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찌거리
– 오탁번
어느 시인이
알음알음 눈비음으로
문학상을 따먹었다는
2022. 11. 08
문화면 뉴스가 뜨자
오늘 아침 시인의 거리는
시끌시끌 욕찌거리다
시인들아
얌치를 좀 알아라
그냥저냥 살고 싶으면
그만 연필을 놓지 그래
—네미랄, 입만 더러워 졌네
죽염치약으로 빡빡
퉤!
(알고 보니
시인들이 다 그런다네)
시를 고쳐써야겠다
—시인들아
얌치없이
천년 살자꾸나
— 오탁번 유고 시집 『속삭임』(서정시학, 2024)
* 오탁번 : 1943년 충북 제천 출생. 고려대학교 영문학과 및 동대학원 국어국문학과 박사. 1966년〈동아일보〉신춘문예 동화, 1967년 〈중앙일보〉신춘문예 시, 1969년 대한일보 신춘문예에 소설로 등단. 현 고려대 명예교수.
창작집으로 『처형의 땅』(일지사, 1974) 『내가 만난 여신』(물결, 1977) 『새와 십자가』(고려원, 1978) 『절망과 기교』(1981, 예성) 『저녁연기』(정음사, 1985) 『혼례』(고려원, 1987/태학사, 2018) 『겨울의 꿈은 날 줄 모른다』(문학사상사, 1988) 『굴뚝과 천장』(태학사, 2018) 『포유도』(태학사, 2018) 『달맞이꽃』(태학사, 2018) 『맘마와 지지』(태학사, 2018) 『아버지와 치악산』(태학사, 2018) 등이 있다.
시집으로 『아침의 예언』(조광, 1973) 『너무 많은 가운데 하나』(청하, 1985) 『생각나지 않는 꿈』(미학사, 1991) 『겨울강』(세계사, 1994) 『1미터의 사랑』(시와시학사, 1999) 『벙어리장갑』(문학사상사, 2002) 『손님』(황금알, 2006) 『우리 동네』(시안, 2009) 『시집보내다』(문학수첩, 2014) 『알요강』(현대시학사, 2019) 『비백 - 飛白』(문학세계사, 2022)과 유고 시집 『속삭임』(서정시학, 2024)이 있다.
문학선 『순은의 아침』(나남, 1992)과 시선집으로 『사랑하고 싶은 날』(시월, 2010) 『밥 냄새』(지식을만드는지식, 2012) 『눈 내리는 마을』(시인생각, 2013)과 시전집 『오탁번 시전집』(태학사, 2003)이 있다.
산문집으로 『현대문학산고』(고려대 출판부, 1976) 『한국현대시사의 대위적 구조』(고려대 민연, 1988) 『현대시의 이해』(청하, 1990/나남출판, 1998) 『시인과 개똥참외』(작가정신, 1991) 『개정/현대시의 이해』(나남, 1998) 『오탁번 시화』(나남, 1998, 2007) 『헛똑똑이의 시읽기』(고려대 출판부, 2008) 『좋은 시는 다 우스개다』(태학사, 2024) 『작가수업-병아리시인』(다산북스, 2015) 『두루마리』(태학사, 2020)가 있다.
2023년 2월 14일 오후 9시, 고려대학교 안암병원에서 별세. 향년 80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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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고 시집에 기록된 선생의 마지막 작품 창작 날짜는 2023년 2월 4일로 세상을 떠나기 10일 전이다. 선생은 생이 끝나기 직전까지 시를 썼다.
시집의 제일 첫머리엔 시 「옛말」이, 마지막엔 시 「속삭임 9」가 놓여 있다. 「옛말」은 선생이 태어난 집과 유년 시절 가족에 대한 추억을 담은 시다. 그리고 「속삭임 9」는 암을 선고받고 마지막 순간이 임박해 왔음을 인지한 후 생을 마감하는 심정을 드러낸 시이다. 「옛말」엔 선생이 태어난 주소가 또렷이 명기되어 있다. 선생은 자기 삶의 시작과 끝의 세부를 마지막 시집에서 시로 남겨 놓았다. 시는 선생의 삶과 완전히 하나가 되어, 끝내는 시로서 자기 삶을 정리하였다.
유고 시집은 선생의 마지막 10개월의 삶과 내면을 생생히 전해준다. 제천의 원서헌에서 지낸 선생은 주로 그곳 고향 마을의 풍경과 동네 사람들의 생활, 그리고 자신의 처지를 그려 나갔다. 최근의 시골 인구분포가 다 그렇듯이 그의 고향 제천에도 남아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노인이며, 그도 같은 연령대이다. 선행은 그들과 이웃하며 그들의 삶을 시로 옮기고 있는데, 노인들의 원숙하고 근엄한 삶의 태도 따위엔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시인은 그렇게 덧씌워진 인격이 아니라 나이를 먹어도 변하지 않는 인간의 원초적인 마음을 순수한 마음으로 꿰뚫어 낸다.
- 고형진 문학평론가⋅고려대학교 교수
2022년 11월 11일 시작(詩作)과 발표 당시 제목은 「시인의 얌치」였다. 2024년 2월 14일 서정시학에서 간행된 유고 시집에는 「욕찌거리」라는 제목으로 개작되어 실려 있다. 발표 당시 「시인의 얌치」 내용은 아래와 같다.
시인의 얌치
- 오탁번
어느 시인이
알음알음 눈비음으로
문학상을 따먹었다는
2022. 11. 8
한겨레 뉴스가 뜨자
오늘 아침 시인의 거리는
시끌시끌 욕찌거리다
시인들아
얌치를 좀 알아라
그냥저냥 살고 싶으면
그만 연필을 놓지 그래
—네미랄, 입만 더러워 졌네
죽염치약으로 빡빡
퉤!
(알고 보니
시인들이 다 그런다네)
시를 고쳐써야겠다
—시인들아
얌치없이
천년 살자꾸나
* 얌치는 염치의 작은말.
― 강인한 시인이 운영하는 DAUM 인터넷 카페 <푸른 시의 방> 2022.11.11.
시에 나오는 ‘문학상’은 ‘구상문학상’이며 상금은 오천만 원이다. 구상문학상 운영위원인 ‘어느 시인’은 『오늘은 좀 추운 사랑도 좋아』(민음사, 2022-08-26)를 쓴 시인이다. 당시 시인은 문학상 심사를 앞두고 운영위원직에서 물러났으며, 당해 10월 6일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국립한국문학관 관장으로 임명되었다. 임기는 2025년 10월까지 3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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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즈런나모
첫댓글 오탁번 시인님이
별세하신지가
벌써 1년이 넘었군요
정당치 못했던
문학상을 꼬집은 시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