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매들과 함께한 남도 기차여행 1박 2일
2023년 11월 8일과 9일 양일간에 걸쳐 우리 내외와 두 자매, 형수 다섯 명이 기차 여행을 했다.
과거 우리 형제들은 가족들과 함께 비교적 자주 여행을 다녔는데, 세월의 흐름이 가족들을 생이별시키기도 하고, 노쇠화 시켜 마음의 응집력을 느슨하게 만들었다. 거기에다 코로나라는 괴질이 발목을 잡음으로써 여행 기회를 자주 갖지 못했다.
보름 전 즈음에 마산에 거주하는 동생에게
“우리 기차여행 한번 하자” 라고 했더니
“날짜는 오빠가 정해라” 했다.
“11월 8일과 9일 목포로 기차여행을 가려고 하는데 주약동 언니에게는 네가 연락해라. 부산 형수에게는 내가 연락하마.”
여행은 계획도, 동의 절차도, 같이 동행하고 싶은 사람들의 일정도 묻지 않고 일방적으로 정했다.
기차 운행시간을 먼저 알아보았다.
부산 부전역에서 출발하여 목포를 종점으로 하는 무궁화호 열차가 있다.
갈 때는 그 열차를 이용하기로 하고 운행 시간을 알아보았다.
부전역에서 06시 17분 출발 마산역 07시 51분, 진주역 08시 38분, 목포 도착 12시 59분이었다.
돌아 올 때는 순천역에서 하차하여 국가정원을 구경하고 올 수 있는 시간대가 있는지 알아보았다. 그랬더니 조금 무리한 여행이 될망정 시간대에 맞는 기차는 있었다.
목포역에서 09시 23분에 출발하여 순천역에 12시 51분에 도착하는 무궁화호 열차가 있고, 또 순천에서 17시 35분에 출발하여 진주 18시 31분, 마산 19시 17분, 부산 20시 44분에 도착하는 무궁화호 기차가 있다.
부산 형수와 마산 자매에게 이렇게 문자를 보냈다.
8일 기차는 진주까지만 표를 구매해 오면 진주에서 목포까지는 내가 일괄 구매하겠다. 그렇게 하여야 같은 자리에 앉아 갈 수 있다. 이렇게 연락하고 1주일 전에 일괄하여 표를 구매했다.
진주역에서 목포역까지 구매한 좌석 번호는 41, 42, 44, 45, 46번이었다. 기차 좌석을 돌리면 4명이 마주보고 앉을 수 있도록 번호를 의도적으로 배정해 주었다. 목포역에서 순천역까지 좌석번호와 순천역에서 부전, 마산, 진주까지의 좌석 번호도 마주 보고 앉을 수 있도록 발매를 해 주었다.
네 명의 시누이와 올케를 마주 앉게 했더니 무슨 할 말이 그렇게 많은지 갈 때 4시간 21분 올 때 4시간 21분 잠자리에 누워서 잠들기 전까지 끊임없이 이야기가 계속되었다. 내가 곁에서 들어 보니 그전 여행에서 했던 이야기가 되풀이 되는 이야기도 많았다. 그런데도 처음 듣는 이야기처럼 웃고 떠드는 모습을 보니, 역시 여행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사람의 마음을 느슨하게 이완시켜 스트레스를 풀게 하는 묘약처럼 느껴졌다.
벌교역을 지날 무렵에는 주위의 사람들이 별로 없었다. 그 때 비로소 구체적 여행 일정을 설명했다.
‘목포역에 내리면 일단 소지한 가방은 물품 보관함에 맡기고 점심은 천지수산에서 한상차림으로 식사를 하겠다. 식사를 한 후에는 해상케이블카를 북항탑승장에서 타고 유달산 정상을 경유한 후 고하도 탑승장을 거쳐 정상에 내려 구경을 한 후에 북항탑승장으로 원위치 한 다음 목포역에 가서 보관함에 맡겨 놓은 물건을 찾고, 역 부근의 호텔을 숙소로 잡고, 이튿날은 목포역 출발 9시 23분 기차를 타고 순천역에 내려 점심을 먹고, 국가 정원 구경을 한 후 기차를 타는 것으로써 일정을 마무리 짓겠다.’고 했다.
우리들의 식성에 맞을 듯한 목포 맛 집은 미리 검색해 놓았다. 상호는 ‘천지수산’이다. 전화를 했다. 13시 20분경에 도착할 테니 한상차림을 준비해 주십시오. 우리 일행은 5명입니다.
한상차림은 4인 기준 150,000인데 1명 추가비용 20,000더해 170,000원을 지불하고 식당으로 올라갔다.
상차림은 다양하면서도 싱싱한 해산물 위주로 흡족할 만큼 잘 차려졌다. 모양도 예쁘고, 맛도 있고, 서비스도 좋았다.
상차림의 식대와 찌개 음료수 값은 따로 지불해야 하는 데 41,000원을 추가로 지불했다.
우리 형제들이 여행할 때 관행적으로 한 끼의 식사는 잘 먹는 계획을 세워 실천했는데 오늘 밥상이 최고였던 것 같다. 기억에 남는 영덕의 대게나 남원 광한루의 황제밥상을 압도하는 수준이었다.
포만감도 해소할 겸 북항 케이블카 탑승장까지는 걸어갔다. 20분 정도 걸렸다. 케이블카를 타고 내리니 시간이 많이 흘러 내 마음 속으로 계획하고 있었던 박물관 견학은 포기하고 택시를 타고 목포역으로 갔다.
물품 보관함에 맡겨둔 물품을 찾으려고 비밀 번호를 입력해도 안 열리는 것이었다. 하는 수 없어서 보관함에 적혀 있는 사무소로 연락을 했더니 절차를 이야기 해 주는 것이었다. 한편 동생이 역무원을 데리고 왔는데 역무원의 도움을 받아가며 찾을 수 있었다. 문제는 비밀 번호로 빠르게 누른 것이 잘 못 된 것이다. 한자리씩 또박또박 눌러야 기계가 인식을 하는데 컴퓨터를 다루 듯 빨리 누르니 기계가 인식을 못했던 것이다. 오늘 중요한 것을 배웠다.
짐을 찾은 후 2015년에 집사람과 숙박했던 락희 호텔에서 숙박을 했다.
큰 온돌방 하나를 빌려 5명이 함께 숙박했다. 저녁은 집에서 간식으로 준비해 간 것을 먹는 것으로 해결했다. 간식이 남아 있어서 아침도 그것으로 해결 한 후 기차를 타고 순천으로 향했다. 보성역을 지날 무렵 생질녀가 막내 동생에게 전화를 하는 것이었다. 생질녀는 큰 누님 딸이다. 큰 누님은 건강이 좋지 않아 연락도 않고 우리끼리만 여행을 온 것이다.
생질녀가 비로소 우리가 여행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동생 계좌로 점심 대금을 입금을 해 둘 것이니 맛있는 것 사서 먹으라고 문자까지 보내왔다.
순천역에 내려 점심은 전주식당에서 쇠고기 전골을 먹었다. 역시 남도음식은 입맛에 맞다. 점심을 먹고 택시를 타고 국가 정원에 갔더니 휴장이었다. 명목은 정비 때문이다. 택시 기사는 그 사실을 알 터인데도 귀띔도 해 주지 않았다.
국가정원을 청소하는 분에게 드라마세트장은 문을 열었습니까? 하고 물었더니 그곳은 개장이 되어 있다고 했다. 그분에게 택시 두 대를 불러 달라고 했더니 불러 주었다. 드라마 세트장까지 택시비는 7,700원이었다. 드라마세트장을 구경하고 나와서 다시 택시를 불러 순천역으로 왔더니 오후 네 시가 조금 지났다. 기차시간 까지는 1시간 30분가량이 남아 있어서 카페에서 1시간 정도 시간을 보낸 후 17시 35분 기차를 타는 것으로 사실상 여행은 종결되었다.
사람의 일생은 마치 기차 여행과 같다.
어머니 몸으로부터 이 세상에 태어남이 기차의 출발인 셈이다. 가족이란 플랫폼의 돌봄을 받으며 자라면서 눈 맞춤을 통해 감정을 체득하고, 감정의 이입을 통해 말을 배우고, 안고 어르는 체온을 통해 사랑을 느끼면서 자란 뒤에는, 마을이라는 플랫폼에서 또래들과 어울리면서 인간관계 맺는 법을 배우고, 학교라는 플랫폼에서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훈련을 통해 삶의 능력을 배워, 직장이란 플랫폼에서 삶의 길을 찾고, 결혼이란 역에서 우주를 만드는 방법을 배워 한 생을 영위하다가, 어떤 사람은 일찍 역에서 하차하여 여행을 마무리 짓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어떤 사람은 보다 먼 여행을 하는 사람도 있다. 그것도 긴 시간에서 보면 거기서 거기다. 즉 50보 100보인 셈이다. 언젠가는 우리 모두가 피할 수 없이 하차할 역에 도달하기 마련이다. 그때까지라도 의미 있는 시간을 보냈으면 하는 것이 사람들의 보편적인 바람이다.
지나간 추억을 회상하는 것은 언제나 아름다운 것이다. 비록 그때가 고되었다 하더라도 지나고 보면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기차여행 중에 그렇게 많이 나눈 대화 역시 추억의 한 장면이고 의미 있는 시간이었던 셈이다.
같이 보낸 시간 내내 행복하고 즐거웠다.
우리 가족들은 내년 봄에 다시 동해안으로 기차여행을 가기로 했다. 그 때는 무슨 이야기가 오갈 것인지 진작부터 궁금해진다.
첫댓글 젤 편한 기차여행을 하셨네요. 그 어떤 여행보다 의미 있는 여행을 다녀 오셨구려 좀 잘살고 돈 있으면 뭣하겠소 형제간에 스스럼없이 대화하고
즐거운 여행이 이런 여행이라 생각되네요. 많은돈 들여 해외여행하는것 보다 더 값지게 생각되오
이런 여행은 마음이 통해야 할 수 있는 여행이지 돈으로 되는게 아니잖소 끈끈한 형제애가 정말 부럽소
안싸우는것 만으로도 다행이지요. 앞만보고 살아오다 이런 이야길 들으면 넘 부럽지만 ...
누구 하나라도 불만이 있다면 안되는걸 진주 생질녀도 고맙고.. 황혼의 삻 이런걸 바라지만 하고싶다고 되는게 아니니 형제간의 돈독한 우애 진심으로 박수를 보내오.
돈은 없지만 나도 기부하고픈 맘이 드네요. 이런 가족애가 본보기가 된다면 우리도 희망이 있는데... 마실 누님(순호형 종수님)도 참석하셨는지 모르겠네요. 건강이 어떠신지?
아무튼 그 우애가 영원하시길 두손 모아 기원하겠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