자기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면 팀웍은 쉽게 무너진다. 다섯 명은 개별적 존재이자 하나로 움직여야한다. 거기에 벤치에 스텝과 식스맨은 마음으로 코트에 함께 한다. 결국 5=5이자 1이며 6이다. 모든 시합은 혼자인 동시에 함께 싸우는 것이다. 현실은 승부의 연속이다. 거기서 가끔은 멋진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
첫댓글 인생 첫 슬램덩크를 영접했습니다. 우하하하하~~~~
리뷰 읽다보니 다시 심장이 나대기 시작했습니다.
깊이있는 리뷰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글 읽다보니 또 보고싶어졌습니다!
모두다 2회차 이상 갑시다
상영관도 적고 시간도 별로 없어 놓칠 지도ㅜㅡㅜ
앙대요~~~
아드님과 보러가시길 추천!
@안젤리나 졸려 아들한테는 이미 까였는데요
@소어 앗! ㅋㅋㅋㅋ 데동합니다~
슬램덩크를 좋아했지만, 시간과 함께 마음이 바랬는데... 리뷰를 보니 마음이 뛰네요.
송태섭과 비슷한 키를 가진 사람으로서 역경을 이겨내는 모습을 보고 싶기도 합니다.
꼭 보시길 추천합니다
글 너무 잘 쓰셨어요. ^^
소대가리님 글 읽으니 또 보고싶어지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