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가 사 온 과자 봉지에서 튀어나온 자그마한 물건이 신기하기에 관심을 가지고 살펴보았다. 깨알같은 글자로 가득 채워진 한 면을 보고 적잖이 놀랐다. 「오늘의 운세」가 적혀 있지 않은가! 주로 아이들을 상대하는 과자에 운세라니! 내용은 이렇다. "효도도 하고 용돈까지 챙기는 날. 아침에 일찍 일어나 오랜만에 아빠 구두를 닦았더니 칭찬도 받고, 짭짤한 용돈까지 히히…". 선뜻 믿어지지 않았다. 아이가 이 내용을 읽을까봐 얼른 손에 쥐고 내 방으로 들어갔다. 화가 났다. 동양제과, 이름만 들어도 잘 아는 기업이다. 그 회사에서 만든 그 유명한 과자 오리온 '치토스' 안에 들어있는 '스마일 따조' 라는 상품에 새겨져 있는 문구가 고작 오늘의 운세라니. 기가 찰 노릇이다. 치토스 만든 당사자들에게는 사랑하는 자녀들이 없는가? 당신의 자녀가 과자 봉지 안에서 나온 운세를 보며 오늘 일진(日辰)이 좋으니 나쁘니 하며 희희낙락하는 꼴 보기 좋단 말인가. 근거 없고 허망한 운(運)에 아이들의 인생을 맡길 수 없다. 인생이 운수(運數)를 믿고 살지 않는다.
우리는 자녀들이 요행수(僥倖數)를 믿거나 바라는 것을 원치 않는다. 정직하게 땀흘려 일하는 모습이 아름답다 라는 사실을 우리네 자녀들이 배우기를 원한다. 일부 몰지각한 어른들에 의해 우리네 자녀들의 가치관이 왜곡되지 않기를 바란다. 상술(商術)에도 정도(正道)가 있는 것이다. 자라나는 세대를 위해 교육을 생각했다면 이렇게까지 얄팍한 상혼(商魂)을 부리지 않았을 것이다. 교훈적인 속담이나 건전한 수수께끼를 담아 놓으면 어디가 덧나나!
맛으로 승부 거는 과자라도 올바른 정신을 가지고 만들면 더 맛이 난다. 동양제과 책임자들의 각성을 촉구한다.