世人物慾盡何時-세상사람 물욕은 어느 때나 없어질까 拘得金錢好事遲-돈에 몸이 구속되니 좋은 일 늦어지네 日麗遠山含淑氣-해가 먼 산에 빛나니 맑은 기운 흐르고 暗烘芳樹譪碧枝-어둑해져 불 피우니 꽃 핀 나무엔 푸른 가지 무성하네 數年長思心無息-몇 해 동안이나 그대 생각 떠나지 않았는데 一笑相逢意不移-서로 만나 한번 웃으니 마음 변함이 없네 雖有分居千里外-비록 거리는 천리나 떨어져 살지만 個中圓月照常知-저 보름달은 우리의 정을 언제나 알고 있소 경봉선사(鏡峰禪師)
경봉스님 화두로 시작된 조용필의 히트송 “못 찾겠다 꾀꼬리”
경봉선사(鏡峰禪師)가 있었다. 불교의 선승(禪僧)과 함께 도(道)를 통한 도인(道人)으로 알려져 있다. 승려이면서 시인(詩人)소리를 많이 듣던 신흥사 조오현((曺五鉉) 스님과 만해(萬海) 한용운(韓龍雲) 선사를 생각게 한다.
경봉선사(鏡峰禪師)는 통도사(通度寺) 금강계단(金剛戒壇)에서 청호선사(淸湖禪師)를 계사(戒師)로 사미계(沙彌戒)를 받았다고 기록되어 있다.
※계사(戒師)-정식 스님이 되기 위해 십계(十戒), 구족계(具足戒)등을 받기 위하여 수행(修行)하는 어린 초보에게 선생님이 되어 주는 스승스님이다. 수계사(授戒師)의 줄인 말이다.
경봉선사(鏡峰禪師)의 선사상(禪思想)은 고려 때 보조국사(普照國師) 지눌의 선사상(禪思想)을 이어 받았다고 한다. 돈오점수(頓悟漸修) 선사상(禪思想)이다.
보조국사(普照國師)와 경봉선사(鏡峰禪師)는 화엄(華嚴)을 중요시 여기고, 선교회통(禪敎會通)과 선교일치(禪敎一致論)의 맥락에 서있다는 한국불교 역사의 평이다. ※선교(禪敎)-선종(禪宗)과 교종(敎宗). ※화엄(華嚴)-불법(佛法)의 끝없이 넓음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화엄경(華嚴經)을 주요 경전으로 하는 화엄종(華嚴宗)의 가르침이다.
경남 통도사(通度寺) 뒤에 있는 산 이름이 영취산(靈鷲山)이다. 이 산의 이름은 인도의 영취산(靈鷲山)에서 따 온 것이라고 불교계에서는 말하고 있다. 영취산(靈鷲山)은 불교 상징 그 자체다.
키가 180cm라고 전하는 경봉스님은 마치 영취산(靈鷲山)의 영안(靈眼)을 지닌 독수리가 극락암에 앉아 있었다고 불교계는 회상한다.
경봉선사(鏡峰禪師)가 유명하다는 말을 듣고 많은 사람들이 통도사 극락암을 찾았다고 전한다. 가난한 사람, 사업에 실패한사람, 사랑에 병든 사람, 진짜 육신에 병든 사람들--- 많은 사람들이 인생 상담을 하여 왔다.
스님 ! -저는 어느 길로 가야 합니까?- 인생의 길을 물었다.
생각하면 참 참 딱하고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이다. 자기 삶의 길을 어디로 가야 하는지 자기가 결정해야 하는데 경봉스님이 어떻게 정한단 말인가?
우리나라 불교계에는 “삼보사찰(三寶寺刹)”이 있다. 세 개의 보물(寶物) 사찰 이라는 말이다.
△통도사(通度寺)-금강계단(金剛戒壇)에 부처님의 진신사리(眞身舍利)를 모셨다고 하여 불보사찰(佛寶寺刹불교의 보배 사찰)이라고 한다. △해인사(海印寺)-부처의 말씀을 기록한 팔만대장경(八萬大藏經)을 봉안(奉安)한 곳이라고 해서 법보사찰(法寶寺刹)이라고 한다. △송광사(松廣寺)- 큰스님들이 많이 배출되었다고 해서 승보사찰(僧寶寺刹)이라고 한다.
통도사는 “불지종가(佛之宗家)”라고 불리는 사찰이다. 불교의 종가(宗家)라는 뜻이다. 즉 한국 불교의 뼈대역활을 하는 사찰이다.
통도사(通度寺) 뒤에 있는 산 이름이 영취산(靈鷲山)이다. 영취산(靈鷲山)은 인도에 있는 산 이름이다. 인도 불교를 상징하는 산이다. 여기서 “취(鷲)”는 독수리 취자다.
인도에서는 사람이 죽으면 날짐승이 뜯어 먹는다고 전한다. 주로 까마귀와 독수리가 많이 뜯어먹는다고 한다. 인도에서는 새 종류 중에서 까마귀와 독수리를 가장 신성스러운 새(神鳥)로 여겼다.
영취산(靈鷲山) 이름을 지을 때 까마귀는 너무 똑똑하여 밀려나고 약간 지능이 낮은 독수리가 영취(靈鷲)가 되었다. 인도 불교의 영취산(靈鷲山)이 여기에서 유래한 지명이다.
그런데 이 맹금류(猛禽類) 독수리는 이름과 생김새에 비하여 불교계에서는 자상한 독수리로 여기고 있다. 경봉 스님은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삶에 도움과 위로가 되는 이야기를 한마디씩 해주었다.
1970년대 중반 연예인 대마초 사건이 있었다. “돌아와요 부산항에” 노래를 막 히트시켰던 조용필도 대마초 사건에 연루되어 가수 활동을 접어야만 했다.
사람은 자기가 하던 일을 못하게 되었을 때 낙심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
경봉스님 소문을 들은 조용필도 통도사 극락암 도인(경봉스님)을 찾았다. 조용필이 답답한 마음에 극락암 마당을 왔다 갔다 하고 있었다. 마침 경봉 스님이 마당에 나왔다가 조용필을 봤다.
이때 경봉 선사의 나이가 80대 중반이었다고 한다. 스님이 조용필을 보고 -자네는 뭐 하는 사람인가?- -예, 노래 부르는 가수입니다- -그래, 꾀꼬리가 여기에 왔구나!- 조용필의 자초지종(自初至終)을 들은 경봉스님은 가수를 꾀꼬리에 비유했다.
-너는 꾀꼬리다. 꾀꼬리를 찾아 가지고 와 봐라- -예, 한번 찾아보겠습니다.-
집으로 돌아간 조용필은 꾀꼬리가 어디에 있는지 부지런히 찾았다. 도인이 하신 말씀이니까 헛말이 아니고 무언가 뜻이 있을 것이다. 길을 걸을 때도 음식을 먹을 때도 심지어는 화장실에서도 꾀꼬리를 생각했다.
“대체 꾀꼬리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 몇 달간 이 화두(話頭)를 풀기 위해서 고민하던 조용필은 노래를 하나 만들었다. 그 노래 제목이 “못 찾겠다 꾀꼬리”였다.
뛰어난 예술가는 어떤 계기에 떠오르는 영감(靈感)이 예술 작품으로 승화시키는 인연이 있다고 한다. 대수롭지 않은 때와 장소에서 영감(靈感)이 떠오르는 것이다.
이 대목에서 필자가 생각나는 것이 있다.
경봉선사(鏡峰禪師)는 보조국사(普照國師)의 돈오점수(頓悟漸修)의 선사상(禪思想)을 이어 받았다. 돈오점수(頓悟漸修)는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는 수행이다.
조용필도 “못 찾겠다 꾀꼬리”를 찾아 헤맨 끝에 결국 화두(話頭)를 터득하였다고 볼 수 있다.
※돈오점수(頓悟漸修)-깨달음 경지에 이르기까지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는 점진적(漸進的) 수행(修行)방법
농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